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61화 (161/261)

161화

미소를 지었다.

“진짜 큰손을 알아보셨네요.”

미실라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아마 KELA만 한 큰 손은 핀란드에 없을 겁니다. 노카아가 핀란드에서 국민 기업이라 가장 적합한 투자자일 겁니다.”

“그러네요. 노카아 지분을 인수하는데 명분도 충분하고 자금력도 충분할 테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KELA 운영팀장 라우리 틸노넨이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요?”

“급하시다고 하여 오늘 나오기는 했지만 바로 매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국가 연금을 관리하는 만큼 계획서를 작성하고 결재받고 대금 지급을 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 드리려고 나온 겁니다.”

어쩐지 일이 잘 풀리나 했다.

“제안 들어보죠.”

“계약은 미리 하지만 실제 거래는 다음 달 초쯤에 했으면 합니다. 그때쯤 모든 행정 절차가 끝날 수 있습니다.”

“미리 계약하면 인수가격은 어떻게 하고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계약하는 시점에서 현재가대로 거래하는 방법과 6월 초쯤 현재가대로 거래하는 방법입니다.”

6월 초쯤이면 지금보다 주가가 더 상승한다.

그래 봤자 조금 더 상승하는 건데. 핀란드를 떠나기 전에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가는 것이 나한테는 좋았다.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계약 시점에서 가격을 정하는 것이 더 편하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행정 절차를 진행하려면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그때쯤 주가가 상승할지 하락할지는 누구도 모를 겁니다. 하지만 지금 노카아 추세를 보면 상승 쪽에 베팅하는 것이 더 맞을 겁니다. 계약하는 시점에서 가격을 정하는데 현재 가격에 미래 가격 상승분까지 조금 더 올려서 계약하는 겁니다.”

“미래 상승분이라면 어느 정도를 생각하시는 겁니까?”

내가 이전 생에서 주식 거래를 하지 않아 주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요로마 울리라가 노카아에 오기 전에 월가에서 일했다는 것이 생각나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주식 대량 거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가에 거래하기보다는 현재가보다 더 높게 쳐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더 높게 가격을 불러도 되지만 핀란드에 대한 추억도 좋고 노카아로 인해 돈도 많이 버는 건데 모르면 몰라도 곧 폭락할 거라는 것을 알기에 미안하여 많이 부르기도 그랬다.

적당히 하자.

“많이도 바라지 않습니다. 1%만 더 추가하시죠.”

생각보다 적었는지 라우리 틸노넨이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그럼 이번 주 금요일 종가를 현재가로 책정하고 1% 더한 금액으로 다음 주 월요일에 계약하는 것으로 합시다.”

“저도 좋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1시에 KELA에서 만나기로 하고 만남을 끝냈다.

밖으로 나와 요로마 울리라에게 전화하였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괜찮지요?”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서 KELA라면 나도 괜찮아. 근데 좀 아쉽기는 하네.)

나도 아쉽기는 하다.

* * *

저 앞에서 아이노가 걸어오고 있었다. 역시나 지금도 미모는 죽지 않았고 오히려 더 빛이 났다.

서양인들은 보통 동양인보다 더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데 아이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이노!”

아이노가 미소 지었다.

“진!”

“갈수록 더 예뻐지네.”

“진짜?”

“그래.”

“아닌데.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 피부도 푸석해지고 윤기도 떨어지고 그러는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안 그런데. 오히려 꽃이 만개하는 것 같아.”

입을 삐죽거렸다.

“그럼 만개한 후에 곧 진다는 의미잖아.”

“아니지. 영원히 만개할걸.”

피식 웃었다.

“진도 많이 변한 것 같네. 여자들이 듣기 좋아하는 소리만 골라서 하게. 여자 만나지?”

“아닌데.”

내 옆에 서 있는 배상도롤 보고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누구야?”

“내 비서 겸 보디가드야.”

“그렇구나. 인사해도 되지.”

“그럼.”

아이노가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아이노가 한국말로 인사하자 배상도가 당황하였다. 근데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배상도의 얼굴이 발개졌다.

홍이나를 봤을 때도 이러지 않았는데. 말을 버벅거리며 인사하였다.

“아~ 아~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는 서로 언어 소통이 안 되어 더 이상의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녁 식사하러 갈까? 저번에 갔던 데 좋던데.”

“좋아. 가자.”

레스토랑으로 옮겨 셋이서 식사하였다.

“진 요즘 내 별명이 뭔지 알아?”

“별명 없지 않았나?”

“생겼어. 나도 모르는 사람도 내 별명은 알아.”

“어떻게?”

“그게 다 서머위즈 워 게임 때문이야. 그 게임이 핀란드에 처음 출시하고 얼마 지났을 때 날 아는 사람들이 게임에 나오는 NPC하고 나랑 많이 닮았다는 말들을 하더라.”

당연하지. 아이노를 모델로 만든 거니까.

“나야 나라는 것을 알았지만 모른 척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내 사진하고 비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어. 주변 사람들이 하도 물어봐서 날 모델로 만든 거라고 말했더니 그 이후로 내 별명이 게임 엘프로 되었어. 그 덕분에 명성을 얻어서 모델 제의도 많이 들어왔는데 다 거절했어.”

“왜? 세계적인 유명 모델 하면 돈을 많이 벌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난 내가 더 잘 알아. 내가 모델에는 적성이 맞지 않아. 진은 내 꿈이 뭔지 잘 알잖아. 난 디자인이 좋고 나중에 디자인 회사를 설립하여 디자인으로 성공할 거야.”

말을 듣다 보니 나로 인해 아이노의 운명도 바뀐 것 같았다. 이전 생에서 아이노는 어떤 운명을 살았을까? 갑자기 궁금하였다.

알 수는 없지만, 더 나은 운명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미나도 나로 인해 운명이 바뀐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이전 생에서는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으니까.

모델이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광고가 필요할 텐데 아이노를 모델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서양인이고 엘프처럼 진짜 예쁘니 미국을 비롯해 세계 시장에 제대로 먹힐 것 같았다.

가만! 서머위즈 워 게임이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했고 오션폰의 주 고객이 젊은 층이기에 게임 속에서처럼 복장을 하고 오션폰 광고를 하면 오션폰과 서머위즈 워 게임 둘 다 광고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실제 게임의 모델이 아이노라는 것을 알리면 더 화제성도 있으니까 대박이겠는데. 또 오션폰 디자인한 사람이 모델도 같이했다며 더 화제성도 있을 테고.

“디자인 하나 할 게 생겼는데.”

“새로운 오션팟 디자인이야?”

하긴 오션팟 버전 2도 디자인해야 하기는 한데.

“오션팟도 있고 핸드폰도 해야 해.”

“핸드폰? 갑자기 핸드폰이라니?”

“곧 핸드폰 회사를 인수할 거야. 그래서 디자인이 필요해.”

“그래서 핀란드에 온 거구나. 나 한국 또 가고 싶은데 한국으로 부르지 그랬어?”

“여기서 디자인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 왜 온 거야?”

“다른 일로 왔어. 디자인은 당연히 한국에서 해야지.”

“정말?”

좋아하는 얼굴을 보니 정말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성중이가 널 보고 싶다네.”

“나도 보고 싶어. 미나도 보고 싶은데.”

“너 미나 소식 몰라?”

“응. 미나 무슨 일 있어?”

미국이 아니라서 모르나 본데. 하긴 미나가 아직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가수가 아니니까.

“그게 뭐냐면…….”

상황 설명을 하였다.

“와우! 내가 듣기에도 미나가 노래는 진짜 잘 불렀어. 잘됐네. 그러니까 미나가 더 보고 싶네. 미국에 있으니 한국 가도 못 보겠네.”

이렇게 된 거 아이노와 함께 미국으로 갔다가 한국에 가서 디자인할까? 나도 미국에 가야 할 일이 있기는 하였다.

생각해 보니 스마트폰은 내 개인이 아니라 오션의 이름을 걸고 출시해야 하기에 현도 전자의 통신 단말기 사업은 내 개인이 아니라 오션에서 인수해야 한다.

나머지 맥스터하고 TFT-LCD 사업은 내 개인으로 인수하여 나중에 진성 그룹으로 편입할 생각이었다.

“아이노! 실리콘 밸리에 갔다가 한국으로 갈래? 미국 가면 미나도 볼 수도 있거든.”

“정말? 그러면 나야 좋지. 언제 갈 건데?”

“다음 주에 할 일 있어?”

“일이야 항상 있지만 급한 일은 없어. 나 아니어도 다른 직원이 해도 되고.”

“그럼 다음 주에 일정 잡고 그다음 주에 떠나는 거로 하자. 내가 오션 본사에 말해 놓을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

“응. 알았어. 그동안 한국 가고 싶었는데. 잘됐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아이노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좀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오늘 출장에서 돌아와 피곤할 테고 미국도 한국도 같이 가기에 식사만 하고 헤어졌다.

호텔로 돌아가는데 배상도가 입을 열었다.

“성중이 말이 맞았습니다. 진짜 엘프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게임 캐릭터하고 정말 똑같습니다.”

“이제야 성중이 마음을 알겠죠.”

“네. 그렇습니다. 다만 아쉬운 게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도 바라만 보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맞아요. 그게 더 환상을 갖고 있기에 좋죠.”

“그런 것 같습니다.”

“미국하고 한국에 같이 가기로 했어요.”

“정말입니까?”

“네.”

강성중에 이어 배상도도 아이노의 신봉자가 된 것 같았다.

* * *

월요일 아침 배상도와 함께 KELA로 향하였다.

건물 현관에 들어서자 KELA 운영팀장 라우리 틸노넨이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 앞으로 왔다.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마중 나오신 거예요?”

“처음 오시는 거라.”

“괜찮은데요. 감사합니다.”

“올라가시죠.”

“네.”

라우리 틸노넨을 따라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준비한 계약서입니다. 보시지요.”

“네.”

계약서를 받아 읽어 보았다.

KELA에서는 미리 KELA 대표의 사인이 되어 있어 나만 하면 되었고 내용은 단순하여 변호사 검토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지난주 노카아 종가가 조금 올라 351.23마르카였고 여기에 1%를 더해 최종 거래 금액은 한 주당 354.74마르카였다.

거래 대금은 주식 66,204,440이기에 총 23,485,363,045마르크였다. 미화로 따지면 33억 달러이며 원화로 계산하면 3조 7천억 원이었다.

진짜 대박이었다.

원래는 처음에 67,058,820주를 매수했는데 오션 서버 임대 비용으로 일부를 매도했고, 며칠 전에 객장에서 5만 주 정도 매도해서 주식 수가 줄었다.

6월 5일 월요일에 대금과 주식을 맞교환하기로 했으며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거래 대금의 25%를 배상한다고 되어 있었다.

25%면 꽤 큰 금액인데 주가가 상승해서 내가 마음 변할까 봐 높게 잡은 것 같았다. 절대 그럴 일 없기에 나는 전혀 상관없었다.

“이상 없네요.”

“계약 불이행 시 25% 배상한다는 문구 보셨습니까?”

“네. 바로 서명하면 되나요?”

표정이 밝았다. 아무래도 내가 25% 배상 금액을 걸고넘어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순순히 넘어가자 그런 것 같았다.

“네. 그렇습니다.”

계약서 두 부에 서명하였다

“다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약이 끝까지 잘 이행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입금은 핀란드 계좌로 하면 됩니까?”

“일부는 핀란드 계좌로 하고 나머지는 한국 계좌로 보내주세요.”

“나누어서 말입니까?”

“핀란드 계좌는 세금 내려고요. 제가 핀란드에서 많은 수익을 얻었는데 세금은 내야겠죠. 바로 나가서 회계사 만나고 예상 세금 금액을 알아보려고요.”

“감사합니다.”

KELA를 나와서 요로마 울리라가 소개해 준 회계사한테 갔다.

“그러니까 주식 투자해서 얻은 수익의 세금이 얼마인지 궁금하다는 겁니까?”

“네.”

“그건 올해 정확한 투자 수익이 나온 후에 내년에 결산하면 됩니다. 지금 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나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나 보네.

“매도했기에 정확한 매도 수익이 나왔고, 제가 핀란드에 살지 않아 떠나기 전에 미리 세금만큼 핀란드에 놔두려고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정확한 투자 수익이 얼마입니까?”

“제가 투자한 금액 빼고 23,429,289,271마르크입니다.”

“네? 얼마라고요?”

금액이 커서 놀랐나 보네.

“말한 그대로예요. 어떻게 된 거냐면…….”

대충 상황 설명을 하자 놀랍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단하십니다. 제가 회계사 하는 동안 이런 큰 수익을 올린 것은 처음 봅니다. 알겠습니다. 핀란드에 거주하시는 것도 아니고 미혼이시라 공제받을 금액도 하나도 없으니 제가 계산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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