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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59화 (159/261)

159화

모르고 매수했다면 진짜 대단한 거겠지만 난 알고 매수한 거라 저런 말 들을 자격이 없는데.

“사람이 살다 보면 때로는 모험이 필요할 때가 있죠. 전 그때가 모험할 때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렇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근데 나를 왜 부른 거야? 쓸데없는 시간 보낼 이유가 없는데.

“이제 용건을 말하시죠.”

내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증권사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경험상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으면 시장이 왜곡되어 큰 폭의 하락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핀란드 주식 시장이 그리 크지 않기에 전체 주식 시장이 휘청거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투자자님께서도 손해를 볼 수 있으니 매물을 조금씩 내놓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무슨 염려를 하는지 잘 안다. 나도 손해 볼 생각이 없었다.

“제가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추격 매도는 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가에만 매도 주문을 하고 기다릴 겁니다. 그럼 가격 하락이 발생하지는 않을 겁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현재가에 많은 매도 물량이 쌓이면 다른 매도자들이 먼저 매도하기 위해 더 낮은 가격으로 매도 주문을 내기에 가격 하락이 될 겁니다. 몇 년 전이라면 투자자님의 말씀이 맞겠지만 요즘은 HTS가 활성화되어 수많은 투자자들이 호가 물량을 볼 수 있어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갑자기 한 번도 보지도 못한 6,600만 주의 엄청난 매도 물량이 출현하면 수많은 투자자들이 노카아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너도나도 투매하여 폭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투자자님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네. 물량이 너무 많으니까 매도하는 것도 일이네.

내가 여기에 매일 나와 있을 수도 없으니 나도 HTS를 신청해서 온라인으로 조금씩 매도를 해야 하나?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저도 HTS를 신청하여 조금씩 매도하겠습니다.”

“제 말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한테도 도움이 되는 말인데요. 지금 바로 HTS를 신청할게요.”

“알겠습니다.”

남자가 바로 여직원을 부르더니 나의 HTS 신청을 처리하라고 하였다.

“지시를 내렸으니 곧 처리될 겁니다. 그리고 시장에 조금씩 매도하는 방법도 있지만 큰손 투자자에게 대량으로 매도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건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렇게 하면 나도 편하지.

“매수할 큰손 투자자들이 있겠습니까?”

“알아보면 있을 겁니다. 요즘 노카아는 핀란드에서 국민 기업으로 추앙받을 정도로 관심 있기에 큰손 투자자들이 많을 겁니다. 당장 노카아에서도 매수할 수도 있고 다른 기업에서도 관심이 많을 겁니다. 그러면 제가 알아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주시면 제가 더 감사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알아보는데 대략 30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겁니다. 물량이 많으시니 그동안은 HTS로 조금씩만 매도하시면 될 겁니다.”

30일 동안 있을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갔다가 다시 올 수도 없고.

“죄송하지만 시간을 앞당길 수는 없을까요? 제가 핀란드에 오래 머물 수가 없어서 그럽니다.”

“언제까지 핀란드에 계실 겁니까?”

“대략 10일 정도 있을 예정이에요.”

“시간이 촉박하네요. 일단 제가 빠르게 알아보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HTS 신청이 마무리되어 이야기를 끝냈다.

그래도 객장에 왔는데 그냥 가기 뭐해 10만 주만 매도 주문을 하고 객장에 앉아 있는 배상도 옆자리에 앉았다.

“볼일은 다 보신 겁니까?”

“대충은요. 잠시 앉아 있다가 가죠.”

“알겠습니다.”

주식 전광판을 보면서 한동안 있었다.

“진 아니야?”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놀란 얼굴을 한 채 서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루페였다.

객장에 와서 혹시나 하고 제일 먼저 루페를 찾았지만 없어서 실망했었는데. 얼른 일어났다.

“루페 오랜만이에요.”

“정말 오랜만이네. 언제 핀란드에 온 거야?”

“오늘 왔어요. 여전히 여기 오시네요?”

“그렇지. 여기가 내 일터이며 직장이기도 하니까.”

“아까 보니 안 계시던데.”

“밥 먹고 왔어. 근데 오늘 핀란드에 왔다면서 여긴 웬일이야?”

“왜겠어요? 노카아 주식 매도하려고 왔어요.”

“뭐라고? 노카아 주식을 매도하겠다고?”

“네.”

“왜? 요즘 노카아 주식 계속 상승하는 거 몰라? 출시한 신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계속 오르고 있잖아. 근데 왜 팔려고 해?”

미소를 지었다.

“기억나세요? 제가 처음 노카아 주식 매수할 때도 루페가 이랬다는 것을요.”

“기억나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유학생이 곧 파산할지도 모르는 노카아 주식을 매수하여 내가 말렸지.”

“그때랑 겹쳐지지 않으세요?”

“지금이 매도할 때라는 거야.”

고개를 끄덕였다.

“매수할 때도 제 판단이 맞았잖아요.”

“그렇지. 나도 진 때문에 노카아 주식을 매수하여 지금 부자가 되었잖아.”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자네가 최소 몇 년은 가지고 있으라고 했잖아.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가지고 있었는데 계속 주가가 상승하는 거야. 그래서 가지고 있다 보니 지금까지 왔어. 자네 때문에 난 부자가 되었거든. 그렇지 않아도 자네에게 보답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만나네. 오늘 약속 없지? 없으면 내가 그럴듯하게 저녁 사 줄게. 그거로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아무리 말해도 내 말을 믿지 않았으면 이런 행운은 오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이 선택한 거예요.

“알았어요.”

“가만! 그럼 나도 매도해야겠네.”

“네. 그러세요. 당장 급한 것은 아니고 이번 달 안에만 매도하시면 돼요.”

“알았어. 나 매도 주문하고 올게.”

“네.”

* * *

노카아 요로마 울리라 회장은 매출 현황을 보다가 비서가 들어오자 고개를 돌렸다.

“회장님!”

“응.”

“방금 얀손 증권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 노카아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할 생각이 있냐는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뭐? 갑자기 웬 주식?”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집할 기회라고 합니다. 물량이 30%나 된다고 하면서 원하는 만큼 매수해도 된다고 합니다.”

“뭐라고? 30%라고? 그럴 물량이나 있어?”

“저도 이상했지만 얀손 증권 회사에서 거짓말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현재 자사주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얀손 증권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기회에 자사주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울리라 회장은 이상하여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이 알기에 현재 30%의 노카아 주식을 매집하기에는 불가능하였다. 다만 진이 매도한다면 가능하지만, 진이 매도할 리가 없는데.

“물량 출처가 어디래?”

“그건 말해 주지 않았습니다.”

“얀손 증권에 연락해서 자세히 알아봐.”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가자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진이 아니면 말이 안 되었다. 지금 진은 한국에 있을 텐데. 연락해 보면 알겠지.

다이어리를 뒤져 진의 핸드폰 전화번호를 찾았다.

* * *

객장에서 나와 저녁 먹으러 가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하여 차를 마시며 루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말이야 요즘 주식 투자의 천재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 집에서도 와이프하고 자식들에게 황제 대접을 받아. 내가 뭘 하더라도 잔소리도 일절 하지 않아. 그전에는 얼마나 잔소리를 많이 하는지 그 잔소리 듣기 싫어서 내가 객장에 매일 출근한 거였잖아. 노카아가 1마르카일 때 나처럼 주식을 매수하여 장기간 보유한 투자자들은 거의 없거든. 물론 1마르카일 때 주식을 산 사람도 많겠지만 대부분이 보유 기간이 짧아 나처럼 기록적인 투자 수익을 올리지 못했으니까. 이게 다 자네 말을 들은 덕분이야.”

한동안 침까지 튀기며 말하는 루페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였다. 노카아 주식으로 인해 위상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

하도 말을 많이 해서 목이 타는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 주식 천재는 내가 아니라 자네인데 말이야. 그걸 사람들이 전혀 몰라. 그렇다고 내가 떠벌릴 수도 없어 입을 꼭 닫고 있었지. 자넨 나보다 거액의 노카아 주식을 매수하여 그 수익만 해도 엄청날 텐데 말이야. 안 그런가? 이걸 보면 하늘 위에 우주가 있다는 것을 실감해.”

핸드폰 벨이 울렸다.

“전화 받아 보게.”

“네. 진민재입니다.”

(나 요로마 울리라야. 잘 지내고 있지?)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있어요. 회장님은요?”

(나도 잘 지내고 있었는데 방금 이상한 소식을 들었어. 그게 뭐냐면…….)

증권사에서 큰손 투자자를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노카아에도 연락했나 보네. 노카아는 내일 가려고 했는데 한발 늦었다.

(그 물량의 소유자가 자네인가?)

“네 맞아요. 저예요.”

(자네라고? 자네 지금 어디에 있는데? 핀란드에 있는 거야?)

“네. 오늘 도착했어요. 도착해서 바로 증권사에 갔었거든요.”

(섭섭한데. 왔으면 연락이라도 해 줘야지.)

“내일 가려고 했어요. 바쁘신데 괜히 연락하기도 그래서요. 지난번에 왔을 때도 그랬잖아요.”

(이해해. 근데 주식은 왜 팔려고 하는 거야?)

“내일 가서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일단은 증권사에 제 물량 사겠다고 하지는 마세요.”

(알았어. 내일 이야기하지.)

“네.”

* * *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 일어나려는데 머리가 조금 아팠다.

저녁만 먹으려고 했는데 루페가 술도 마시자고 하여 마셨더니 좀 과음했나 보다. 어제는 이상하게도 술이 잘 들어갔다.

어쩌면 배상도가 옆에 있어서 안심하고 마신 것일 수도 있었다.

얼른 일어나 욕실로 가서 머리에 물줄기를 맞자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앞으로는 적당히 기분 좋을 때까지만 마시자.

아침을 호텔 뷔페에서 해결하고 택시를 타고 배상도와 함께 노카아로 향하였다.

여기도 많이 변했네. 변한다는 것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변화가 없다면 정제되어 있다거나 후퇴하고 있다는 것일 테니까.

요로마 울리라가 두 팔을 벌려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와.”

“안녕하세요?”

“그새 어른이 된 것 같아. 처음 봤을 때는 앳된 소년 같았는데.”

“8년이나 지났는데요.”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나?”

“현실에서는 느끼지 못하는데 지나고 나면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는 것 같아요.”

“그렇지. 나도 벌써 50대에 들어섰으니. 앉아서 이야기하지.”

“네.”

소파에 앉았다.

“핀란드에는 지분 매도하려고 온 거야?”

바로 용건을 물어보네. 요로마 울리라 입장에서 그게 제일 중요하겠지.

“네.”

“이유가 뭔가? 요즘 노카아가 어떤지 자네도 잘 알잖아. 그 어느 때보다 회사가 발전하고 있고 계속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어 지분을 정리할 이유가 전혀 없을 텐데.”

뭐라고 해야 하나? 앞으로 노카아의 발전이 없기에 정리한다고 할 수도 없고.

“사실 제가 한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해요 그래서 자본이 많이 필요해서요. 어쩔 수 없이 노카아 지분을 정리하려는 거예요.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었으니 제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노카아가 성장할 때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회사가 어려울 때 정리하는 것은 그렇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자본이 필요하면 일부만 정리해도 되지 않아?”

“전부 정리해도 부족할 수도 있거든요.”

“무슨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자본이 많이 드는 거야.”

집안 핑계만큼 좋은 것도 없지.

또 이번에 내가 핸드폰 사업을 하려는 것도 이야기하자. 나중에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나에 대한 배신감을 느낄 테니까 미리 사실대로 다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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