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50화 (150/261)

150화

내가 생각에 잠기자 CPU 사업에 관심이 있는 줄 알고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500MHz급 CPU를 개발했기에 지원만 충분하게 된다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큽니다. 사실 우리도 회사 사정만 좋았다면 결코, 포기하지 않았을 겁니다.”

좀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CPU는 힘들 것 같았다.

쟁쟁한 Intel하고 AMD가 있는데. 하청받아 생산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CPU 사업은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 같아요. TFT-LCD 사업은 어떤가요?”

뭔가 있는지 임 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TFT-LCD 사업은 우리 현도 전자의 애증의 사업이기도 합니다. 뭐라도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참 아쉽습니다.”

“CPU 사업이나 TFT-LCD 사업은 매각하기가 쉽지 않겠어요.”

“찾아보면 인수할 기업은 있을 겁니다.”

“국내 기업은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런 모르는 겁니다. TFT-LCD사업에 LU에서도 관심이 있고 CK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아니다. 내가 알기로 현도의 TFT-LCD 생산 설비가 노후화되었고 국내 기업이 눈독 들일 만한 특별한 기술적 매력이 없기에 국내 기업이 인수할 리가 없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FSS 기술이 빛을 보게 된다면 몰라도.

그렇기에 기술력 하나 없는 중국 기업이 그거라도 감지덕지 먹으려고 달라붙은 거지.

“LU 기술이 더 뛰어나 인수할 이유는 없고 CK도 특별히 탐낼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더구나 지금 국내 기업들 어려운 상황을 아시잖아요. 국내는 없고 외국의 기술 없는 기업들이나 탐낼 테고 그것도 헐값에 인수하려고 할 거예요.”

“진 고문님은 TFT-LCD 사업에 관심이 있는 겁니까?”

“제가 현도 전자에서 관심 있는 사업은 3개예요. 통신부문 사업과 하드디스크 사업 마지막으로 TFT-LCD 사업이에요. 가격만 맞는다면 인수할 생각은 있어요. 현도 측에서 너무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좋은 거래가 될 거예요.”

“인수 가격은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건 실사를 통해 결정해야겠죠. 저는 가격을 후려치지도 않을 테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인수할 생각도 없어요. 적정한 가격으로 인수해야 서로 만족하고 뒤탈이 없을 테니까요.”

“저도 그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실사하기가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사업별로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현도 전자 하나로 통합되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죠. 하지만 부문별로 실사하면 될 거예요.”

“사업 부문들이 서로 연관이 되어 있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정확한 가치를 책정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일단 해 보죠.”

“그럼 언제부터 실사하시겠습니까?”

“그건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 주십시오.”

“그리고 이 자료 제가 가져도 되는 거죠?”

“물론입니다. 대외비이니 누출되지 않도록만 조심하시면 됩니다.”

“그럴게요.”

임 사장이 갔다.

3개 부문을 실시하려면 염 대표에게 또 맡겨야 하나? 근데 이건 오션 이름으로 할 게 아니라 내 개인적으로 인수할 건데.

그래, 돈이 들더라도 HQ 컨설턴트에 맡기자. 지난번 디지털 카스트 인수할 때 보니까 잘하던데. 핸드폰을 들었다.

(HQ 컨설턴트 정하나 실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래만이에요. 고문님! 잘 지내셨죠?)

“네. 실장님은요?”

(저야 맨날 똑같죠. 근데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어요?)

“제가 인수할 곳이 생겨서 실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럼 장기호 팀장에게 전화하시면 되는데요.)

“그럴까 하다가 정 실장님하고 통화한 지도 오래돼서 겸사겸사했어요.”

(요즘 오션 잘나가나 봐요. 오션팟 인기도 많고 새로 인수할 여유도 있고요.)

“그러게요.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졌으면 해요.”

(그럴 거예요.)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

실사하게 되면 최소 3개월 정도 걸릴 테니 실사 끝날 때쯤에 노카아 주식을 매도하면 시간상으로 딱 맞을 것 같았다.

5월쯤 노카아 주식 매도할 때 핀란드에 가면 되겠다.

핸드폰이 울려 받았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HQ 컨설턴트 장기호 팀장입니다. 실사할 곳이 있다고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정하나 팀장에게 전화한 지 10분 만에 전화가 왔다. 요즘 일거리가 없나?

“안녕하세요? 네. 있어요.”

(어디 기업입니까?)

“먼저 현도 전자 자회사인 맥스터하고 현도 전자 내부에 있는 통신부문 사업과 TFT-LCD 사업부 3곳이에요.”

(네? 3곳이라고요?)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3곳이니 당연하겠지. 이 정도면 내가 HQ 컨설턴트의 VIP 고객 아닌가?

“네. 3곳이라 힘든가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근데 현도 전자 내에서 두 부문만 실사할 수 있습니까?)

“네. 사업부가 따로 있어서 가능할 거예요.”

(그렇습니까? 그럼 3곳 전부 동시에 실사 진행하는 겁니까?)

“그렇죠. 언제부터 가능할까요? 현도 전자에 실사 일정을 알려 줘야 하거든요.”

(제가 고문님 계시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시죠.)

“굳이 안 와도 되는데요.”

(계약도 해야 하고 한 곳도 아니고 3곳이라 제가 현도 전자 조사를 한 후에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오세요. 언제 오실래요?”

(모레 가겠습니다.)

“그래요.”

* * *

커피숍을 나온 임정균 사장은 바로 장 회장에게 향하였다.

회장님 지시대로 오기는 했지만, 자신이 알아본 오션은 미국 기업에다가 인터넷 기업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무려 세 개 사업을 인수하겠다고 하였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자본이 최소 3,000억 원은 필요할 텐데 그만한 자본이 있나? 있으니까 인수하겠다고 했겠지.

요즘 현도 전자가 어려워 반도체만 남기고 전부 정리하려고 계획 중인데 3개 사업만이라도 일찍 정리할 수 있다면 회사에 큰 도움이 된다.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장 회장이 소파에 앉아 턱을 괴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노크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데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3분 정도 지나자 장 회장이 자신을 보고 놀랐다.

“언제 들어왔어?”

“조금 전에 들어왔습니다.”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하지. 내가 나이가 들어 귀가 잘 안 들리나 봐. 앉아.”

“네.”

소파에 앉았다.

“방금 오션 진민재를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뭐라고 해?”

“진민재가 말하기를 자회사 맥스터하고 통신 부문 사업과 TFT-LCD 사업을 인수하겠다고 합니다.”

맥스터하고 통신 부문 사업은 자신과 이야기를 하여 이해하겠는데 뜬금없이 TFT-LCD 사업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다.

장 회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라고? TFT-LCD 사업도 인수하겠다고 해?”

“네. 그렇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해?”

“그건 말하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거 애물단지 아니었어?”

“그렇습니다. 미래 가치가 있어 포기하기도 아깝고 그렇다고 투자하자니 투자비가 많이 들어 계속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생산 시설도 낡아서 전부 새로 교체해야 할 겁니다.”

“TFT-LCD가 뭔지는 안다고 해?”

“대충은 아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야 누구라도 인수하겠다면 좋은 거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인수는…….”

진민재와 상의했던 것을 그대로 보고하였다.

“그래서 연락 주기로 했습니다.”

“연락 오면 실사하는 데 문제없게 도와줘. 숨기거나 하는 치사한 짓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다 보여 줘.”

“알겠습니다.”

“더 할 말 없으면 가 봐.”

“네.”

* * *

오늘은 심용철 과장이 한번 오라고 하여 오션팟에 갔다.

작년 10월에 가고 거의 4개월 만에 가는 거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심 과장이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더니 벌떡 일어났다. 날 기다렸나?

“어서 오십시오. 고문님!”

“안녕하세요?”

“보여 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 연구실로 가시죠.”

“네.”

“어서 가시지요.”

뭐가 급한지 내 팔을 잡아끌면서 갔다. 뭘 보여 주려고 그러는지 웃음이 나왔다.

“여기 잠시만 앉아 계십시오.”

“네.”

의자에 앉자 연구 테이블에서 뭔가를 가져와 나에게 건넸다.

“제가 임시로 한번 만들어 봤는데 제대로 되었는지 한번 봐주십시오.”

임시로 대충 만든 거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스마트폰 형태를 갖춘 투박한 핸드폰이었다. 내가 스마트폰 OS를 주기는 했지만, 이걸 벌써 만들었다고?

“핸드폰 만든 거예요?”

뒷머리를 긁적였다.

“임시입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외관을 살펴보니 크기는 내가 말한 대로 비슷하였다.

“나중에 제대로 디자인하면 되겠지만 모서리 부분은 라운드로 처리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불이 들어오고 핸드폰 화면에는 통화와 문자 등 여러 개의 앱이 떠 있었다.

이건 스마트폰 OS를 설치하면 기본적으로 뜨는 기본적인 앱들이었다.

실제 하드웨어가 지원해야 작동하는 것도 있지만 소프트웨어만으로도 작동하는 앱도 있으니까.

“화면은 터치 디스플레이로 만든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키패드 숫자가 나왔고 밑에는 키패드, 최근 기록, 연락처가 있었다. 내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가지 않았다.

“통화는 아직 안 됩니다.”

“그렇군요.”

OS를 개발하고 실제 테스트를 못 해 봤는데, 그 외 소프트웨어로만 작동하는 앱을 일일이 누르며 확인해 보았다.

몇 개만 눌러 봤지만,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었다. 이거 가지고 가서 테스트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심 과장님! 이거 하나만 만든 건가요?”

“아닙니다. 여러 개 만들어서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하나 가져가도 되나요?”

“아직 제대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제대로 만들면 그때 드리겠습니다.”

하긴 어느 정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테스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알았어요. 현재 이 기기에 사용한 사양이 어떻게 되나요?”

“먼저 프로세서는…….”

한동안 사양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결론적으로 프로세서와 D램 메모리와 내장 메모리, 내장 배터리가 전부였다.

예상 출시연도인 2002년도 출시할 때는 Wi-Fi랑 블루투스와 카메라의 기능이 있어야 한다.

비디오는 다음 버전 출시할 때 추가할 생각이었다.

“카메라는 추가하지 않았네요?”

“네. 그렇습니다. 현재 사양 그대로 테스트를 진행한 후에 추가할 겁니다.”

“여기에 추가할 게 카메라를 포함해 Wi-Fi랑 블루투스예요. 비디오는 첫 출시에는 빼고 두 번째 출시할 때 포함할 거예요.”

“Wi-Fi는 알겠는데 블루투스는 뭡니까?”

“근거리 무선 통신의 일종으로 작년에 에릭슨이라는 회사에서 정식으로 발표했어요. 아마도 올해 말이나 내년에 블루투스 정식 버전이 출시될 거예요.”

“그런 것이 있었습니까? 제가 알아보고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록 원시 형태의 스마트폰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처음으로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 현도 전자의 통신부문을 인수하면 그곳에 실력 있는 연구원들도 있을 테니까 믿을 수 있는 연구원 몇 명을 뽑아 팀을 만들어 모종의 장소에서 심 과장과 함께 스마트 폰 개발을 비밀리에 진행하게 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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