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49화 (149/261)

149화

멋쩍게 웃었다.

“회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현도 전자 자회사인 맥스터도 함께 인수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외 현도 전자의 다른 사업 부문도 인수할 것이 있으면 인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수한다고 하면 난 얼마든지 매각할 수는 있는데 그만한 자금은 있어?”

지금은 없지만 5월이나 6월에 노카아 주식을 매각하면 충분하고도 넘친다.

“그럼요.”

“정말 있다고?”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당연히 못 믿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히든카드가 있다는 걸 모를 테니까.

“네. 능력도 안 되면서 인수하겠다고 하겠습니까?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그 이상의 자본이 있습니다.”

“그렇다니 믿어야지. 그래서 뭘 인수할 건데?”

내가 현도 전자에서 원하는 부문이 또 하나 있는데 그건 LCD 사업이었다.

“일단 통신 부문과 맥스터는 인수하겠습니다. 그 외는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검토한 후에 결정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내가 현도 전자에 말해 놓을 테니 서로 이야기해 봐.”

“네. 그리고 회장님! 가격은 합리적인 가격이었으면 합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다행이네요.”

“더 할 말 없어?”

“네.”

“금강산에는 언제 갈 거야?”

또 시작이었다. 한때는 아빠 연구 자료 이야기만 하더니만 이제는 금강산 관광으로 바뀌었다.

내가 거기 가면 뭐가 있나? 왜 날 데리고 가지 못해 안달일까?

“시간 되면 가야죠. 일단 인수가 다 끝나야겠죠.”

“아직 멀었잖아?”

“빨리 끝내면 됩니다.”

“알았어. 가 봐.”

“네.”

인사하고 나왔다.

진민재가 나가자 장 회장은 인터폰을 눌렀다.

(네. 회장님!)

“현도 전자 사장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놈이 98년도에 핸드폰 사업을 하겠다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그때 현도 전자의 통신 부문을 인수하고 싶다고 했고 몇 년 후에 핸드폰 사업을 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아직 2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시작하려고 하나?

꽤 자신에 차 있었고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뭘까?

생각에 잠겨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현도 전자 임정균 사장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그래. 앉아.”

“네.”

임 사장이 소파에 조심스레 앉았다.

“요즘 현도 전자 핸드폰 시장 점유율은 얼마야?”

“8% 정도 됩니다.”

“그것밖에 안 돼?”

“죄송합니다. 워낙 사성과 LU 핸드폰이 강세라 점유율을 더 높이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거기다 외국 기업과 중견기업들까지 있어 경쟁이 치열합니다.”

“핸드폰 사업을 계속 끌고 가는 게 좋겠어? 정리하는 게 좋겠어?”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로는 가망이 없습니다.”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거야?”

“냉정하게 판단하면 없다고 봅니다.”

“매각하는 게 좋다는 말이네?”

“지금 현도 전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도체만을 남기고 전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얼마 전에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습니까?”

“너무 아까워.”

“반도체라도 살리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핸드폰 사업과 하드 디스크 사업을 인수하겠다는 놈이 있어. 매각하는 게 좋겠지?”

“인수 기업이 있다면 빨리 매각하는 게 좋습니다.”

“알았어. 다른 사업도 인수할 마음이 있는 것 같아. 현도 전자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 정리해서 자네가 한번 만나 봐.”

“알겠습니다. 근데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어디입니까?”

“오션의 진민재야.”

* * *

현도에서 나와 바로 커피숍으로 갔다.

“일찍 오셨네요.”

“그래. 너 그만 들어가. 어머니 생신인데 일찍 들어가야지.”

“7시에 나가서 저녁 먹기로 해서 조금 더 있다가 가도 됩니다.”

“그러든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보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에릭입니다.)

“안녕하세요?”

(방금 받은 소식인데 미나 양 앨범 판매량이 200만 장이 넘었다고 합니다.)

“네? 정말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 미나 양이 서서히 활동을 시작하였기에 현재 추세라면 올해 한 해 동안 1,000만 장도 넘을 것 같다고 합니다.)

대박이었다.

작년 1999년 미국에서 최고로 많이 팔린 앨범 판매량이 1,100만 장이었는데 미나가 1,000만 장을 예상하니 믿기가 힘들었다.

물론 미국에서 인기 있던 노래였기에 내심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미나는 인지도가 없는 신인이고 동양 소녀였기에 올해는 어느 정도 인기 얻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했었다.

“물량이 부족하겠네요?”

(추가로 앨범을 받기는 했는데 부족할 것 같습니다. 다시 주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문은 제가 할게요. 근데 어떤 게 많이 팔리나요?”

(CD가 많이 팔립니다. CD가 190만 장 판매되었고, LP판은 10만 장 판매되었습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CD가 많이 팔리네.

“CD를 많이 주문해야겠네요.”

(그렇습니다. 다른 앨범과는 다르게 곡이 3곡뿐이라 가격이 다른 앨범에 35%인 것도 영향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오션 플랫폼에서도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미나 인기가 점점 올라가나 보네요?”

(네. 그렇습니다. 서서히 인기몰이하고 있습니다. 톱스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 같습니다.)

“알았어요. 에릭이 미나 잘 좀 살펴보시고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번호를 눌렀다.

(오현서입니다.)

“대표님!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주주님!)

“미나 소식 들으셨어요?”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메일은 받았습니다.)

“방금 미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미나 앨범이 200만 장이나 팔렸다고 하네요.”

(네? 그게 정말입니까?)

“네.”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 미나가 해낼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앨범 판매가 급증할 거라고 하네요. 1,000만 장을 예상한다고 하는데 앨범 생산을 더 늘려야 할 것 같아요.”

(1,000만 장이라고요? 세상에! 한국에서는 200만 장만 팔려도 초대박입니다. 근데 1,000만 장이라니? 역시 미국은 사이즈가 다릅니다. 알겠습니다. 앨범 생산을 더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시고 한국에서는 얼마나 팔렸어요?”

(만 장도 안 팔렸습니다.)

“일본은요?”

(제가 듣기로는 3만 장 정도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좀 팔렸네.

“알았어요. 빨리 주문하시고 물량이 부족할지 모르니까 바로 보내고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강성중이 다가왔다.

“사장님! 미나 앨범이 미국에서 200만 장이나 판매되었다는 겁니까?”

“그래.”

“대박입니다. 미나가 진정 애국자입니다. 미국에서 대한 여아의 기상을 널리 알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슨 대한 여아의 기상까지 나와? 조금 있으면 국위 선양도 나오겠네. 그냥 개인의 성공이지.

“앞으로 미나 인기가 더 높아질 거야.”

“그럴 것 같습니다. 갑자기 미나가 보고 싶습니다.”

가만! 이걸 기사로 내도 되나? 무모한 도전의 가능성을 본 거니까 되지 않을까? 아닌가? 200만 장은 좀 약한가?

500만 장 넘으면 그때 알려주는 게 좋겠다.

* * *

오늘도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며 인터넷을 보고 있었다.

“사장님! 손님 찾아왔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50대 초반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아! 오늘 현도 전자에서 사람이 온다고 했었는데 깜빡했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제가 진민재입니다.”

“반갑습니다. 임정균입니다.”

인사를 하고 준 명함을 보니 현도 전자 사장이었다.

난 임원급이 올 줄 알았는데 사장이 직접 온 거야? 그만큼 매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앉으시죠.”

“네.”

자리에 앉은 임정균이 커피숍 내부를 둘러보았다.

“커피숍도 운영하시는 겁니까?”

“취미로 하는 겁니다.”

“아담하고 좋습니다. 매출은 잘 나옵니까?”

“적자입니다. 작업장으로 사용하기에 운영하는 거지,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진작 접었을 겁니다.”

“그렇군요. 초기 자본은 얼마 정도 든 겁니까?”

“왜? 커피숍에 관심이 있나요?”

“제 딸이 커피숍을 하겠다고 졸라대서 물어본 겁니다.”

“소규모 커피숍 대부분은 2년 안에 망해요.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군요.”

강성중이 다가와 커피를 내려놓았다.

“드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커피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커피 맛이 좀 특이합니다.”

“여기 커피숍의 특징이죠. 어디 가서 이런 커피 못 마십니다. 자료 가지고 오셨습니까?”

“네.”

가방에서 자료를 꺼내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네.”

자료를 받았다.

“근데 사장님이 직접 오신 겁니까?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요.”

“장 회장님이 저보고 직접 처리하라고 하셨습니다. 원래 그러지 않는 분이신데 진 고문님을 잘 보셨나 봅니다. 그만큼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다. 잡음 없이 잘 마무리 지었으면 합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그래야죠. 제가 자료 좀 보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자료를 천천히 읽어 보았다. 임 사장은 커피를 마시며 내부를 둘러보았다.

현도 전자 회사 하나에서 뭔 이리도 많은 사업을 벌였냐? 진짜 문어발이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만 35개였다.

모니터 사업도 있고 ADSL, 홈오토 시스템, 컴퓨터도 있고 내기 인수하고자 하는 TFT-LCD 사업도 있고 게임, 심지어 CPU 사업도 있었네.

이게 다 전부 독립한다는 거야? 그렇겠지. 대단하네.

숫자는 많았지만 내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개였다. TFT-LCD 사업과 CPU 사업이었다.

근데 CPU 사업은 망하나?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CPU 사업은 뭔가요? 연구 개발만 하고 있는 건가요?”

“CPU 사업은 1994년도부터 국산 CPU를 개발하려고 사성 전자와 함께 처음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작년 1999년에 사성 전자가 개발 포기를 하고 나가 현재는 현도 전자 혼자서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사용하는 x86 호환 CPU인 500MHz급 CPU를 개발하는 성과도 내었습니다.”

그래도 시작은 좋았네. 끝까지 가지를 못했지만. 사성 전자는 왜 중간에 그만두었지? 계속했으면 어쩌면 CPU 시장의 판도가 달라졌을 텐데.

고민이네. 저 사업을 인수하여 스마트폰에 들어갈 CPU를 개발하면 좋은데 문제는 현재 현도 전자의 기술력이 되냐는 것이다.

괜히 인수했다가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도 500MHz급 CPU를 개발했다는 것을 보면 기술력은 있다는 건데.

“CPU 사업은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글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구 개발은 누구도 장담하기가 힘듭니다. 현재 연구원들이 열심히 개발하고는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죠. 결과는 누구도 모르죠.”

한국에서 CPU 회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개발에 실패했거나 사성 전자처럼 중간에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

다음은 TFT-LCD 사업인데 이게 알짜 사업이었는데 현도 전자에서는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당했다.

결국, 나중에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아갔지만, 그 이득은 중국 회사가 전부 가져간다.

광시야각(FFS) 기술을 장착하고 성장하던 중에 팔려 나간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그 당시 FFS 기술의 중요성을 모르다가 망고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해당 기술을 사용하면서 그 진가가 알려졌다.

그래서 내가 이걸 알고 있는 거다.

광시야각(FFS) 기술은 한마디로 사방팔방 여러 각도에서 보아도 화질이 왜곡 없이 잘 보이게 하는 기술이었다.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되면 처음부터 광시야각(FFS) 기술을 적용할 생각이었다.

현도 전자에서 TFT-LCD 사업을 매각하려고 해도 인수할 곳이 없어서 한동안 표류하다가 기술도 없는 저급 브라운관만을 만드는 중국 기업이 인수하여 국내에 하이다스를 설립하였다.

이후 꾸준히 기술과 기술자를 빼돌려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자 하이다스를 부도 처리하고 철수한다.

이게 중국 기업 먹튀의 시초가 아닐까 싶었다. 그 이후 중국 기업의 쌍용차 기술 먹튀도 있었으니까.

철수한 중국 기업은 그 기술을 바탕으로 LU 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세계 최대 LCD 패널 제조 회사가 되었고 그 이후에 OLED에도 진출하게 된다.

그 후 부도난 하이다스는 대만 기업에 재매각되었고, 대만 기업은 특허만 남기고 생산 공장을 폐쇄한 후에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 특허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공장 폐쇄로 인해 국내에서 대규모 해고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중국, 대만 기업에만 좋은 일 시킨 꼴이 되었다. 그걸 몰랐다면 몰라도 아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건 내가 꼭 인수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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