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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46화 (146/261)

146화

옆에서 지켜보던 에릭이 웃으며 말하였다.

“곤혹스러운 표정 보셨습니까?”

“네. 근데 페이크일 거예요.”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도 오현서 대표에게 듣지 않았다면 에릭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서로 요구 조건을 주고받을 때, 상대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힘들 것 같다는 인상을 주어서 내 요구가 무리한 건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여 조건을 낮추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으니, 상대방 표정은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하였다.

그래서 내 주장만 강하게 요구한 것이었다.

“그게…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사업 협상할 때도 그런 경우가 있나요?”

“저는 그랬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잔머리 쓰는 겁니다. 저는 사업 협상할 때는 상대방의 표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협상을 해야지, 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합니까?”

“그렇네요. 에릭이 보기에 UTA에서 수락할 것 같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수락할 것 같습니다. 만약 거절할 것 같았으면 굳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을 겁니다. 거절하면 되지, 뭐 하러 연기를 하겠습니까? 제가 보니까 데이비드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곧 자기가 힘들게 결재를 받았다고 생색 내면서 연락이 올 겁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오케이 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면 고문님이 더 데이비드를 고맙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네. 세상에 믿을 놈이 하나도 없네.

“이런 꼼수를 쓰는데 UTA랑 계약해야 하나요?”

“그래도 믿을 만한 곳입니다. 계약하는 게 좋습니다.”

“알았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보낸 앨범 받았어요?”

“네. 저번 주에 받아 통관까지 다 끝내고 이번 주에 도매 회사에 넘길 겁니다. 아마도 다음 주 주말부터는 전국에서 판매할 수 있을 겁니다. 자세한 일정은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리고 방송사 면담은 계약하고 소속사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그렇게 하죠.”

“바로 들어가실 겁니까?”

“아뇨. 온 김에 사총사 만나서 잘 진행되는지 확인해 봐야죠. 제 방에 가 있을 테니 불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미나와 함께 내 방으로 자리를 옮겨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이야기 했는지 궁금하지?”

“네. 제가 영어를 못 하니 불편한 점이 많네요. 앞으로 영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그래야지. 아마 영어가 단시간 안에 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답답해하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열심히 해. 1년 정도 지나면 너도 모르게 영어 실력이 많이 는 너를 보게 될 거야.”

“네. 알았어요.”

“무슨 이야기를 했냐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장님께 저는 계속 폐만 끼치네요. 고맙습니다.”

“네가 잘되면 나한테도 좋은 거라고 했잖아. 고마우면 열심히 해.”

“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사총사가 들어왔다.

“미나야! 나 일 좀 해야 하니까 저쪽 책상에 가서 앉아 있어.”

“상도 오빠 있는 곳에 가 있으면 안 되나요?”

“그러든가.”

“네.”

미나가 사무실로 나가자 사총사들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누구야?”

전에 배상도가 있을 때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더니만 여자라고 그러나?

“오션에서 광고하는 노래 들어 봤어?”

“응. 난 그 노래가 너무 좋아서 플랫폼에서 구매해 일하면서 듣잖아.”

“나도.”

“그 노래 부른 주인공이야.”

세르게이가 놀라며 되물었다.

“저 여성분이 미나라고?”

“그래.”

“와우! 나 사인받아도 돼?”

“나도. 난 가수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야.”

“알았어. 일 끝나고.”

“오케이.”

“어디까지 진행했는지 먼저 듣고 이야기하자.”

“우리는…….”

한동안 일 이야기를 하다가 사총사하고 오션 직원들에게 사인해 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사총사에게 사인해 주는데 직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누군지 궁금해하다가 미나라는 것을 알고 너도나도 사인해 달라고 하여 직원들 대부분에게 사인해 주었다.

사인해 주면서 미나는 계속 싱글벙글하였다.

* * *

20세기가 지나가고 21세기 첫해인 2000년 새해가 밝았다.

늘 혼자 맞이하던 새해와는 다르게 2000년 새해는 서영이와 미나, 배상도와 함께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아줌마가 끓여 준 떡국까지 다 같이 먹었다.

혼자라고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든든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미나는 연말에 내가 요구한 조건들로 UTA와 계약하였다.

이제는 내가 도와줄 필요 없이 UTA에서 알아서 할 것이고, 미나 뒤에 오션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함부로 못 할 것이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서영이는 여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글 쓰는 데 전념하면서 유학 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한국에 있어 봤자 좋은 꼴도 못 볼 테니 이곳에 있는 것이 백배 천배 나을 것이다.

2000년 키워드는 1999년 키워드인 전진에서 끊임없이 더 나간다는 의미로 ‘전진 또 전진’으로 결정하였다.

일주일 뒤에 일본으로 가야 하기에 오늘은 서영이하고 미나, 배상도와 함께 서영이가 미국에서 사용할 핸드폰과 필요한 것을 사러 쇼핑몰에 왔다.

먼저 핸드폰 매장부터 갔다.

“서영아! 마음에 드는 핸드폰 골라.”

“응.”

“미나는 소속사에서 곧 준다고 했어.”

“네. 알았어요.”

서영이가 진열된 여러 가지 핸드폰들을 보며 고민하고 있으니까 직원이 다가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요즘 잘나가는 핸드폰이 뭔가요?”

직원이 하나를 가리켰는데 노카아 폰이었다.

“이 핸드폰은 작년 12월에 노카아에서 출시한 3210 모델이며, 요즘 제일 인기 있는 핸드폰입니다. 보시면 다른 핸드폰은 안테나가 외부에 돌출되어 있는데 이건 안테나를 내부로 집어넣어 안테나가 없습니다. 또 내부에 게임이 내장되어 있어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

아! 기억났다.

노카아 핸드폰이 지금까지 조금씩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이 모델인 3210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략 1억 3천만 대의 판매를 올려 세계 핸드폰 시장 점유율을 35%나 차지하게 된다.

이 핸드폰의 인기에 힘입어 노카아 주식이 상반기에 많이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거품이 꺼지는 다른 IT 기업과는 다르게 노카아는 6월까지 상승하다가 거품이 꺼지기에, 5월이나 6월 초에 노카아 주식을 매도할 생각이었다.

생각난 김에 조금 있다가 요로마 울리라에게 전화해 봐야겠다.

“그렇군요.”

서영이는 노카아 핸드폰보다는 사성 전자 폴더폰을 선택하였다.

“오빠! 나 이거로 할래.”

내가 봐도 디자인은 이게 더 좋았다.

“그래.”

점원을 바라보았다.

“이거로 할게요.”

“네. 이것도 인기 있는 핸드폰 중의 하나입니다. 개통하게 저쪽으로 가시죠.”

“네.”

핸드폰을 개통하고 서영이와 미나가 쇼핑하는 동안 난 쇼핑몰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한 모금 마시고는 인상을 썼다. 우리 커피숍 커피에 입맛이 들었는지 다른 곳에서는 커피를 못 마시겠다.

차를 마실걸. 커피 컵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들었다.

(요로마 울리라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무척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 오랜만이야. 자주 전화 좀 하지.)

“죄송해요. 저도 바빴거든요.”

(핀란드에는 언제 올 거야?)

“글쎄요? 가긴 가야 하는데 시간이 안 나네요.”

(자네 바쁜 거 알아.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어. 이번에 출시한 오션팟 유럽에서도 인기가 많더라. 부러워.)

“부럽기는요? 이번에 노카아에서 출시한 3210 모델 인기가 많다면 서요?”

(들었어? 그 정도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출시부터 인기가 많네. 이 인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

“그렇게 될 거예요.”

(당연히 그래야지. 근데 웬일로 전화한 거야?)

고민이었다. 내가 노카아와 요로마 울리라를 몰랐다면 또 핀란드에서 기억이 좋지 않았다면 그냥 쌩까면 되는데 그게 힘들었다.

정이라는 게 이래서 무서운가?

내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세계 여러 핸드폰 회사가 타격을 입겠지만 노카아는 그 타격이 제일 클 거다.

“핸드폰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통신 장비 부문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목소리가 심각하게 변하였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든 거야?)

“주식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다 담지 말라는 말이요. 지금 핸드폰이 잘나간다고 핸드폰에만 주력하다가 어느 순간에 핸드폰 매출이 폭락하면 타격이 클 거예요. 그러니 최악의 상황이 온다는 가정하에 위기를 벗어날 다른 바구니도 준비해야죠.”

(그럴 수도 있겠지만 폭락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은데.)

“그건 누구도 모르는 거죠. IT 주가가 작년에 많이 올랐지만, 올해 1월부터 상승이 주춤하고 또 일부는 하락하고 있잖아요. 그러다가 한순간에 폭락할 거예요. 3년 안에 노카아 핸드폰 매출이 폭락할 거예요. 제가 누구예요? 천재잖아요. 그러니까 제 말 허투루 흘리지 말고 지금부터 준비하세요.”

(진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네. 지금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99% 확실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자네가 괜히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아. 뭔가가 있겠지. 알았어. 핸드폰 부문 연구 인력을 줄이고 통신 부문 연구 인력을 늘리도록 할게.)

“네. 고마워요.”

(고맙기는. 통신 부문도 중요해. 그동안 핸드폰 때문에 그걸 잊고 지냈는데 자네가 다시 일깨워 준 거지.)

“알았어요. 다음에 또 통화해요.”

(그러자고.)

요로마 울리라는 나를 처음 본 날부터 나를 잘 봤는지, 내가 하는 말을 그냥 흘리지 않고 잘 따랐다.

지금부터라도 통신 부문에 연구 개발과 투자를 하면 타격을 덜 받게 되겠지.

* * *

일본에 도착하였다.

일본에 몇 번 왔더니만 이제는 일본이 익숙한 것 같았다.

입국 심사관이 여권에 일본 입국 스탬프가 여러 번 찍혀 있는 것을 보더니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스탬프를 찍어 주어 입국 수속이 쉽게 끝났다.

밖으로 나가자 저 앞에 손병수가 서 있었다. 내가 올 때마다 손병수가 나오네. 그 앞으로 갔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잘 부탁합니다.”

“네. 가시지요.”

“네.”

차를 타고 가는데 도착한 곳이 손 회장이 투자했다는 그 식당이었다.

“다 왔습니다.”

“여기에 손 회장님 계세요?”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얼마 전에 여기를 완전히 인수했습니다. 식당 겸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하시겠다고 합니다. 여기서 묵으실 겁니다.”

올해 완전히 인수한다더니 인수했구나. 어쩐지 오기 전에 민박집 알아봐 달라고 하니까 좋은 곳이 있다더니 여기였구나.

이곳에 묵으면 나야 좋지.

“네.”

차에서 내려서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무슨 공사예요?”

“기존에 운영하던 식당 규모를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손님 방으로 개조하는 겁니다. 공사 중이라 좀 시끄러울 수는 있습니다.”

공사가 다 끝나고 좀 늦게 왔으면 좋았을 텐데. 며칠만 묵을 거니 상관은 없지.

“알았어요.”

손병수가 방을 안내해 주어 안으로 들어갔다. 배상도 방은 내 옆방이었다.

공사를 했는지 방이 깨끗하고 현대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방이 크지는 않았지만 아담하고 화장실도 방 안에 있고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네. 마음에 드네요.”

“사장님이 오신다고 하여 급하게 먼저 이 방하고 옆방 공사부터 한 겁니다.”

“회장님께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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