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45화 (145/261)

145화

다음 날 오전에 미나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소나무 엔터테인먼트에 와서 오현서 대표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제 들었던 이야기를 하였다.

“제가 소나무 엔터테인먼트를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미나가 앞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현지 에이전시가 필요할 거예요. 알아보니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러니 오 대표님도 미나를 위해서 양해를 해 주셨으면 해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하면 미나가 나중에 한국에서 활동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한국에서의 모든 활동은 당연히 소나무 엔터테인먼트가 맡아야죠. 미국 에이전시는 미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의 활동만 맡게 될 거에요. 미나가 미국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을 것이기에 소나무 엔터테인먼트에도 유리한 면이 있어요.”

오현서 대표는 좀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자신의 소속사 가수를 능력이 안 되어 다른 에이전시에 넘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완전히 넘기는 것이 아니라 해외 활동에 한해서였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려면 현지 에이전시와 조인해서 활동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건 일시적이지 계약까지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나가 소속사 연습생 신분이지만, 계약금을 준 것도 아니고 투자한 비용은 보컬 트레이닝 비용과 녹음한 것이 전부라 얼마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계약을 파기하고 완전히 가더라도 위약금으로 받을 수 있는 비용도 얼마 안 되었다.

진민재 주주도 그것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미나가 유명해져 한국에서의 활동을 맡아도 회사로서는 훨씬 이익이었다. 욕심을 부리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미나를 위해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미나의 곡 음반을 제작했으면 해요. 제작하여 얻는 수익은 전부 소나무 엔터테인먼트가 가질 거예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제작한다는 말씀입니까?”

“네. 미나의 현재 곡은 소나무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거니까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야 감사할 뿐입니다.”

“당연한 거죠. 상황이 좀 급해서 빨리 제작해야 할 텐데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곡은 녹음한 것이 있으니 그대로 사용하면 되고, 제가 나중을 위해 표지까지 생각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공장에 발주하면 바로 생산이 가능할 겁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진행해 주세요. 나오는 대로 바로 미국으로 보낼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발매해도 되는 겁니까?”

“당연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미나는 언제 미국에 가는 겁니까?”

“비자가 나오면 바로 갈 거니까 아마도 다음 달 12월 중순쯤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다행히도 마찰 없이 잘 이야기가 되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소나무 엔터테인먼트에도 그게 최선일 테니까.

지금부터 앨범 작업을 하면 미나가 미국에 도착해서 활동하기 시작할 때쯤에는 앨범 판매가 가능할 것 같았다.

* * *

벌써 1999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었다. 뒤를 돌아보면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았다.

커피숍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서 겨울이 왔구나! 실감하고 있었다.

미나가 들어오며 씩씩하게 인사하였다.

“다녀왔습니다.”

미나는 지금 미국 대사관에 가서 O1 비자 인터뷰를 하고 온 거였다.

“인터뷰 잘했어?”

“네. 통역이 있어서 어렵지 않더라고요.”

“다행이네. 비자는 언제 나온대?”

“10일 안에 우편으로 온다고 해요.”

“그럼 비행기표 예약해야겠다.”

강성중이 부러운 눈으로 미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나는 좋겠다. 미국도 가 보고. 사장님 집 무척 좋다고 하던데. 정원과 방에서 바다도 보인대.”

“제가 사진 찍어서 이메일로 보낼게요.”

강성중에게 한마디 하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나야, 손이야.)

“안녕하세요? 회장님!”

(요즘 어때?)

“그냥 그래요. 회장님은요?”

(나야 항상 바쁘지. 자네 알리바비 모르지? 아마 모를 거야. 중국 기업이고 작은 전자 상거래 업체야.)

왜 몰라? 잘 알지. 이맘때쯤에 손 회장이 알리바비에 투자하는 건가? 근데 왜 나한테 묻지?

“알리바비는 왜요?”

(거기 사장이 나한테 투자받고자 내년 1월에 일본에 방문한다고 해. 혹시 자네도 투자할 생각이 있으면 오라고.)

“저한테 투자 기회를 준다고요?”

(그래.)

“왜요?”

(자네 도움을 받았는데 난 해 줄 게 없더라고. 신생 회사이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서. 왜, 생각 없어?)

이렇게 돌아오는 건가? 나야 투자하면 무조건 좋지만, 손 회장이 가져야 할 것을 내가 빼앗는 것 같았다.

“회장님은 투자하지 않으시려고요?”

(일단 사업 계획을 들어 보고 판단해야지. 자네하고 나하고 반반씩 투자하면 좋을 것 같아서 말하는 거야. 어때?)

“갈게요. 저도 관심이 있어요. 앞으로 중국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정확한 날짜 정해지면 연락할게.)

“네.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손 회장이 알리바비에 투자하여 얼마의 이익을 얻었더라? 2.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15년 만에 수백억 달러, 원화로 150조 원의 지분 가치가 있었다.

반반씩 1,000만 달러를 투자하면 75조 원의 지분을 내가 가지게 되네. 대박! 이건 무조건 투자해야지.

손 회장에게 큰 신세를 지네. 뭐로 갚아야 하나?

내년 1월이면 미국에 있다가 일본으로 가면 되겠네.

* * *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자 관리인이 마중 나와 집에 왔다.

차에서 내리자 서영이와 미나가 정원 쪽으로 달려가 바다를 바라보았다. 둘이 동갑이라 그새 친해졌다.

“와, 바다다.”

“저기 파도 몰려오는 것 좀 봐. 되게 크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가 봐.”

두 사람 옆에 섰다.

“좋아?”

“네. 너무 좋아요. 이런 곳에서 살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미나는 여기에 묵으면서 활동하면 될 거야. 소속사가 LA에 있어서 그리 멀지 않아.”

“그래도 돼요?”

“나중에 소속사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해. LA에도 이런 곳이 많아.”

“알았어요, 사장님!”

“서영이는 어때?”

“오늘 왔지만,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한국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기분이야.”

“여기서 글 쓰면 좋겠지?”

서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오빠! 12월인데 여기는 그다지 춥지가 않네? 오늘만 그런 거야?”

“아니! 이곳은 겨우내 이 정도 기온이야. 대략 10도에서 14도 사이야.”

“정말?”

“응. 그 대신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자주 와. 그게 단점이지.”

“여름에는 더워?”

“아니! 여름에도 시원해.”

“날씨도 좋네.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

“너 있고 싶을 때까지 있어도 돼.”

“알았어.”

“일단 집에 들어가서 짐 정리부터 하고 나오자.”

“알았어.”

집 안으로 들어가자 배상도가 이미 짐을 다 안에 옮겨 놓았다.

서영이와 미나의 방을 2층으로 정하였다. 두 개 다 바다가 보이는 방이었고, 배상도는 뒤쪽 정원이 보이는 방으로 정하였다.

간단히 짐 정리를 하고 서영이 방으로 갔다.

“방 어때?”

“한국의 내 방보다 더 넓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넓어서 너무 좋아. 또 방 안에서 바다도 보여서 더 좋고.”

“집에다가는 전화했어?”

“아직! 나중에 할 거야. 전화 안 해도 신경도 쓰지 않을 거야. 내가 미국에 간다고 해도 신경도 안 쓰더라고. 딸이 외국에 간다고 하는데도 걱정도 안 되나 봐.”

서영이가 상처를 많이 받았나 보네.

“엄마 아빠가 회사 일 때문에 그럴 거야. 잘 도착했다고 전화드리고 딴 데 신경 쓰지 말고 여기서 네가 좋아하는 글만 써.”

“알았어.”

오늘은 오션에서 에이전시 UTA와 약속이 있어 미나와 함께 오션으로 향하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에릭이 UTA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나를 보고 소개해 주었다.

“우리 고문님입니다.”

턱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일어서며 먼저 인사를 하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데이비드 리오타입니다.”

“반갑습니다. 진민재입니다.”

내 옆에 서 있는 미나를 보고 물었다.

“이 숙녀분이 미나입니까?”

“네.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미나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였다.

대충 인사를 나누고 소파에 앉자 데이비드가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체구도 작은데 어디서 그런 파워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까?”

“제가 보기에는 타고난 것 같습니다.”

“하긴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수많은 가수들을 봤지만, 그중에서 몇 안 되는 실력을 가졌습니다. 우리 회사랑 계약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계약은 조건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우리는 미나 양의 실력이 맞게 대우해 줄 겁니다.”

“계약 조건은 어떻게 됩니까?”

데이비드가 서류를 나에게 건넸다.

“우리가 제안하는 조건입니다. 보십시오.”

“네.”

서류를 받아 읽어 보았다.

내가 이쪽 업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몇 가지 빼고는 조건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미국에 오기 전에 소나무 오현서 대표에게 계약할 때 주의할 점들을 강의받고 왔다.

“괜찮네요. 다만 몇 가지는 이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조건입니까?”

“가장 중요한 문제로 배분이 6 대 4인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6 대 4는 신인들에게 주는 일반적인 배분입니다. 우리가 후려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미나가 신인이기는 하지만 이미 검증되었기에 신인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조금 전에 직접 말씀하신 것처럼 웬만한 가수 실력 못지않고 오션에서 곡 판매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7 대 3 어떻습니까?”

“6.5 대 3.5까지는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금 UTA뿐만 아니라 다른 에이전시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무얼 뜻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어디서 왔습니까?”

“여러 곳에서 왔는데 그중의 한 곳이 라이브네이션 에이전시입니다.”

데이비드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라이브네이션 에이전시는 미국 4대 에이전시 중의 하나로 UTA랑 경쟁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만나 보신 겁니까?”

“아직입니다. UTA에서 가장 먼저 연락을 주어 제일 먼저 만난 겁니다. 협상이 결렬되면 만나게 되겠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다음 건은 무엇입니까?”

“계약 기간 5년보다는 3년을 원합니다.”

“계약 기간도 5년은 일반적인 기간입니다.”

“알다시피 미나는 이미 한국의 에이전시하고 계약한 상태라 계속 미국에서만 활동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5년으로 하되 한국에서의 활동 기간 2년을 포함시켜 주십시오.”

“우리가 한국에까지 지원하기가 힘듭니다.”

“그건 계약한 한국의 에이전시가 맡을 것이고, 대신 한국에서의 수익은 한국 회사에서 가져갈 겁니다.”

“결국은 3년이라는 것이 아닙니까?”

고개를 저었다.

“같은 3년이지만 잘 생각해 보시면 3년하고 5년 중 3년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UTA에게 더 유리할 겁니다.”

“다음은 또 무엇입니까?”

“이 서류에는 계약금이 만 달러인데 계약금이 맞는 겁니까?”

“신인에게 주는 표준 계약금입니다.”

물론 생신인에게 만 달러나 주면 적게 주는 것은 아니지만, 미나는 다르니 그것만 받을 수는 없지.

“같은 이야기네요. 미나를 신인으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15만 달러 주십시오.”

“15만 달러는 너무 많습니다. 10만 달러 어떻습니까?”

“사실 미나가 기성 가수는 아니지만, 웬만한 기성 가수보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실 겁니다. 12만 5,000달러로 합시다. 기성 가수치고는 적게 주는 것이 아닙니까?”

못 당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또 있습니까?”

“통역을 붙여 주었으면 합니다.”

“그거야 당연합니다. 그건 영어와 한국어가 가능한 매니저를 붙여 주면 됩니다.”

그 외 자잘한 조건들을 더 이야기하였다.

“지금까지 논의한 것 중 앞서 말한 3가지는 제가 결정하기는 힘듭니다. 저도 회사에 들어가서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겠죠. 그럼 언제 연락을 주시겠습니까? 오래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일주일이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데이비드 리오타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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