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신호음이 여러 번 울렸지만 받지를 않았다.
‘바쁜가?’
끊으려다가 자신의 일이 금방 전화 받을 수 없는 일이라 받지 않더라도 끊지 말고 좀 더 기다리라고 서하연 기자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진짜로 몇 번 더 울리지 받았다.
뛰다가 받았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서하연입니다.)
“진민재예요. 지금 통화할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고문님! 네.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방금 뭐했어요?”
(지금 법원 앞인데 재판이 끝난 피의자 인터뷰하느라 쫓아다녔어요. 방금 호송 버스에 타서 괜찮아요.)
“이런 것도 기사가 될지 모르겠네요.”
(뭔데요? 말씀하세요.)
“서 기자님도 오션팟 모델 아시죠?”
(그럼요. 오션에 팝업 광고에 나온 사진도 봤고 또 고문님 커피숍 알바생이잖아요.)
“맞아요. 그 알바생이 이번에…….”
설명을 하였다.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서 기사가 되려나 모르겠어요.”
(국내가 아니라 미국에서 데뷔하다니 정말 특이하기는 하네요. 근데 왜 그런 결정을 했어요? 국내보다 미국에서 히트하기가 더 어려울 텐데요.)
“제가 좀 일반적이지는 않잖아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번 해 보고 싶었고 그 친구 실력이 뛰어나서 미국에서도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 된다고 도전하지 않는 것보다 가능성이 작아도 도전하는 그 정신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도전이 많을수록 성공하는 경우도 많아지겠죠. 연예 기사일 수도 있겠지만 한 인간의 뜻깊은 도전이 될 수도 있으니 기사로 올릴게요. 먼저 인터넷판으로 기사를 올리고 정식 신문에는 대한 일보가 아니라 대한 스포츠 신문에 나갈 것 같아요.)
“상관은 없어요. 내일 오션에 노래 광고가 나가니까 들어보고 기사를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기사 번번이 고마워요. 기사 잘 써 드릴게요.)
“네. 부탁드려요.”
전화를 끊었다.
기자와 친하게 지내니까 이런 점이 좋았다.
다음 날 커피숍에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며 오션 사이에 접속하였다.
팝업창이 하나 떠올랐다.
미나 사진이 있었고 그 밑에 미나의 데뷔곡 듣기, 구매하기라고 쓰여 있었으며 그 밑에 세 곡의 제목들이 있었다.
그중 맨 위에 있는 If you를 클릭하자 노래가 바로 흘러나왔다.
차례대로 노래를 다 듣고 구매하기를 클릭하자 한국 오션 음악 플랫폼으로 이동하였다.
최상단 배너에 미나 사진이 있고 데뷔 노래를 홍보하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듣기 기능이 있었다.
그 밑 오션 추천곡 상단에 미나 노래 3곡이 나란히 있었다.
플랫폼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노래를 들어볼 테고 마음에 들면 구매를 할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얼마나 판매될까? 팝송이라 한국에서는 많이 팔리지는 않을 거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지.
미국에서 반응이 좋아 많이 팔려야 할 텐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미나가 일본에서 인기가 좀 있으니 일본에서도 광고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핸드폰을 들었다.
(테츠야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진민재예요.”
(안녕하십니까?)
“다름이 아니오라…….”
상황 설명을 하였다.
“그래서 일본 오션에도 광고했으면 해서요.”
(당연히 해야죠. 제가 한국 오션에 연락하여 노래와 사진을 받아 작업하여 바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해요.”
오늘도 연재소설을 보는데 강성중이 외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사장님! 미나 기사 나왔습니다.”
서 기자가 올렸나 보네.
“뭐라고 나왔어?”
“긍정적인 기사입니다. 직접 보십시오.”
“알았어.”
뉴스 카테고리를 눌렀다.
쭉 내려보자 ‘겁 없는 신인의 무모한 미국 도전기’ 기사 제목이 보였다. 이건가 보네. 클릭하였다.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한 신인이 아무나 결정하기 힘든 결정을 내려 주목받고 있다.
오션팟의 모델로 오션팟의 광고송을 불러 실력을 인정받은 미나가 내로라하는 기성들도 하지 못하는 미국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신인 가수가 데뷔를 국내가 아닌 미국을 대상으로 하였고 팝송 세 곡을 오늘 선보였다.
한국 가수 역사상 데뷔를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처음이라 많은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기자는 그런 도전 정신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하여 어리석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지만, 더 넓은 세상에 나가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자 하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가 있었다.
돈키호테처럼 무모한 도전으로 끝날지 영광을 잡을 수 있을지는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모두가 응원해준다면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닐 것이다…….)
기사를 다 읽고 댓글을 보았다.
-미친 거 아니야?
-유명 가수들도 나자빠지는 곳이 미국인데 무모한 도전으로 끝날 것 같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전 정신 하나는 알아줘야지.
-저 소속사 망하는 게 아닌지 몰라.
-패기 하나는 끝내주네.
-노래를 들어봤는데 장난이 아님! 미국에서 충분히 통할 것 같음.
-응원함.
-저러다가 망해야 정신 차리지.
-성적 안 나오면 은근슬쩍 국내에 데뷔할 것 같은데.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조금 더 많았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지. 미국 시장이 쉬운 곳이 아니니까.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나오겠지.
* * *
미나 노래를 런칭하고서 매일 퇴근하기 전에 판매 현황을 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내 예상대로 한국에서의 매출은 저조했고 일본은 그래도 미나가 인기가 있어서인지 한국 매출의 4배 정도 나왔다.
문제는 미국이었다.
런칭 첫날부터 매출이 심상치 않더니만 하루 이틀 지날수록 매출이 계속 증가하더니만 11일째인 오늘 보니 갑자기 어제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어제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갑작스러운 매출 증가라 의아스러웠다.
전화해 봐야겠다. 핸드폰을 드는데 벨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에릭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방금 전화하려고 했던 참이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미나 양 말입니까?)
“네. 어제 매출이 급격히 늘었네요.”
(저도 그것 때문에 전화 드린 겁니다. 며칠 전에 유명 프로듀서가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미나 양의 노래를 극찬했었습니다. 그 인터뷰 내용이 어제 인터넷 기사로 나왔고, 그걸 본 많은 네티즌들이 구매를 한 겁니다. 저도 보고를 받고 놀랐습니다.)
“뭐라고 극찬을 했는데요?”
(Let it go를 예를 들며 가창력이 무척 뛰어난 가수라며 왜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는지 궁금하고 그 정도 실력이면 얼굴을 드러내도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나머지 두 곡도 좋은 곡이며 그 곡을 잘 소화해 냈다고 했습니다.)
미나의 도전기가 한국 언론에는 나왔는데 미국에서는 그걸 모르나 보네. 그러니 얼굴 없는 가수라고 하지.
하긴 미국에서 한국의 언론에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백기사네요.”
(네. 그렇습니다. 현재 미나 양 노래 3곡 다 반응이 좋습니다. 그 기사 영향인지 반응이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국에서 미나 양을 섭외하고 싶다는 연락이 어제 왔습니다. 또 미국 에이전시 UTA에서 미나 양에 관심이 있다며 연락해 왔습니다.)
하루아침 사이에 방송국에서 에이전시에서 연락도 오고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문뜩 떠올랐다.
미나가 현재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지만 미국에서 계속 활동하려면 미국에도 소속사가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외국 스타 중에 그런 식으로 이중으로 계약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UTA 에이전시는 어떤 곳인가요?”
(UTA는 미국 4대 에이전시 중의 하나로 톰 크루즈 등 유명 스타 등을 보유한 대형 에이전시입니다.)
그럼 믿을 만하겠네.
“계약하자는 말이겠죠?”
(일단 만나 보고 계약을 제안할 것 같습니다.)
“방송국은 언제 출연하기를 원하는 거예요?”
(제안만 받았지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일정은 조정할 수 있을 겁니다.)
에이전시도 만나고 방송국에 출연하려면 미나가 미국에 가야 한다는 거네.
“미나가 미국 가려면 취업 비자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방문 비자로 방송국에 출연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알아보니 미나 양은 가수라서 일반적인 취업 비자가 아니라 O1 비자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요? 그럼 먼저 O1 비자 진행해 주세요. 근데 얼마나 걸릴까요?”
(O1 비자는 취업 비자처럼 한도가 있는 비자가 아니라서 까다롭지도 않고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급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15일 만에 나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여기 미국에서 청원서를 받아야 하기에 한 달 정도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알았어요. 바로 진행해 주세요. 그리고 에이전시하고 방송국은 넉넉잡고 40일 정도 후로 약속 잡아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냐 양이 한 달 후에 미국에 오게 될 텐데 그전에 정식 앨범을 제작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곡이 3곡이라 미니 앨범 식으로 제작하면 좋을 겁니다.)
앞으로 반응이 점점 좋아질 테니 이제는 앨범을 발표해도 좋을 것 같았다. 3곡이니까 가격을 그만큼 다운하면 되니까.
“한국에서 하자는 말이죠?”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미국에 와서 하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인기를 끌 때 빨리 제작하여 판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니까.
한국에서 앨범 작업하면 미국에서 하는 것보다 더 빨리 제작할 수 있고 생산단가도 훨씬 낮다.
다만 배로 미국으로 보내야 하지만 10일이면 가기에 그 정도 시차는 괜찮았다.
“알았어요. 그렇게 진행할게요. 에릭은 먼저 비자 진행부터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미나 비자가 나오려면 한 달 정도 걸린다니까 12월 중순이나 말쯤에 미국에 갈 수 있겠네. 미나 혼자 보낼 수 없으니 나도 가야겠네.
잘됐다. 서영이도 방학하고 12월에 미국 가고 싶다고 했으니 같이 가면 될 것 같았다.
공부하고 있는 강성중을 바라보았다. 저놈을 데리고 가야 하나? 아니다. 저놈이 가면 신상철도 가야 하는데.
섭섭하게 생각하더라도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일하러 가는 거니까 이해해 주겠지. 대신 금강산 관광 갈 때 데리고 가야겠다.
세상에 알바생을 일본하고 금강산에 데리고 가는 나 같은 사장이 어디 있어? 나 같은 사장을 만난 행운아인 저놈이 진짜로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지.
“미나야! 이리 와 볼래.”
“네.”
미나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네가 한턱내야겠다.”
“제가요? 왜요?”
“방금 미국에서 연락 왔는데…….”
통화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 정도면 내야 하는 게 맞지?”
내 말이 믿기지 않는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지금 저 놀리려고 농담하는 거 아니죠?”
“내가 왜 농담을 해? 내가 언제 농담하는 거 봤어?”
“꺄아아아~”
갑자기 미나가 큰소리를 질렀다. 가수라 그런지 목소리가 높아 귀가 아플 정도였다.
공부하던 강성중도 게임 개발하던 신상철도 신문 보고 있던 배상도도 놀라 미나를 바라보았다.
“미나야 무슨 일이야?”
“그게…….”
미나가 감격에 겨워하며 나한테 들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너무 믿기지 않고 좋아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와! 이제 미나 진짜 스타가 되려나 보네.”
“축하해.”
“축하한다.”
“오늘 진짜로 미나가 한턱내야겠다.”
“다들 고마워요. 오늘 제가 떡볶이 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