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43화 (143/261)

143화

안 봐도 직은 집 상황이 어떨지 눈에 선했다.

원래 바깥일이 잘돼야 가정도 화목한 법인데 진성 그룹이 계속 어려우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집에서 서로 네 탓이라며 계속 싸우고 있겠지.

또 석구 형의 비자금도 걸렸고 거기다 그룹 사정을 알게 된 희영 누나와 동민이도 그룹이 망하기 전에 자기 몫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싸우는 거겠지.

한마디로 아수라장일 텐데 마음 여린 서영이가 견디기는 힘들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서영이가 계속 그 집에 있으면 가족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고 상처받을 텐데.

“네가 마음고생이 심하겠네.”

“글도 잘 안 써져.”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 가서 글만 쓰고 싶다니까 들어줄까?

“너 미국에 가 있을래?”

“뭐? 미국에? 난 미국에 가 본 적도 없고 아는 사람도 한 명도 없는데. 영어도 잘 못 하는데 내가 어떻게 미국에 가?”

“내가 이번에 샌프란시스코 정확히는 실리콘 밸리에 집을 하나 샀는데 되게 좋아. 해변 언덕에 있는 집이어서 정원이나 방 안에서 바닷가도 보여. 또 집 관리하시는 분이 한국분이라 영어를 못해도 집에서 지내는 데 불편하지 않고 밥도 다 해 줘. 조용히 글쓰기에는 그런 곳도 없을 거야. 또 일이 있으면 오빠 회사가 그곳에 있어서 다 도와줄 거야.”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오빠한테 폐 끼치는 거 아니야?”

“절대 아니지. 지금 집도 비어 있는데 네가 가 있으면 더 좋지.”

망설이는 것 같아 내가 밀어붙였다.

“뭘 고민해. 그냥 가. 일단 방문 비자가 3개월이라 3개월 동안 지내보고 괜찮다 싶으면 유학 비자로 바꿔서 학교 다녀. 학비는 내가 대줄게. 내가 다니던 스탠퍼드 대학 가도 되고 UC 버클리 대학 가도 되고.”

“오빠한테 미안하잖아.”

미안하기는? 내가 작은 집에 있을 때 서영이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어.

너마저 없었다면 난 무척 힘들었을 거야. 그 보답하는 거야. 이제는 나에게 의지해. 내가 든든한 오빠가 되어 줄 테니까.

“내가 남이야? 너도 알잖아. 나 그럴 능력 있다는 거. 그러니까 한번 가 봐. 지금 학교 다니지 않아도 되고 곧 있으면 방학이고 졸업이니 문제없잖아. 내 말대로 해. 당장 미국 비자부터 신청하고.”

“알았어. 여행가는 셈치고 한번 가 볼게. 대신 졸업 준비도 해야 하니 겨울 방학하면 갈게.”

“잘 생각했어.”

“오늘 오빠한테 오기를 잘했네.”

“진작 오면 더 좋았을 텐데.”

차 타는 곳까지 서영이를 데려다주고 들어오자 강성중이 히죽거리며 다가왔다.

“저 여성분이 사장님이 몰래 통화하던 여성분 맞으시죠? 지금까지 사장님이 배웅하는 것은 처음 봅니다. 꽤 미인이십니다.”

“아니거든. 내 사촌 동생이거든.”

“네? 사촌 동생이라고요?”

“그래. 헛다리 짚었어.”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하는 강성중이었다.

“앞으로 형님으로 보시겠습니다.”

“싫거든. 꿈에서 빨리 깨는 게 좋을 거야.”

내 자리로 가자 강성중이 쫓아왔다.

“형님!”

앉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나야.)

현도 장 회장이었다. 한동안 연락 없다가 또 왜?

“안녕하세요? 회장님!”

(요즘 바빠?)

안 바빠도 바쁘다고 해야지.

“바쁘죠.”

(뭐가 맨날 바빠?)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한가하게 쉬고 싶네요.”

(다음 달에 금강산에 갈 건데 같이 갈래?)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이 8월 27일 금요일부터 시작되었고 많은 관광객들이 많이 가고 있었다.

군부대로 가는 길에 장애물을 이중으로 설치하여 이전 생처럼 비극적인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같이 가자고 했는데 핑계를 대고 안 갔더니 또 가자고 하는 거다. 근데 내가 금강산에 가서 뭐 할 게 있다고 날 자꾸 데려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죄송해요. 다음에 기회 되면 갈게요.”

(죄송할 일을 하지 않으면 되지.)

“금강산 관광 인기가 좋다면서요?”

(당연하지. 그러니 내가 공들인 거지. 다들 좋아해. 자네도 가면 좋아할 거야.)

나 혼자 가는 것보다 나중에 커피숍 식구들 전부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갈게요.”

(한번 와.)

“네. 그럴게요.”

전화를 끊었다.

장 회장이나 그 아들 장서필이나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전화하여 날 가만두지 않은 거야?

* * *

요즘은 할 일이 없다 보니 주로 오션에 들어가 연재하는 소설을 보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창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오현서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다름이 아니오라 미나 녹음한 거 나왔습니다.)

지난주에 미나 녹음했는데 최종본이 나온 거였다. 미나 소속사에서 알아서 다 하기에 난 녹음할 때 가지 않았다.

“잘 나왔어요?”

(네. 그렇습니다. 방금 주주님 이메일로 MP3 보냈으니 들어보시면 될 겁니다.)

“알았어요. 들어볼게요.”

(주주님! 이제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앨범은 제작하지 않는 겁니까?)

“네. 일단 오션 음악 플랫폼에 올리고 반응을 지켜볼 거예요. 그리고 난 후에 반응 보고 앨범 제작할지 말지를 결정해야죠.”

(만약 앨범을 제작하면 미국에서 하는 겁니까?)

“글쎄요? 미국에서 제작할 수도 있고 한국에서 제작해 수출할 수도 있어요.)”

(인기가 있을 것 같습니까?)

“오션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할 거니까 10일 정도 지나면 대략 알 수 있을 거예요. 미나 실력이 있으니까 분명 인기가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나 실명으로 게재할 겁니까?)

“예명 생각한 거 있어요?”

(없습니다. 서양권이라 서양 이름으로 해야 하나 해서 물어본 겁니다.)

“미나는 발음이 쉬워서 상관없어요. 미나도 실명으로 하는 것을 원하더라고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이메일을 열어 미나 노래를 다운받았다.

“배 대리님! 상철아! 성중아! 미나 노래 나왔대. 지금 틀 거야.”

“정말입니까?”

“그래.”

“빨리 틀어 주십시오.”

“알았으니 커피숍 음악 끄고.”

“네.”

강성중이 음악을 끄고 다들 귀를 기울이자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첫 번째 노래인 If you를 클릭하여 실행하였다.

내가 주로 발라드풍의 노래를 좋아해서 선택한 두 곡도 조용한 팝송이었다.

잔잔한 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감고 노래를 감상하였다.

여운을 남기고 노래가 끝이 났다.

강성중이 갑자기 소리쳤다.

“와! 진짜 짱입니다. 영어를 몰라서 가사 뜻은 모르겠지만 듣다 보니 뭔가 전율이 생기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미나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을 알았지만 진짜 잘 부릅니다.”

“상철이는 어때?”

“나도 듣기에 좋았어. 미나 노래 진짜 잘 부르네.”

“배 대리님은요?”

“저는 외국 가수가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듣기에도 발음이 정확하여 외국 가수가 부르는 것으로 들렸다. 미나 진짜 연습 많이 했네.

내가 보기에 원곡 가수보다 더 잘 부르는 것 같았고 노래에 감정도 잘 스며들어 미국에서 충분히 히트할 것 같았다.

원래 미국에서 인기 있던 노래이고 미나가 더 잘 불렀으니 인기 없을 리가 없겠지.

“사장님! 다음 노래도 틀어 주세요.”

“알았어.”

다음 곡인 Bridge in rain을 클릭하였고 Let it go까지 다 들었다.

Let it go는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나머지 두 곡은 내가 제목을 바꾸었다.

“와! 대박입니다. 미나 가창력이 미쳤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고음이 많은데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게 대박입니다. 제 팔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배 대리도 신상철도 강성중에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웠다. 성공에 확신이 들었다.

“이 정도면 성공할 거야.”

“그럼 미나 미국에서 톱스타가 되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지.”

“와! 미리 미나 사인 많이 받아 놓아야겠습니다.”

“사진도 찍어.”

“그래야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미나하고 친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겁니다. 사장님! 미나 MP3 노래 주십시오. 커피숍에서 미나 노래 계속 틀어 놔야겠습니다.”

“좋은 생각이네.”

커피숍에 강성중이 없었으면 마치 절간 같았을 것 같았다.

배 대리도 신상철도 말이 없어 말을 시키지 않으면 하루 종일 거의 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나마 강성중이 촐싹거려 분위기가 사는 것 같았다.

핸드폰을 들었다.

(염중섭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제가 저번에 말한 노래가 나왔거든요. 제가 이메일로 보낼 테니 코리아 오션 음악 플랫폼 최상단에 위치하도록 해 주세요. 또 오션에도 팝업창을 만들어 클릭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근데 코리아 오션에도 하겠지만 팝송이라 중요한 것은 미국일 겁니다.)

“미국에도 저녁에 연락할 거예요.”

(제가 커피숍 가면 저한테 커피 주던 친구라 잘되었으면 합니다. 홍보 효과가 높아지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해요.”

됐다. 내일부터 미나 노래가 한국서부터 선보이게 된다.

* * *

오후 3시가 다 되어 미나가 커피숍에 들어왔다가 자기 노래가 들리자 놀란 눈을 하였다.

“성중 오빠! 이 노래 뭐예요?”

“뭐긴? 네 노래잖아. 사장님이 오늘 노래 받아서 커피숍에서 계속 틀기로 했거든.”

“창피한데.”

“뭐가 창피해? 노래 좋던데.”

“아니 그래도요.”

강성중이 노트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이거 가지고 가서 시간 날 때마다 여기에다 전부 사인 좀 해 줘라. 너 톱스타 되기 전에 사인 받아 놔야지. 날짜 꼭 쓰고.”

“이걸 전부 다 하라고요?”

“부탁해.”

아까 강성중이 잠깐 나가서 노트를 사 오더니 이러려고 했던 거야? 가끔 보면 하는 짓이 국민학생이었다.

“미나야 한 장만 해 줘. 적을수록 귀한 거니까.”

“네. 그럴게요.”

내 말에 신상철이 모니터 옆에 있던 노트를 슬쩍 치웠다.

강성중이 펄쩍 뛰었다.

“사장님은 왜 초를 치십니까?”

“거기에 전부 사인하려면 미나 팔 아파.”

“그러니까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해 달라는 겁니다.”

강성중의 말을 무시하고 미나를 바라보았다.

“미나야! 내일부터 오션에 네 노래 광고 나갈 거야. 미국은 모레부터 나갈 거고. 알고 있으라고.”

미나의 눈이 글썽거렸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저한테 너무 잘해 주셔서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소나무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 거 알지? 네가 잘되면 나한테도 좋은 거야.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고 부모님에게도 내일부터 광고 나가는 거 말씀드리고. 좋아하실 거야.”

“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일부터 오션에 홍보를 하더라도 부족한 것 같았다.

팝송이라 한국에서 인기가 많지는 않겠지만 팝송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널리 홍보를 하는 만큼 미나의 인기가 한국에서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언론만 한 홍보도 없었다.

수많은 가수들이 앨범을 내고 데뷔하기에 기삿거리가 될 수는 없겠지만 미나는 다른 가수들과는 좀 특별한 상황이었다.

현재 내가 알고 있는 한국 가수 중에서 미국 시장을 노리고 데뷔하는 가수가 한 명도 없었다.

나중에는 한류 열풍을 타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미나는 데뷔를 한국이 아닌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노래 또한 팝송이기에 기삿거리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션팟 모델이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데뷔한다.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하였다.

서하연 기자가 생각났다. 근데 서 기자는 사회부 기자인데 이런 기사도 올리려나? 핸드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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