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그러게요. 저의 판매 목표가 몇 개인지 아세요?”
“글쎄요? 몇 개입니까?”
내가 알기로 아이팟의 총판매량은 4억 5000만 개였다.
난 그것보다 더 뛰어넘을 것이고 이전에 MP3 플레이어 판매 수령까지 합치면 대략 10억 개 가까이 될 것 같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억 개를 판매하는 거예요.”
“네? 10억 개 말입니까? 너무 목표가 높은 거 아닙니까?”
내가 현재 계획하는 것은 3년 안에. 즉, 아무리 늦어도 2002년까지 스마트폰을 출시할 생각이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오션팟의 판매가 줄어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좀 무리일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 출시 이후에도 아이팟이 많이 팔렸기에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높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션팟은 앞으로 오션 음악 유통 플랫폼과 같이 CD 구매 중심이었던 음악 소비 구조를 디지털 음원 구매로 빠르게 재편하게 하는 혁신을 이룰 거예요. CD 플레이어나 워크맨도 이제는 오션팟에 의해 저물어갈 거예요. 그 자리를 오션팟이 차지할 테니 꼭 무리한 목표라고만 할 수는 없어요.”
“저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오션의 주가가 무섭게 상승하는데 IT 열풍도 있지만 오션팟의 매출이 급상승한 영향도 아주 큽니다. 만약 10억 개를 판매한다면 더욱더 주가가 상승할 겁니다.”
오션팟 때문에 IT 버블이 꺼져도 오션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거기에 게임 매출도 상승하고 있으니까.
“당연하죠. 제가 말한 오션 주가 4만 달러가 꿈만은 아닌 것 같죠?”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처음 들었을 때는 불가능한 주가라고 생각했고 고문님이 오션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오션팟의 후속 작품인 핸드폰이 나와 지금 같은 인기를 끈다면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션 하나 만으로 4만 달러는 불가능하죠. 제가 오션팟과 핸드폰을 생각했기에 4만 달러로 목표를 잡은 거예요.”
“고문님이 생각하시는 핸드폰은 언제쯤 출시가 되는 겁니까?”
“늦어도 3년 안에 출시할 거예요. 머지않았어요.”
“개발은 언제 되는 겁니까? 고문님이 하도 자신하시니 어떤 핸드폰인지 무척 궁금해서 보고 싶습니다.”
“개발되면 보여 드릴게요.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션팟 다른 국가에는 언제부터 판매합니까?”
“한국에서 새로 공장을 인수해서 생산 중이니 가을부터는 유럽에도 판매할 수 있을 거예요.”
“고문님! 10억 판매를 예상하고 3년 안에 핸드폰까지 개발해 생산하려면 한국의 있는 공장만으로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다른 공장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겁니다.”
나도 안다. 근데 어디에 세울까? 고민이었다.
“어디에 세우는 것이 좋을까요?”
“요즘 대부분의 기업들이 중국에 많이 공장을 설립합니다. 우리도 중국에 세우는 것은 어떻습니까?”
“중국은 현지 기업과 합작해서 세워야 하잖아요. 전 그게 마음에 안 들어요. 기술만 쏙 빼먹을 수 있어요. 에릭이 태국 쪽으로 한번 알아보세요. 태국도 외환 위기를 겪었기에 지금 투자한다고 하면 대환영일 거예요.”
“알겠습니다.”
래리 페이즈와 세르게이 브릭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나로 인해 그들의 운명이 바뀌었는데 잘 지내야 내 마음도 편할 테니까.
“스탠퍼드 사총사는 잘 지내고 있나요?”
피식 웃었다.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금도 넷이서 어울려 다닙니다.”
“요즘 뭐 하나요?”
“다들 실력이 좋아 이것저것 다 합니다. 오션의 인재들입니다.”
“제가 일 좀 맡겨도 될까요?”
“어떤 일입니까?”
“프로그램 좀 개발해야 할 것 같아서요. 뭐냐면…….”
설명을 하였다.
원래는 나 혼자 코코아 톡, 너튜브, 티톡, 인스타 등을 개발할 생각이었는데 장서필 회장을 만난 이후로 내가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하며 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여유를 가지려고 하였다.
내가 아니어도 그들 실력이라면 충분히 개발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네 명에게 너튜브와 티톡 개발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래서 두 명에 하나씩 맡기려고요.”
내 말을 다 들은 에릭이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티톡은 영상이 10초 정도면 너무 짧아서 뭔가를 제대로 보여 줄 수 있겠습니까? 또 너튜브는 시간 제한이 없어서 많이 보여 줄 수 있지만, 아직 고속 인터넷이 활성화가 안 되어 아직도 전화선을 이용하는 사용자들도 많습니다. 긴 동영상을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나도 티톡이 처음 나왔을 때 같은 생각이었지만 예상외로 인기가 아주 많았다.
“짧지만 짧은 시간 동안 보여 줄 것만 보여 주기에 예상외로 인기가 있을 수도 있어요. 공부할 때도 보면 전체를 다 공부하는 것보다 요약집을 더 유용하게 사용하잖아요. 즉 전체는 너튜브고 티톡은 요약집이죠. 둘 다 필요해요. 남들이 선점하기 전에 우리가 둘 다 선점하려는 거예요. 우리가 두 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거예요. 테스트하는 시간도 몇 개월 정도 걸릴 테고요. 그동안 고속 인터넷이 더욱 활성화될 거고 너튜브와 티톡이 인기가 많아지면 그걸 보기 위해 사람들이 고속 인터넷을 더 사용할 거예요. 또 너튜브는 수익 창조를 할 수 있어 너튜버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근데 또 하나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동영상을 인터넷에 많이 올려야 너튜브타 티톡이 인기가 많을 텐데 비디오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면 올리는 사람들이 한정되어 업로드 수가 많지 않을 겁니다.”
그거야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해결된다. 초창기라 고화질이 아니겠지만 인터넷 환경 때문에 고화질은 무리라서 상관은 없다.
“사람들이 필요하면 비디오카메라를 구매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준비하는 핸드폰에 카메라하고 동영상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라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올리면 되거든요.”
에릭이 놀라며 물었다.
“그 작은 핸드폰에 사진과 동영상 기능을 넣는다고요? 그게 가능합니까?”
“네. 가능해요. 디지털카메라도 나왔고 비디오카메라도 있는데 못할 거는 없죠. 물론 성능은 떨어지겠지만요.”
“두 가지 기능을 추가하면 가격이 비쌀 것 아닙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럼 누가 고가의 핸드폰을 사겠습니까?”
“비싸도 필요하면 다 사요. 또 통신사에서 보조금도 지급하잖아요.”
“고문님은 이 모든 걸 어떻게 생각하신 겁니까? 저도 인터넷으로 다른 사업할 게 있나 한동안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검색 광고도 마찬가지고 핸드폰에다가 사진과 동영상 촬영 기능을 넣을 생각을 하시다니 고문님은 생각하는 자체가 역시나 다릅니다. 고문님 생각대로만 된다면 4만 달러 주가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될 겁니다.”
“그렇죠. 제가 생각하기에 전부 다 인기가 많아 4만 달러 주가는 무리한 목표는 아닐 거예요.”
“고문님이 스탠퍼드 사총사 안 본 지도 오래되었고 내일 회사에 나와 직접 설명해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그럴게요.”
“아마 회사에 오시면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어떻게요?”
“고문님이 떠나기 전보다 사무실도 더 확장했고 직원들도 더 많아졌습니다.”
하긴 회사가 성장했으니까.
다음 날 아침에 배상도와 오션으로 향하였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에릭 말처럼 모르는 직원들도 많았고 옆 사무실까지 터서 사무실이 더 넓어졌다.
처음 여기에 사무실을 얻을 때가 기억났다. 그때는 직원도 없었고 사무실이 썰렁했었는데.
직원이 많아지다 보니 내가 사무실에 들어왔는데도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일만 하고 있었다.
근데 날 늘 반겨주던 수잔이 안 보였다. 그만두었나?
그때 나에게 급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진!”
세르게이 브릭이었다.
“세르게이 오랜만이야.”
“어떻게 온 거야? 언제 왔어?”
“어제. 잘 지냈지?”
“그렇지. 완전히 온 거야?”
“아니, 또 가야 해.”
“한국이 재미있나 봐? 다시 가려는 것을 보니.”
“할 일이 있어서.”
“회사가 많이 바뀌었지?”
“그러네. 모르는 얼굴도 많고.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다들 얼굴이나 보게.”
“알았어. 먼저 들어가 있어. 내가 데리고 들어갈게.”
“그래.”
세르게이 브릭은 여전히 친화적이었다. 아마도 세르게이 브릭이 없었다면 스탠퍼드 사총사는 진작에 깨졌을 것이다.
고문실에 들어왔다.
여기는 여전히 변함이 없네.
“배 대리님! 저 오랫동안 이야기해야 하니까 저쪽 의자에 앉아 계세요.”
“알겠습니다.”
배 대리가 내 책상 의자에 앉자 난 소파에 앉았다.
잠시 후 스탠퍼드 사총사가 들어왔다.
“진! 언제 왔어?”
“한국 가더니 한 번도 연락도 하지 않고 소식 궁금했어.”
스티브와 마크가 반갑게 인사하는데 래리 페이즈는 무뚝뚝하게 한마디 하였다.
“오랜만이야.”
저렇게 사교성이 없어서. 그러고 보니 신상철과 좀 비슷한 면이 있네. 신상철이 좀 더 심하기는 하지.
내가 고문이고 직원이지만 우리끼리 있을 때는 편하게 지내기로 하였다.
“다들 오랜만이야. 앉아.”
“한국에서는 어떻게 지낸 거야?”
“잘 지냈지.”
“오션팟도 진의 작품이라며? 그래서 한국에 간 거고.”
“맞아.”
“학교 다닐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진은 대단해. 한국 가서도 오션팟을 만들고. 난 진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먼 것 같아.”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잘 지내고 있어서 좋네. 근데 변화가 없어서 좀 심심하기는 하지?”
“그런 면도 있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있으니까 회사 다닐 맛도 있고 좋아.”
래리가 내 말에 무엇을 느꼈는지 물었다. 그런 쪽에는 촉이 있네.
“재미있는 일이 있는 거야?”
“맞아.”
“뭔데?”
“너희들이 개발할 프로그램이 있어. 뭐냐면…….”
한동안 설명을 하였다.
세르게이가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요즘 디지털카메라로 인해 필름 사진이 곧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 거라는 말이 많은데 세상이 점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는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동영상도 점점 디지털로 바뀌겠지. 미리 준비하자는 거네.”
“나도 같은 생각이야. 개발하는 시간도 있으니까 미리 개발해 놓으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지.”
“맞아. IT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니 디지털 동영상 시대도 곧 올 거야. 역시 진은 시대를 앞서 나가는구나. 이러니 나중에 뒷북치는 우리들은 쫓아가지 못하는 거지.”
래리도 한마디 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두 개 다 개발만 하면 인기가 많을 것 같아. 지금까지 자기가 촬영한 영상을 올리는 곳이 없었잖아. 자기가 촬영하고 자기가 편집하여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면 나라도 당장 올릴 거야. 이제는 영화감독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거잖아.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
다들 젊어서 그런가? 에릭의 반응과는 정반대였다.
“맞아. 너튜브 같은 것은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아. 자기가 단편 영화를 촬영해서 올릴 수도 있고 어떤 강의나 지식 등도 알려 줄 수 있고 자기가 부른 노래나 악기 연주도 여러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어. 조회 수가 많아지면 광고가 붙고 광고를 보면 그에 따른 수익도 창출되어 전문적인 직업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어.”
“난 할래.”
“나도.”
모두가 프로그램 개발을 하겠다고 하였다.
당연히 해야지. 진작에 이들에게 넘길걸. 굳이 내가 다 할 필요가 없었는데. 나도 이제 좀 편하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