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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32화 (132/261)

132화

역시 소프트 뱅코가 일본 대기업이라 회사 건물도 사무실도 컸고 직원들도 많았다.

직원 안내를 받아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지 손 회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와.”

“안녕하세요?”

“여긴 처음이지?”

“네.”

“앉아.”

소파에 앉아 사무실을 구경하였다.

“사무실이 예상과 달리 조촐하네요.”

“아방궁일 줄 알았어?”

“회사 건물도 크고 사무실도 커서 회장실도 잘 꾸며 놓았을 줄 알았죠.”

“내가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난 실용적인 것이 좋아.”

“나쁘지는 않네요.”

비서가 들어와 차를 내려놓고 나갔다.

“마셔.”

“네.”

차를 보니 익숙한 차였다.

“귤차네요?”

“맞아. 이상하게 가끔 귤차가 당기더라고. 고진욱에게 부탁해서 구매했어.”

“네.”

찻잔을 들어 마셨다.

“내일 떠나지?”

“네.”

“온 김에 더 있으라고 잡고 싶은데 잡아도 갈 거지?”

“여기서 할 게 없잖아요.”

“한국 가면 할 거는 있어? 커피숍에서 프로그램 개발만 하잖아? 여기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여기는 말이 안 통하잖아요. 제가 움직이는 데 불편해요.”

“하긴 언어 문제가 있었네.”

손 회장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자네가 한 말을 듣고 내가 좀 알아봤는데 이동통신을 지금 설립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아. 정부의 사업자 승인받는 것도 힘들고. 방법은 기존 이동통신 회사를 인수하는 건데 그것도 쉽지 않아. 인수할 만한 곳이 영국 회사인 보다폰 저팬밖에 없어. 근데 또 문제는 보다폰을 인수하려면 자본이 많이들 것 같아. 그 자본 마련하는 것도 일이라 고민이 많아.”

원래 보다폰은 저팬 텔레콤이었는데 영국 통신 기업인 보다폰이 인수하면서 상호를 보다폰으로 변경하였다.

이전 생에서 손 회장이 보다폰을 인수할 때 11개의 은행에서 돈을 빌려 1조 7500억 엔(17조 원)을 주고 인수하였다.

이때 다들 손 회장보고 미쳤다고 할 정도였지만 그러든 말든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뭘 고민하세요? 저렴하게 인수할 방법이 있는데요.”

“뭐라고? 그런 방법이 있다고? 어떻게?”

“제가 한 말 벌써 잊었어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뭐? 어떤 말?”

궁금하다며 빨리 말해 달라는 눈빛을 무시하고 찻잔을 들어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지금 내 속 터지는 거 보고 싶지?”

“안 터져요. 1분 늦게 듣는다고 세상이 망하지 않아요.”

차를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제가 그랬잖아요. 올 연말과 내년 초가 IT 버블의 최정점이라고요. 그래서 회장님도 그때 주식을 처분한다고 했잖아요. 정확히는 아니겠지만 그때쯤 소프트 뱅코 주가 총액이 100억 달러 정도 될 거예요. 주식을 전부 매도할 수 없을 테니 70억 또는 80억 달러 정도만 매도하세요. 거품이 꺼지면 폭락하기 시작할 테고 주가 총액이 10%로 줄어들게 돼요. 그때 매도한 만큼 다시 주식을 매수하면 60에서 70억 달러의 차액을 얻을 수 있어요. 그 차액으로 거품이 꺼져 폭락한 보다폰 주식도 대량으로 매수하는 거예요. 그런 후에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저렴하게 보다폰을 인수할 수 있게 되겠죠. 그럼 한 푼도 안 들이고 보다폰을 인수할 수 있고 오히려 시세 차액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게 되는 거예요. 평생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예요. 당연히 이용해야죠.”

내 말을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네. 주가 시세 차액으로 돈도 벌고 보다폰도 인수하고 일거양득이네. 근데 자네 말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IT 버블 거품이 심하게 꺼질까? 나도 지금 IT 버블이 상당하다는 것은 인정해. 내가 봐도 IT 종목들의 주가가 무섭게 상승하고 있으니까. 조정이 올 수는 있겠지만 90%까지 폭락할지는 좀 회의적이기는 해. 내가 예상하는 것은 40에서 50% 정도 하락할 것 같아.”

손 회장은 내가 하는 말을 100% 믿는 것은 아니고 폭락하기는 하겠지만 40~50% 정도 폭락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당연히 모든 종목이 일률적으로 90% 폭락하는 것은 아니겠죠. 급하게 많이 상승한 종목이 더 폭락할 테고 덜 상승한 종목은 덜 폭락할 거예요. 일본은 이미 90년대 초에 거품이 한번 꺼진 것을 경험했잖아요.”

“알았어. 90% 폭락하든 50% 폭락하든 결국은 버블이 터지면서 폭락할 거라는 것은 나도 인정하니까. 알았어. 그렇게 할게. 30%만 폭락해도 그 차액이 얼마인데 당연히 해야지. 자네 말처럼 된다면 내가 큰 신세를 지게 되는 건데. 어떻게 갚아야 할까?”

“그건 지금 할 말은 아닌 것 같고 내년에 제 말대로 되는지 확인하고 하셔야죠.”

“그러지. 만약 자네 말처럼 된다면 내가 크게 보답할게.”

“알았어요.”

* * *

다음 날 아침 출발하여 한국에 도착하였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비로소 한국에 왔다는 편안함과 안도감이 들었다.

일본에서 잘 지내다 왔고 위험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익숙한 곳에 와서 그런가?

아니다. 일본에서 짐을 부칠 때 마트료시카 인형 속에 있는 파베르제 달걀을 들킬까 봐 비행기 타기 전까지 조마조마했었다.

그것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든 것 같았다. 다행히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강성중이 미나를 놀리는지 미나가 짜증을 내고 있고 강성중은 재미있어하고 있었다.

다들 즐거운 얼굴들이었다. 관광도 잘하고 행사도 무사히 마쳤으니 즐겁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미나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사장님! 성중 오빠가 자꾸 놀려요? 혼내주세요.”

“내가 뭘?”

“놀렸잖아요.”

“그게 왜 놀린 거야? 앞으로 미나는 스타가 될 테니까 미리 스타로 대우해 주는 거지.”

“스타가 아닌데 그러니까 놀리는 거죠.”

국민학생처럼 뭐 하는 거야?

“사장님! 커피숍으로 갈 겁니까?”

난 빨리 집에 가서 마트료시카 인형을 부수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파베르제 달걀을 빨리 보고 싶었다.

“아니. 오늘 왔는데 집에 가야지. 웬 커피숍?”

“시간도 1시밖에 안 되었는데 커피숍 가서 문 열죠. 저는 집에 가도 할 일이 없습니다.”

내 마음도 모르고 강성중이 커피숍으로 가자고 하고 있었다. 근데 신상철까지…….

“나도 커피숍으로 갔으면 해.”

“그럼 원하는 사람만 가고 난 집에 갈 거야.”

“사장님이 빠지시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지. 미나는 어떻게 할 거야?”

“저는 집에 갈래요. 엄마한테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빨리 말해 주고 싶어요.”

이게 정상이지. 저 두 놈은 비정상이었다.

“둘이서 가.”

“사장님하고 미나 집이 분당이니 일단 분당으로 가시죠.”

“그래. 분당 가서 점심이나 같이 먹고 헤어지자.”

“네.”

* * *

분당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강성중과 신상철은 커피숍으로 갔고, 미나는 집으로, 배상도는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트렁크에서 마트료시카 인형을 꺼냈다. 두 인형 안에 있는 마지막 인형을 꺼내 한옆에 놓았다.

이걸 어떻게 부셔야 하지? 망치로 치면 파베르제 달걀이 훼손될 수 있는데. 고민이네. 칼로 긁어야 하나?

커터 칼로 긁었지만, 흠집만 나고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큰 칼로 하기에는 내가 다칠 수도 있고.

니퍼로 조금씩 떼어 내면 되겠다.

니퍼가 집에 없어 근처 철물점에 가서 니퍼를 사 와 조금씩 조심스레 벗겨내기 시작하였다.

15분 정도 지나자 인형 속에 꼭꼭 숨겨 있던 파베르제 달걀이 드디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진짜 있었다. 대박!

부지런히 조금씩 벗겨 내었다. 곧이어 파베르제 달걀이 완전한 모습을 내보였다.

와! 이게 파베르제 달걀이라고?

얼핏 보기에도 수많은 보석들이 박혀있어 불빛에 반짝거려 화려하면서 고급스러운 것이 나 비싸요! 하고 있었다.

달걀을 여니 그 안에 커다란 진주 같은 것이 또 있었다. 이래서 비싼 거구나.

이번에는 왕자 인형을 꺼내 분해하기 시작하였다.

테이블에 올려 있는 두 개의 파베르제 달걀을 바라보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었다.

이걸 내가 보관해야 하나? 난 골동품에 관심이 없는데.

굳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이걸 원하는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 좋겠지? 두 개 다 팔아야 하나?

근데 막상 팔려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나만 팔까? 그럼 하나는 어디에다 보관해? 집에 보관했다가는 불안해서 제 명에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아! 박물관에 기탁하는 게 있잖아.

내 소유이기는 하지만 박물관에서 보관하기에 안전하고 박물관은 귀한 것을 전시할 수 있어 나나 박물관이나 서로 윈윈하는 거였다.

그렇게 하자. 그게 제일 좋겠다. 그러면 어디에다 팔아야 하나?

파베르제 달걀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연락해 의향을 물어보고 흥정하면 되는데 누가 원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렇다고 동네방네 소문낼 수도 없고.

가격을 더 받으려면 개인에게 파는 거랑 경매랑 어느 것이 좋을까? 경매가 더 나을 것 같기는 한데.

근데 경매하면 수수료를 얼마나 내야 하지? 물어보면 되지. 시계를 보니 미국은 지금 아침이었다.

오션에 접속하여 소더비를 검색하여 사이트에 들어가 전화번호를 확인하였다. 핸드폰을 들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다가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소더비입니다.)

“안녕하세요? 뭐 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어요.”

(말씀하세요.)

“경매를 신청하면 수수료가 어떻게 되나요?”

(수수료는 경매하는 물품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는 15%를 받지만, 귀하거나 고가의 물건인 경우에는 수수료가 더 낮아집니다.)

“낮아진다는 게 어느 정도선까지 낮아지나요?”

(그건 말씀해 드릴 수는 없고 우리 소더비는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경매가를 높여 고객들에게 만족을 드리며 우리 또한 만족할 만한 수수료를 받게 되는 겁니다.)

머리를 잘 쓰네. 경매가를 높이면 수수료를 낮게 받아도 떨어지는 수수료가 많아지고 경매를 의뢰한 사람도 고가에 낙찰되니 만족하게 되니까.

여기에다 의뢰해야겠다.

“경매 의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뢰 신청서를 작성하여 물품 사진과 함께 접수하시면 우리가 심사해서 연락을 드립니다.)

“제가 지금 한국이라 직접 가지 못하는데 우편으로 보내도 되나요?”

(가능은 합니다. 고객님께서 의뢰하시려는 물품이 어떤 종류인가요? 종류로는 크게 미술품, 고서적, 도자기, 보석, 오래된 물건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글쎄요? 이걸 어디에 포함할지 헷갈리네요. 보석에 가까울 수도 있겠네요.”

(어떤 보석을 말하는 건가요? 일반적인 보석이라면 경매에 올릴 수는 없습니다.)

“혹시 파베르제 달걀을 아세요?”

(네. 압니다.)

“그거예요.”

꽤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정말 파베르제 달걀이라는 말씀이세요?)

“네.”

(장난하시는 거 아니시죠?)

“그럼요. 제가 왜 장난을 해요.”

(근데 소유하고 계시는 것이 파베르제 달걀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시나요?)

뭐라고 대답하지? 할 말이 없네.

“제가 우연히 이걸 구매했는데 아무리 봐도 파베르제의 달걀 같더라고요. 전화 받으시는 분도 직접 보면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어디서 구매하셨는데요?)

“그것까지 대답해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혹시 사진 찍어 이메일로 보내주실 수 있나요? 우리가 사진을 보고 일차적으로 감정한 후에 연락 드릴게요.)

“알았어요. 사이트에 있는 이메일로 보내면 되죠?”

(네. 그렇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말투를 보면 내가 장난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진 보면 믿겠지.

디지털카메라로 파베르제 달걀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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