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오늘은 드디어 오션팟 판촉 행사가 있는 날이라 미나는 아침 일찍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하고 메이크업을 받고 행사장으로 바로 가기로 해서 우리끼리 신주쿠로 향하였다.
손병수의 안내로 어느 건물 앞 공간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이미 간이 테이블과 오션팟 입간판과 실물 크기의 미나 사진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또한, 스피커 등 음향 장비들도 있었으며 한쪽에는 짧은 치마 유니폼을 입은 나레이터 모델 6명이 간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길거리 판촉 행사를 하는데도 준비할 것도 많고 장난이 아니었다.
마침 미나가 도착하더니 길에 세워진 자신의 사진 입간판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있었다.
“와! 이게 나라고? 키도 똑같아.”
“그러게. 옆에 서 있으면 쌍둥이로 보겠다. 옆에 서 봐. 사진 찍어 줄게.”
“알았어.”
미나가 입간판 옆에 서서 사진과 똑같이 포즈를 취하자 강성중이 그걸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였다.
내가 봐도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니 쌍둥이가 서 있는 것 같았다.
손병수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몇 시에 행사 시작하나요?”
“오늘이 토요일이라 직장인들이 한 시쯤 퇴근하기에 12시에 일찍 점심을 먹고 한 시부터 시작할 겁니다.”
주변을 보니 도쿄 최대 번화가인데도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없었다. 아마 한 시 이후에는 퇴근하니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았다.
“여기서 몇 시까지 하나요?”
“5시까지 할 겁니다. 그런 이후에 시부야로 이동할 것이며 이동하는 차 안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을 겁니다. 시부야에 도착하여 바로 행사를 시작하여 9시에 행사를 종료할 겁니다. 오늘하고 내일은 좀 고생하셔야 할 겁니다.”
이곳 신주쿠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지만 내가 가 본 시부야는 신주쿠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한 시가 되자 드디어 오션팟 판촉 행사를 시작하였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나레이터 모델 4명이 앞에 서서 춤을 추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오션팟 홍보를 하였고 두 명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오면 안내하는 역할을 하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이며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하였고, 미나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줄을 서서 미나의 브로마이드에 사인을 받고 있었다.
한 명이 가고 그다음 사람이 앞에 서자 미나가 밝은 미소로 인사하였다.
“곤니찌와.”
이십 대 초반의 여성이 미나를 마치 연예인 보듯 매우 반가워하며 인사를 하였다.
“곤니찌와.”
미나가 자신의 대형 브로마이드에 사인을 하고 주자 여성이 받아들고서는 매우 좋아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미나도 인사하였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여성이 가자 다음 여성이 사람이 앞에 섰다.
근데 줄 서 있는 것을 보니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많았다. 70%는 여자였고 대부분이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 여성들이었다.
미나가 여자라 남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아야 하는 게 아닌가?
옆에 있는 손병수에게 물었다.
“일본 남자들은 이런 거 받는 거 안 좋아하나요? 대부분이 여자들이네요.”
“일본 남자들이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만 미나 양은 여성들에게 더 인기가 있어서 그럽니다.”
“진짜요?”
“네.”
“신기하네요. 보통은 남자는 여자들에게 인기 있고, 여자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잖아요.”
“그렇기는 합니다. 근데 이걸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는데 미나 양이 미소녀이지만 머리도 짧아 이미지가 약간 중성적인 분위기입니다. 보통 여고생들이 그런 동성에게 끌리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맥락으로 보시면 될 겁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였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거였어?
미나 머리가 짧아서 화보 촬영 때 긴 머리의 가발을 준비해서 썼는데 카메라 감독이 몇 번 촬영하더니 오히려 어색하다고 그냥 가자고 해서 짧은 머리로 촬영했었다.
결과적으로 더 잘된 건가?
“그렇군요.”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언론에서는 언제 취재 나오나요?”
“오늘은 시부야로 오기로 했습니다. TV 방송사에서 올 것이고 내일은 두 곳 신문사에서 올 겁니다.”
“미리 이야기된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행사를 진행하는 겁니다. 언론 취재가 없다면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긴 이렇게 판촉 행사해서 얼마나 광고가 되겠어? 언론의 힘이 예상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이번에 미국에서 보고 알았다.
그렇게 4시간 동안 이어진 행사가 끝이 났다.
쉬지도 못하고 계속 사인만 하는데도 미나는 한 번도 인상을 찡그리지 않고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였다.
미나 앞으로 갔다.
“수고했어. 팔목 안 아파?”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재미있어요. 제가 언제 사람들에게 제 사인을 해 주겠어요? 저의 사인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니 팔목이 아파도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총 몇 장을 사인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세다가 중간에 까먹었어요.”
처음 시작하기 전에 옆에 쌓여 있던 브로마이드가 눈으로 보기에도 많이 줄어 있었다. 대형 브로마이드라 제작 비용도 많이 들었겠네.
“하여튼 많이 했어. 또 다른 곳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사인해야 해. 쉴 때 팔목 스트레칭하고.”
“네. 알았어요.”
강성중이 다가왔다.
“미나야 너 대단하다. 일본에서 이 정도 인기라니 데뷔하기도 전에 스타가 된 것 같아.”
“그러게요. 지금 얼떨떨해요. 제가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는지? 지금 현실이 아니고 꿈을 꾸고 있는지 헷갈려요.”
“꿈 아니고 현실이야. 행복한 현실을 마음껏 누려.”
“네. 그럴게요.”
철수 준비를 하던 손병수가 다가왔다.
“시간 관계상 지금 이동해야 합니다. 대화는 차에서 나누십시오.”
“네.”
* * *
이틀 동안의 거리 판촉 행사가 성황리에 끝이 났다.
일본에서 미나의 인기가 많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하였다.
미나가 가수나 배우도 아니고 단지 오션 사이트 팝업창에 사진 하나 올라온 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그러니까 손 회장이 판촉 행사를 기획한 거겠지.
벌써부터 팬들이 생겼으니 미나는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데뷔하는 게 나으려나? 이러면 나중에 일본 스마트폰 모델도 미나로 해야겠다.
이틀 동안 고생을 했고 어제 뒤풀이로 술 한 잔들 해서인지 다들 늦게까지 자고 있었다.
오늘 하루만 더 있고 내일 오전에 귀국하기로 하였다.
나와 배상도만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다들 피곤했나 봅니다.”
“그러게요.”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손병수가 12시쯤에 온다고 했으니 마지막으로 도쿄 관광을 할 거예요. 저는 조금 있다가 저팬 오션에 갈 거고요.”
“알겠습니다. 저도 나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 * *
배상도와 함께 저팬 오션 사무실에 도착하여 고진욱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판촉 행사는 잘 끝난 겁니까?”
“네.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소프트 뱅코 측에서 판촉 행사 동영상을 오늘 아침에 보내왔습니다.”
“동영상을요? 왜요?”
“오션에 올려달라고 합니다. 오션에 올리면 오션팟 광고 효과가 있을 겁니다. 지금 팝업창으로 작업 중이니 오후부터는 올라올 겁니다.”
하긴 광고 효과는 있을 것 같기는 하였다.
“그러네요.”
대답하고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자 고진욱이 준비한 보고서철을 나에게 건넸다.
“이건 고문님이 오신다고 하여 작성한 저팬 오션의 모든 보고서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찻잔을 내려놓고 보고설 철을 받아 보았다.
직원 현황부터 시작하여 작년 매출과 올해 매출, 경영 전반에 대한 보고서였다.
“직원이 총 26명이네요. 부족하지 않아요?”
“현재까지는 일본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은 도쿄, 요코하마가 포함된 간토 지방에서만 집중적으로 광고 영업을 해 왔습니다. 부족한 인원이지만 초창기라 현재까지는 견딜 만했지만, 앞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이에 충원할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요. 작년에 설립해서 모든 게 서툴고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을 거예요.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영업을 해야죠.”
“알겠습니다.”
“현재 직원들 재일 한국인과 일본인 비율이 어느 정도 되나요?”
“반반 정도입니다.”
“그렇군요.”
보고서를 보니 지사 설립 계획도 있었다.
“지사 설립 계획도 있네요.”
“네. 그렇습니다. 이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기에 올해 하반기부터 일본 전국으로 영업을 서서히 확대할 계획입니다. 일본은 행정 구역이 크게 8개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간토 지방 바로 옆에 있는 주부 지방과 오사카가 있는 간사이 지방에 올해 안으로 지사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지방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2001년까지 8개 지방에 지사 설치를 모두 끝낼 겁니다. 올해 두 지방에 지사를 설립하면 매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매출 현황을 보면 초창기 동안 간토 지방에서만 영업했는데도 작년에 흑자를 기록하였고 올해 1분기 또한 흑자 규모가 더욱 커졌다.
일본 인구수 1위, 2위 도시가 도쿄, 요코하마라 매출이 많은 이유도 있었다.
앞으로 지사를 설립하여 일본 전국으로 영업을 확대하면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 같았다.
“오사카도 시장이 크죠.”
“네. 그렇습니다.”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면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겠네요.”
“지사가 다 설치되는 2002년부터는 그렇게 될 겁니다.”
“알았어요. 계획대로 진행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말한 소설, 만화 부문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만화는 제가 예전부터 생각해 온 거라 다음 달 5월부터는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6월이면 가능할 겁니다.”
“그것도 진행하시고 근데 만화는 이미 선발주자가 있는데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선발주자라 해 봤자 1년 정도 앞선 것이고 현재 오션의 점유율이 70%가 넘기에 오션에 대대적으로 광고하면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 선발주자는 현재 유료화를 진행하고 있나요?”
“그건 아닙니다. 1년이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였기에 현재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소설은 몰라도 만화 시장은 앞으로 시장이 꽤 클 것 같았다. 그렇기에 무조건 만화 시장을 잡아야 하며 매출 증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제가 보기에 일본에서 만화 시장은 가능성이 아주 커요. 우리 오션이 무조건 1등이 되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사람들을 끌어들일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저도 같은 생각이지만 글쎄요? 어떤 방법이 좋을지는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은 만화나 소설이나 작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기 작가들을 끌어들이냐 마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할 거예요. 그러니까 인기 작가를 끌어들일 방법을 여러모로 강구해야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작가들이 오션으로 옮길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한동안 사업 이야기를 하였다.
“그 외 더 있을까요?”
“없습니다.”
“그래요, 앞으로도 오션 잘 부탁해요.”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사모님 건강은 좀 어떠세요?”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만 하느라 가정에 소홀하지는 마세요. 가족이 있어야 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고문님도 이제 가정을 꾸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야기가 왜 그렇게 흘러?
“저는 아직 젊잖아요.”
또 소프트 뱅코에 가야 하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