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30화 (130/261)

130화

식당 건물로 걸어가는데 손정우 회장이 손병수와 같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여기서 보니 더 반가워.”

“가려다 참이었는데 오셨네요.”

“정원 구경한다고 해서. 구경은 다 했어?”

“대충 봤어요.”

“왜? 온 김에 더 구경하지.”

“회장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

“괜찮아. 부담가질 필요 없이 천천히 구경해. 오늘 예약 손님 몇 명 빼고는 손님 받지 않을 거라 다른 사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말하지 않았나? 여기 한 달 전에 내가 투자해서 지분 50%를 확보했어. 내년 2000년도에 내가 완전히 인수할 계획이고.”

“여기에 투자하셨다고요?”

“그래. 생각해 보니 자네 말대로 여길 인수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더라. 손님 접대용 별장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내년부터 일본에 오면 여기서 묵어도 될 거야.”

작년에 내가 이곳에서 같이 식사할 때 지나가는 말로 그냥 한 말이었는데 진짜로 실천에 옮겼다고? 대단하네.

“근데 인수면 인수지, 투자는 뭐예요?”

“인수하려니까 여윳돈이 부족하더라고. 요즘 돈 쓸 곳이 너무 많아. 그래서 소프트 뱅코 주식 조금 팔아서 먼저 투자한 거야. 자네 말처럼 올해 말에 나머지 소프트 뱅코 주식 매도한 후에 그 자금으로 인수하려고. 잘 생각해 보니 자네 말이 맞을 것 같더라고. 현명한 판단인지는 내년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현명한 판단일 거예요. 근데 여기에 투자하려고 지금 판 것은 너무 아까운데요.”

“여기 투자할 만큼 아주 조금만 판 거야. 원래는 내년에 인수하려고 했는데 이곳 주인이 지금 매물로 내놓는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투자한 거야. 대신 내년에 내가 나머지 돈을 내고 인수하는 것으로 계약했지. 물론 주식을 더 팔면 지금 인수할 수 있겠지만 지금 소프트 뱅코 주식이 무섭게 상승하고 있어서 지금 팔면 손해라고 판단한 거야.”

대박! 진짜 손 회장 행동력 하나는 끝내주네.

“잘하신 것 같네요.”

“당연하지.”

말을 하고서는 내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저분이 오션팟 모델이시네. 한눈에 알아보겠어.”

“미니야! 인사해. 소프트 뱅코 손정우 회장님이야.”

내 말에 미나가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정미나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제가 한국말을 못해 영어로만 합니다.”

손 회장이 하는 영어를 미나가 알아들었는지 영어로 대답하였다.

“이해해요.”

상을 두 개 놓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손 회장이 한국말을 못해 같이 앉아도 대화가 되지 않아 상 하나는 나와 손 회장, 다른 상은 일행들이 식사하고 있었다.

여기도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음식들이 맛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맛있는지 열심히 먹고 있었다.

손 회장이 수저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자네는 오션팟이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글쎄요? 일단 기존에 없던 MP3 플레이어인 점도 있고 젊은 감성에 맞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션팟은 젊은 세대 니즈를 잘 파악한 제품 같아. 앨범을 사면 그 앨범에 듣고 싶은 노래도 있고 듣고 싶지 않은 노래도 있지만, 우리 때는 그게 당연한 거였기에 상관하지 않고 앨범을 구매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나 때와는 달라. 요즘 세대들은 개인의 권리와 기회를 중요시하다 보니 자기들이 원하는 않는 노래까지 구매한다는 것이 불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오션팟은 원하는 곡만 구매해 들을 수 있기에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합리적인 방향에 딱 들어맞은 거지. 거기다가 감각적인 디자인도 한몫했고. 그런 여러 이유로 인해 아마도 일본에서 오션팟이 젊은 세대의 트렌드가 될 것 같다는 내 예감이야.”

말을 중단하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끌어 갈 필요성이 있다고 봐. 조만간에 젊은 세대의 트렌드가 될 텐데 단기성으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쭉 이어 나갈 뭔가가 더 필요해. 물론 새로운 오션팟을 계속 출시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한 4~6년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해.

장기적으로 본다면 오션팟을 받쳐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거지. 아직 몇 년의 시간이 있으니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을 거야. 이 말을 해 주고 싶어서 오라고 한 거야.”

역시 손 회장은 시류를 읽는데 탁월한 것 같았다. 이러니 투자의 귀재라는 소리를 듣지. 보는 눈이 없다면 하는 투자마다 실패했을 거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아요. 그래서 저도 오션팟 후속으로 준비하는 것이 있어요. 2~3년 정도면 깜짝 놀랄 만한 것을 발표할 거예요.”

“그게 뭔가?”

“지금은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만약 그것도 출시하게 되면 나에게 일본 독점 수입권을 줄 수 있겠나?”

“당연히 드려야죠. 아마도 오션팟보다 훨씬 더 돌풍을 일으킬 거라 소프트 뱅코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고맙네.”

“고맙기는요?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거죠.”

“그렇지. 근데 그게 뭔지 매우 궁금하네. 오션팟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품이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라니 난 짐작조차 가지 않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손 회장도 어느 정도 알고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나중에 내가 스마트폰 독점 수입권을 준다고 해도 이동통신 회사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전 생에서도 손 회장은 아이폰을 수입하기 전에 미리 스티븐 잡스와 이야기가 되어 1년 정도 준비 과정을 거치고 보다폰을 인수하였다.

그 이후에 아이폰을 독점 수입했으니까.

앞으로 손 회장이 겪게 되는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원래는 IT 버블로 손 회장의 재산이 한때 100억 달러가 넘었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10억 달러로 줄어들어 파산까지 걱정할 상황까지 갔지만, 주주들을 설득하여 다시 사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여 많은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하고 몇 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 다시 재기에 성공하였다.

그 이후 보다폰을 인수했는데 이번에는 내 말대로 연말에 고점에서 주식을 매도한다고 하니 그런 어려운 상황까지는 가지 않은 것이다.

그럼 사업 순서를 바꿔야겠지.

내가 3년 안에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보다 먼저 이동통신 사업을 하고 그 이후에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하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회장님! 내년 2000년대부터는 어떤 사업을 하실지 계획한 것이 있나요?”

“있기는 있어. 자네도 잘 알잖아.”

“네? 뭘요?”

“작년에 내가 청와대에 가서 한국 대통령에게 한 말을. 한국 대통령이 나랑 한 약속을 지켜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했어. 하지만 정작 일본은 하지도 못했지. 그걸 내가 일본에서 할 거야. 다음 사업으로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할 예정이야.”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거였구나.

“회장님! 이동통신 사업을 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이동통신?”

내 말에 어떤 저의가 있는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일본에서 핸드폰 사용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연령층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이동통신 사업도 앞으로 꽤 유망하다고 생각해. 앞으로는 해야겠지. 나에게 그냥 하는 말은 아닐 테고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 보게.”

“제가 준비 중인 사업이 이동통신과 관련된 거예요. 제가 회장님께 독점 수입권을 주더라도 이동통신 회사가 없다면 단순 중계 역할밖에 못 해 이윤이 적을 거예요. 하지만 이동통신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면 대박을 맞을 수 있거든요.”

관심이 많은 표정이었다.

“핸드폰을 만들 생각인가?”

뻔히 아는데 더는 숨기기가 힘들 것 같았다.

“네. 오션팟처럼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기존 핸드폰과는 전혀 다른 핸드폰을 만들 거예요. 그 핸드폰을 사용하려면 회장님 회사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감각적인 디자인의 핸드폰, 거기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능까지 추가된다면 오션 핸드폰의 강한 돌풍이 불 거예요. 그럼 답이 나오겠죠.”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오션팟에다가 핸드폰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말인가?”

“그건 기본이죠. 제가 보안 때문에 회장님께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상상 이상일 거예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션팟보다 더 많은 돌풍을 일으킬 거예요.”

“3년 안에 출시한다는 말이지?”

“네. 현재 계획으로는 그래요.”

“3년 안에 출시할 계획이라면 난 2년 안에 이동통신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동통신 회사는 인수하는데 자본이 꽤 많이 들겠어.”

“인수해도 되고 새로 설립해도 되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소프트 뱅코 주식이 고점을 칠 때 팔면 그 시세 차익이 아주 클 거예요.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데 자금이 부족하지는 않을 거예요.”

“근데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잖아. 개발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야?

오해는 말게. 나도 거액을 투자하는 만큼 위험 부담이 있으니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스마트폰 OS만 있으면 단순히 터치용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몇 가지 기능은 기술적인 것이 필요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상점에서 사용하는 터치용 포스기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무슨 말인지 잘 알아요. 실패할 일은 거의 없어요. 99%의 성공률이라고 말하면 되겠죠.”

“자신하는 것을 보니 개발이 꽤 진척되었나 보네. 알았어. 신중히 생각해 볼게.”

손 회장과 한참 동안 사업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들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식사 잘했어?”

“네. 음식 이름은 모르지만,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저는 일본 음식이 스시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잘 먹었어요, 지금 배가 너무 불러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예요. 회장님께 잘 먹었다고 전해주세요.”

신상철도 배상도도 만족하게 먹은 눈치였다.

“알았어. 차 다 마시면 가자.”

“네.”

“회장님! 다들 식사 맛있게 했다고 하네요. 고맙다고 인사 전해 달라고 해요.”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으면 대접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은 거야. 다들 잘 먹었다니 기분이 좋네. 일본에 있는 동안 저녁은 여기 와서 먹어. 내가 말해 놓을 테니까.”

“고맙습니다. 행사 준비는 잘되고 있는 거죠?”

“그럼! 행사는 모레하고 글피 이틀만 할 거야. 아침부터 장소를 옮기면서 해야 해서 이틀간은 고생할 거야. 미리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전해줘.”

“네. 근데 행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 건가요?”

“거리에서 진행하는 거라 특별하게 하는 건 없어. 간이 테이블 놓고 그 옆에 오션팟 광고판을 놓고 전문 행사 모델이 오션팟 선전을 할 거야. 그럼 미나 양은 간이 테이블에 앉아 오는 고객들에게 대형 브로마이드에 사인해 주면 돼. 그렇게 행사를 진행하면 기자들이 와서 취재해 갈 거야. 사실 행사보다는 언론에 내보내려고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지. 그게 더 홍보 효과가 크니까.”

팝업창에 나온 사진 말고 미나가 오션팟을 듣고 있는 다른 사진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해서 광고 사진으로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브로마이드 제작하려고 사진 보내 달라고 한 거예요?”

“그럼 그게 핵심인데. 미나 양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아. 그러니 미나 양 브로마이드 주면서 광고해야지. 비싼 오션팟을 줄 수는 없잖아.”

그렇기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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