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장 회장이 입을 열었다.
“자네 말대로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 처음으로 북한에 투자하여 사업하는 데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프거든.”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야겠죠.”
“알았어. 해변으로 되어 있어 힘들겠지만, 군부대 가는 길을 완전히 막을게.”
“꼭 하세요. 불조심은 불이 나기 전에 조심해야 하는 거예요. 불난 후에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당연하지.”
“그리고 그 해금강 호텔이요. 베트남에서 직접 연락할 정도면 빨리 처분하고 싶다는 의미라 더 가격을 낮추어도 될 것 같아요.”
“나도 연락이 와서 의외였거든. 처음에는 해금강 호텔을 사용하려고 연락했더니 터무니없이 비싸게 불러 고민했었는데. 우리가 다른 숙소를 알아보고 있으니 자기들이 더 아쉬운가 봐. 괘씸해서라도 더 깎을 생각이야.”
“꼭 그렇게 하세요. 싫다면 다른 곳 알아보겠다고 하면 될 거예요.”
“알아서 할게. 그리고 북한하고 서해안 지역에 공장 지대를 건설하기로 합의한 것은 알고 있어?”
개성 공단을 말하는가 보네. 이것도 10년 좀 넘게 하다가 문을 닫을 텐데. 이건 정치적인 문제라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아뇨. 듣지는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 조성될지는 대충 짐작이 가요. 북한 쪽에 공단을 조성하고 그곳에 남쪽 업체가 입주하고 북한 주민들을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거잖아요.”
“맞아. 어떻게 정확히 알아?”
“뻔하잖아요. 근데 이 건은 금강산 관광과는 다르게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투자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갈 텐데 위험부담이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세요?”
“위험부담이 있겠지만 협약을 제대로 맺으면 괜찮지 않을까? 북쪽에서도 관심이 아주 많아서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 줄 것 같아.”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요? 아직은 남북한 간에 신뢰가 없어요. 북한의 문제일 수도 있고 남한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지금은 정부에서 햇볕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햇볕 정책 또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요. 협약을 제대로 맺어도 남북한은 이념과 정치가 우선이라 어느 한순간에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아주 커요. 이렇게 깔린 지뢰가 많은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을까요?”
“자넨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인가?”
“저도 사업을 진행하여 잘되면 좋겠지만 잘 진행될 가능성이 작아요. 저러면 공단 조성보다는 다른 사업을 진행할 거예요.”
“어떤 사업?”
“제가 당장 생각한 사업이 없기에 꼭 어떤 사업이라고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하나에 집중하는 사업이 좋을 거예요. 만약에 남북한 갈등이 최고조로 올라가더라도 협력이 중단될 가능성이 작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을 생각해 봐야겠죠.”
“그런 사업이 있을까?”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요?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아요.”
장 회장은 이 녀석에게 금강산 관광 건도 조언을 받아 도움을 받았고 나이는 어리지만 천재라 생각하는 것이 남들과는 달라 혹시나 해서 말을 꺼냈는데 정확히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자신에게는 천천히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자신이 살아 봤자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까? 그전에 결실을 보고 싶어 성급하게 진행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녀석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고 고민이었다.
“알았다. 신중하게 생각해 볼게. 근데 자네 나이가 몇이지?”
“한국 나이로는 27살이에요.”
27살이면 딱 좋은데. 손녀 중에서 누가 이놈에게 어울릴까? 이런 놈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될 것 같아 장씨 집안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나중에 집으로 저녁 식사 초대할 테니까 거부하지 말고 꼭 와.”
지금까지 여러 번 식사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는데 집으로의 식사 초대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알았어요.”
꽤 만족한 미소를 짓는 장 회장이었다.
“지난번 갑질 사건은 잘 끝난 거야?”
“네. 원만하게 합의를 봤어요. 회장님도 아세요?”
“그럼! 자네가 관련된 일인데 내가 모르겠어? 알고 보니 현도 계열사 광고에 그 회사 소속 모델이 있더라고. 그래서 그 회사에 자네가 나랑 아주 친밀한 사이라고 언질을 줬어. 잘 해결되었다니 다행이야.”
뭐야?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게 장 회장 힘이었어? 어쩐지 급하게 연락이 와서 합의하자고 하여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난 시간 끌면 끌수록 키아이 엔터테인먼트 이미지가 더 나빠질 것이기에 빨리 합의하자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둘 다 이유일 수도 있겠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무조건 도와줄 테니까.”
든든한 구원군을 얻은 기분이었다.
“알겠습니다.”
* * *
커피숍에 출근하자 코리아 오션 염중섭 대표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동안은 전화로 통화하며 일을 처리했는데 오늘은 직접 왔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여기 커피가 그리워서 왔습니다. 어디 가서 이 커피는 못 마십니다.”
“그렇기는 해요. 앉으세요.”
“네.”
성중이가 갖다 준 커피를 마시다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커피 마시러 오시지는 않았을 테고요.”
“네. 그렇습니다. 어제 음반 협회와 드디어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곧 오션팟을 출시하게 되면 MP3 노래를 다운받아 사용해야 하기에 그동안 염 대표가 음반 협회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기존에는 가수가 음반에 여러 곡을 넣어 판매하는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하려는 방식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곡만을 내려받는 형식이기에 전체를 판매하는 음반에 비교해 적은 금액이라 처음에는 음반 협회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잘됐네요. 어떻게 설득했어요?”
“결국은 돈이 문제가 아닙니까? 그 점을 파고 들어갔습니다.
만약 음반 협회에서 끝까지 협조하지 않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설명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인터넷상에서 불법적인 MP3가 많이 돌아다니기에 합법적으로 구매할 공간을 마련하여 사용자들을 합법적인 공간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그러면 불법적인 MP3가 더 활성화되어 음반 회사에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하니 자신들도 현재 상황을 아니 계속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죠. 앞으로 MP3 노래가 더 많아질 테니까요. 잘했네요. 그럼 가격은 얼마로 합의했어요?”
“가격도 결정하는 데 진통을 겪었습니다. 앨범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이라 처음에는 전부 반대를 했지만,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거라 제작하는 물질적인 비용도 절감되고 물류 비용과 유통 마진, 소매 마진이 줄어들게 되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가격을 저렴하게 해야 많은 사용자들이 합법적인 공간에 들어올 수 있고 더 많은 곡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니 나중에는 긍정적으로 돌아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곡당 300원으로 결정하였고 5곡을 내려받으면 1,400원, 10곡을 내려받으면 2,500원으로 최종결정했습니다.”
“수수료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우리가 판매 금액의 30% 가지기로 했습니다.”
30%면 충분하였다. 이로써 또 하나의 수익 창출이 생기게 되었다.
“잘했네요. 오션 소리 사이트는 준비가 다 된 거죠?”
“그렇습니다. 오늘부터 MP3 노래가 업로드될 것이기에 오션팟 출시 전에 모든 준비가 다 끝날 겁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오션 소리 사이트에 등록된 MP3 곡들은 미국과 일본도 같이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 앞으로 국가가 늘어나도 전부 공유가 가능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하고 일본도 MP3 다운을 받도록 음반 협회와 협의가 이미 다 끝난 상태였다.
지금은 이전 생에서 MP3 무료다운 사이트인 소리바다가 아직 없기에 많은 사용자들이 오션 소리 사이트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가 먼저 유료 사이트인 MP3 사이트를 만들었기에 앞으로 무료다운 사이트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만약 생기게 된다면 음반 협회와 같이 저작권 위반으로 소송을 할 것이라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로써 또 하나의 유명 사이트 운명이 나로 인해 바뀌게 되었다.
“다른 국가들도 전부 공유가 되면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만간에 오션팟을 프랑스에도 출시했으면 합니다. 샹송 수요도 꽤 있습니다.”
“알았어요. 물량이 준비되는 대로 프랑스부터 출시하도록 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네이브에서 게임 출시한 것을 보았고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또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투자 건도 진행하면서 느낀 건데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꽤 유망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 염 대표가 감각이 있었다.
“맞아요. 앞으로 꽤 유망할 거예요. 스포츠도 있지만,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이 미디어로 즐길 것을 더 많이 찾게 될 거예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코리아 오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 진행한 노래도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도 꽤 유망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같고 대신 소설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PC 통신만 봐도 작가들이나 지망생들이 소설을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션 사이트에도 누구나 소설을 올리고 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할 생각입니다. 그 이후에 노래처럼 저렴하게 유료로 하면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 간 후 미국에서 계속 살면서 나의 유일한 취미 생활은 한국 사이트에서 인터넷으로 소설을 보는 거였다.
그때 많이 보던 사이트들이 문피아, 네이브, 코코아였는데. 아직은 제대로 된 소설 사이트가 없기에 먼저 선점하면 좋겠다는 생각 같았다.
“좋은 생각이네요. 오션이 종합 포털 사이트를 추구하니 그 성격에 맞게 소설 부문도 있는 것이 당연하겠죠. 어떻게 구성할지는 생각해 보셨어요?”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고문님께 말씀드리고 그 이후에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구체적으로 구상할 겁니다.”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구성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소설을 올릴 수 있게 하는 대신 구분을 두는 것이 좋아요. 습작 형식인 자유 연재, 습작 수준을 벗어난 일반 연재, 한 번이라도 출간한 적이 있는 작가 연재로 나누어야 독자들이 선택해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해서 누구나 소설을 올리고 볼 수 있는 구조로 하면 좋을 거예요.”
놀라는 얼굴이었다.
“고문님은 한번 들으면 아이디어 막 떠오르는 겁니까? 어떻게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바로 생각해 내는 겁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거의 완벽합니다.”
그거야 이전 생에서 많이 보던 사이트를 벤치마킹한 거니까.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 정도는 기본이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예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그 정도로 생각하려면 몇 개월이 걸릴 테고 그것도 직접 운영하면서 나오는 문제점들을 보고 수정해야만 가능합니다. 그럼 유료화는 바로 가능한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