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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20화 (120/261)

120화

진민재 고문이 가고 황정화 사장과 심용철 과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핸드폰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야?”

황 사장 말에 심 과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답하였다.

“그러게 말이야. 뚱딴지같지만 진 고문이 헛소리할 사람은 아니잖아. 뭔가 생각이 있지 않겠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근데 핸드폰이 다 같은 핸드폰이 아닌가? 진 고문이 생각하는 게 노카아처럼 핸드폰에 PDA 기능을 추가하는 걸까?”

“그런 거 같지는 않아. 이미 나온 기능을 가지고 말하지는 않았을 거야. 오션팟처럼 뭔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 있을 거야.”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이래서 천재들은 골치 아파. 짐작조차 할 수 없으니까.”

“난 재미있을 것 같아.”

“진짜 할 거야?”

“한다고 했으니 해야지. 형! 나 오늘부터 바로 핸드폰 연구에 들어갈게.”

“그렇게 해. 나도 뭐가 나올지 궁금하거든. 필요한 거 있으면 다 말해. 지원해 줄 테니까.”

“알았어. 형한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난 가끔 매각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만약 회사를 매각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는 뭘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난 지금이 만족스럽고 좋아.”

“뭘 하고 있기는 벌써 파산해서 길거리에 나앉아 있었겠지. 미안한 마음 가질 필요는 없어. 내가 회사 잘 다니는 널 데리고 왔으면서 제대로 대접도 못 해 주고 내가 다 미안하지. 나도 지금이 마음도 편하고 좋아. 마누라도 아이들도 좋아하고. 잘 매각했어. 너도 열심히 해.”

“알았어. 우리 열심히 하자.”

* * *

오늘은 작은아버지를 만나러 진성 그룹에 왔다.

이전 생에서 대학생 때 한번 왔었는데. 여기 온 지도 수십 년 만에 온 거네. 먼 길도 아니었는데 이제야 오다니.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피했던 것 같았다. 다음에 올 때는 이곳의 주인이 되어 오겠지.

그날이 언제일까?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을 접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왔다는 말을 들었는지 회장실 문 앞에 나와 나를 기다렸다가 반갑게 맞아 주는 작은아버지였다.

남들이 보면 무척 다정한 작은아버지로 보이겠지. 그냥 평상시대로 하지. 반갑기는커녕 가면 쓴 모습이 역겹다는 생각만 들었다.

“민재야! 오랜만이다. 어서 와. 유학 갈 때는 어린애였는데 늠름한 청년이 되어 돌아왔구나. 다시 보니 반가워.”

할아버지 장례식 때도 늠름한 청년이었는데 그때는 몰라봤나?

“안녕하셨어요?”

“들어가자.”

회장실 안에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네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어. 네가 형을 닮아 어릴 때부터 보통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어. 대단해.”

성공할 줄 알았다면 나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을까? 아닐 거다. 진성 그룹을 나에게 뺏길까 봐 오히려 더 경계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학창 시절 때 기죽어 다녔기에 나를 특별히 경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계속 가식적인 말 듣고 싶지 않았다.

“저 바빠서 가봐야 해요. 하실 말씀 있으면 바로 하세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지난 이야기도 해야지.”

“정말 궁금하셔서 하는 말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닌 것 같은데요.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 하세요.”

무안한지 헛기침을 하는 작은아버지였다.

“좋다. 네가 원하니 말을 하마. 너 진성 소식은 들었니?”

“대충은요.”

“들었다니 너도 잘 알 거야. 요즘 진성이 어렵다. 자금만 조금 지원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데 다들 힘드니 쉽지 않구나. 네가 좀 도와줬으면 해.”

도와달라고 할 줄은 알았지만, 그전에 먼저 미안했다고 말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내 마음이 조금은 풀어졌을 텐데.

아직도 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없나 보다.

“죄송하지만 새로운 사업 확장하느라 저도 여유가 없어요.”

“여유가 없기는? 내가 알아보니 요즘 오션 주가가 많이 올랐더라. 네가 보유한 주식이 꽤 많던데. 일부만 매각해도 진성을 충분히 도와주고도 남을 거야.”

막연하게 도와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자세히도 알아봤네.

“그건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요.”

“네 주식인데 왜 못해?”

“작은아버지도 아시겠지만 지금 오션 주가가 IT 열풍에 힘입어 계속 상승 중이에요. 가면 갈수록 상승할 텐데 지금 매각하면 그만큼 손해예요. 제가 손해 보는 일을 왜 해요? 무엇 때문에요?”

“무엇 때문이라니? 진성이 남이야? 네 할아버지가 힘들게 일꾼 진성이야. 너도 진성 일가야. 남 일처럼 말하는구나 너는?”

“제가 진성에 지분이 한 주라도 있었던가요? 없어요. 제가 진성 일가인 적이 있었던가요? 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저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왜 상관이 없어? 너 유학 갈 때 준 70억 원도 진성에서 나온 거야. 그걸 알면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기억나지 않으세요? 70억 받는 대신 진성에서 영원히 떠나라고 했던 말이에요.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떠났는데 인제 와서 저보고 진성 일가라뇨? 당황스럽네요. 제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요?”

“그걸 진심이라고 믿었던 거야? 왜 내 마음을 몰라주니? 이대로 진성이 무너지면 네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끝까지 위선이네. 그냥 미안하다. 내가 다 잘못했다. 어려우니 한 번만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되나?

무너지면 제가 다시 찾으면 되거든요.

“좋아요. 제가 도와주면 저한테 뭘 주시겠어요?”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지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받으면 뭔가 줘야 하는 것이 이치인데. 공짜로 받을 생각이었나?

“뭘 원하는 거냐?”

“진성을 저한테 주세요.”

“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

“왜요? 작은아버지도 진성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잖아요. 저한테 주시면 제가 진성 잘 키울게요. 그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럴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도움이지 진성을 주겠다는 게 아니야. 네가 원하면 지분 일부를 줄 수는 있어.”

“저는 일부 가지고 만족을 못 해요. 전부를 주시든가 아니면 제 도움을 바라지 마세요. 작은아버지가 진심으로 진성을 위한다면 저한테 넘기세요. 지금 진성 상황을 보면 절대 회생하지 못해요. 욕심부리다가 진성과 함께 침몰하지 마시고 더 늦기 전에 저한테 넘기세요. 그게 할아버지가 힘들게 일꾼 진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더 할 말도 없고 더는 있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한테 진성을 넘길지 말지 잘 판단하세요. 넘기지 않을 거면 다시는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저는 절대로 도와줄 생각이 없으니까요. 이미 끝난 인연 운운하며 구차하게 굴지 마시고요. 그럼 저는 가 볼게요.”

황당해하는 작은 아버지를 뒤를 하고 문을 열고 나오는데 작은엄마가 들어오고 있었다.

작은엄마는 진짜 보기 싫은데 조금 더 일찍 나갈걸. 모르는 척하고 나갔다.

전미정은 자신을 모른 척하고 그냥 가는 진민재를 잠시 노려보다가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보아하니 이야기가 잘 안 된 것 같은데.”

“저놈은 도와줄 마음이 전혀 없어.”

“그렇다고 그냥 보내면 어떡해? 잡아야지.”

“헛수고야. 나도 할 만큼 했어. 저놈이 말하기를 진성을 전부 넘기래. 아니면 도와줄 수 없대. 저놈 도움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한 채 물었다.

“진짜 그렇게 말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애가 좀 성공하더니 욕심만 늘었네.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 자기는 언제까지 잘나갈 줄 아나? 나를 보고서도 모른 척하고 가더라니까. 성공했다고 뵈는 게 없나 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쟤는 싹수가 노랗네. 저러면 얼마 못 갈 거야.”

“이제 그 녀석 도움은 생각하지 마. 키워 준 은혜도 모르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저런 놈 도움은 필요 없어.”

“애가 많이 변한 것 같아. 어렸을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다른 방법이 있어?”

“폭풍우가 그칠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버텨야지. 그래도 진성 무역은 괜찮잖아.”

* * *

진성에서 나왔다.

좀 더 모질게 대해야 했었는데 작은아버지라 그게 마음대로 되지 못했다. 그래도 할 말은 했으니까 진성을 넘길 생각이 없다면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지.

진성 사옥을 올려다보았다.

‘할아버지 제가 진성 이대로 무너지지 않게 할게요. 제가 다시 찾아 할아버지가 일꾼 진성에 날개를 달아 드릴게요. 하늘에서 지켜보세요.’

* * *

국정원장 이연복은 긴장한 채 대통령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책상에 앉아 있던 대통령이 미소를 지은 채 일어나며 맞아 주었다.

“어서 오게. 앉지.”

“네.”

소파에 앉자 가져온 보고서철을 대통령에게 건넸다.

“이번 주 보고 자료입니다.”

보고서철을 받아 읽어 보는 대통령이었다.

“금강산 관광은 왜 진행이 안 되고 있는 건가?”

“진행이 안 된다기보다는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는 겁니다.”

“어떤 의견?”

“숙소 문제입니다. 현도 측에서는 원래 관광객들의 숙소로 해금강 호텔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변에 북한의 군부대가 있습니다. 숙소 주변에 군부대가 있으면 관광객들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북한 또한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군부대 이전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북한 측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고성 쪽에 숙소를 마련하는 방안과 북한 쪽에 다른 곳을 숙소로 마련하는 안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합니다. 숙소 문제만 해결되면 금강산 관광은 곧바로 시행될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 주변에 군부대가 있다면 그것도 문제지. 빨리 절충안을 찾아 남북한 화해 무드를 조성할 금강산 관광이 빨리 실현되었으면 좋겠어.”

“다음 달에도 만나 협상한다고 하니 곧 될 겁니다.”

다시 보고서철을 보던 김도중 대통령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건 뭔가?”

“어떤 거 말입니까?”

“진상규 박사 연구 자료 찾는 거 말이야. 이대로 포기한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국정원 요원들이 원점부터 시작하여 노력했으나 지금까지 작은 단서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계속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그걸 못 찾아?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그것만 찾으면 세계 경제 지도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물건이야. 찾을 때까지 찾아야지.”

“저도 이런 결정을 내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물로 가는 자동차라 세계가 놀랄 만한 발명품이지만 시간이 14년이나 지나 단서조차 없습니다. 미국 CIA에서도 우리처럼 다시 찾기 시작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는 것 같습니다.”

“CIA에서도 찾고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CIA에서도 예전부터 진 박사 자료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CIA에서도 포기한 건가?”

“그건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14년이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닐 텐데 단서조차 없다고?”

“네. 그렇습니다. 요원들 말로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만 같다고 합니다.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야지 파고 들어갈 틈이 있을 텐데 흔적조차 없다고 합니다.”

“그 말은 폐기되었다는 말인가?”

“그건 모릅니다. 폐기되었을 수 있고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최선일까? CIA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다가 미국으로 넘어가면 이런 망신이 어디 있겠어?”

“공식적으로는 수사를 중단하고 최소 인원으로 계속 알아보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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