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그렇군요. 제가 생각하기에 아직은 엔터테인먼트가 생소한 분야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투자하려고 하는 겁니다.”
“역시 고문님은 생각이 남다르십니다. 그러니 남들이 생소하게 여기는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를 투자하실 생각입니까?”
“투자 금액은 지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분을 최대 얼마까지 주실 수 있습니까?”
“고문님은 얼마를 원하십니까?”
일단 최대로 부르자.
“51% 정도 원합니다.”
“51%면 회사를 넘기라는 것과 같아 받아들이기는 힘듭니다. 35% 어떠십니까? 그 이상은 힘듭니다.”
인수할 목적은 아니기에 20~30%를 원했는데 35%도 괜찮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오현서 대표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저 얼굴에 웃으니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하고 귀여운 면도 보였다.
“고문님 덕분에 한숨 놓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자하신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앞으로 특별한 계획은 있나요?”
“일단 톱스타 홍이나가 우리 회사에 오는 것이 가장 큰 무기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그런가요?”
“네. 그렇습니다. 회사에 대표적인 스타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그 차이가 생각보다 매우 큽니다. 조만간에 간판 톱스타가 생기니 홍이나를 앞세워 신인들을 끼워 넣기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신인을 키우려고 합니다.”
그 신인이 미나인 것 같았다.
“그 신인이 미나인가요?”
“네. 맞습니다. 미나뿐만 아니라 한두 명 더 뽑을 계획입니다.”
“미나는 어떤 것 같아요?”
“상상 이상입니다. 홍이나가 웬만해서는 남을 잘 추천하지 않는데 추천한다고 해서 기대를 하긴 했지만, 오디션을 보고 나서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잘 가르치면 크게 될 겁니다.”
내가 봐도 미나는 노래를 정말 잘했다. 노래방에서 얼마나 놀랐는지 가수인 줄 알았다. 그런 애가 꿈을 포기하고 있었다니.
“저도 미나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많이 놀랐어요. 미나 실력이면 충분히 성공할 거예요.”
“저도 기대가 되는 친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회사 구경해 보시겠습니까?”
“그러죠.”
회사 구경도 하고 미나 트레이닝 받는 것도 잠시 구경하다가 나왔다. 회사가 작고 신생 기업이라 볼 것은 별로 없었다.
미나가 열심히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였고 마음가짐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면 회사를 키워야 하는 데 문제는 이쪽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거다.
앞으로 BTS, 블랙핑크 등 세계적인 한류 스타들이 많이 탄생하는데 난 그들이 누군지 잘 모른다.
안다면 미리 선점하면 좋을 텐데. 아쉽다.
* * *
커피숍으로 가는 길에 핸드폰을 들었다.
(염중섭입니다.)
“대표님!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지금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와서 투자 협상을 하고 나왔어요. 지분 35% 투자하기로 했는데 염 대표님이 적정 가격을 산정해 주셨으면 해서요.”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투자하시려는 겁니까?)
“네. 앞으로 유망한 사업이거든요.”
(어찌 점점 회사 규모가 커지는 기분입니다. 오션팟도 곧 출시하고 엔터테인먼트에도 진출하시고 그다음은 어떤 사업입니까?)
“조만간에 핸드폰 사업도 할 생각이에요.”
(설마 자동차 사업도 하시겠다는 것은 아니겠죠?)
핸드폰 사업도 하겠다고 하니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자동차도 거론한 거였다. 만약 아빠의 연구 자료를 찾으면 자동차 사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근데 국정원이나 CIA에서는 왜 연락이 없는 거야? 못 찾았으니 연락이 없겠지.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다.
이전 생에서도 아빠의 연구 자료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니 결국 포기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장 회장도 연락이 없네. 한번 연락해 볼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수도 있어요.”
(저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염 대표님! 제가 한 말 농담이 아니라 진짜예요. 먼저 몇 년 안에 핸드폰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어요.”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정말이라는 겁니까?)
“네. 아직 누구한테 말하지 않았고 대표님에게 처음 말하는 거예요. 그러니 비밀은 지켜 주시고요.”
(저한테 제일 먼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핸드폰 사업이 가능은 한 겁니까?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은데 오션은 기술력도 없고 경쟁이 되겠습니까?)
“같은 핸드폰을 만들면 그렇겠죠. 세상을 깜짝 놀랄 만한 핸드폰을 만들면 되지 않겠어요?”
(핸드폰이 핸드폰이지 않습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지금은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는 없고 나중에 보세요. 제 말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엔터테인먼트 먼저 처리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생각난 김에 핸드폰 사업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배 대리님! 오션팟으로 가요.”
“알겠습니다.”
오션팟에 도착하여 황정화 사장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사흘 후에 미국에 보낼 오션팟 2차 선적을 할 겁니다.”
“일본에는 아직 안 보냈죠?”
“네. 그렇습니다. 일본은 가까워서 미국에 3차 선적까지 한 후에 보낼 계획입니다.”
“그래도 되겠네요. 출시일까지는 이상 없겠죠?”
“네. 그렇습니다. 직원을 더 충원하여 3교대로 풀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3교대로 일하면 직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직원을 더 충원하여 4조 3교대로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4조 3교대로 하면 직원들의 피로감이 많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만큼 근무 시간도 줄어들게 되어 실수령액도 줄어드는 결과가 되어 직원들이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8시간 근무하는 것이고 크게 힘든 일이 아니라서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죠. 대신 구내식당 질을 좀 더 높이세요. 먹는 거라도 잘 먹어야 기운이 나니까요. 몇 푼 아껴서 얼마나 떼돈 벌겠어요?”
황 사장이 웃으며 대답하였다.
“저번에 고문님이 말씀하셔서 이미 시행 중입니다. 오션팟 구내식당이 어떤 회사 구내식당보다 음식이 잘 나와 직원들도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또 24시간 언제든지 가서 식사할 수 있어 직원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어떤 직원들은 집에서 먹은 것보다 더 좋다고 하면서 구내식당에서 아예 밥을 먹고 퇴근하기도 합니다.”
난 식탐은 별로 없지만, 직원들 식사는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알바생 성중이하고 미나는 내가 매일 밥을 사 준다.
가끔 고기도 먹기도 하고 먹는 것에는 그다지 돈을 아끼는 편은 아니었다.
“먹는 것 같고 뭐라고 하는 게 제일 치사한 것 같아요.”
“맞습니다.”
“요즘 심용철 과장은 뭐하나요?”
“오션팟 다음 버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션팟 다음 버전 연구는 꼭 심 과장이 해야 하나요?”
“다른 직원들도 있기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심 과장에게 다른 일을 맡기시려는 겁니까?”
“네. 심 과장 좀 오라고 해 주실래요.”
“알겠습니다.”
황 사장이 일어나 책상으로 가서 인터폰을 눌러 심 과장을 호출하였다.
잠시 후 심용철 과장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네.”
심 과장이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심 과장님! 지금 오션팟 버전업 작업하신다고 들었는데 다른 직원이 해도 되나요?”
“이미 개발된 아이팟의 성능만 높이는 것이기에 상관은 없습니다.”
“그럼 다른 작업 해 보실 생각은 있어요?”
“어떤 작업입니까?”
“핸드폰이요.”
전혀 의외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네? 핸드폰 말입니까?”
“네. 제가 보기에 심 과장님한테는 핸드폰도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렇기는 합니다. 현재 핸드폰에는 특별한 기능이 없어서 문제는 없습니다만 갑자기 핸드폰은 왜?”
“앞으로 핸드폰을 만들어 팔 생각이거든요. 그래서 미리 심 과장님이 핸드폰에 대해 공부 좀 했으면 해서요.”
심 과장뿐만 아니라 황 사장도 놀라는 얼굴이었다.
“핸드폰을 제조해 판매하시겠다고요?”
처음에는 몰랐지만 심용철 과장이 물건이었다.
다재다능한 재주가 있으면서 기술적으로도 뛰어나다.
그래서 황정화 사장이 심용철을 믿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립하여 MP3를 개발한 거였다.
두 사람이 같이 개발하기는 했지만. 주도적으로 개발한 것은 심용철 이었다. 이런 인재를 가만둔다는 것은 크나큰 낭비였다.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전에 먼저 심 과장이 핸드폰에 통달하게끔 지금부터 준비하려는 거였다.
그 이후에 심 과장에게 스마트폰을 개발하게 할 생각이었다.
물론 핸드폰 회사를 인수하여 그곳의 연구원들에게 스마트 폰 개발을 맡겨도 되지만 일단은 심 과장에 맡길 생각이었고 앞으로도 심 과장을 중용할 계획이었다.
그만한 능력을 가진 자이니까.
“네. 오션팟은 핸드폰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뿐이에요. 저의 궁극적인 목적은 핸드폰이거든요. 오션팟보다는 핸드폰이 더 폼나지 않나요?”
“핸드폰 기술자들은 많지 않습니까? 모집 공고만 내도 많이들 지원할 겁니다. 근데 저는 왜?”
“제가 생각하는 핸드폰은 기존의 핸드폰이 아니에요. 전혀 다른 차원의 핸드폰이거든요. 그걸 만들 기회를 심 과장님에게 주려는 거예요.”
관심이 조금 가는 것 같았다.
“전혀 다른 차원의 핸드폰이라는 게 무슨 말입니까? 핸드폰은 전화하고 문자 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까?”
“컴퓨터도 처음 나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세요. 많이 진화했죠. 노카아에서 출시한 커뮤니케이터 9000 핸드폰 보셨어요?”
“네. 압니다.”
“그 핸드폰에 PDA 기능을 추가되었잖아요. 몇 년 전만 해도 누가 핸드폰에 그런 기능이 추가될지 알았겠어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핸드폰이 있는데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핸드폰이거든요. 그걸 개발하고 싶지 않나요?”
“너무 막연하여 어떤 핸드폰일지 상상조차 안 됩니다.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지금은 설명해 줄 수 없어요. 듣고 싶으면 먼저 핸드폰 전문가가 되세요. 그 이후에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이고 개발할 수 있을 거예요. 아마 들으면 절대 후회하지 않고 이걸 개발하게 되었다고 무척 기뻐할 거예요. 심 과장님이 오션팟을 처음 봤을 때 어떤 감정이었나요? 그것보다 더 충격적일 거예요. 저를 한번 믿어 보세요.”
심용철 과장은 진민재 고문이 오션팟을 처음 설명했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같은 MP3 플레이어였지만 엠피고하고 오션팟은 전혀 달랐다.
디자인부터 시작하여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하드디스크를 사용하였고 또 전용 OS를 개발하여 사용 방법도 전혀 다르면서 편하였다.
MP3 플레이어처럼 핸드폰도 기존 핸드폰과는 전혀 다른 핸드폰을 개발할 것 같은 고문이었다.
자신은 고문이 생각하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천재가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를 것이다. 하고 싶었다.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싶다는 의욕이 강하게 생겼다.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됐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심 과장이 지금부터 핸드폰에 대한 공부를 하면 머지않아 핸드폰 전문가가 될 것이다.
그 이후에 스마트폰을 개발하면 된다.
“잘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