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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17화 (117/261)

117화

지금쯤 미국은 새벽일 텐데 잠 안 자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나?

“안녕하세요? 뭐하느라 지금까지 안 자고 있어요?”

(일이 좀 많습니다.)

“일이 많아도 쉬면서 해야죠. 건강이 일보다 최고예요.”

(매일 이러는 건 아닙니다. 곧 있을 주식 분할 때문에 그럽니다.)

“알았어요. 주식 분할 때문에 전화 한 거예요?”

(그건 아닙니다. 오늘 중국 헝도 전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설마 헝도 전자가 MP3 플레이어 생산 업체인가요?”

(맞습니다. 특허권 손해 배상 협상하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2일 후에 온다고 합니다. 협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드리러 전화한 겁니다.)

헝도 전자가 급하긴 했나 보네. 바로 연락하고 온다고 하는 것을 보니. 하긴 4,000만 달러의 제품이 미국에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겠지.

그게 없었다면 절대 대꾸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협상은 무리하게 배상 금액을 요구해 결렬되는 것보다는 중국 측이 받아들일 만한 요구를 하여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배상 금액은 최소 1,0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에서 협상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금액을 높여도 되지 않겠습니까?)

“더 높이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우린 실리적으로 가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압류 신청을 했기에 협상이 깨지면 압류품을 가지는 것이 더 좋지 않습니까?)

“아니에요. 그 제품들을 우리가 가진다고 해도 분해하고 판매해야 하기에 큰 이익은 없어요. 깔끔하게 배상을 받고 끝내는 것이 좋아요.”

(그럼 그 제품들을 중국에 돌려보내면 또 불법적으로 판매할 것이 아닙니까? 아예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고 합법적으로 판매하라고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대신 배상금을 조금 낮춰 주면 응할 것 같기도 합니다.)

나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곧 오션팟이 출시되기에 중국 측 MP3 플레이어 판매가 부진할 것이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오션팟을 출시하면 경쟁 자체가 안 돼요. 판매가 안 되기에 특허 사용료로 들어오는 금액이 얼마 안 되고 중국은 믿을 수 없기에 판매 수량을 속일 수도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을 겁니다. 고문님 말씀대로 협상하겠습니다.)

“그래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이틀 전에 오션팟 1차 선적분 선박으로 보냈어요. 10일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알고 있습니다. 연락 받았습니다.)

* * *

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왔다. 내 동생 나서희가 오랜만에 왔다.

“오랜만에 왔네요.”

“온다고 하고 그동안 못 와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죄송할 이유는 없죠. 영어 공부는 많이 했어요?”

“아니요. 하나도 못했어요.”

“그래도 기본 실력이 있을 테니 영어로 대화할까요?”

손을 들어 내저었다.

“아니에요. 다음에요. 오늘은 친구랑 이야기할 게 있어서요.”

“그래요. 언제든지 준비되면 말하세요.”

“그럴게요.”

친구랑 할 이야기가 있다는 데 내가 계속 있으면 실례인 것 같아서 자리를 피해 주었다.

“좋은 시간 되세요.”

내 전용석에 돌아와 모니터 옆에 있는 오션팟 상자를 보았다. 이거 서희 건데. 상자를 집으려다 문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갑질 사건으로 언론에 내 이름이 계속 거론되었기에 엄마도 기사를 봤을 것이고 내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 내 사진이 나가지 않았기에 내가 진민재라는 것은 모를 테고 커피숍 사장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서희에게 이걸 선물해 준다면 혹시 나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엄마가 오션팟을 알아볼까?

서희가 나한테 받았다고 엄마한테 말할까?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네. 그 갑질 사건만 아니었으면 걱정 없이 줘도 되는데.

또 내가 이걸 주면 서희가 받을까? 안 받을 수 있고 그러면 다음부터는 부담되어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주지 말고 좀 더 친해지면 그때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 그렇게 하자.

* * *

내가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서희를 계속 힐끔 바라보자 강성중이 내 앞에 앉더니 작은 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저 여성분 마음에 있는 겁니까?”

눈치 하나는 빠르네.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 동생이라서 그래.

“아니거든.”

“맞는 것 같습니다. 홍이나가 왔을 때도 하지 않던 행동을 지금 하지 않습니까? 저 여성분 처음 왔을 때도 사장님답지 않게 나섰고요. 다른 사람은 속여도 저의 예리한 눈은 못 속입니다.”

“아니라니까. 네 짐작이 다 맞을 거라는 착각은 자유겠지만 나에게 적용하지는 말아 줬으면 해.”

“마음에 들면 남자답게 대시 하십시오. 저 여성분도 사장님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싫었다면 사장님에게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을 겁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법입니다. 제가 사장님이라면 벌써 대시 했을 겁니다.”

“성중아! 내가 분명하게 말하는 데 정말 아니거든. 쓸데없이 남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상철이 게임 시나리오나 도와줘.”

내 말을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을 한 채 대답하였다.

“알겠습니다.”

대답하고 일어서서 가려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사장님! 화이팅!”

오해할 만도 하지. 일이나 하자.

프로그램을 한창 개발하는데 내 뒤에서 인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보았다. 서희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지금 프로그램 개발하시는 거예요?”

“네.”

“와! 저 이런 거 처음 봐요. 이런 게 프로그램이었구나. 되게 신기해요.”

“제가 봐도 신기해요. 가시려고요?”

“네. 가 볼 곳이 있어서요.”

“자주 오세요.”

“네. 그럼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서희가 가자 강성중이 또 다가왔다.

“그것 보세요. 저 여성분도 사장님께 관심이 있다니까요. 저한테는 인사도 하지 않잖습니까?”

“알았으니 가 봐.”

“사장님! 여기에만 있지 말고 연애도 하고 그러십시오. 화이팅입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미나가 들어왔다. 아직 교대시간 안 되었는데.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왜 일찍 왔어?”

“사장님! 저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지금 이나 언니가 소개해 준 소나무 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 보고 오는 길이에요.”

미나 실력이라면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다. 탈락하면 그 회사는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는 회사일 것이다.

“축하해.”

“고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간직했던 가수의 꿈인데 언젠가부터 꿈을 잃고 있었는데 사장님 때문에 다시 꿈을 꾸게 되었고 이제 그 꿈이 바로 앞에 있게 되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말을 하면서 마음이 벅차는지 울먹이는 미나이었다.

“이제 시작이야. 열심히 해야 할 거야.”

“그럴 거예요.”

배상도와 강성중과 신상철이 축하 인사를 하였다.

“미나야 축하해.”

“축하한다.”

“축하해.”

“상도 아저씨, 상철 오빠, 성중 오빠 고마워요.”

“그럼 이제 연습생이 된 거야?”

“회사가 작아 회사에 연습생은 없어요. 사장님이 말하는데 6개월 정도 트레이닝 하면 바로 데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6개월 뒤에는 우리 미나가 가수가 되는 거야?”

“제가 열심히 해야죠.”

“회사가 작은 게 더 도움이 되네.”

“그런 거 같아요.”

“그럼 너 알바 이제 못하는 거야?”

“그건 아니에요. 트레이닝이 오전에만 있어서 오후에 알바할 수 있어요.”

“알바하면 연습하는 시간이 없잖아?”

“연습 너무 많이 해도 안 돼요. 성대가 상할 수 있거든요. 저는 댄스 가수가 아니라서 시간 여유가 있어요.”

“다행이네. 와! 미나가 가수가 되다니 믿기지 않네. 나중에 스타 되면 나 모른 척하기 없기다.”

“당연하죠. 제가 어떻게 성중이 오빠를 모른 척하겠어요?”

“성중이는 모른 척해도 괜찮아.”

내 말에 미나는 재미있다고 웃었고 강성중은 벙 찐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 너무하십니다.”

“내가 뭐?”

강성중을 무시하고 미나에게 물었다.

“홍이나에게는 말했어?”

“아직이요. 지금 바쁠 테니 저녁 늦게 연락하려고요.”

“하여튼 다시 한번 축하하고 열심히 해. 미나가 TV에 나오는 모습 보고 싶으니까.”

“네.”

성중이하고 미나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홍이나와 미나가 가려는 소나무 엔터테인먼트는 2년밖에 안 된 신생 회사이고 작은 회사라 지금 투자를 받고 있다는 홍이나의 말이 생각났다.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이제 서서히 발전하기 시작한 초창기나 다름이 없었다. 몇 년 있으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어쩌면 지금이 투자하기에는 좋은 시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과 손해 배상 협상이 잘 타결되면 생각지도 않던 자금이 최소 1,000만 달러가 들어오게 된다.

그중에 일부를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투자하면 좋을 것 같았다. 홍이나도 7월부터 들어오고 미나도 들어갔으니 투자할 이유는 충분하였다.

* * *

헝도 전자 리우지빈 이사는 어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하루 묵고 다음 날 아침 영업부장과 통역과 함께 실리콘 밸리로 향하였다.

리우지빈은 굳은 얼굴로 달리는 차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영업부장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영업부장이 입을 열었다.

“이사님!”

“왜?”

“지금 슝허우지랑 통화를 했는데 오션 분위기가 예상외로 강경하다고 합니다. 아마도 협상이 결렬되면 바로 소송하려고 준비를 다 해 놓았다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단단히 작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영업부장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있으면 오션 사람들과 만나 협상할 텐데 지금 무슨 대비를 한단 말인가? 자신은 최대한 회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협상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강경하다니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떠나올 때 사장이 배상 금액은 절대 1,500만 달러 이상은 주지 말라고 했는데.

협상 시작도 하기 전에 골치가 지끈거렸다.

“소송 준비를 다 해 놓았다는 것은 시간 끌지 않겠다는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니면 협상할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협상에서 손해 배상액을 높게 부르고 우리가 따르면 좋은 거고 아니면 바로 소송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바로 중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네.”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꽃이 피어나지 않습니까?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겠지.”

차가 멈췄다.

“다 왔습니다. 여기입니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자 건물에 크게 걸려 있는 오션 마크가 자신을 옥죄는 것 같았고 저 안이 사지일 것만 같았다.

“들어가지.”

“네.”

오션 대표와 자신과 통역 셋이서 차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차를 느긋하게 마시던 오션 대표가 찻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어제 도착하셨다고 들었는데 쉬지도 못하고 바로 협상해도 괜찮겠습니까?”

“쉴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바로 협상을 시작하시죠. 오션에서 원하는 배상 금액이 얼마입니까?”

“우리가 원하는 금액은 1,500만 달러입니다.”

리우지빈 이사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통역에게 다시 물었다.

“1,500만 달러가 확실히 맞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자신의 예상으로는 처음부터 높게 부르고 조금씩 줄여나가 자신들이 원하는 금액으로 협상을 이끌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낮은 1,500만 달러를 처음에 불렀다.

그렇다는 것은 더 낮은 금액으로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1,500만 달러는 너무 과한 금액입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판매한 것은 5만 달러도 안 됩니다. 그 점 참고하여 금액을 조정했으면 합니다.”

“헝도 전자는 얼마를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1,000만 달러입니다.”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판매를 얼마 하지 않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특허권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겁니다. 우리 미국은 기업에 징벌적 손해 배상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이는 손해 원금과 이자뿐만 아니라 형벌적인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금액을 더 부가하는 겁니다. 사실 1,500만 달러도 원활한 협상을 위해 우리가 낮게 요구한 금액입니다. 그 점은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거기서 500만 달러를 더 낮추자고 하니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럴 바에는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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