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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14화 (114/261)

114화

또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귀찮게 된다. 다른 곳에서 만나야 하나? 어디서? 나가기 귀찮은데.

옆에서 내 통화를 듣던 강성중이 입 모양으로 무조건 오라고 하세요. 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정말 나와도 되겠어요?”

(네. 선글라스 끼고 변장하면 사람들이 몰라봐요. 매니저 빼고 저 혼자 갈 거예요. 지금 어디에 계세요? 회사예요?)

홍이나 혼자 혼다고 하니까 이곳으로 오라고 할까? 여긴 손님도 없어서 홍이나가 와도 사람들에게 알려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회사는 아니고 분당 작업실에 있어요. 여기까지 오실 수 있겠어요?”

(그럼요. 분당에 친구가 살아서 지리는 잘 알아요. 갈 수 있어요.)

“정말 혼자 오시는 거죠?”

(네. 매니저는 회사에 있고 지금 집에 혼자 있어요.)

“알았어요. 여기가 어디냐면…….”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급하게 오지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전화를 끊자 강성중이 물었다.

“사장님! 홍이나 지금 오는 겁니까?”

“그래.”

내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벌떡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달려가는 강성중이었다.

잠시 후 강성중이 나왔다.

“뭐했냐?”

“세수하고 양치질했습니다.”

강성중 말에 신상철이 슬며시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갔다. 쌍으로 뭐 하는 거야? 가만 나도 양치질해야 하나?

입에 손을 대고 후 불어 냄새를 맡았지만 나지는 않았다.

* * *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문이 열리며 모자에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한 여성이 들어왔다. 홍이나인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완전 무장이라 홍이나라고 절대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사람들이 이상한 모습에 다 쳐다볼 것 같았다.

커피숍에 손님이 없는 것을 확인한 홍이나가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를 벗었다.

녹음실에서는 정신이 없어 미처 못 느꼈는데 얼굴도 작았고 그 작은 얼굴에 눈, 코, 입이 다 들어간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TV에서 보는 것보다 더 예뻤다.

“안녕하세요?”

홍이나의 인사에 강성중이 큰 소리로 말하였다.

“안녕하십니까? 환영합니다.”

“환영해 주셔서 고마워요.”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네.”

홍이나가 앉았다.

“성중아! 문 잠가라.”

“알겠습니다.”

손님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오전이라 오는 손님들이 있기에 홍이나를 보게 되면 소문이 퍼질 것 같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저 때문에 괜히 장사 방해하는 게 아닌가요?”

“아니에요. 원래 여기 손님이 없어요. 보세요? 지금도 아무도 없잖아요.”

홍이나의 시선이 신상철에게 향하였다.

“저랑 같이 일하는 직원이에요.”

“안녕하세요?”

홍이나의 인사에 사람 무안하게 고개를 돌리는 신상철이었다. 말로 하기 힘들면 고개라도 숙여 인사하지.

그러면서 양치질은 왜 한 거야? 답답이.

“원래 저런 성격이에요.”

“네.”

문을 잠근 강성중이 커피를 한 잔 가지고 왔다.

“아주 특별하게 맛있게 내린 커피입니다. 드셔 보십시오.”

“고마워요. 향이 좋네요.”

커피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진짜 맛있는데요.”

홍이나의 말에 강성중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폈다.

잠시 커피를 음미하던 홍이나가 커피 컵을 내려놓았다.

“죄송하다는 말 직접 찾아뵙고 하고 싶었어요. 저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혀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홍이나 씨도 피해자죠. 멋대로 한 회사가 잘못한 거예요. 회사에서도 곧 만나 사과한다고 했으니 이제 신경 쓰지 마세요.”

미간을 찌푸렸다.

“회사가 하는 일이 너무 주먹구구식이에요. 계획도 없고 즉흥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자주 생겨요. 제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전혀 고쳐지지 않아요. 말로는 알았다고 하는데 그때뿐이고 저도 이제 포기했어요. 올해 6월까지 계약이라 다른 회사로 옮기려고요. 차라리 이런 일이 터진 게 더 잘되었다는 생각이에요. 한번 제대로 혼나야지 고쳐지지 안 그러면 절대 안 고쳐질 거예요.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릴 수도 있고요.”

말을 들어보니 홍이나도 소속사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 복도에서도 짜증을 낸 거였고.

“같은 꼴 당하지 않으려면 옮기는 회사 잘 보고 가야겠네요.”

“그렇죠. 제가 가려는 곳이 2년밖에 안 된 회사이지만 체계가 잘 갖추어진 회사예요. 아는 가수가 그곳에 있어서 잘 알거든요.”

“잘됐네요.”

홍이나가 커피숍 내부를 둘러보았다.

“근데 여기가 작업실이세요?”

“네.”

“커피숍이 작업실이라니 특이하시네요.”

“커피숍이라 커피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고 손님도 없어서 편해요.”

“그래도 손님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아요? 사죄 의미로 제가 며칠 동안 여기서 알바 해드릴까요? 그럼 손님들이 많이 올 거예요.”

그랬다가는 나의 잔잔한 평화가 깨진다.

“아니에요. 저는 지금 상태가 아주 만족스러워요. 괜찮아요.”

“뭔가 보답하고 싶어서 그래요.”

“마음만 받을게요.”

“아쉽네요. 근데 그날 녹음하러 온 여자분은 안 계시네요. 여기서 알바하는 게 아니었나요?”

“오후 3시에 와요.”

“아, 그렇구나. 그분한테도 미안하다고 하고 싶은데 3시까지 저 여기 있어도 되나요?”

“저는 일해야 해서 심심할 텐데요.”

“집에 가도 심심해요.”

“마음대로 하세요.”

그때 강성중이 끼어들었다. 게임 하는 척하면서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었던 거야?

“제가 심심하지 않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저야 고맙죠.”

“게임 좋아하세요? 게임 하면 시간이 금세 지나갑니다.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저 게임은 고스톱 빼고는 해 본 적이 없어요.”

“괜찮습니다.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점심때가 된 것 같아 고개를 돌리니 게임에 열중인 홍이나가 보였다. 강성중은 옆에서 훈수를 두고 있었다.

재미있나? 그새 빠지게.

근데 홍이나 얼굴을 보니 뭐가 잘 안 되는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가 아쉬운 탄성을 내질렀다.

“죽었네요. 저놈 얄미워요.”

“제가 대신 복수해 드리겠습니다.”

“꼭 그렇게 해 주세요.”

서로 자리를 바꾸는 것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밥 먹으러 가자.”

“사장님! 오늘은 그냥 시켜서 먹죠. 홍이나랑 같이 식당 가면 사람들이 알아볼 겁니다.”

“그러네. 네가 시켜.”

“네. 한 게임만 하고 바로 시키겠습니다.”

* * *

“언니 잘 가.”

“그래 미나야. 내일 또 올게.”

홍이나와 미나가 서로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서로 만난 지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누가 보면 꽤 오랫동안 알고 친하게 지낸 사이인 줄 알겠다.

근데 홍이나는 내일 왜 또 오겠다는 거야?

홍이나가 가자 미나가 다가왔다.

“사장님!”

“왜?”

“이나 언니가요 7월에 소속사 옮기는데 그 소속사에 저를 미리 추천해 주겠다고 했어요.”

“너를?”

“네.”

“미안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 제가 이나 언니 앞에서 잠깐 노래를 불러봤는데 잘 부른다면서 가수 해도 충분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소개해 준대요.”

내가 미나 가수 시켜 주려고 했는데 잘됐네. 전화위복이 된 건가?

“축하해.”

“고맙습니다.”

“언제 소개해 준다고 해?”

“다음 달에요. 합격하면 진짜 열심히 할 거예요.”

“미나가 앞으로 톱스타 가수가 될 텐데 미리 사인받아야 하나.”

“안 그래도 돼요. 사장님은 언제든지 사인해 드릴게요.”

“고마워.”

“아니에요.”

제발 미나가 가수로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성공해.

* * *

중국 헝도 전자 리우지빈 이사는 방금 아마존에서 보내온 공문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귀사는 불법적인 제품을 아마존에서 판매를 하였기에 계약 위반으로 입점 계약을 취소하고 올린 제품들을 전부 삭제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어제는 이베이에서 똑같은 공문이 왔었다.

미국에서 큰 인터넷 쇼핑몰 두 곳에서 동시에 이런 공문을 보냈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인데.

비록 자신들이 특허료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굳이 그걸 문제 삼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에서 미국 기업에 문제 제기하여 계약 해지를 요구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가?

자신의 생각으로는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의문이 들었다.

미국의 수입 업체에서 MP3 플레이어를 대량으로 수입해 가기는 했지만 큰 인터넷 쇼핑몰 두 곳이 막히면 매출에 크나큰 지장이 발생한다.

미국에 MP3 플레이어를 출시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예상외로 매출이 높아 사장이 지금 무척 좋아하고 있는데 거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 사장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뭐라고 하지?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영업부장이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이사님! 큰일 났습니다.”

가뜩이나 골치 아파 죽겠는데 또 무슨 큰일이 있다고? 짜증이 나서 큰소리가 나왔다.

“뭐가?”

“방금 미국 로우스 인터내셔날에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가 수출한 MP3 플레이어가 불법적인 제품이라며 이런 걸 자기들에게 속이고 수출했다고 막 화를 내면서 잔금을 지급할 수 없고 수입한 MP3 플레이어는 자기들이 전량 폐기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계약금을 돌려 달라고 합니다. 우리는 수출 대금을 전혀 받지도 못하게 되었고 물건도 폐기하면 손해가 막심합니다. 어떻게 합니까?”

아픈 머리가 더욱 아팠다. 이게 무슨 일이지? 동시다발적으로 다들 왜 그러는 거야?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어떻게 하긴? 수입 대금을 주지 못하면 물건이라도 돌려 달라고 해야지.”

“저도 그렇게 말했지만, 불법적인 제품이라는 것을 안 이상 자신들은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만약 물건을 찾고 싶으면 헝도 전자가 피해를 준 것에 대한 정당한 손해 배상을 하고 찾아가라고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기들은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아니면 미국 법원에 소송하라고 합니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 우리가 우리 제품 달라고 하는데 왜 못 준다는 거야?”

“소송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금이 무려 4,000만 달러입니다. 그냥 날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대금을 받지 못하면 우리 또한 피해가 큽니다.”

자신도 소송하고 싶지만, 불법적으로 만든 제품이라 미국 법원에 소송하면 원천 기술에 대한 손해 배상을 먼저 하라고 할 것이 분명하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올 수가 있었다.

“일단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봐.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을 생각해 낼 수 있지.”

“알겠습니다.”

“조용히 알아봐야 해. 미국에 있는 중국 기업을 통해 알아보고.”

“알겠습니다.”

영업부장이 나가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다. 깨지더라도 사장에게 보고는 해야 하기에 자신도 일어났다.

사장실에 들어가자 장저칭 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일어나 자신을 맞아 주었다.

“어서 와.”

저렇게 기분이 좋은데 초를 칠 생각을 하자 앞이 캄캄하였다.

괜한 일을 저질렀나? 후회가 들었다.

“사장님! 급히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앉아서 이야기하지.”

사장이 소파에 앉자 따라 앉았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진출해야 하지 않아?”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상황 설명을 다 하자 사장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알아야 대책 마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렸으니 곧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된 거 다른 거는 몰라도 물건이라도 받아야 해. 무려 4,000만 달러치야. 그걸 생으로 날릴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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