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13화 (113/261)

113화

진성 그룹 진동훈 회장은 신문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미국으로 돌아간 줄 알았던 진민재가 어떤 갑질 사건에 피해자로 언론에 화려하게 등장하였다.

미국에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에 있었다니? 그러면서 집안의 어른인 자신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조카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종류의 갑질은 지금도 수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지 않는데 오션의 창업자라는 타이틀로 인해 언론이 관심이 많아 계속 이 문제가 이슈화하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가질 만하고 미국계 기업의 창업자도 당하는 갑질, 언론이 물어뜯기에 맛있는 먹잇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진성 그룹은 백척간두에 놓인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 위기를 벗어날 조짐이나 희망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벌써 진성 그룹계열사 중에 진성 건설은 법정 관리에 들어가 자신의 손에서 떠났고 진성 어페럴도 매각하였고 제일 알짜 계열사인 진성 리조트는 독립하여 나갔다.

7개의 계열사 중 이제 4개만 남았지만 남은 4개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받아 자금 유동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회사채 발행도 막히고 은행 대출도 막힌 상태에서 유일한 희망은 진민재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그놈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부인이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웬일이야?”

“여기 와서 앉아 봐.”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가서 앉았다.

“당신도 뉴스 봤지?”

“무슨 뉴스?”

“민재 말이야. 알면서 왜 모른 척해?”

“달라질 게 있나?”

“왜 없어? 민재한테 도움을 받으면 되잖아.”

“지금까지 한국에 있으면서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놈이야. 가능할 것 같아?”

“왜 안 돼? 민재가 성공하는 데 우리 도움이 큰 역할을 했어. 우리가 준 70억 원이 아니었으면 민재가 오션을 마음 편히 개발하고 창업할 수 있겠어? 우리가 도와주었으니 이제는 우리가 도움받아야지.”

“도와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그건 모르지. 당신이 말이라도 해 봤어? 자기도 진성에 대한 애착이 있을 거 아니야? 진성이 이대로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까? 나 같으면 도와줄 거야.”

부인은 진짜로 도와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에 연락했겠지.

“만약 안 도와준다고 하면?”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이래서 문제야? 하지도 않고 왜 안 된다고만 생각해? 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지. 그런 사고방식으로 나서니까 될 일도 안 되는 거야. 안 되면 되도록 노력해야지. 현재 우리에게 유일한 희망은 그것뿐이야. 당장 연락해.”

자리에서 일어나 휑하게 찬바람 불며 나가는 부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인터폰을 눌렀다.

(네. 회장님!)

“코리아 오션 연결해.”

(알겠습니다.)

* * *

미나의 녹음 스케줄이 모레로 잡혔다.

서하연 기자의 도움으로 녹음실을 소개받았는데 현재 큰 이슈가 된 것을 알아서 그런지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어 이번에는 무사히 녹음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핸드폰이 울려 받았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염중섭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고문님! 조금 전에 진성 그룹 진동훈 회장님에게 연락이 왔었습니다.)

이번 일로 언론에 내 이름이 오르는 것을 보고 연락이 올 줄 알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연락이 왔다고 하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조카의 안부 인사보다는 그 속셈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하나요?”

(고문님과 통화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고문님은 회사에 잘 나오지 않아 메모해 남겨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잘하셨네요. 앞으로도 계속 연락 올 거예요. 메모 남겼다고만 말하세요.”

(그래도 작은아버지인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저는 진성하고 연을 끊으면서 작은아버지도 연을 끊었어요. 제가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아신다면 그런 말 하지 못하실 겁니다.”

예전에 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에 대해 물어봐서 대충 이야기는 해 주어 자세히는 몰라도 내 상황을 어느 정도는 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계속 연락하지 않으면 직접 찾아올 수도 있으니 작은아버지라고 특별히 대접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그냥 내보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키아이 엔터테인먼트하고 KG 음향에서 연락이 왔는데 고문님을 뵙고 사과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서하연 기자의 기사가 나가고 다른 언론사에서도 오션에 연락이 많이 왔고 상황을 전부 이야기해 주어 타 언론사에서도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기사화하였다.

여론 향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욕을 먹자 아마도 지금쯤 똥줄이 탈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소송전으로 가도 실익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바로 용서해 주기에는 고문님이 당한 것도 있으니 시간을 조금 더 끌다가 합의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도 언론에 내가 계속 거론되는 것이 좋지는 않았다.

이미 언론에 다 알려져 대부분의 사람들도 알기에 적당히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이번 주 토요일에 보면 될까요?”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수 홍이나가 회사와는 별도로 고문님을 개인적으로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합니다.)

사실 홍이나가 잘못한 것은 없는데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고 있어 미안하기는 하였다. 그렇기에 만나서 사과받을 일은 아니었다.

“홍이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전해주세요.”

(저도 그렇게 말했는데 꼭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연예인이라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으니 회복하고 싶은가 봅니다. 만나지는 않더라도 고문님이 전화로 이야기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핸드폰 번호 알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여론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오션에 접속하여 뉴스를 보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가라앉기는 했지만 오션과 키아이 엔터테인먼트, 홍이나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이번 일로 오션이 피해자로 인식되어 홍보 한번 제대로 하여 득을 많이 본 것 같았다. 뉴스를 계속 보는데 오션팟에 대한 기사가 보였다.

2~3일 뒤에 낸다고 하더니 이제야 기사를 냈네.

‘오션의 새로운 MP3 플레이어 출시 예정’ 제목을 얼른 클릭하였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오션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기존 MP3 플레이어 엠피고 업체인 디지털 카스트를 인수하여 야심 차게 준비한 새로운 MP3 플레이어가 곧 시판될 예정이다.

출시 예정일은 3월 1일이며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동시에 출시한다고 하였다.

오션팟으로 명명된 MP3 플레이어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기존 엠피고의 저장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수백 곡의 곡을 저장할 수 있도록 성능 또한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에 반해 가격 또한 파격적으로 낮추어 1기가 오션팟은 12만 9천 원, 2기가는 14만 9천 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오션팟 출시를 앞두고 광고 송을 녹음하려다가 갑질 사건에 연루가 된 것이었다.

또한, 오션팟은 MP3 플레이어 기능뿐만 아니라…….

기사를 읽다 보니 기자가 오션팟을 광고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느낄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그런 게 아닌데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데 서하연 기자는 왜 이렇게 해 주는 거지? 괜히 신세 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홍보 효과는 제대로일 것 같았다. 나중에 밥 한번 사야지.

* * *

퇴근하고 집에서 음악을 듣다가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밤늦게 전화할 사람이 없는데? 무슨 일이 있나? 얼른 받았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에릭 슈밋입니다.)

에릭이 웬일이지? 주식 분할 때문에 전화한 건가?

“네. 안녕하세요? 주식 분할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2월 15일 월요일부터 분할된 주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겁니다.)

“잘됐네요.”

(제가 전화 드린 것은 그 문제가 아니라 어제 확인한 건데 지금 미국에서 아마존이나 이베이를 통해 중국에서 제조된 MP3 플레이어가 판매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짝퉁이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빨리 나온 것 같았다. 역시나 중국이었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네.

“언제부터 판매한 건가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중국 업체에 특허권 위반으로 소송을 해도 중국 법원에서 재판하기에 시간만 끌 테고 판결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 법원에 소송해 봤자 중국 기업이 따르지도 않을 테고요. 중국은 말이 통하는 상식적인 국가도 아니고 한마디로 양심도 없고 날강도 같은 집단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전 생에서 한국의 오징어 게임이 큰 인기를 끌자 드라마에 나왔던 의상 등 소품을 중국에서 카피해 제작하여 미국 등 전 세계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한 적이 있었다.

그때 넷플릭스에서 중국 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과 수입 업체에 너희들이 불법으로 제작한 중국 제품을 팔면 너희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건다고 하여 제품이 순식간에 내려간 적이 있었다.

중국을 조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기에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중국이 아무리 만들어도 팔 곳이 원천 봉쇄당하면 팔 수가 없는 거니까. 물론 중국 내에서 파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기는 하죠. 미개한 족속들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전혀 알아듣지 못할 거예요. 중국을 상대로 괜히 우리가 힘을 뺄 필요는 없어요. 이렇게 하죠. 일단 확인된 아마존이나 이베이에 공문을 보내 MP3 플레이어의 원천 기술 특허는 오션이 가지고 있고, 그걸 알면서도 불법적으로 제작된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너희들도 책임이 있기에 당장 판매 중지를 하지 않으면 모든 피해에 대한 소송을 걸겠다고 하세요. 푼돈 벌려다가 거액을 배상할 수 있기에 모든 업체들이 당장 판매를 중지할 거예요. 또한, 인터넷 쇼핑몰뿐만 아니라 그걸 수입해서 판매하는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하시고요. 그럼 미국 내에서 불법적인 MP3 플레이어를 판매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다른 국가에도 판매할 수 있기에 그곳도 확인하시고 같은 방법으로 하시고요.”

묘수를 찾은 것처럼 에릭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런 방법이 있었습니다. 효과는 확실할 것 같습니다. 당장 확인된 곳부터 공문부터 보내고 다른 루트로 수입해 들여와 판매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또 다른 국가들도 지사에 확인하라고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고 진행 상황 알려주시고요.”

(알겠습니다.)

“다른 건 없죠?”

(네. 없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생산하려면 공장이 많이 필요하기에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

그렇다고 난 중국에는 절대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다 지어야 하나? 베트남도 별로고 인도도 그렇고 인도네시아도 그렇고 태국이나 필리핀에 지어야 하나?

난 개인적으로는 미얀마가 가장 좋을 것 같은데 나중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자국민을 학살하기에 미얀마도 찜찜하였다.

나중에 생각하자.

* * *

다음 날 커피숍에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는데 홍이나에게 전화가 와 통화하고 있었다. 바로 전화할 줄 몰랐는데.

“그러니까 홍이나 씨의 마음도, 홍이나 씨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도 잘 알아요. 그러니까 연락처도 알려 드린 거예요.”

(아니에요. 회사 측에서 한 행동이지만 원인을 따지면 저예요. 저로 인해 모든 문제가 생긴 거니까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는 것이 맞아요.)

괜찮다는 데도 자꾸 오겠다는 거야? 그럼 내가 더 미안하잖아.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인성도 좋네.

이러니까 스타가 된 건가? 근데 소속사는 왜 그 모양이야?

“바쁘실 텐데 안 오셔도 돼요.”

(저 한가해요. 이번 일로 모든 스케줄 취소했거든요. 갑자기 바쁘다가 할 일이 없어지자 왠지 불안하기도 하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요.)

그렇게 말하면 내가 더 미안해지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이곳에 홍이나가 온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많이 몰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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