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11화 (111/261)

111화

(황정화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세요? 녹음은 잘 끝난 겁니까?)

“아뇨. 못했어요.”

(오후 4시가 맞다고 합니까?)

“그게 아니라…….”

상황 설명을 하자 매우 화를 내었다.

(그런 놈들이 어디 있습니까? 감히 우리 오션을 무시하다니 이런 놈들 가만히 둬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말인데 녹음실 비용이 얼마인가요?”

(4시간 기준으로 해서 12만 원이었습니다. 보정과 반주까지 포함된 금액입니다.)

이 정도 금액으로는 KG 음향에 타격을 줄 수 없는데.

“알았어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생각 좀 해보게요. 다른 녹음실 좀 알아봐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이런 일을 처음 당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염중섭 대표는 사회생활을 오래했으니 알려나? 핸드폰을 들었다.

(염중섭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말씀하십시오.)

“오늘 오션팟 녹음하기로 한 날이었는데…….”

상황 설명을 하였다.

“이대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작은 것이라고 불합리한 것은 바로잡고 싶어서요. 제가 귀찮다고 피하면 이런 일들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발생할 거잖아요. 좋은 방법이 있을까 해서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듣는 저도 화가 나는데 고문님은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주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 녹음실에는 환불받는 것이 전부이고 손해 배상 소송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 피해를 입증하기 힘들고 승소하더라도 배상 금액이 적을 겁니다. 사회 정의를 목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시간적으로나 금액적으로는 실익은 없습니다. 어쩌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언론에 알리는 것이 있고 제일 효과적일 겁니다.)

실익이 없고 그런 일로 유난을 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것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모두가 귀찮다고 가만히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쓸데없고 바보 같은 짓이지만 한번 해 볼까?

“한번 해 보죠.”

(정말 하실 생각입니까?)

“네. 1,000명 중의 999명은 하지 않더라도 한 명쯤은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오션 고문 변호사에게 말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기자가 있는데 고문님께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별일 아닌데 괜히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다. 직원처럼 미안하다고 한마디 했다면 그냥 똥 밟았다고 넘어가겠는데 오히려 큰소리치며 잘못을 모르는 것 같아 뭘 잘못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 * *

대한 일보 서하연 기자는 경찰서만큼 취잿거리가 많은 곳은 없기에 오늘은 경찰서에 취재를 나왔다.

평상시 생활할 때는 범죄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같은데 이곳은 올 때마다 대한민국에서 범죄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제대로 실감하게 된다.

방금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이 형사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 형사님! 피곤하실 텐데 이거 드세요.”

“서 기자님! 이왕 주실 거면 커피 말고 몸에 좋은 거 주세요. 제가 하루에 자판기 커피 몇 잔이나 마시는지 아세요?”

“다음에는 율무차 뽑아 드릴게요.”

“차라리 율무차가 낫겠네요.”

“기삿거리 있어요?”

“없어요.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가? 요즘은 잡범들밖에 없어요. 강력 사건이 없는 게 더 좋기는 하죠.”

“그러지 말고 있으면 주세요. 숨겨 놓은 거 있잖아요.”

“정말 없어요. 있으면 진작에 알려주었죠. 여기는 없어요. 다른 경찰서 가 보세요.”

실망한 채 강력부에서 나와 복도에서 자판기 커피를 하나 뽑고 간이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서하연 기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오션의 염중섭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요즘 오션 잘나가던데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무슨 일로 전화까지 주신 거예요?”

(그게… 그래서 전화 드렸습니다. 기사로 올릴 수 있을까요?)

설명을 들은 서하연 기자는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그토록 자신이 찾았던 진민재 고문의 이름이 나왔다.

역시나 아직 한국에 있었다. 어디에 꼭꼭 숨어 있었던 거냐?

사실 작은 해프닝 같은 일이라 기삿거리는 안 되지만 오션의 개발자인 진민재 고문과 엮으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울러 진민재 고문의 개인 인터뷰도 딸 수 있어 금상첨화였다.

“당연히 가능하죠. 그런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기사로 널리 알려 이런 부당한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죠.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데 제가 직접 당사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제가 연락처 알려 드릴 테니 기자님이 직접 연락해 보세요.)

“알았어요.”

(연락처가 011-XXX-XXXX입니다.)

“제가 연락해 볼게요.”

전화를 끊은 서하연 기자는 기쁨에 못 이겨 소리를 작게 질렀다.

“아싸!”

바로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다가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 일보 서하연 기자라고 해요. 진민재 고문님께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하여 기사로 올리려고 하는데 만나 뵐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오늘도 가능할까요?”

(가능은 하지만 제가 지금 분당에 있어서 늦지 않을까요? 내일 오전에도 가능합니다.)

“기자가 시간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제가 지금 분당으로 갈 테니 계신 곳만 알려주세요.”

(여기 주소가…….)

“네. 바로 갈게요.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릴 거예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적은 주소를 보았다.

역시나 자신의 추측대로 주소가 커피숍이었다. 근데 이 커피숍 자신이 갔다 온 곳 같은데. 얼른 다이어리를 뒤져 커피숍 목록을 확인하였다.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갔다 온 곳이었다. 허무하였다.

* * *

“사장님! 손님 왔습니다.”

강성중 말에 뒤를 돌아보자 예쁜 여자가 서 있었다. 기자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하연 기자는 이 커피숍을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서 귤차를 마신 것도 컴퓨터가 있는 것도 전부.

다만 달라진 것이 알바가 여자로 바뀌었고 원래 알바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커피숍에 컴퓨터가 있어 이상하다 싶어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했는데 바빠서 오지 못했더니 이곳이 맞았다.

진작 올걸.

저 앞에 드디어 만나고자 했던 진민재가 서 있었다. 반가워 그 앞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제가 전화 드린 서하연 기자예요. 드디어 고문님을 뵙게 되었네요. 영광이에요.”

“안녕하세요? 제가 뭐라고 영광까지. 앉으세요.”

“네.”

앉자 미나가 커피를 가져왔다.

“드세요.”

“네. 고마워요.”

기자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보는데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급하게 오느라 그런가?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기삿거리가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게 기자예요. 제 일이고 당연히 와야죠. 이곳에서 손정우 회장과 볼 게이트를 만난 거예요?”

어떻게 알았지? 혹시 성중이가 말한 기자가 이 기자인가?

“기자님이라 그런지 많이 아시네요.”

“말하자면 길어요. 일단 오늘 있었던 일부터 이야기하시죠.”

“그래요. 어떻게 된 거냐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된 거예요.”

“황당했겠어요.”

“맞아요. 이런 일이 흔하지 않을 텐데 제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또 처음 겪는 거라 당황스러웠고 황당했습니다.”

“이런 일이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많이 일어나요. 예로부터도 있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이런 일을 자꾸 공론화한다면 조금은 줄어들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소송하시는 것도 잘하시는 일이라 생각해요. 일반 사람들은 이런 부당한 일을 당하고서도 소송할 생각을 못 해요. 고문님이나 되니까 소송할 수도 있는 거예요. 꼭 배상을 받는다는 것보다는 잘못된 것을 알려주는 경종을 울리는데 큰 의미가 있을 거예요.”

“맞아요. 배보다 배꼽이 크고 상대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지만 네가 잘못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

“잘하시는 거예요. 제가 오늘 저녁이라도 인터넷판으로 기사를 먼저 올릴게요. 오션에 제일 먼저 올릴게요.”

“기사 작성할 때 홍이나 가수는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전후 사정을 보면 홍이나가 원해서 한 거는 아니에요.”

“홍이나 팬이세요? 홍이나가 예쁘기는 해요.”

“그건 아니에요. 괜히 저 때문에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 피해 입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예요.”

“알았어요. 예명을 사용할게요.”

강성중이 기자에게 물었다.

“기자님! 기사가 나오면 그 두 회사 매장시킬 수 있습니까? 그런 갑질하는 회사들은 제대로 혼이 나야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아주 나쁜 회사로 기사를 작성해 주십시오.”

게임하는 줄 알았더니 대화를 듣고 있었던 거야? 기자가 예뻐서 그런가?

강성중의 말에 서하연 기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쪽지를 몇 번이나 보냈는데 다 씹어요? 본인은 그렇게 하고서는 그런 말이 나와요? 도리를 안다면 최소한 죄송하다는 답장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강성중이 다시 게임하는 척하였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그 많은 기자 중에서 하필 그 기자라니?

“서 기자님이 PC 통신에서 쪽지 보내신 기자분이었어요?”

“네. 그때 생각만 해도 진짜.”

“제가 보내지 말라고 했어요. 이해해 주세요.”

“따지는 것은 아니에요. 저도 이해해요. 근데 오션팟 출시 송을 녹음한다고 했는데 오션팟이 뭔가요?”

“MP3 플레이어예요.”

“MP3 플레이어는 기존에 엠피고가 있던데 그것과 비슷한 거예요?”

“네. 엠피고를 우리가 인수하였고 기존 엠피고와는 전혀 다르게 디자인했고 성능도 많이 올렸어요.”

서하연 기자는 생각지도 않은 월척을 건진 것 같았다. 오션이 MP3 플레이어 업체를 인수했다니 이건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이제는 제조업에도 진출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제조업이기는 하지만 같은 IT 산업이라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언제 출시하나요?”

“3월 1일부터 한국과 미국. 일본에 동시 출시해요. 그 이후에 점차적으로 출시 국가들을 늘려갈 거고요.”

“얼마 남지 않았네요. 혹시 제가 그 오션팟 실물을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대답하고서는 강성중과 신상철을 보니 오션팟을 듣고 있지 않았다. 대신 미나가 듣고 있었다.

미나를 불렀다.

“네. 사장님!”

“그 오션팟 기자분이 잠깐 보고 싶데.”

“네.”

미나가 오션팟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거예요.”

“와! 디자인이 예쁘네요. 제가 엠피고도 봤는데 전혀 달라요.”

“이건 노래가 수백 곡이 들어가요.”

“정말요?”

“네. 성능은 높이고 가격을 낮춘 것이 오션팟이에요.”

“오션팟 사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어요?”

“물론이죠. 오션팟은…….”

설명을 해 주었다.

“대단하네요. 용량과 성능은 대폭 늘었는데 가격은 대폭 낮아졌고 제가 생각해도 이건 분명 시장에서 반응이 좋을 것 같아요. 출시되면 저도 당장 살 거예요. 오션팟 사진 찍어서 기사 내도 되나요?”

뜻하지 않게 오션팟 광고하게 되었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