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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02화 (102/261)

102화

결과 발표를 하자 찬성한 주주들인지 환호를 하였고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은 인상을 구기며 일어나 주총 밖으로 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르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축하드립니다.”

내가 올 줄 몰랐는지 약간 놀라는 얼굴이었다.

“자네도 왔어?”

“네. 구경하러 왔습니다.”

“나한테는 축하이지만 자네에게는 어떤 결과일지 모를 텐데 축하 인사해도 되는 거야?”

“지금은 한 개인으로 축하 인사드리는 겁니다. 결과야 정해진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지 않습니까? 저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긍정하는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지.”

그때 홍창호 사장이 다가왔다.

“어르신 축하드립니다.”

“자네 어깨가 더 무거워진 거야.”

“잘 압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제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차나 한잔하시죠.”

“그러지.”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홍창호 사장실로 향했다.

가는 도중 황규희가 어르신 몰래 나에게 윙크를 하였다. 반갑다는 의미야? 뭐야?

홍창호 사장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찻잔을 들고 마시던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

“이제 진성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아니니 하루빨리 진성을 털어 버리고 독자적인 경영 정상화를 이룩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근데 어르신! 저를 계속 유임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다른 놈을 그 자리에 앉힌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던 놈이 더 잘하는 법이야. 물론 자네가 지금까지 경영을 못 했다면 가차 없이 잘랐겠지만.”

“그럼 어르신은 경영에 참여할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이 나이 먹고 골치 아프게 왜 해? 경영 잘해서 배당금이나 두둑이 줘. 난 그거면 족해. 그렇다고 마음 놓지 마. 잘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테니까.”

“앞으로도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야지. 난 자비가 없어.”

말하는 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무섭네.

날 보더니 한마디 하였다.

“표정이 왜 그래?”

“아닙니다.”

“자네도 마찬가지야. 진성 리조트를 찾고 싶으면 날 실망하게 하지 마.”

넘길 생각은 있는 건가? 그럼 다행인데.

“알겠습니다. 그리고 진성 어페럴 인수 협상을 시작했던데 잘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내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정보가 왜 이리 쉽게 새 나가는 거야?”

황규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진성 이놈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봐. 비밀 엄수가 왜 안 돼.”

“그러게요.”

어음도 다 매입했다면서 비밀로 해야 하나?

“알면 안 되는 겁니까?”

“동네방네 소문낼 필요가 뭐가 있어? 이런 일은 조용히 마무리 짓는 게 좋아.”

“어디 가서 말하지 않을 겁니다.”

나를 한번 보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어르신이었다.

“가시게요?”

“여기서 더 할 일이 남았나? 차 마셨으니 가 봐야지.”

황규희도 그렇지만 어르신도 오늘 보니 독특한 분이셨다. 황규희가 할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 같았다.

그러니 그 일을 물려받을 생각을 하지.

* * *

오늘은 9월 1일. 드디어 라니지와 서머위즈 워 베타 버전을 공개하는 날이었다.

아침에 출근하여 오늘따라 신상철이 긴장했는지 평소와는 다르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좋은 꿈 꿨냐?”

“아니! 자다 깨다 했어.”

“긴장돼?”

“조금.”

“이미 물은 엎질러졌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마음 편하게 가져.”

“너도 오션 처음 런칭할 때 이런 기분이었어?”

내가 그랬나? 그때 기억이 가물가물했었다.

“모르겠어. 기억 안 나.”

“넌 천재라 당연히 성공할 거로 생각해서 마음이 편했을 거야.”

말하는 투가 왠지 시비 거는 것처럼 들렸다. 오늘따라 안 하던 짓을 하고 왜 그래? 여자처럼 그날은 아닐 테고.

난 천재라서 보기보다는 당연히 성공할 것을 알았기에 신상철처럼 조급하거나 걱정하는 마음은 없었을 것이다.

가끔 나한테 무슨 말을 할 때 보면 넌 천재라고 하는 것이 저놈은 나를 천재라 확실히 믿고 있으며 천재 콤플렉스가 조금 있는 것 같았다.

뱁새가 황새 쫓아갈 생각을 하면 안 되지.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 저런 생각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세뇌 교육을 해야겠다.

“내가 천재라 부러워?”

“당연하지. 난 죽어라 해야만 네 발끝을 겨우 따라갈 수가 있으니까.”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네.

“사람이 살다 보면 가끔은 어떤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천재 같은 괴물들을 볼 때가 있을 거야. 그 천재만 바라보면 어느새 자신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고 좌절하는 자신을 보게 돼. 그만큼 잔인한 일이고 어리석은 일이야. 바라도 보지 말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어. 인생은 마라톤 경기야. 단거리 경기가 절대 아니란 말이야. 출발을 같이했지만, 천재는 벌써 저 앞에서 가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면 너만 힘들어. 그냥 인정하고 먼저 보내. 그런 후 너만의 길을 우직하게 가는 거야.”

어느새 배상도도 강성중도 내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면 10년일지 20년일지 모르겠지만 길을 가다 보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천재를 볼 날이 있을 거야.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긴 마라톤 경기를 완주하는 자는 드물어. 그걸 너 자신이 해낸 거야. 그것만큼 보람 있고 뜻깊은 것은 없을 거야.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 잘 알잖아. 거북이가 처음부터 포기했다면 결코 토끼를 이길 수 없었겠지. 내가 보기에 너도 천재는 아니어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성중이도 널 많이 부러워할걸. 그러니까 천재인 상대방을 인정하고 신경 쓰지 말고 네 갈 길만 가. 그런 다음에 한 발짝만 더 가. 그러면 만족해하는 너의 모습이 어느새 되어 있을 거야. 그럼 넌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되는 거야.”

내 말이 끝나자 강성중이 입을 열었다.

“사장님 말이 맞습니다. 저는 상철이 형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게임을 혼자서 개발하나? 신기하면서 많이 부러웠습니다. 상철 형은 남들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서울대도 가서 졸업한 수재입니다. 사장님은 너무 높은 곳에 있다 보니 저는 아예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고 질투나 부럽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저한테는 상철이 형이 천재 같은 존재입니다, 그걸 인정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러니 상철 형도 인정하고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사장님은 게임으로 말하면 사기캐 같은 존재입니다. 비교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나와 성중이의 말에 기분이 조금 풀어진 것 같았다.

“내가 처음 개발한 게임을 오픈하느라 신경이 예민했나 봐. 미안해.”

신상철의 어깨를 툭 쳤다.

“이해해.”

프로그램 개발하는 것보다 사람 관계가 더 힘드네. 참 힘들다. 특히 신상철은 성격이 모나서 더욱더.

내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오션 코리아에 접속하였다. 접속하자 팝업이 하나 떠올랐다.

라니지와 서머위즈 워 런칭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팝업 창을 클릭하자 네이브 게임 사이트로 이동하였다.

게임 사이트는 두 게임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고 게임을 다운받아 설치하게끔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OCEAN.COM에 접속하였다.

여기서도 게임을 안내하는 팝업 창이 떠올랐다. 팝업보다는 배너가 더 낫지 않나?

유럽과 일본 오션에도 접속했더니 전부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둘러보는데 강성중의 외침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와! 접속자가 4,000명이 넘었습니다.”

“벌써?”

“네. 제가 지금 인터내셔날 서버에 접속했습니다.”

게임 서버는 접속하는 국가에 따라 그 국가 서버와 인터내셔날 서버에 접속할 수 있게 하였다.

즉, 한국에서 접속하면 한국 내에서만 접속할 수 있는 서버와 모든 국가에서 접속할 수 있는 서버로 구분되어진다.

원래는 그 국가 서버만 있게 하려다가 게임 활성화를 위해 격론 끝에 인터내셔날 서버를 두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전 세계 유저들이 접속하여 함께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강성중이 인터내셔날 서버에 접속한 것이다.

그러니 오픈한 지 3시간도 안 되어 4,000명이나 접속한 거지.

일어나서 강성중이 하는 서머위즈 워 게임을 보았다.

“아싸! 둘 킬이다.”

강성중은 이전부터 테스트하느라 게임을 많이 해서 잘하지만 다른 유저들은 오늘 처음 하는 거라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것도 당분간이지 조만간에 실력 있는 유저들이 계속 생길 것이다.

원래는 몬스터를 제거하여 레벨을 올리는 거지만 유저들끼리도 제거하여 레벨을 올릴 수가 있었다.

강성중은 몬스터를 제거하기보다는 유저들만 계속 제거하고 있었다. 이러면 나중에 다른 유저들에게 타깃이 될 텐데.

“왜 몬스터는 안 제거하는 거야?”

“대한민국 남아의 기상을 보여 주는 겁니다.”

“보여 줄 게 그렇게도 없냐? 너 그러다가 나중에 전 세계 공공의 적이 된다.”

“레벨을 올려 월등한 위치에 오르면 됩니다. 그럼 떼로 몰려와도 다 물리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기는 자 위에 걷는 자 있고 뛰고 나는 자도 있는 법인데.

“레벨 올리려면 몬스터를 제거해야지. 그게 포인트가 더 높잖아.”

“이놈 별칭을 보니 일본놈 같은데 이놈만 죽이고 이제 그럴 겁니다.”

완전 신이 났다. 테스트할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신상철과 배상도도 인터내셔날 서버에 접속하여 말없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진짜 PC방이네.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약간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이주희입니다.)

“안녕하세요?”

(고문님! 게임 오픈한 거 확인하셨어요?)

“네. 봤어요.”

(지금 게임 다운 수가 몇인지 아세요?)

“모르죠. 얼마나 되는데요?”

(방금 확인한 건데 전 세계적으로 라니지가 45만이나 되고, 서머위즈 워가 43만이나 돼요. 이제 겨우 오픈한 지 3시간인데도요. 하루가 지나면 얼마나 될지 벌써부터 기대돼요.)

전 세계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다운들 받았네. 한국과 일본은 지금 낮 1시이지만 외국은 저녁이나 새벽일 텐데.

이 정도면 성공인가?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성공적인 런칭이네요.”

(맞아요. 제가 계산해 보니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다운 수가 되고, 그중에서 50%만 정액제로 전환한다면 1조 원이 넘어요. 한 달 매출이 1조 원이 된다는 거예요. 생각만 해도 대박이에요. 게임 사업이 이렇게 클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다운 수보다 정액 전환을 얼마나 할지가 관건이에요. 전환 수를 지속적으로 많이 늘리려면 버그를 빨리 잡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버그는 다 수정했고 송 팀장을 비롯해 팀원들이 버그를 계속 찾고 있고 버그 게시판도 있어 빨리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야죠. 어느 국가에서 가장 많이 다운을 받았나요?”

(미국이에요.)

역시 미국이었네. 사업하려면 미국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거다.

“알았어요.”

(다시 연락 드릴게요.)

“네.”

전화를 끊었다.

“상철아! 지금까지 얼마나 다운받았는지 궁금하지?”

“응. 얼마나 받았대?”

“3시간 만에 서머위즈 워가 43만이고, 라니지가 45만이래. 성공적인 런칭 축하한다.”

강성중도 거들었다.

“상철이 형! 축하해요.”

신상철도 기분 좋은지 싱글벙글하였다.

“고마워.”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아 미국 오션 본사에 전화하려다가 지금은 새벽이니 나중에 해야겠다. 일본에나 전화해 볼까?

핸드폰을 들었다.

(테츠야입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고진욱 목소리였다. 자주 연락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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