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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01화 (101/261)

101화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잠시 쉬고자 기지개를 켰다.

개발하고 있는 오션팟 OS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이번 주면 완료가 될 것 같았다.

기지개를 켜다가 일어나 열심히 게임 테스트하고 있는 3명 뒤로 다가가 구경하였다.

다들 재미있는지 무아지경이었다. 그렇게 재미있나? 난 왜 게임에 재미를 못 느끼지?

이전 생에서 가끔 동료들이 포커를 치곤 했는데 나도 판에 껴서 몇 번 해 보았지만 별로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하면 잃지는 않고 주로 따는 편이었다.

하지만 조금 하다 보면 금세 흥미를 잃어 그만두다 보니 따고서 그만둔다는 오해를 받아 그다음부터는 아예 하지를 않았다.

난 게임이나 도박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중독되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절제를 왜 못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이십 대 초반 여성 두 명이 들어오는데 그중 한 명을 보고 얼어붙었다. 쟤가 여긴?

엄마 딸이자 내 이부동생인 나서희였다. 이렇게 만나네. 반가웠다.

강성중이 손님이 들어온 것을 보고 일어나려는 것을 어깨를 눌러 다시 앉혔다.

“내가 할게.”

“제가 해도 됩니다.”

“게임이나 해.”

“괜찮습니다.”

이놈 오늘따라 왜 이래? 동생을 처음 만나는 내 마음도 모르고. 아마도 예쁜 여자 두 명이라 그러는 것 같았다.

남자였으면 얼씨구나 했을 텐데.

“오픈 날 얼마 안 남았어.”

말을 하고서는 주문대로 갔다.

“어서 오십시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나서희와 친구 둘이 뭔가를 이야기하고서는 주문하였다.

“아이스 바닐라라떼 두잔 주세요.”

“네. 앉아 계시면 갖다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계산하고 테이블에 앉는 것을 보고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만들었다.

두 잔을 들고 테이블로 가서 내려놓았다.

“맛있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나서희를 바라보았다.

“혹시 운정 식당 따님 아니세요?”

놀라는 얼굴을 하였다.

“어떻게 아세요?”

“제가 운정에 식사하러 갔다가 그때 본 기억이 있어서요.”

“아, 그랬군요. 기억력이 좋으신가 봐요.”

가까이서 보니 엄마를 닮아 서희가 꽤 예뻤다. 남자들에게 인기 많겠네.

“제가 미녀는 잘 기억하거든요.”

친구와 같이 재미있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너무 노골적이지 않으세요?”

“사실을 말한 거예요.”

“여기 사장님이세요?”

“네.”

“여기 컴퓨터가 여러 대 있는 걸 보니 컴퓨터 카페인가요? 가끔 급하게 컴퓨터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와서 해도 되나요?”

“컴퓨터 카페는 아니지만,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그 정도 편의는 봐 드려야죠. 언제든지 오세요. 인터넷도 고속 인터넷이라 속도도 빨라요.”

“그래야겠네요. 고마워요.”

옆 테이블 의자에 슬그머니 앉았다.

“두 분 대학생이신가요?”

“네. 둘 다 숙명 여대 1학년이에요.”

“전공은 뭐예요?”

“영어영문학과예요.”

“영어 잘하시겠네요?”

“아니에요. 못해요. 못해서 잘하고 싶어서 영어영문학과에 간 거예요.”

“영어를 잘하려면 비결은 딱 하나예요. 많이 듣고 많이 말하는 거예요. 다른 방법은 다 소용없어요.”

“영어를 잘하시나 봐요?”

“잘하니까 훈수를 두는 거죠.”

“진짜 잘하세요?”

영어로 이것저것 말하였다.

듣는 두 사람이 놀란 얼굴을 하였다.

“와! 발음도 엄청 좋아요. 원어민 같아요. 사장님처럼 영어 잘하는 사람 제 주변에서 처음 봐요.”

“저 사실은 국적이 미국이에요.”

“그래서 잘하는 거구나. 교포세요?”

“그런 셈이죠. 영어 배우고 싶으면 자주 와요. 대신 대화는 무조건 영어로만 하는 거예요.”

“그래도 돼요?”

“물론이죠.”

“고마워요. 그럴게요.”

“지금부터 할까요?”

손을 들어 마구 내저었다.

“아니에요. 준비가 안 되었어요. 다음에 준비해서 올게요.”

“언어는 준비하고 말고가 없어요. 무조건 하는 거예요. 어린아이들이 준비하고 말 배우나요? 그냥 많이 듣고 틀려도 좋으니 많이 말하는 거예요.”

“아니 그래도요.”

그때 문이 열리고 박도진이 들어왔다.

하필 이 타이밍에 오다니? 도와주지 않네.

“손님이 왔네요. 그럼 즐거운 시간 나누세요.”

“네.”

일어나자 박도진이 다가와 인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연락도 없이 웬일이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저쪽에 앉아서 이야기하죠.”

“네.”

구석진 자리로 가서 앉았다.

“무슨 일 있어요?”

“어제부터 진성 어페럴 매각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황규희를 만나고 나서 진성 어페럴 매각 협상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말을 들어서 난 또 어르신이 생각이 바뀐 것이 아닌가? 했었는데 다시 시작했다고?

리조트 홍창호 사장은 내일이 임시 주총이라 정신이 없어서 이 사실을 몰랐나 보네.

“정말이에요?”

“네. 그렇습니다.”

“협상은 잘 진행되었다고 하나요?”

“그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진성 측에서 매각에 적극적이라 진행은 잘될 것 같습니다.”

하긴 한쪽이 적극적이면 부결될 확률은 낮을 테니까.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DS 자산 운영사에서 진성 어페럴에서 외부업체에 발행한 어음을 대폭 할인해서 전부 매입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무기한 협상 연기를 한 이유가 어음을 매입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매입이 다 끝나 어제부터 협상을 시작한 겁니다.”

“그럴 가능성이 크네요. 대폭 할인이라면 어느 정도인가요?”

“대부분이 70, 80% 정도 할인했다고 합니다.”

“네? 그 정도면 거저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거래 업체들 입장에서는 진성 어페럴이 부도나면 어음이 휴짓조각이 되기에 그렇게 해서라도 넘기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한 푼이라도 건지고 싶었을 겁니다.”

물에 빠진 절박한 심정을 알겠다.

와! 무섭다. 그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고 싶나? 이래서 사채업자는 조심해야 하는구나. 난 절대 사채를 쓰지 말아야겠다.

“그럼 DS 자산 운영사는 양쪽으로 이득을 보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인수 협상에서는 어음 금액 그대로 부채로 계산하여 인수가를 결정할 겁니다. 그렇기에 인수가가 낮아지는 결과가 될 겁니다.”

“진성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나요?”

“현재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에 알게 되겠지만 알아도 방법은 없을 겁니다. 진성도 파산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받고 매각하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요.”

“무섭네요.”

“그래도 이 정도는 양반입니다. 사채 한번 잘못 사용했다가는 기업을 그냥 통째로 뺏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만 보면 어음은 강자들에게만 유리한 것 같네요.”

“맞습니다.”

“왜 이런 불합리한 제도가 만들어졌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왜 폐지하지 않을까요?”

“강자에게 유리하니까 그런 겁니다. 강자에게 불리했다면 벌써 폐지되었을 겁니다.”

“그렇네요. 알았어요.”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수고했어요.”

미국에서는 어음 제도가 없는데. 가만! 코리아 오션에서도 어음을 사용하나? 우리만이라도 사용하지 말아야겠다.

핸드폰을 들었다.

(염중섭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진민재예요.”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뭐하나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코리아 오션에서도 어음을 발행하나요?”

(아닙니다. 우리는 거래 업체가 거의 없기에 어음을 발행할 일은 없습니다.)

“받는 것은요?”

(매출이 주로 광고 매출이라 광고주 입장에서는 소액이기에 전부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습니다. 근데 갑자기 어음은 왜 묻는 겁니까?)

어음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네.

“보니까 어음 제도는 문제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확인하는 거예요.”

(그렇기는 합니다. 보면 한국 경제는 고칠 것이 어음뿐만 아니라 아주 많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것들을 고쳐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어음 주지도 받지도 말아요.”

(알겠습니다.)

“네이브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이 대표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래요. 다음에 또 통화해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보니 어느새 나서희가 가고 없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다음에 오려나? 왔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는 다르지만, 현재 나에게 유일한 내 핏줄이었다.

가족이 생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책임감이 따르고 설레는 마음일까? 예쁜 여동생이 갑자기 생긴 기분이었다.

사촌 동생인 서영이하고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느새 강성중이 다가와 나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존경스럽습니다.”

“뭐가?”

“사장님은 어떻게 단번에 자연스럽게 손님들과 합석하실 수 있는 겁니까? 저는 아무리 해도 안 됩니다. 부럽습니다.”

“별게 다 부럽다?”

“아까 온 손님 무척 예쁜 게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꿈 깨라! 내 동생이다. 너한테는 안 준다.

“넌 어떻게 예쁜 사람들은 다 네 스타일이냐? 얼마 전에도 그랬고 저번에 검사 왔을 때도 그랬고.”

“사장님은 마음만 먹으면 예쁜 여자 친구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왜 여자 친구가 없는 겁니까? 제가 사장님 정도만 되었으면 매일 예쁜 여자들하고 놀러 다닐 겁니다.”

“그러게. 난 왜 이리 재미없게 사는 걸까?”

* * *

오늘은 진성 리조트 주주 총회가 있는 날이라 참석하려고 진성 리조트에 왔다.

난 주주가 아니라서 참석할 필요도 자격도 없지만, 홍창호 사장 도움으로 주주 총회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작은아버지가 참석할 수도 있었지, 의제 가결이 예상되어 참석하지 않는다고 하여 안심하고 왔다.옆쪽 맨 끝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임시 총회라 그런지 주주들이 많이 참석하지는 않았다. 어르신도 황규희도 아직 안 왔는지 보이지 않았다.

10시 정각이 되자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곧 임시 주주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오니 홀에 계신 분들은 입장하여 착석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방송이 나가자 안으로 여러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그 안에 홍창호 사장과 어르신과 황규희가 있었다.

같이 있었나 보네.

“지금부터 임시 주주 총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임시 총회인 만큼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의제인 진성 리조트 진성 그룹 계열사 독립 찬반 투표를 하기 전에 의제를 요구한 주주 측으로부터 의견 청취를 듣는 시간부터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주주 측 나오시죠.”

사회자 말에 어르신 옆에 있던 남자가 단상에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임시 주주 총회를 요구한 지분 30%를 소유한 황규천 주주님의 변호사로 대신 발언을 하겠습니다. 현재 진성 그룹은…….”

변호사의 긴 발언이 끝났다.

간단하게 요점만 말하면 되지? 무슨 할 말이 많은지 장장 20분 동안 발언이 이어졌다.

난 처음으로 주총에 참석하는 거라 잘 모르겠지만 원래 주총이 이런가?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발언을 잘 들으셨을 테니 어떤 결정이 진성 리조트에 도움이 될지 신중히 생각하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바로 찬반 투표를 하겠습니다.”

한동안 투표가 이어졌다.

투표 결과가 사회자 손에서 홍창호 사장에게 넘겨졌다. 투표 결과를 본 홍창호 사장이 무표정한 얼굴로 단상에 올라왔다.

좌중을 한번 둘러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진성 리조트 사장 홍창호입니다. 바로 투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투표 결과 찬성 57%, 반대 11%로 진성 그룹 계열사로부터 진성 리조트 독립 안이 가결되었음을 알립니다.”

말하고서는 나무망치로 3번 내리쳤다.

‘탕. 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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