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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91화 (91/261)

91화

“장 회장님! 대통령님께서 들어오시라고 합니다.”

청와대 비서실 직원 말에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알겠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으로 들어가자 김도중 대통령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장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노구에 고생 많았을 텐데 잘 다녀오셨습니까?”

“덕분에 잘 갔다 왔습니다.”

“앉으시죠.”

“네.”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찻잔을 내려놓은 대통령이 물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만나 보신 겁니까?”

“아닙니다. 못 봤습니다.”

“그렇군요. 문제는 없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소 떼를 몰고 가서 그런지 열렬히 환영해 주어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민족경제 협력연합회장 김철수와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경색된 남북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금강관 관광 개발에 합의를 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서도 이번 합의를 승인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통령이 놀란 얼굴을 하였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어렵게 합의를 이끈 만큼 그대로 무산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북에서 순순히 합의한 겁니까?”

방북하기 전에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자신이 금강산 관광 개발을 북한에 건의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북에서 받아들일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하면 자신에게 부담만 되기에 하지 않았고 만약 금강산 관광이 성사되더라도 햇볕 정책을 지향하는 정부라 반대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정부에서도 하지 못한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민간에서 남북한 화해를 위해 힘쓰시는데 당연히 정부에서 도와드려야죠.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는 겁니까?”

“그게…….”

한동안 금강산 관광 개발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체적인 사안은 제가 다시 방북하여 민족경제 협력연합회장 김철수와 논의하여 결정할 겁니다.”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남한의 관광객들이 북한의 금강산에 가는 세상이 온다니 생각만 해도 벅차고 뿌듯합니다. 이 금강산 관광을 계기로 남북한이 반목에서 벗어나 서로 평화, 공존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제가 만들겠습니다.”

“장 회장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과찬이십니다.”

대답한 장 회장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지금 이야기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대통령님!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또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진민재 말입니다. 진민재의 부친이 진상규 박사인데…….”

상황 설명을 하였다.

“그래서 말인데 그 사라진 연구 자료를 찾기만 한다면 IMF를 단숨에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할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야 할 겁니다.”

대통령이 다시 놀라는 얼굴을 하였다.

“그게 사실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회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대단한 가치가 있는 기술 같습니다.”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기술입니다. 연료난을 해결하는 동시에 각종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는 겁니다.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하여 무조건 찾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달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중요한 기술인 만큼 안기부를 통해 최대한 빨리 찾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잠시 멈췄다.

지금은 코코아 톡 개발을 중단하고 오션팟에 사용할 OS를 개발하고 있었다. 기능이 단순하여 오래 걸리지 않아 두 달이면 충분하였다.

잠시 쉬려고 인터넷에 접속하였다.

먼저 새로 오픈한 네이브에 방문하였다.

서비스 시작한 지 며칠 안 되어 방문 수가 적지만 종합 포털 사이트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한동안 둘러보다가 다옴에 접속하였다. 다옴은 한메일닷이 새로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이름도 바꾸었다.

오션이나 네이브나 다옴이나 사이트 디자인과 메뉴만 다를 뿐 서로 같은 종합 포털 사이트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대로 쭉 성장해 나가면 나중에 오션과 네이브, 다옴이 대한민국 종합 포털 사이트 시장을 나누어 가질 것이다.

오션에 접속하여 뉴스를 클릭하여 보았다.

어제 북미에서 window 98을 출시하였다는 기사가 있었다. 한글 버전은 8월에 출시하네. 뉴스를 한동안 둘러보다가 이메일을 확인하였다.

진성 건설 윤동수 전무에게 온 메일이 있어서 클릭하여 보았다.

진성 그룹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내왔다. 내부에 스파이가 있으니 진짜 편하네. 앉아서 상대방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으니.

이래서 작은엄마가 내 주변에 스파이를 심어 놓은 거였구나.

진성 그룹 내부는 여전히 시궁창이며 복마전이었다.

어, 근데 진성 리조트는 조금 다르네. 사장이 홍창호인데 작은아버지에게 반발하는 대표적인 인사라고 되어 있었다.

전문 경영인이라 회장에게 반발하면 자리가 위태로울 텐데도 이러는 것을 보면 뚝심이 있는 인물 같았다.

이런 인물이 있으니 다른 계열사는 다 무너져도 2004년까지 진성 리조트를 이끌었겠지.

어쩌면 그전에 내몰려 진성 리조트마저 2004년도에 파산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믿을 만한 것 같은데 이자를 내 편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한번 만나 볼까?

* * *

진성 리조트 홍창호 사장은 결재 서류를 보다가 비서실장이 들어오자 시선을 돌렸다.

“사장님!”

“왜?”

“방금 그룹에서 연락이 왔는데…….”

말하기 난처한지 망설이는 비서실장을 보며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말해.”

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룹에서 연락이 왔는데 9월에 진성 건설에 어음 100억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걸 우리보고 미리 준비해 달라고 합니다.”

버럭 소리를 질렀다.

“미친놈들! 우리가 무슨 은행이야. 말만 하면 돈이 나오게? 우리는 뭐 여유가 있는지 알아? 우리도 힘든 건 마찬가지야. 한번 도와주었더니 도와주는 게 당연한 듯하네. 염치가 없어.”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우리가 계속 도와줄 형편이 아니잖아. 이번 6월 어음도 간신히 도와주었는데 더는 무리야. 진성 건설 도와주다가는 우리가 먼저 부도나게 생겼어. 우리도 힘들어서 안 된다고 전해.”

“가만히 있겠습니까?”

미간을 찌푸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야. 그걸 왜 모르지?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지. 이러다가는 줄줄이 엮여 다 같이 망하는 건데. 근데 진성 건설 매각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만 매각 협상이 무산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저도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만 인수하려던 성진 건설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인수 대상을 다른 건설사를 변경했다고 합니다.”

“매각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답답하네. 인수할 다른 기업은 없나?”

“찾고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성 건설 내부에서 윤동수 전무의 주도로 매각보다는 차라리 법정 관리를 받자는 의견들이 강하게 나온다고 합니다.”

“그게 낫지.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건데? 지금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야. 근데 윤동수 전무가 그런 주장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네.”

“저도 듣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또 윤동수 전무한테 연락이 왔는데 조만간에 사장님과 한번 만났으면 한다고 합니다.”

의외라는 듯 물었다.

“나를?”

“네. 그렇습니다.”

“왜?”

“말로는 그룹 일로 긴급히 상의할 일이 있다고는 했지만, 그 정확한 저의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내가 굳이 그자를 만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만나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윤동수 전무가 법정 관리를 주장하고 있고 진성 건설이 법정 관리를 받게 되면 우리로서는 부담을 덜기에 더 좋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진성 건설이 법정 관리를 받도록 사장님께 도움을 청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약속 잡아.”

“알겠습니다.”

* * *

윤동수 전무에게 진성 리조트 홍창호 사장과 만날 약속을 정하라고 했더니만 이틀 만에 약속을 잡아 약속 장소에 왔다.

행동력 하나는 빨라 좋은데 이 자는 일식집 마니아인가?

약속 장소가 또 일식집이었다. 그래도 지난번과 같이 왜색풍이 강하게 풍기는 곳이 아니라 일반적인 일식집이었다.

홍창호 사장은 아직 오지 않아서 혼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문이 열리며 50대 초반의 남자가 들어오다가 나를 보고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죄송합니다. 방을 착각했나 봅니다.”

문을 닫으려는 할 때 내가 말하였다.

“혹시 진성 리조트 홍창호 사장님 되십니까?”

“누구신데 저를 압니까?”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입니다. 들어오십시오.”

“저는 진성 건설 윤동수 전무를 만나러 온 겁니다.”

“제가 윤동수 전무에게 부탁한 겁니다.”

홍창호 사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쪽을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

말을 하고 그냥 가려고 하였다.

보통은 내가 누군지? 왜 그랬는지? 궁금해서라도 들어오지 않나?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고 판단하여 가려는 것 같았다.

그렇지. 그룹에 이런 자가 한 명도 없을 수는 없지. 그전에는 더 많았겠지만 작은엄마한테 다 쫓겨나고 몇 명 남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진규촌 회장님 장손자인 진민재입니다.”

내 외침에 뒤를 돌아가려다가 다시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네? 정말 진규촌 회장님 장손자입니까?”

“네. 들어와서 이야기하시죠.”

“알겠습니다.”

홍창호 사장이 들어와 내 앞에 앉았다.

“먼저 죄송합니다. 보는 눈이 많아 번거롭게 했습니다.”

“이해합니다. 미국에 계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내가 오션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 보네.

“올 초에 입국하여 계속 한국에 있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처음에 오션 개발자가 진민재라고 하여 처음에는 동명이인인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아닌 걸 알고 놀랐습니다. 선대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보통 인물이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 이름을 알고 있었구나. 할아버지가 내 이야기를 했다고? 의외였네.

“할아버지가 저에 관해 이야기하셨어요?”

“가끔 이야기하셨습니다. 앞으로 진성을 이끌어갈 인재라고 하시며 기대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그랬다고? 근데 나에게 기대한다면서 나한테는 왜 다정하게 대해 주지 않았을까?

“할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줄 몰랐어요.”

“진성을 왜 떠나신 겁니까? 지금 진성이 어떤지 아십니까?”

“진성이 어떤지 잘 알아요. 떠난 이유는 말해줄 수 없고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더 중요할 거예요.”

“그룹을 되찾으실 겁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기다리며 기회를 보려고 해요.”

“진성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 겁니까?”

“하나도 없어요.”

“네? 어떻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습니까?”

상속을 당연히 받았다고 생각할 테니까 이해하기 힘들겠지.

“말하자면 길고 복잡해요. 지분이 없다고 해도 다시 찾을 수가 있어요.”

“어떻게 말입니까?”

“제가 인수하면 되는 거잖아요.”

“자본이 많이 들 겁니다. 오션이 상장했다고는 하지만 진성을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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