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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89화 (89/261)

89화

갑자기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생각났다. 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글쎄 말이야.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됐을까?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갈까?”

“나 한국 음식은 처음 먹어 보는 건데 괜찮을까?”

뭘 먹으러 가야 하나? 불고기는 외국인들도 다들 좋아하니까 불고기 먹으러 가야겠다.

“입맛에 맞을 거야.”

“그럼 다행이네. 식사하러 가기 전에 진이 한다는 커피숍에 잠깐 들러도 돼? 무척 궁금했거든.”

“커피숍은 밥 먹고 커피 마시러 가야지.”

“그러네. 나가자.”

차 타고 갈 거리는 아니어서 걸어갔다.

역시나 걸어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아이노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금발 외국인에 172 키에 늘씬하게 빠진 몸매에 예쁜 얼굴까지 당연하였다.

아이노도 그런 시선을 느꼈을 텐데도 핀란드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라 아무 내색하지 않고 나하고 이야기하며 걸어갔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아이노를 보고 하는 말에 순간 피식 웃었다.

“존나 예쁘네.”

“진 왜 웃어? 저 학생이 뭐라고 했는데?”

“아이노가 아주 예쁘데.”

“그게 웃을 말이야?”

“어린 학생이 말하는 말투가 웃겨서.”

눈을 흘겼다.

“설마 안 예쁜데 예쁘다고 해서 비웃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내가 봐도 아이노 예뻐.”

아이노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철판 불고기 하는 식당이 있어서 그곳에 갔는데 아이노가 너무 잘 먹어 놀랐다.

소고기를 지금까지 많이 먹어 봤지만 이런 맛은 처음이라며 밥은 조금만 먹고 철판 불고기만 혼자서 3인분을 먹었다.

저렇게 먹고 살도 찌지 않네.

또 반찬 나오는 것을 보고 아이노가 무척 놀랐다. 핀란드 식당에서는 반찬이라는 것이 없어서 생소하면서 신기해하였다.

특히 감자조림 반찬이 나왔는데 너무 맛있다고 하여 리필을 여러 번 했고 사장님도 아이노가 잘 먹는 것을 보고 흐뭇해하며 기꺼이 더 주셨고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였다.

리필이 공짜라는 것에도 놀랐다.

많이 먹었는지 드디어 포크를 내려놓는 아이노였다.

“더 먹지?”

“진은 내가 뚱뚱해지면 좋겠어?”

지금까지 먹은 건 뭔데? 어이가 없었다.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까 그러지.”

“진짜 맛있어. 한국 음식이 내 입에 딱 맞나 봐.”

“저녁은 다른 거 먹으러 가자.”

“너무 배불러서 저녁은 못 먹을 것 같은데.”

“시간 지나면 배고파질 거야. 이제 커피 마시러 가자.”

“응.”

식당에서 나와 커피숍으로 향하였다.

“사장님 오셨습…….”

안으로 들어가자 강성중이 나를 보고 인사하다가 내 뒤를 따라 들어온 아이노를 보고 놀란 얼굴을 하며 말을 멈췄다.

예쁜 건 알아서.

“성중아 커피 두 잔만.”

테이블 앞에 앉았다.

무딘 신상철까지도 아이노를 보고는 꽤 놀라는 얼굴이었다.

강성중이 커피를 가지고 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사장님! 누굽니까? 인사시켜 주십시오.”

강성중 말에 신상철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인사해야지. 여기는 핀란드에서 온 아이노야. 디자인할 일이 있어서 잠시 한국에 온 거야.”

아이노를 보며 핀란드어로 말하였다.

“아이노 인사해. 여기는 커피숍 알바생 강성중이고, 저기는 게임 개발자 신상철이야.”

강성중이 한국말로 크게 인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강성중입니다.”

웬일로 신상철도 거리낌 없이 인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아이노가 내가 알려 준 인사말을 어색한 한국말로 하였다.

“안뇽하떼요? 아이노입노다.”

“인사들 했으면 자기 자리로 돌아가.”

내 말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강성중과 산상철이었다.

“여기 어때?”

내 물음에 아이노가 커피숍을 둘러보더니 대답하였다.

“아기자기한 분위기네.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꾸민 것 같지만 규칙이 있는 것 같아. 진이 꾸민 거야?”

“아니, 전 주인이 꾸민 그대로야.”

“전 주인이 미적 감각이 있는 것 같아. 잘 꾸몄어, 난 이런 분위기 좋아하거든.”

“다행이네.”

“근데 손님이 하나도 없네.”

“가끔 있어.”

“진은 부자니 손님이 있든 없든 상관이 없겠지. 오션 주식 계속 오르는 거 알아?”

“주가 확인 안 한 지 좀 된 것 같은데, 앞으로 계속 오를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디자인할 게 어떤 제품이야?”

“MP3 플레이어야. 그게 뭐냐면…….”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럼 내가 세계 최초로 출시되는 MP3 플레이어 디자인하는 거야?”

“그건 아니고 이미 제품 하나 출시를 했어. 두 번째이기는 한데 오션 이름으로 출시하는 것은 처음이지. 기존 제품 디자인과 확연하게 다를 거고. 그건 집에 가서 자세히 설명해 줄게. 내일은 MP3 플레이어 개발한 회사 인수 계약을 하거든. 같이 가서 기존 제품도 보면 좋을 거야.”

“알았어.”

* * *

다음 날 아침 아이노와 같이 디지털 카스트에 인수 계약을 하러 갔다.

이미 인수 금액과 특허권 금액을 다 합의하여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무실 안이 기존에는 못 보던 활기찬 분위기였다.

이제는 든든한 오션이 인수하기에 더는 회사가 망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기존보다 더 나은 혜택을 받게 되어 직원들도 좋아하였다.

사무실에 있던 황정화 사장과 심용철이 환한 얼굴로 인사하였다. 예전보다 얼굴들이 많이 좋아졌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안녕하세요?”

두 사람의 시선이 내 옆에 있는 아이노에게 집중되었고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분은 누구십니까?”

“MP3 플레이어를 새로 디자인할 디자이너입니다.”

“그렇습니까?”

황정화 사장이 고개를 넙죽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노가 말없이 고개 숙여 인사하였다.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네.”

사장실에 들어와 앉자마자 HQ 컨설턴트에서 작성해 준 인수 계약서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먼저 계약부터 진행하죠.”

“알겠습니다.”

“계약서 확인하시고 이상 없으면 도장 찍으시면 됩니다.”

“네.”

계약서를 들어서 보는 황정화 사장의 눈에는 아쉬움과 시원섭섭한 감정 등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 있었다.

그동안 MP3를 개발하면서 자금 부족으로 계속 시달리며 고생도 많았고 우여곡절 끝에 개발했지만, 반응이 별로 안 좋아 마음고생도 많이 했었다.

이제는 그런 걱정에서 벗어나게 되었지만, 자신이 설립한 디지털 카스트가 이제는 사라지고 개발한 MP3마저 자신의 손안에서 떠나게 되니 마음이 착잡하였다.

그래도 영원히 떠나는 것은 아니고 이름과 소유만 바뀌었지 자신은 직원들과 함께하게 되어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었다.

이것만 해도 어디야? 오션에서 배려해 준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기업이라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 보고서는 계약서를 내려놓았다.

“이상 없습니다. 도장 찍겠습니다.”

난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기에 황 사장만 하면 된다.

“네.”

황정화 사장은 도장을 들고 계약서에 찍으려다가 도장만 찍으면 이제는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 들자 잠시 멈칫거리다가 미련 없이 도장을 찍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진 고문님!”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앞으로 황 사장님이 잘 이끌어 주십시오.”

“제가 능력이 부족하여 잘할지 모르겠습니다. 디지털 카스트도 제대로 이끌지 못했는데 제가 욕심을 부리는 건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제는 자금이 부족하여 걱정할 일도 없으니 오직 MP3 판매에만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진 고문님께 감사 인사하고 싶었습니다. 배려해 주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못난 남편이 사업한다고 고생만 시켰는데 진 고문님 덕분에 마누라가 무척 좋아합니다. 이제야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면목이 서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카스트가 작은 기업이고 부채도 좀 있고 해서 인수 비용은 그다지 많이 들지는 않았다.

더구나 환율 차이로 인해 더 적은 금액으로 인수하게 되었다. 다만 MP3 원천 기술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지급하였다.

그로 인해 MP3 원천 기술을 개발한 황정화 사장과 심용철이 목돈을 받게 되어 매우 만족해하였다.

사실 나 아니었으면 MP3 원천 기술이 헐값에 넘어갔을 텐데. 아무리 돈이 중요해도 해 줄 건 해 주고, 대접할 건 대접해 줘야 하는 게 맞지.

“이제 더 열심히 하여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능력을 보여 주어야겠네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난번에 말씀하신 새로운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이제 인수했으니 말해도 되겠다.

“디자인부터 해서 안에 들어가는 내용을 바꿀 겁니다. 지금은 내장 메모리를 사용하지만 저는 1.8 인치 소형 하드 디스크를 사용할 겁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지 놀라는 얼굴이었다.

“네? 하드 디스크를 사용한다고요?”

“네. 하드 디스크를 사용하면 내장 메모리보다 용량도 더 늘릴 수 있고 단가도 더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런 방법도 있었네요. 저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그럼 MP3 플레이어 OS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그건 제가 개발할 겁니다.

그리고 내년 1999년에 출시를 목표로 할 것이며 먼저 1기가와 2기가 두 가지를 출시할 것이고 2000년도에는 5기가와 10기가로 용량을 늘릴 겁니다.”

“5기가 10기가면 노래가 수천 곡이 들어가겠습니다.”

“당연하죠. 최소 1기가는 되어야 소비자들이 관심 가지게 될 겁니다.”

“디자인은 어떻게 변경하실 겁니까?”

어제 아이노에게 아이팟 모형을 대충 그려주고 설명하여 임시로 그린 디자인을 가지고 왔다.

디자인한 종이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걸 보시죠.”

종이를 들어서 보는 황정화였다.

“우리 엠피고하고는 디자인이 전혀 다릅니다.”

“맞아요. 엠피고는 작지만 두껍고 옆으로 길게 늘어진 오디오 형태이지만 이 디자인은 얇고 위아래로 길게 늘어진 형태가 될 거예요.

이 디자인이 최종 디자인은 아니지만, 이 디자인 형식대로 디자인할 예정입니다. 여기 있는 동그란 원형에 있는 버튼을 이용하여 노래를 실행하는 겁니다.

상단 화면은 메뉴 버튼을 누를 시 디스플레이가 되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는 기능을 합니다.

또한, 컴퓨터와 연결하여 노래를 넣을 수 있으며 MP3 플레이어 기능뿐만 아니라 휴대용 저장 장치 기능까지 할 수 있게 할 겁니다.”

“하드 디스크를 사용하고 디자인도 전혀 다른 형태이고 휴대용 저장 장치 기능까지 전혀 예상 밖입니다. 지금 판단하기는 이르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엠피고보다는 인기를 확실히 끌 것 같기는 합니다. 저는 왜 이런 생각을 진작하지 못했는지 자괴감이 듭니다. 역시 진 고문님은 천재가 맞나 봅니다.”

내가 생각한 것은 아닌데. 괜히 양심에 찔렸다.

“그리고 이 MP3 플레어 이름은 오션팟이 될 겁니다.”

“가격은 얼마로 책정하실 겁니까?”

“현재 계획은 1기가는 110달러이며 2기가는 130달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엠피고보다 확실히 낮습니다. 근데 국내는 환율 차로 인해 앰피고와 비슷하기는 합니다.”

“지금은 그렇지만 환율이 지금처럼 계속 고환율이 유지되지는 않을 겁니다. 내년이 되면 많이 내려갈 것이기에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오션팟은 국내보다는 미국을 시작으로 하여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할 겁니다. 그러니 황 사장님과 심용철 과장은 다른 것보다 오션팟 개발에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겁니다. 하드 디스크는 제가 이미 현도 전자와 가격 합의했으니 그렇게 아시고 진행했으면 합니다.”

“벌써 말입니까?”

“네. 저렴하게 합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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