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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74화 (74/261)

74화

한메일닷 사장실에서 이재영과 이택건이 새로 개편한 오션 사이트에 접속하여 둘러보며 감탄을 터트리고 있었다.

“택건아! 장난이 아닌데.”

“그러게요. 우리 사이트 개편안 다시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걸 보니까 우리 개편안은 애들 장난하는 것 같네. 확실히 수준 차이가 나네. 역시 오션이라는 건가?”

“진짜 창피하네요. 선배 죄송해요. 제가 제대로 개편안을 기획했어야 하는데요. 너무 생각 없이 마음만 급했나 보네요.”

풀이 죽어 있는 이택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나도 개편안에 찬성했으니까 너 잘못만은 아니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어. 이렇게 하나둘 실수하면서 알아가는 거지.”

“알았어요. 오션처럼 다시 기획안을 작성할게요.”

“근데 오션처럼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나?”

“오션과 똑같이 하겠다는 게 아니라 벤치마킹해서 한메일닷 성격에 맞게 적용하겠다는 거예요. 그럼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아요.”

“알았어. 근데 우리가 오션을 따라갈 수가 있을까? 워낙 차이가 커서.”

“당장은 힘들겠죠. 하지만 앞으로 오션을 따라잡으려면 틈새시장을 노리거나 뭐가 한메일닷만의 특색있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 것 같기는 해요.”

“그렇기는 하지. 그럼 우리도 이번 기회에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사이트도 전면 개편하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로. 어때?”

“좋은 생각 같아요. 기존에 한메일닷은 예술 사이트로 사람들의 인식이 고정되어 있으니까요. 이번 기회에 인식을 대중적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무슨 이름이 좋을까요?”

“글쎄? 당장 생각나는 이름은 없는데. 사이트 개편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그동안 생각해 보자.”

“저도 생각해 볼 테니 선배도 잘 생각해 보세요.”

“혹시 모르니까 직원들한테도 물어보자.”

“알았어요. 제가 직원들에게 말할게요.”

* * *

박도진이 왔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실 것 같아 지금까지 조사한 자료를 먼저 드리려고 왔습니다.”

“앉으세요.”

“네.”

자리에 앉자 서류 봉투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여기 있습니다.”

봉투를 들고 안에 있는 자료를 꺼내서 보기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자료를 꼼꼼히 잘 조사하였다. 이래서 HQ 컨설턴트에서 믿고 의뢰를 하나 보네.

한동안 자세히 보았다.

현재 진성 그룹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IMF로 인해 자금 경색이 심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은 버틸 만한 것 같았다.

특히 진성 건설하고 진성 어페럴이 부도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계열사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 개월이지 여름이 지나면 그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조사였다.

그럴 바에는 미리 터트리는 것이 좋지 않나? 괜히 끌고 가다가는 다른 건전한 계열사까지 위험에 처할 텐데.

내가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회생 불가능한 기업은 과감하게 버리고 남은 기업을 살리는 데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은데.

이래서 진성이 무너지는 건가? 할아버지가 한평생 고생하며 일꾼 진성이 이대로 무너지다니? 하늘에서 이걸 보시는 할아버지 마음이 어떨까?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시 진성을 일으켜 세울 테니까요.

근데 작은엄마도 그룹 일에 관여한다고? 현재 진성 그룹 감사였다.

어이가 없었다. 작은엄마가 경제나 경영을 모를 텐데. 내가 알기로 작은엄마는 대학 전공이 불어 불문학이었다.

안 봐도 눈에 뻔하였다. 작은아버지는 작은엄마에게 휘둘릴 테고, 이러니 진성이 개판이 되어 한순간에 무너지는 거지.

나도 경영을 몰라 전문 CEO를 두고 뒤로 물러나 있는데.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하는데. 참 답답하였다.

위에서 이러니 밑에 임원들이나 직원들도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줄 서는데 더 혈안이고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는 데 급급하였다.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내가 자료를 보는 사이에 박도진이 커피숍을 둘러보다가 신상철을 보고서는 꽤 놀라는 얼굴이었다.

자신이 조사한 사람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신상철이 들을까 봐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제가 스카우트했어요.”

말은 안 하지만 왜 저런 자를 스카우트했냐는 눈빛이었다.

“자료 조사는 마음에 드네요.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계속 진성 그룹을 주시하겠지만 매일 일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기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보고할 것이 없을 겁니다.”

“그렇겠죠. 자료를 보니 임직원들의 비리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은데 임직원들의 비리도 조사해 주셨으면 해요.”

“알겠습니다. 아직까지는 비리가 있는 임원들이 많지 않아 조사는 어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 그리고 현도 그룹 장주용 회장 기사를 보아서인지 갑자기 아빠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교통사고는 할아버지도 조사해서 이상 없다고 하였고 미국 CIA에서도 사고사라고 말해 의심할 만한 것은 없지만 어떤 상황인지 난 자세히 모르기에 알고 싶어졌다.

박도진이 경찰에 인맥이 많다니 사고 조사서를 빼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혹시 85년도에 발생한 교통사고 경찰 조사서를 볼 수가 있을까요?”

“경찰 조사서만입니까?”

“네.”

“85년도면 13년 전 사건이라 조금 힘들겠지만, 자료가 보관되어 있기에 가능은 합니다. 어떤 교통사고를 알고 싶은 겁니까?”

“85년 8월 10일 양평 국도에서 발생한 사망 교통사고예요. 사망자는 진상규이고요.”

사망자가 진씨라 혹시나 하는 눈빛으로 물어보는 박도진이었다.

“맞아요. 아빠예요.”

“알겠습니다. 제가 빠른 시일 안에 알아보겠습니다.”

“부탁해요. 그리고 또 하나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검사 한 명에 대해 알아봐 주셨으면 해요.”

내 말이 끝나자 정색하였다.

“검사를 조사하는 것은 못합니다. 뒷조사하다가 걸리면 감당하기 힘듭니다. 이 건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래도 조사하고 싶으시면 이 일을 하는 자를 소개는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되게 몸 사리네. 길고 가늘게 살자는 목표인가?

“검사 뒷조사를 해 달라는 게 아니라 올해 임용된 유아영 검사라고 있어요. 그 유아영 검사 최근 재판 스케줄을 알아봐 달라는 거예요. 이 정도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 정도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재판 일정만 알아보겠습니다.”

“그러세요.”

“더 없습니까?”

“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네.”

박도진이 갔다.

며칠 전에 갑자기 유아영이 얼마 전에 연수원을 졸업하고 검사 임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나에게는 이미 끝나고 지나간 인연인 유아영이라 미련은 전혀 없었다. 유아영이 나를 본다고 해도 누군지 모를 테고 나에 대한 기억조차도 없을 테니까.

다만 유아영을 한 번쯤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박도진에게 의뢰한 것이다.

멀리서 한번 보고 끝났을 수도 있지만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검사복을 입고 얼마나 잘하는지 보고 싶을 뿐이었다.

이전 생에서는 보지 못했으니까 이번 생에 대신 보려는 것이다.

* * *

오늘은 봄비가 아침부터 쏟아지고 있었다.

일은 하지 않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커피숍에서 일하니까 이런 낭만, 감상도 느끼고 참 좋았다.

비가 와서인지 손님도 거의 없었다.

내가 창밖만 계속 바라보고 있자 강성중도 와서 나와 신상철 중간에 앉았고 신상철도 나에게 전염되었는지 일을 하지 않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정적을 깨는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영어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저 에릭입니다.)

“안녕하세요? 별일은 없죠?”

(네. 오션이 나날이 성장하는 것 빼고는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좋은 소식이네요.”

(미국에는 언제 오십니까?)

“글쎄요? 좀 더 한국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한국만 신경 쓰지 마시고 여기도 신경 써 주십시오.)

“대신 에릭이 잘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안심하고 한국에 있는 거죠. 근데 무슨 일로 전화하신 거예요?”

(한국에서 새로 개편한 오션을 보았습니다. 반응은 어떻습니까?)

“반응은 아주 좋아요. 기존에는 검색만 가능했었는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니 페이지 뷰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요.”

(코리아 오션 페이지 뷰가 개편한 이후로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것을 저도 보고 받았습니다. 그래서 내부에서 코리아 오션의 성공을 보고 우리 오션이 미래에 나갈 방향이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논의한 결과 시범적으로 독일과 프랑스, 핀란드에서 코리아 오션처럼 서비스하면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다른 국가 오션도 점차 개편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전화 드린 겁니다.)

나도 구골처럼 검색 창만 있는 것은 별로였기에 향후에는 종합 포털 사이트로 갈 생각이었다.

“나쁘지는 않아요. 해볼 만한 가치는 있으니까요. 근데 핀란드에서도 한다고요?”

(네. 핀란드는 고문님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여 다른 국가보다 개편하기에 제일 좋은 환경입니다. 현재 핀란드 오션에서는 뉴스를 보려는 유저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으니까요.)

핀란드가 인구는 적어도 뉴스 때문에 일일 페이지뷰 수는 높은 편이었다.

“그렇게 하세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무척 기대되네요.”

(알겠습니다. 저도 무척 기대됩니다. 다음에 또 전화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옆에 앉아 있던 강성중이 존경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와! 사장님 영어 너무 잘하십니다. 발음도 원어민과 같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십니까?”

“이 정도는 기본 아닌가?”

짜증 난다는 얼굴을 한 채 말하였다.

“또 그러신다. 그게 어떻게 기본입니까? 대한민국에 사장님처럼 영어 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요?”

신상철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말하였다.

“민재는 미국 사람이라 영어 잘하는 거 아니야?”

신상철 말에 나와 강중성이 놀라며 신상철을 바라보았다.

커피숍에서 일하기 시작한 신상철이 자발적으로 나 빼고 강성중에게 말을 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근데 대화에 끼어들다니? 많이 발전하였다.

“상철이 형은 잘 모르나 본데 사장님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까지 하고 미국 가서 시민권 딴 거예요. 원래 미국 사람이면 영어 잘한다고 놀라지 않죠. 몇 년 만에 저렇게 잘하니 놀라는 거예요.”

“그런 거였어. 난 몰랐네.”

이럴 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가야지.

“상철이는 영어 못해?”

“독해와 작문은 좀 하는데 회화는 잘못해. 외국인 앞에서는 입이 안 떨어져.”

“듣기는 가능해?”

“조금. 알아듣기는 해.”

“그러면 말하는 연습만 하면 나처럼 되겠네. 작문하는 식으로 말로 하면 되니까. 물론 발음에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그것도 하다 보면 늘어. 오늘부터 연습해 봐. 성중이 너도.”

“저는 독해, 작문, 듣기도 안 돼서 힘듭니다. 제가 외국 나가 살 것도 아니고 이대로 살래요. 영어 못한다고 한국에서 못사는 건 아니잖습니까? 다만 부러울 뿐입니다.”

“마음대로 해라. 네 인생이니까.”

그때 문이 열리고 웬 남자가 들어왔다.

“UPS에서 왔습니다. 진민재 씨가 어느 분입니까?”

UPS에서 나에게 물건 올 게 없는데. 누가 보냈지?

“전데요.”

남자가 다가와 작은 상자를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여기에 서명 부탁합니다.”

종이에 서명을 해 주자 남자가 갔다.

“사장님 뭐예요?”

“나도 몰라.”

“보낸 사람 주소 있지 않아요?”

상자에 있는 주소를 보았다. 미국에서 보낸 건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상자를 열어보자 그 안에 MSS 박스가 또 있었다.

볼 게이트가 보냈나 본데.

MSS 박스를 뜯자 CD가 한 장 있었는데 Window 98 CD이었다. 아직 Window 98 출시가 안 되었는데.

작은 메모지 한 장이 있어 보았다.

(사용해보게. 볼 게이트)

짤막한 글이 전부였다. 출시 전에 사용해 보라고 보내준 거였다. 볼 게이트를 알게 되었더니 이런 특혜도 다 받네.

갑자기 고마웠다. 하긴 내가 미국 돌아갈 때 귤차 선물로 주었는데. 이거로 보답한 건가? 잘 사용할게요.

“사장님! 그거 Window 98 CD 아닙니까?”

“맞아. 볼 게이트가 나 사용하라고 보내준 거야.”

“대박입니다. Window 98 아직 출시되지 않았잖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5월이나 6월 초에 북미부터 출시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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