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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70화 (70/261)

70화

이재영이 웃으며 말하였다.

“제가 이런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처음부터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진 고문님께서 이제 힘을 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다가 한쪽이 힘을 놓는다면 반대편 쪽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다칠 수도 있습니다. 힘을 놓으려면 다 같이 놓아야 서로 다치지 않고 안전할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좋습니다. 제가 먼저 힘을 조금 놓을 테니 진 고문님도 조금 힘을 놓았으면 합니다. 25% 어떻습니까?”

“이 사장님은 전혀 힘을 놓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놓겠습니다. 35% 어떻습니까?”

“진 고문님이 힘을 놓으셨으니 저도 화답하겠습니다. 30% 어떻습니까?”

“놓는 김에 더 놓으시지 그랬습니까? 33% 어떻습니까? 그럼 셋으로 나누어도 동등하지 않습니까?”

“31% 어떻습니까?”

“제가 갈증이 심합니다. 2% 부족한데 마저 채워주시죠?”

이재영이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택건을 바라보았다. 이택건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입을 열었다.

“진 고문님을 당할 수가 없습니다. 좋습니다. 33%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지분 33%에 대한 투자금은 얼마를 주실 겁니까?”

이건 내가 얼마를 주고 싶다고 줄 수 있는 차원은 아니었다.

많이 줄 수도 없고 적게 줄 수도 없기에 현재 한메일닷의 가치를 산정하여 나온 금액에다가 어드밴티지로 합당할 만큼 금액을 더 얹어 책정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건 한메일닷의 가치를 책정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 문제는 제가 아니라 오션 코리아에서 담당할 겁니다. 실망하게 하지는 않을 테니 이해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대신 일을 빨리 진행했으면 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고 한메일닷을 나와 커피숍으로 가려다가 오션 코리아 사무실에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이 생각나 나온 김에 한 번 들러보기로 하였다.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건물이라 그런지 겉에서 보기에도 건물이 깨끗하였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몇 명 안 되는 직원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온 것을 본 한 여직원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고문님! 전 이주희 과장이라고 합니다.”

난 처음 여기에 왔는데 날 아는 거야? 어떻게?

“저를 아세요?”

“네. 진민재 고문님 아니십니까?”

“맞아요. 저를 어떻게 아세요?”

“미국 신문 기사에 난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사무실에 오실 줄 알고 있었지만 들어오시는데 첫눈에 알아봤습니다. 신문에 난 사진보다 실물이 더 잘생겼습니다.”

“그랬군요. 염 대표님 계세요?”

“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이주희 과장 안내로 대표실에 들어가자 염중섭이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고문님!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연락도 없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연락도 없이 와서 민폐 끼치는 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앉으시죠.”

“네.”

소파에 앉자 이주희 과장이 차를 두 잔 들고 들어왔다.

“고문님이 뭘 좋아하시는지 몰라 녹차를 가져왔습니다. 좋아하시는 차를 말씀해 주시면 준비해 놓겠습니다.”

“전 아무거나 잘 마셔요. 고마워요.”

“그럼 전.”

이주희 과장이 나갔다.

“누구예요? 들어오는데 저를 한눈에 알아보더라고요.”

“이주희 과장입니다. 능력 있고 야망이 큰 여자입니다. 제가 제일 먼저 스카우트한 직원입니다.”

“미국 신문 기사까지 찾아서 제 얼굴을 확인할 정도이니 그런 거 같네요.”

“준비가 철저합니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크게 될 인재입니다.”

“그럴 것 같아요. 잘 키워 보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결혼은 했나요?”

“아직 안 했습니다. 결혼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는 말로는 일과 결혼했다고 합니다.”

“몇 살인데요?”

“아마 올해 서른일 겁니다.”

서른이라고 하자 HQ 컨설턴트 정하나 실장이 생각났다. 둘이 동갑이네.

이주희 과장이 아주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평균 이상은 가는데 왜 결혼 생각이 없을까?

“제 주위에 결혼 안 한 서른인 여자가 많네요.”

“그렇습니까? 누굽니까?”

“염 대표님 소개해 준 분이요.”

“아! HQ 컨설턴트 정하나 실장 말하는 겁니까?”

“네.”

“제가 보면 능력 있는 여자들이 결혼을 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결혼하면 더 좋을 텐데요.”

“여자는 결혼하면 제약들이 많아서 그럴 겁니다. 외국은 덜하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저는 이해가 갑니다.”

하긴 미국은 결혼한 여자가 직장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데.

“문제네요.”

“근데 어떻게 오신 겁니까?”

“한메일닷에 들렀다가 오는 거예요.”

“투자 제안은 하신 겁니까?”

“네. 투자하는데 지분 33% 받기로 했어요.”

“쉽게 받아들인 겁니까?”

“이전부터 투자를 받으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독일 기업과 이야기 중이었는데 오션의 제안을 받고 우리로 결정한 거예요.”

“그래도 지분 33%면 꽤 많이 준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네이브는 하도 여러 곳에서 투자를 많이 받아 실제 창립자인 이호진은 자신의 지분이 5%도 안 된다.

그거에 비하면 양반이지.

“그렇기는 하죠. 그렇게 해도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으니 결정한 거겠죠.”

“그럴 겁니다. 그럼 한메일닷도 오션 엔진을 사용하게 되는 겁니까?”

“그렇죠.”

“한메일닷도 사이트를 전면 개편한다고 하니 오션과 경쟁이 치열할 겁니다.”

“그렇게 될 거예요.”

“고문님! 그래서 말인데 우리 오션도 무료로 이메일 서비스를 했으면 합니다. 한메일닷은 이미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오션이 더 불리한 입장입니다.”

“그렇기는 해요. 하세요. 우리가 아무리 한메일닷에 투자했어도 오션이 한메일닷에 밀리면 안 되겠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다른 것은 더 없어요?”

“없습니다.”

“한메일닷 투자 금액을 정해야 하는데 염 대표님이 맡아서 해 주셨으면 해요. 제가 그쪽에는 잘 모르거든요.”

“알겠습니다. 제가 맡아서 하겠습니다.”

“염 대표님 일거리만 늘었네요.”

“괜찮습니다.”

“그럼 저는 가 볼게요.”

“오신 김에 고문실 구경하시고 가십시오.”

“그럴까요?”

자리에서 일어나 내 방 고문실에 왔다.

아담한 크기에 책상과 소파만 놓여 있어서 심플해서 좋았다. 괜히 가구만 많으면 복잡하고 좁게 느껴진다.

“괜찮네요.”

“고문님 취향을 몰라 책상하고 소파만 준비했습니다.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준비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알겠습니다. 이제 직원들에게 인사를 시켜 드리겠습니다.”

“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왔다.

* * *

오늘은 신상철을 보기 위해 강남에 있는 다우 정보통신 회사 건물 앞에 나와 있었다.

퇴근을 항상 7시쯤 한다고 하여 캔 음료를 마시며 건물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시계를 보니 6시 50분이었다.

근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고등학교 동창들이 있지만, 컴퓨터를 전공한 놈들이 없고 믿고 맡길만한 놈이 없었다. 작은엄마 스파이 김윤석은 뭐 하고 지낼까?

잘 지내고 있겠지.

그냥 오션에서 법인을 설립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외국 기업이지 토종 기업이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HQ 컨설턴트 정하나 실장에게 의뢰하여 능력 있는 인재를 섭외하여 법인을 설립해도 되지만 그것보다는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를 확보하는 게 더 이익이었다.

그나저나 신상철이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쪽에 소질이 있다니? 난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게임을 개발한 적이 없어서 게임에는 자신이 없었다.

이건 2중대 사이트를 개설하는 게 아니라 차라리 게임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개발에 소질이 있으니 혼자 개발하라고 하면 본인도 만족스러울 것 같은데.

무슨 게임을 개발해야 할까?

이전 생에서 가장 인기 있던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일명 롤을 개발하게 할까?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 해 본 경험이 있다 보니 내가 설명해 주면 되지 않을까?

지금 컴퓨터 사양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현재 사양에 맞게 개발하고 계속 업데이트 버전을 출시하면 되지 않을까?

어떤 걸 하겠다고 미리 결정하기보다는 상황을 보며 진행하면 되겠지. 아니다. 둘 다 다하면 되는 거지.

저 앞에 신상철로 보이는 자가 나왔다.

직접 보니 안경 쓴 모습, 약간 뚱뚱한 모습이 새록새록 기억났다. 정장을 입은 모습이 낯설기는 하지만 기억 속의 모습과 같았다.

녀석이 걸어가자 뒤를 따라갔다.

지하철을 타고 봉천역에 내린 녀석을 계속 따라갔다. 그대로 집으로 들어가면 어떡하지? 첫날이니 녀석을 본 것으로 만족해야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냥 찾아가서 투자하겠다고 또는 스카우트하겠다고 제안하면 되는데 저놈은 모르는 낯선 자가 접근하면 상대조차 하지 않을 놈이라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

성격이 모나서 사람 고생시키네.

녀석이 집으로 가지 않고 길가에 있는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소주 한잔하려나 보네. 잘하면 기회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접근할까?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안 된다. 저놈이 관심을 보이고 먼저 말을 걸게 해야 한다.

어떻게? 잠시 생각해 보았다. 결국, 연기해야 하나? 인재를 얻기 위해 팔자에도 없는 일을 다 하게 생겼네.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강성중 같았다.

“성중이야?”

(응. 나야. 누구야?)

“나 사장이다.”

(네. 사장님이라고요?)

“그래.”

(사장님이 왜 전화를? 커피숍에 문제 생겼어요?)

“아니야. 작은 부탁 하나 할게.”

(말씀하세요.)

“10분 있다가 내 핸드폰으로 전화해. 내가 받으면 그때 끊어. 알았지?”

(전화하고 끊으면 된다고요?)

“그래. 이유는 묻지 말고 그대로 해 줘.”

(알았어요.)

“부탁할게.”

진짜 내가 별걸 다한다.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자 강성중이 혼자서 쓸쓸히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어서 오십시오.”

오십 대 부부가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를 맡자 갑자기 배고파졌다.

“사장님! 먼저 우동 하나 주시고 소주 한 병과 꼼장어 하나, 오징어 하나, 계란말이 하나 주세요.”

내가 많이 시키자 놀란 듯 물었다.

“네? 손님이 더 오시나요?”

“아니에요. 제가 배가 무척 고파서요.”

“알겠습니다.”

소주가 제일 먼저 나와 잔에 소주를 따르는데 곧이어 우동이 나왔다.

소주를 따르고 수저로 국물을 떠먹는데 핸드폰이 벨이 울리자 천천히 받았다.

“진민재입니다.”

내가 받자 강성중이 말하였다.

(사장님! 저 강성중입니다. 이제 끊으면 되는 겁니까?)

“네.”

강성중이 전화를 끊었지만 난 혼자 통화를 계속하였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아요. 하지만 제가 오션을 개발한 개발자지만 저는 게임을 한 번도 개발한 적도 없고 게임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 부분은 실력 있는 게임 개발자를 구하면 되지 않을까요?”

말을 하면서 신상철을 힐끔 쳐다보자 내 통화를 듣고 관심이 있는지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관심이 가겠지. 내가 오션 개발자라고 했고 게임 개발자를 구한다고 하니까. 됐다. 일단 관심을 끌었다.

“알았어요. 저도 실력 있는 게임 개발자를 찾아볼게요. 저 지금 식사해야 하니 다음에 통화해요.”

전화를 끊고 우동을 먹기 시작하였다.

신상철이 소주를 마시며 나를 힐끔힐끔 계속 쳐다보았다. 답답하게 보지만 말고 말을 걸란 말이야.

그렇게 30분이 지날 때쯤 그전에도 계속 말을 걸고 싶어 하면서도 용기가 안 나는지 계속 머뭇거리다가 드디어 신상철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저 말인가요?”

“네. 우연히 하시는 통화를 듣게 되었는데 그쪽이 정말 오션 개발자가 맞나요?”

“네. 제가 오션 개발자 진민재입니다. 오션 코리아 설립 때문에 한국에 들어와 있거든요. 오션을 아시는 것을 보니 동종 업계에서 일하시나 보네요.”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였다.

“네. 저도 프로그래머입니다.”

“반갑네요. 이런 우연이 다 있다니. 그럼 주로 개발하는 분야가 어떤 것인가요?”

“제가 주로 게임을 개발합니다.”

일부러 놀란 척하였다.

“정말요? 어디에서 근무하시나요?”

“다우 정보통신을 다니고 있습니다.”

“와 좋은 회사에 다니시는 것을 보니 실력이 있나 보네요. 이것도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게임 개발자를 구하고 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인연 같은데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누시겠습니까?”

벌게진 얼굴을 한 채 대답하였다.

“네.”

됐다. 아마도 술을 먹어 용기가 난 것 같았다. 소주 덕을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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