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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66화 (66/261)

66화

오늘 아침부터 들떠 있는 강성중을 보며 그렇게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느끼고는 있었지만 강성중이 정미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교대 시간이 끝나도 바로 가지 않고 더 있다가 가곤 하였다.

아마 정미나가 알바 구하러 들어온 날부터 첫눈에 반한 것 같았다.

히죽거리는 강성중을 보며 물었다.

“그렇게 좋아?”

“뭐가 말입니까?”

“미나랑 같이 가는 거?”

“그건 오해입니다. 저는 처음으로 하는 회식이 좋아서 그러는 겁니다.”

“그럼 우리 둘이서 매일 회식할까?”

“회식은 어쩌다 가끔 해야 좋은 겁니다. 자주 하면 회식이 아닙니다. 저는 사장님과 거의 매일 점심을 같이 먹지 않습니까?”

문이 열리고 정미나가 들어오자 강성중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얼굴에 다 드러나게 하면서 아니라기는. 속 다 보인다.

“미나 왔으니까 나가자.”

미나가 걱정하는 얼굴로 물었다.

“근데 사장님! 정말 문 닫고 가도 되는 거예요? 저는 걱정돼요.”

“괜찮으니까 그러지. 안 괜찮으면 내가 그러겠어?”

강성중이 거들었다.

“사장님 말이 맞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면 돼.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오빠는 남 일이라고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장사가 잘돼야 커피숍을 오래할 수 있잖아. 난 여기가 좋단 말이야.”

강성중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을 해도 되냐는 눈빛을 보냈다.

고개를 살살 저었다.

“미나야! 내가 사장님을 아는데 그럴 일 없으니까 가자.”

“뭘 아는데?”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말을 마치고는 미나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나갔다.

난 불을 다 끄고 나가 문을 잠갔다.

“가자.”

30분 후에 대한 일보 서하연 기자가 걸어오더니 간판을 확인하고 불 꺼진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 시간에 문을 닫은 것을 보니 여기도 망한 가게인가 보네.’

분당에 있는 커피숍을 돌아다니다 보니 IMF라 그런지 문을 닫은 커피숍들이 자주 보였다.

작은 커피숍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경기 불황은 규모가 있는 큰 커피숍도 피할 수 없는지 문 닫은 가게도 여러 개 있었다.

순간 자신이 뭐 하는 건지 회의가 들었다.

이렇게 돌아다녀 진민재를 찾아도 인터뷰하는 것이 전부일 텐데 이럴 가치가 있나 싶었다.

MSS 볼 게이트와 소프트 뱅코 손정우 회장과 같이 있는 장면을 촬영한다면 모를까? 진민재 단독은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만둘까? 할 만큼 했잖아. 힘없이 다이어리에 있는 커피숍 명단 중에 방금 간판에서 보았던 이름을 찾아 X를 하였다.

힘없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 * *

영화를 보고 나왔다.

미나는 뭐가 그리도 슬픈지 영화 후반부부터 눈물을 쏟아내었다.

인기가 많은 영화답게 볼만은 하였지만, 그 정도까지 감동적이거나 슬픈 영화는 아니었는데 사람마다 보고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를 테니까.

강성중도 약간 감동을 먹은 것 같기도 하였다.

“배고프지?”

강성중이 힘차게 대답하였다.

“네.”

“뭐 먹으러 갈까? 회 좋아해?”

“없어서 못 먹습니다.”

아직도 눈에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미나를 바라보았다.

“미나는 회 먹을 수 있어?”

“네.”

“그럼 횟집으로 가자.”

근처 횟집으로 이동하여 광어, 우럭, 방어 대자를 주문하였다. 이왕 먹는 거 배 터지게 먹여 주고 싶었다.

물론 나도 오랜만에 회를 먹는 거라 많이 먹을 생각이었다.

“오늘은 회식이니까 많이 먹어.”

“너무 많이 주문한 거 아닙니까? 음식이 남을 것 같습니다.”

“배불러도 남기지 말고 다 먹어. 남기면 아깝잖아.”

“알겠습니다.”

“미나도.”

“네.”

“근데 미나는 영화가 슬프고 감동적이었나 보네.”

“사장님은 안 그래요?”

“글쎄? 난 감정이 메말라서 그런지 별로.”

“왜 감정이 메마른 건데요?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잖아요?”

그전부터 느낀 건데 진짜로 난 감정이 메마른 것 같았다.

이전 생까지 포함하여 인생을 60 넘게 살아서인지? 아니면 다시 한번 인생을 살게 돼서 그런지?

슬프거나 누굴 그리워하거나 하는 그런 감정이 확실히 덜 느껴졌다.

물론 기쁘거나 즐거워하는 것도 예전보다는 덜 느끼기는 같았고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도 특별히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미나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사실 타이타닉이 침몰한 것에 음모론이 있거든. 그걸 생각하니까 감정 몰입에 방해가 돼서 그런가 봐.”

“무슨 음모론이 있는데요?”

“음모론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 두 가지만 말하면 하나는 타이타닉을 건조한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 거액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배가 쉽게 침몰하도록 건조했다는 거야. 실제 그 회사가 보험금을 탔다고 해.”

“설마 보험금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을까요?”

강성중이 미나에게 말하였다.

“넌 뉴스도 안 보냐? 보험금 타려고 부인, 남편, 부모를 죽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진짜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는 밝혀지지는 않았어. 두 번째 음모는 유럽 금융을 장악한 유대인 세력들이 미국 연방준비 은행을 설립하고자 반대하는 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준비된 사고였다는 거야. 결국, 이 사고로 미국 연방준비 은행 설립에 반대한 자들이 일거에 제거되어 실제 설립이 되었거든.”

“그게 진짜라면 무섭네요. 자신들의 이윤 때문에 무고한 많은 일반인들까지 희생된 거잖아요.”

“이것도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야. 진짜로 사고일 수도 있겠지. 그것보다 더 미스터리한 일이 또 있어.”

“또 있다고요? 그건 뭔데요?”

강성중하고 정미나가 내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뭐냐면 타이타닉이 실제 침몰하기 14년 전에 출간한 단편 소설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타이타닉하고 거의 비슷해.”

“에이 설마요?”

“진짜라니까. 그 소설 제목도 타이탄이야. 배 이름도 비슷하잖아. 또 비슷한 내용이 뭐냐면 호화 여객선의 첫 출항에서 사고가 난다는 점, 출발 항구도 사우스햄튼이었고, 침몰한 달도 4월이고, 빙산에 충돌하여 대서양에서 침몰한다는 것도 같고, 배의 길이며 승선한 인원수, 구명보트 수까지 거의 비슷해. 이 정도면 알고 썼다고 볼 수가 있을 거야.”

“정말 신기하네요. 그 작가한테 어떻게 알고 썼냐고 물어보면 되지 않아요?”

“타이타닉이 침몰하기 몇 년 전에 죽었거든. 또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과 비슷한 소설도 썼었어.”

“예언가예요?”

난 음모론보다 그 작가가 더 궁금하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작가는 미래를 알고 그 소설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언가라기보다는 나처럼 다시 삶을 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세상에 나 말고 나 같은 경우가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건 모르지.”

“사장님은 그런 걸 어떻게 다 알아요?”

“그 정도는 기본 아닌가?”

“…….”

* * *

어제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저녁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와 그냥 가기 섭섭하다고 하여 노래방까지 가서 노느라 늦게 들어갔더니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어제 일을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정미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얌전한 줄 알았던 정미나가 노래방에 가자 물 만나 물고기처럼 얼마나 잘 노는지 엄청 놀랐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가수 뺨치게 잘 불렀다. 한때는 가수를 꿈꾸었다고 하였다. 그 정도면 가수로 데뷔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노래방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하였다.

강성중도 새로운 정미나의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란 듯하였다.

커피숍 안으로 들어가자 염중섭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대표님 오셨네요?”

“네. 오셨습니까? 고문님! 오늘은 늦게 출근하시나 봅니다.”

“네. 어제 좀 무리를 했더니만요.”

“일도 중요하지만 쉬면서 하십시오. 개발이 무조건 한다고 능률이 오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일하느라 무리한 줄 아네? 그게 아닌데.

“잠시만요.”

“네.”

강성중 앞으로 갔다.

“잘 들어갔지?”

“그렇습니다.”

“미나는 잘 데려다주고?”

“네.”

“나 커피 한 잔 줘.”

“네.”

“여기 있습니다.”

커피를 받아 가려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저분 돈 주고 커피 산 거야?”

“네. 그렇습니다.”

아! 미나 있을 때 그래야 하는데. 아깝다.

염중섭 앞에 앉았다.

“오션 사이트 개편 준비 잘되고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거 때문에 요즘 무척 바쁩니다.”

“언제쯤 완료가 되나요?”

“현재 계획으로는 3월까지는 다 끝내고 4월 1일부터 개편된 사이트로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애로 사항은 없나요?”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고생 많네요.”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대로 하는 거라 일하면서도 즐겁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일이기에 하기 싫은 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샐러리맨의 운명이기는 하지만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하게 되면 일 자체가 힘들기보다는 보람이 있고 즐겁기 마련입니다.”

그렇기는 하지. 나도 어떨 때는 진짜 하기 싫은 프로젝트도 있었고 힘들어도 즐겁게 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문제는 내가 일을 선택해서 할 수가 없다는 거지.

“보기 좋네요.”

“제가 오늘 온 이유는 어제 한메일닷이라는 곳에서 제안을 하나 받았습니다.”

한메일닷이면 향후 대한민국 3대 포털 사이트 중의 한 곳인데.

“무슨 제안이요?”

“자신들이 이번에 한메일닷 사이트를 전면적으로 개편한다고 합니다. 그 개편한 사이트에서 검색 기능도 추가하려고 하는데 우리 오션 엔진을 사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물론 사용하는 비용도 내겠다고 합니다.”

이전 생에서도 한메일닷이 구골의 엔진을 잠시 사용한 적이 있었다. 지금이 아니라 이름을 바꾼 후이지만.

그때는 구골도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제휴한 거지만 지금은 우리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한국 시장에서 오션이 오랫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려면 토종 사이트를 눌러야 한다.

“대표님 생각은 어떠세요?”

“제 생각은 거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오션이 포털 사이트에서는 압도적인 1위이지만 그건 포털 사이트로서 1위인 겁니다. 지금 오션은 종합적인 포털 사이트로 개편하기 위해 준비 중인데 현재 한국 종합 포털 시장은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확인한 바로는 얼마 전에 또띠앙이라는 종합 포털 사이트가 생겨 반응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새로운 종합 포털 사이트가 계속 생겨날 겁니다. 또한, 한메일 서비스로 가입자가 많은 한메일닷이 종합 포털 사이트로 개편한다면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쟁자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됩니다. 사용료를 받더라도 오션에게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고 봅니다.”

내 생각에도 그렇다.

하지만 한메일닷이 이름을 디움으로 개명하고 2000년대 초에 들어서서 크게 성장한다.

카페를 실시해서 크게 성장한 영향도 있는데 만약 오션이 먼저 카페를 실시하게 된다면 이전 생과는 다르게 변할까?

가만 네이브는 언제 서비스하나? 내년인가?

나로 인해 야호도 구골도 운명이 바뀌었으니 디움이나 네이브도 운명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초창기라 오션이 압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지만, 야호의 경우를 보듯이 시간이 가면 토종 사이트들이 분발하여 결국은 시장은 오션과 디움, 네이브의 3파전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미래를 대비하여 두 회사에 보험을 들어 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떻게 말입니까?”

“우리 오션을 사용하는 대신 우리의 투자를 받으라는 겁니다.”

“네? 오션을 사용하게 되면 한메일닷이 크게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투자를 받아들였을 때라는 조건이 붙는 거죠. 한메일닷이 성장하면 결국 투자한 오션도 이익이니까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오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지금이야 그렇죠. 그 어떤 시장보다 인터넷 시장은 변화무쌍해요.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을까요? 장담할 수가 있을까요?”

고개를 저었다.

“아닐 거예요. 지금은 오션이 압도적으로 나가겠지만 토종 사이트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거예요. 거센 도전을 계속 받을 거예요. 우리 오션은 한국민들이 보기에는 외래 세력이거든요. 한국 국민들의 IMF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 보셨잖아요? 세상에 이런 국민들이 또 있을까요? 없어요. 점유율의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오션은 토종 사이트와 시장을 분할하게 될 거예요. 그때를 대비해서 될 성싶은 떡잎에 미리 투자하자는 전략이죠. 즉, 바로 앞의 나무를 보지 말고 멀리 있는 숲을 보자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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