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64화 (64/261)

64화

서하연 기자는 이 짓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일주일 동안 분당에 있는 커피숍을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커피숍들이 한 지역에 많이 몰려 있어 차를 타고 다닐 수가 없어 걸어서 다녔지만 그 문제의 커피숍을 찾지 못하였다.

진민재가 미국으로 떠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하의 진민재가 뭐가 아쉬워 분당에서 작은 커피숍을 하겠어?

사장이 아니라 잠깐 아는 사람의 커피숍을 봐준 것일 수도 있고 손님이었는데 알바생이 사장이라고 적은 것일 수도 있었다.

“내가 입사했을 때 선배가 진정한 기자는 발품을 파는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진짜로 발품을 팔아 걸어 다니라는 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로 말한 거지. 요즘 같은 현대 시대에 언제 걸어 다녀서 기삿거리를 찾겠어? 기자는 기동력이야. 남들 보다 뒤지면 특종을 놓치는 거란 말이야. 이 미련퉁이야.”

손을 휙 저었다.

“나 지금 힘들어. 말 시키지 마.”

“너 내일 오전에 양재동에 가서 인터뷰 하나 해.”

“싫어. 선배가 가. 나 할 일이 있어.”

“어려운 일 아니야. 오늘 코리아 오션 법인을 설립했어. 가서 코리아 오션 대표 인터뷰하는 거야.”

놀라며 큰 소리로 물었다.

“뭐? 오늘 코리아 오션 법인을 설립했다고?”

“응. 그게 놀랄 일이야?”

그래서 진민재가 한국에 들어온 거였구나. 코리아 오션에 가면 진민재를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알았어. 내가 갈게.”

“그렇게 해.”

* * *

코리아 오션 대표 염중섭은 사무실에 일찍 출근하여 이주희가 타 준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대표가 되고부터 제일 먼저 코리아 오션 법인 설립과 사무실을 임대하였다.

이주희는 소프트 뱅코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직원으로 다른 회사에 근무하던 것을 자신이 데려왔다.

여자이지만 능력이 있고 야망이 큰 여자라 코리아 오션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곳이라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오전 10시에 대한 일보 인터뷰가 있고 1시부터는 직원 면접이 있었다.

언론 인터뷰는 코리아 오션 법인이 설립되었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전략적인 차원에서 자처한 거였다.

직원 모집은 아직 초창기라 처음부터 많이 채용하면 그만큼 회사의 부담으로 적용하기에 꼭 필요한 인력 10명 정도부터 시작하여 차츰 늘려갈 생각이었다.

면접 볼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들고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이력서를 보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이주희가 들어왔다.

“대표님! 지금 대한 일보 기자가 왔습니다.”

“어 그래?”

시계를 보니 9시 30분이었다. 10시에 오기로 했는데 일찍 왔네.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내면 되지.

“들어오라고 해. 난 차로 주고.”

“네.”

잠시 후 기자가 밝은 얼굴로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코리아 오션 대표 염중섭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한 일보 서하연 기자예요.”

“앉으시죠.”

“네. 감사해요.”

두 사람이 소파에 앉았다.

서하연 기자가 사무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어제 코리아 오션을 설립해서인지 직원들은 아직 없네요. 사무실도 다 마무리되지 않은 것 같고요.”

“그렇습니다. 차차 하나씩 진행할 겁니다.”

서하연 기자는 진민재 고문이 어디 있냐고 직설적으로 물어보기보다는 아무렇지 않게 간접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여 입을 열었다.

“사무실에는 진민재 고문은 없나요? 안 보이네요. 온 김에 진민재 고문도 인터뷰했으면 좋겠는데요.”

염중섭은 고문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느낌상 사람들 입에 거론되거나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고 느꼈다.

기자 앞이라 조심스러웠다.

“저하고 인터뷰하기로 한 것이 아니었나요? 고문님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안 넘어오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그동안 분당 커피숍 찾아다니느라 얼마나 개고생했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지.

“커피숍에 있나 보네요.”

염중섭은 기자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고문이 커피숍을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자신과 극소수만 알고 있는데 기자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대답하려다가 순간 기자가 자세히는 모르고 있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안다면 그전에 고문에게 찾아갔을 테니까.

하마터면 실수할 뻔하였다.

“고문이 커피를 좋아한다는 말이 있기는 합니다. 저도 커피를 좋아하는데 인터뷰를 커피숍에서 할 걸 그랬습니다. 여기 1층에 커피숍이 있는데 지금이라도 장소를 옮길까요?”

대표 자리에 오른 인물이라 그런지 능구렁이처럼 잘 빠져나갔다.

하지만 내가 커피숍이라고 말했을 때 순간 놀라는 모습을 보인 것을 보면 분명 진민재가 커피숍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 그럼 다시 커피숍을 찾아다녀야 하나?

그때 마침 문이 열리고 직원이 차와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아니에요. 커피 왔네요. 이거 마시면 되겠어요.”

“그러지요.”

염중섭이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진민재 고문은 어디에 있는 거예요?”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 있는 거예요? 미국에 간 거예요?”

“인터뷰 시작하시죠.”

“알았어요. 인터뷰 시작할게요. 코리아 오션 법인이 이제 설립되었는데 향후 코리아 오션이 나갈 방향이 어떻게 되나요?”

“코리아 오션은…….”

한동안 묻고 답하는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 * *

오늘도 아침에 출근하여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 버튼을 누르고 커피를 마시며 부팅되기를 기다렸다.

부팅되자 인터넷에 접속하여 개발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만약에 도둑이 들어 컴퓨터를 도난당할 경우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까지 도난을 당하게 된다.

그럼 힘들게 개발한 프로그램이 한순간에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숍 컴퓨터는 작업만 하고 그날 작업이 끝나면 내가 만든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하드에 있는 작업한 프로그램은 삭제한다.

다시 복구하지 못하도록 완전 삭제를 하고 작업 시작할 때는 다시 내려받는다.

USB가 있으면 편한데 개발은 되었지만, 아직 보급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CD에 굽는 것도 일이고 CD가 에러 나면 다 날아간다.

인터넷에 저장하는 게 가장 안전하였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염중섭입니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오라 조금 전에 대한 일보 기자하고 인터뷰했는데 기자가 고문님이 커피숍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네? 기자가 알고 있었다고요? 어떻게 알았다고 해요?”

(그걸 물어보면 인정하는 거라 묻지는 않았지만 어디서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알고 계시라고 연락 드리는 겁니다.)

“알았어요. 사무실은 괜찮아요?”

(네. 그렇습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이라 깨끗하여 좋습니다.)

“강남 쪽에 얻는 것이 좋지 않았어요?”

(이 정도면 훌륭합니다. 초창기인데 비싼 강남 쪽에는 사치입니다. 나중에 정상궤도에 오르면 그때 사무실을 이전해도 됩니다.)

“알았어요.”

(그리고 오늘 오후에 직원 면접이 있습니다. 정말 고문님은 참석하지 않으실 겁니까?)

“네.”

(알겠습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기자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볼 게이트가 말할 리는 없을 테고 그렇다고 손 회장도 아닐 테고.

주문대에 앉아 책을 보는 강성중을 바라보았다.

“성중아! 이리 와 봐.”

“네.”

강성중이 왔다.

“너 혹시 내가 여기에 있다는 말 한 적 있어?”

“아뇨. 없습니다.”

“어떤 기자가 내가 커피숍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서 혹시나 네가 말했나 물어본 거야.”

강성중은 속으로 뜨끔하였다.

PC 통신에 올렸을 때 쪽지를 보낸 기자 같았다. 나중에 기자가 찾아오면 들킬 것 같아 미리 실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사장님! 그날 두 분이 찾아오던 날요. 퇴근하고 하도 놀랍고 신기해서 제가 PC 통신에 글을 올렸는데 어떤 기자가 그걸 보고 쪽지를 보내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답장도 하지 않고 글도 삭제했는데 그때 그 기자인 것 같습니다.”

아! 이제야 알겠네.

“삭제한 거 맞지?”

“네. 올렸던 시간이 한 시간도 안 될 겁니다. 죄송합니다.”

“알았어. 다시는 올리지 말고 혹시라도 쪽지 또 오면 절대 답장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기자가 여길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누군가 와서 물어보면 말조심하고.”

“알겠습니다.”

“가 봐.”

“네.”

설마 기자가 여길 찾아오겠어?

집중이 깨져 신문을 보기 시작하였다.

영화 타이타닉이 국내에 개봉되어 인기라는 기사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난 타이타닉을 보지 못했네.

이번 기회에 볼까? 누구랑? 서영이랑 볼까? 한 번은 연락해서 봐야 하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다들 연인끼리 올 텐데 혼자서 가기에는 그런데. 알바생들하고 갈까?

분당에 영화관이 있으니 커피숍이야 조금 일찍 문 닫고 가거나 중간에 닫고 갔다 와도 되고.

그래야겠다.

다시 신문을 보는데 반도 건설이 화의 신청했다는 기사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진성 그룹도 요즘 그룹 형편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진성 그룹을 인수하려면 그룹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알아봐야 하나? 어디에다 의뢰해야 하나?

심부름센터에서 의뢰할 내용은 아니고. 염중섭에게 물어볼까?

핸드폰을 드는데 문뜩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HQ 컨설턴트 정하나 실장과 이야기를 할 때 자기 회사는 헤드헌팅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 컨설턴트도 하기에 기업과 인물에 관한 조사도 한다고.

그래, 여기에다 전화해 보면 되겠다.

(HQ 컨설턴트 정하나 실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문님!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전화 주셨어요?)

“예전에 기업 조사도 한다는 말이 생각나서요. 기업 조사도 하시는 거 맞나요?”

(맞기는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조사를 하는 분이 독립적으로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그분에게 의뢰를 해요. 근데 기업 조사하실 일이 있으세요?)

“네. 알아볼 기업이 있어서요.”

(혹시 인수하실 만한 기업을 알아보시려는 건가요?)

“아직은 생각만이에요.”

(그럼 제가 그분 연락처 알려 드릴 테니 직접 연락해 보세요.)

“믿을 만한 사람인가요?”

(그럼요. 그러니까 우리 회사에서 계속 거래하죠. 경찰 출신인데 경제 분야에도 능통하고 능력도 있고 경찰에 인맥도 많아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럼 부탁할게요.”

(네. 핸드폰 번호가 011-835-XXXX이고 이름이 박도진이에요.)

“감사합니다.”

(염 대표님은 잘하고 계시죠?)

“네. 아주 만족스러워요.”

(다음에도 인재가 필요하시면 꼭 연락 주세요.)

지난번에 염중섭으로 결정하고 고마워서 식사 한번 사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못했네.

“네. 그럴게요. 그리고 식사 대접하기로 했는데 아직도 못했네요. 언제 시간 되세요?”

(이번 주 금요일 괜찮은데요.)

“알았어요.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해요. 장소는 실장님이 가시고 싶은 곳으로 정하세요.”

(비싼 곳이어도 괜찮아요?)

“물론이죠. 제가 실장님 사 드리는 건데 실장님 가고 싶은 곳으로 가야죠.”

(알았어요. 장소 정해서 연락드릴게요.)

“네.”

전화를 끊고 버튼을 눌렀다.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도진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