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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59화 (59/261)

59화

알바생 두 명을 뽑으니 확실히 내가 편했다.

아침에는 강성중이 9시에 커피숍 문을 열어 내가 일찍 갈 필요는 없었고 오후 3시 이후에는 22살의 정미나가 저녁 9시까지 영업하고 문을 닫고 간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고 바쁘지 않아 알바생들도 불만이 없었고 오히려 손님이 너무 없어 망해 커피숍 문을 닫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오늘도 느지막하게 나와 커피숍에 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성중아 나 커피 한잔 부탁해.”

“네.”

커피를 받아 내 전용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 전원을 켜고 커피를 마시며 부팅이 되기를 기다렸다.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며 프로그램 개발하는 데 너무나 좋았다. 잠시 쉴 때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어제부터 코코아 톡 개발을 시작했는데 집에서 혼자 개발하는 것보다 더 능률이 오르는 것 같았다.

키보드 자판을 한참 두드리는데 인기척이 느껴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강성중이 다가와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사장님! 지금 프로그램 개발하시는 겁니까?”

“응. 맞아. 프로그램 알아?”

“제가 전기 공학과이지만 저도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고 취업도 잘된다고 하여 배워 볼까? 고민 중입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프로그래머는 특출나게 잘하지 않으면 생명이 길지 않다. 또 새로운 것을 계속 공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나이가 있어도 개발자들이 많은데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면 개발에서 물러나는 일이 많아 별로 추천하고픈 생각은 없었다.

미국이었다면 추천하겠지만.

“내가 프로그래머라서 하는 말인데 별로 추천하고픈 생각은 없어. 전공대로 전기공학 계속 공부하는 게 더 좋을 거야.”

“장래성이 없는 겁니까? 언론에서 앞으로 IT 산업이 떠오른다고 하던데요.”

“틀린 말은 아니야. 근데 생명이 짧아. 전기는 배워 두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개인적으로 일할 수 있지만 이건 아니거든. 할 게 없어. 인생은 길어. 지금 당장을 생각하지 말고 멀리 보고 생각해.”

“그런가요?”

“그래. 그러니 딴생각 하지 마.”

“알겠습니다.”

강성중이 주문대로 돌아가자 다시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기지개를 켜는데 테이블에 한 남자가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1시 10분이었다. 이런! 실수가 있나? 오늘 11시에 염중섭 인터뷰하기로 했는데.

집중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았다.

염중섭은 내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앉아서 날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미안하네.

자리에서 일어나 염중섭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갔다.

“혹시 염중섭 전무님 되십니까?”

“네. 제가 염중섭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내 인사에 벌떡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앉으시죠.”

“네.”

의자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뭔가를 하느라 시간을 깜빡했습니다.”

“아닙니다. 별로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일찍 오신 것을 알았다면 제가 먼저 인사를 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등만 보였고 저인 줄 몰랐겠죠. 여기까지 오시라고 한 것은 여기가 제가 운영하는 커피숍이거든요.”

“네? 커피숍을 운영하신다는 말씀입니까?”

“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니고요. 저는 여기서 일하는 게 편해서요.”

내 말에 커피숍을 쭉 둘러보는 염중섭이었다.

“그렇습니까? 아담한 게 일하기에 분위기는 좋은 것 같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은 이해하기 힘든 얼굴이었다.

“근데 손님들이 많으면 시끄러워서 집중하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제가 일할 때 집중하면 옆에서 크게 떠들어도 아무 소리가 안 들립니다. 그래서 괜찮습니다. 오히려 작은 백색 소음이 집중하는데 더 좋습니다.”

“그렇군요.”

이제 잡담은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인터뷰해야겠다.

“오션에 대해 잘 아십니까?”

“네. 제가 오션을 알게 된 것은 1995년도였습니다. 그때 제가 삼보 컴퓨터 자재구매 부장을 하고 있었는데 미국에 출장을 갔다가 급하게 필요한 것이 있어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우연히 오션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자 2초 만에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어떤 사이트는 검색하면 5분이 넘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데 저에게는 신세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엄청난 검색량에도 한 번 더 놀랐습니다. 오션 덕분에 급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염중섭 전무님은 오션의 가치가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글쎄요? 제가 알기로는 지식 기반경제에서 지식의 가치를 측정하는 경제학은 아직 없습니다. 또한, 디지털 경제학에서도 회사나 브랜드의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방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학으로 오션의 가치를 논할 수도 없다고 봅니다. 오션이 작년 가을에 나스닥에 상장하여 주가 총액을 계산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오션의 정확한 가치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직원 수, 부동산 보유 현황, 자본금, 매출 등으로 오션을 평가한다면 다른 기업보다 한참이나 뒤질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오션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겁니다. 저는 오션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오션으로 만들고 싶은 웅대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꿈 하나는 크네. 이렇게 의욕적인 사람을 채용해야지 누굴 채용하겠어. 점점 마음이 끌렸다.

“말씀하신 모범적인 오션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답은 비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터넷 회사는 비전과 스피드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럼 비전은 무엇일까요? 바로 멀티미디어입니다. 쉽게 말하면 수요와 공급을 서로 빠르게 연결해 주는 공간 그것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오션의 비전입니다. 그럼 어떻게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줄까요? 그건 오션을 쉽고, 재미있고, 편하고, 유익한 환경을 구축하는 겁니다. 한국 오션 하면 쉽고, 재미있고, 편하고, 유익한 환경, 이 네 가지 키워드가 떠오르게 하는 모범적인 오션을 만들 겁니다. 어쩌면 앞으로 오션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은 것을 찾아주는 검색 엔진 사이트가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오션과 같은 비전을 가진 사이트는 아닐 겁니다.”

“본사의 정책이 있을 텐데 그 말은 기존의 오션과는 다르게 가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나라마다 특색이 전부 다를 텐데 모든 국가가 다 획일적으로 통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거로 생각합니다. 각 나라의 특색대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쉽고, 재미있고, 편하고, 유익한 환경은 야호 코리아가 내세웠던 키워드였는데. 애초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야호에 적용했던 거였구나.

이제는 야호가 없으니 오션에 적용하려는 것이고.

“그럼 다음은…….”

한동안 묻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답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염 전무님이 생각하시는 인터넷 세상의 미래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글쎄요? 지금까지 질문한 것 중에 가장 대답하기 참 어려운 질문 같습니다. 미래를 가 보지 않았기에 어떤 세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추측하기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할 만큼 세상이 엄청나게 바뀔 것이며 그렇기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한 후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염중섭이 갔다. 이건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염중섭이 이공계를 나온 것이 아닌 영문과를 졸업하여 기술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인터넷에 이해도가 높고 경영 철학도 있어 CEO로 안성맞춤이었다.

근데 소프트 뱅코 손정우 회장이 걸리네. 아, 몰라. 한국 올 때가 되었는데 언제 오려나?

아침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을 받더니만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성중아 밥 먹으러 가자.”

“네? 같이 가자고요?”

“그래.”

“커피숍은요?”

“문 닫고 가면 되지.”

“장사 안 해요?”

“밥 먹고 와서 하면 되지. 빨리 가자.”

“사장님 먼저 갔다 오세요. 전 그 후에 갈게요.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장사해야죠.”

알바가 사장보다 더 가게 걱정을 한다.

나 혼자 먹기 싫어서 가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끌고 가 점심을 먹었다.

* * *

염중섭으로 마음의 결정을 하긴 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어서 이틀 동안 고민을 하였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핸드폰을 들었다.

(네. HQ 컨설턴트 정하나 실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면접은 잘 끝났다고 하던데 결정은 하셨나요?)

“네. 염중섭 전무로 할게요.”

(다른 분 면접 보고 결정하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이미 마음의 결정을 했는데 괜히 다른 분에게 폐를 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알았습니다. 한 번에 결정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염중섭 전무가 꽤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염중섭 전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자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진 고문! 나야. 손 회장.)

한두 번 보고 끝낼 것이 아니라서 일본을 떠날 때 앞으로는 나를 편히 대하라고 했더니만 바로 편히 대하네.

“안녕하세요? 회장님! 한국에는 언제 오시나요?”

(내일 오전에 김포공항에 도착할 거야. 그래서 말인데 내일 볼 수 있을까?)

“피곤하지 않으세요? 천천히 보시죠.”

(난 괜찮은데 볼 게이트 친구는 모레 대통령 당선인 만나고 바로 미국으로 출국할 거라 내일 빼고는 시간이 없어서 그래.)

“볼 게이트 사장님하고 일본에서 같이 오시는 거예요?”

(응. 지금 옆에 있어. 바꿔 줄까?)

“아니에요. 그럼 제가 내일 공항으로 나갈게요. 몇 시에 도착하는 거예요?”

(아니야. 코리아 소프트 뱅코에서 직원이 나올 거야. 자네가 사업한다는 곳 구경도 할 겸 우리가 그쪽으로 갈게.)

일본에서 더 있다가 가라는 것을 한국에서 사업 하나 인수해야 한다는 핑계로 그냥 왔더니만 여길 오겠다는 거네.

와도 볼 것도 없는데. 손 회장은 내가 하는 사업에 투자할 생각 같은데 완전 헛다리 짚은 건데.

진작에 작은 커피숍 하나 인수했다고 말할걸.

“오셔도 볼 것도 없어요. 사실 작은 커피숍 하나 인수한 거거든요.”

(잘됐네. 가면 커피 얻어먹을 수 있잖아. 미국에서 얻어 마신 커피가 아직도 생각나.)

뒤끝이 있는 거야? 진짜 기억에 남는다는 거야? 내가 진짜 작은 커피숍을 인수했다는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은데.

나도 몰라. 난 분명 사실대로 말했고 내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니니까 뭐라 하지 않겠지.

“오시면 실망하실 거예요.”

(괜찮다니까.)

“알았어요. 저는 분명히 말했으니까 저한테 뭐라고 하지는 마세요. 여기가 어디냐면…….”

(알았어. 내일 보자고.)

전화를 끊었다.

내일 오면 어떻게 대접해야 하지? 일본에서 신세 졌는데 그럴듯한 곳에서 밥을 사야 할 텐데.

“성중아!”

“네.”

“외국 손님 대접할 만한 고급 식당 아는 곳 있어?”

“아뇨. 모릅니다.”

누구한테 물어보지? 아! HQ 컨설턴트 정하나 실장은 알고 있을 것 같았다. 핸드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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