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51화 (51/261)

51화

에릭 슈밋은 고문의 말을 들으면서 너무나 황당하였다.

물론 MSS가 86년도에 상장하고 현재까지 총 6번의 액면분할을 하기는 하였다.

미국은 주가가 100달러가 넘으면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의 이익을 더 많은 투자자들에게 주기 위해 2대1 또는 3대2로 분할 하는 것은 일반적이기는 하였다.

하지만 자신이 오션의 CEO로 있지만 오션은 MSS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MSS는 컴퓨터 OS인 윈도우를 전 세계적으로 독점하고 그에 대적할 만한 적수가 없기에 주가가 많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었다.

오션은 검색 엔진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컴퓨터 OS와는 비교할 급이 안된다는 판단이었다. 근데 고문은 꽤 자신에 차 있는 표정이었다.

단순한 이상일까? 아니면 천재라서 뭔가 있다는 것일까?

만약 정말 오션의 주식이 4만 달러까지 간다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고문이 하라는 대로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가능하다는 겁니까? 희망 사항이 아닙니까?”

“제가 뜬구름 잡겠어요? 아무런 근거 없이 이러지는 않아요. 두고 보세요. 앞으로 20년이면 가능해요.

어쩌면 더 빨리 올 수도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해야겠죠.”

“정말 그렇게 된다면 죽어라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문님을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성경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피식 웃었다.

“고문님 말씀대로 4만 달러까지 간다고 생각하니 55달러는 눈에 차지 않습니다. 55달러 가지고 호들갑을 떤 제가 창피합니다.”

“아니에요.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 거니까요. 시작부터 조짐이 좋아요. 이대로 쭉 나가야죠.”

“맞습니다.”

“오늘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감했으니 파티라도 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오늘은 힘들고 직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조만간에 마련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는 가볼게요.”

“알겠습니다.”

회사를 나와 집에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갔다.

2년 동안 내가 타고 다니던 소형차가 서 있었다.

이제 상장도 하고 갑부가 되었는데 차도 바꿀까? 아니다. 곧 한국에 갈 건데 차를 새로 살 필요는 없지.

차에 타 시동을 거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에디 쉐리던 이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장 마감한 거 보셨습니까?)

(네.)

(성공적으로 상장한 거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게 다 리암 인베스트가 투자해준 덕분이네요. 스콧 가르시아 사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도 무척 기뻐하십니다. 앞으로 이대로 계속 주가가 상승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될 거예요. 이제 시작이니 좀 더 지켜보세요.)

(알겠습니다. 이제 자본금도 많이 늘었으니 사업을 확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죠. 그건 에릭하고 이야기해볼게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신문 경제면을 제일 먼저 보았다.

기사가 있었다.

(오션, 상장 첫날부터 폭등세. 축배를 들었다.)

기사를 읽어 보았다.

- 주당 55달러로 마감. 공모가보다 83% 올라.

대박 주로 투자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껏 모았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오션이 나스닥 상장 첫날 83%의 폭등세를 기록하며 화려한 신화를 썼다.

이로써 또 한 번의 꿈의 주식이 탄생하게 되었다.

어제 10월 13일 월요일 낮 12시 나스닥에 기업 공개를 한 오션 주가는 공모가 30달러보다 13달러 상승한 43달러로 기분 좋게 출발하여 최종 55달러에 마감하였다.

이로써 상장 첫날 오션의 시가 총액은 22억 달러가 되었으며 상장을 통한 조달 자금은 4억 4천만 달러가 되었다.

이날 오션의 주가는 43달러부터 71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였고 거래량은 총 공개 주식 800만 주의 두 배가 넘는 1750만 주였다.

이날 오션의 기업 공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데는 공모가가 애초 예상보다 낮게 결정되었고 오션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내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 우세하기에 저가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에서는 오션의 내년 주가 목표를 100달러로 잡은 것도 큰 몫을 하였다.

이날 경쟁 업체인 야호는 주가가 10% 이상 빠진 17달러로 마감하여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오션의 직원 또한 자사주로 대박을 터트리게 되었다.

신문을 내려놓았다.

야호가 시가 총액 3억 달러로 시작했는데 오션은 22억 달러면 7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이제 4억 4천만 달러의 실탄이 확보되었으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

모니터를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작년 96년 4월부터 개발을 시작한 스마트 폰 OS가 드디어 개발이 끝났다.

기본적인 것만 개발하는데 장장 1년 7개월이나 걸렸다. 특허를 피하는 것만 아니었으면 더 일찍 끝났을 텐데.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고 괜히 생돈 날리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깔끔하게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

환호하거나 아주 기쁜 마음 등 특별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를 끝낸 것 같은 마음만 들었다.

처음이었다면 당연히 해냈다는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겠지만 두 번째라 무덤덤하였다.

오션은 에릭이 알아서 잘하고 있고 상장도 했고 주가도 계속 상승 추세라 이제 슬슬 한국으로 갈 생각이었다.

가기 전에 F4 비자도 받고 에릭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한번은 의논해야 할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은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직원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상장 후에 언론의 후한 평가와 주가가 상승하니 직원들도 일할 맛이 나는지 의욕적이었다.

좋은 현상이지. 잘 나가는 회사는 이런 분위기일 것이다.

대표실로 들어가자 에릭은 서류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예전보다 일이 많아지고 그만큼 바빠졌을 테니까.

에릭이 피곤한 얼굴로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나에게 돌렸다. 나에게 나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어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셨습니까?”

“바쁘신가 보네요.”

“회사가 점점 커지니까 일이 많아졌습니다. 앉으시죠.”

“네.”

소파에 앉았다.

“일도 좋지만 가끔은 쉬면서 하세요. 얼굴이 휑한 것이 보기가 안쓰럽네요.”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

“그 정도입니까?”

“네.”

“하긴 요즘 아시아하고 남미 국가 오픈하느라 바빠 제대로 쉬지 못하기는 했습니다. 이번 달이면 마무리되니 조금 괜찮아질 겁니다.”

“마무리돼도 2차로 또 진행해야 하잖아요.”

멋쩍게 웃었다.

“그렇기는 합니다. 원래 회사 일은 끊임없이 생겨야 하는 법입니다. 일이 줄거나 없다는 것은 회사가 망하고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이번 달에 마무리되면 12월 한 달은 쉬시고 내년부터 2차를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한국은 서비스 시작했나요?”

“한국은 지난주부터 서비스 시작했습니다. 아직 일주일도 안 되어 구체적인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보나 마나 얼마 안 가 오션이 점유율이 80% 이상 나올 것이다.

이전 생에서 야호가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토종 포털 사이트인 심마니를 누르고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 결과일 것이다.

“결과가 기대되네요. 일본은 점유율이 높은 거죠?”

“네. 그렇습니다. 지난주 자료를 보면 7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계속 상승 중입니다. 올해 안으로 8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럼 내년에는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도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현지 법인을 설립해야 검색 광고 서비스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일본하고 한국은 제가 설립할게요.”

“네? 고문님이 직접 하신다고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한국에 가려고요. 가는 김에 제가 하려고요.”

“한국에 일이 있는 겁니까?”

“네.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언제 돌아오십니까?”

“글쎄요? 가면 언제 올지 잘 모르겠어요.

오래 걸리면 그 중간에 왔다 갔다 할 생각이고요. 그래서 가기 전에 해야 할 일과 점검할 필요가 있어서 왔어요.”

“일이 잘 끝나 빨리 오셨으면 합니다.”

“MP3 특허 신청한 거죠?”

“네. 그렇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유럽 주요 국가에는 전부 특허 출원 신청을 했습니다.

결과는 시간이 걸리기에 아직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 밖의 국가들도 신청합니까?”

“신청하면 좋죠. 남미와 아시아 주요 국가들도 신청하시고요. 일본과 한국은 했으니까 빼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언제까지 서버 임대로만 사용할 수는 없잖아요. 제일 먼저 데이터 센터부터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4억 4천만 달러로 데이터 센터부터 설립하죠.”

“저도 그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데이터 센터 건립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렇겠죠. 부지확보부터 시작해서 건설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부터 시작해야 결과물이 생길 거예요.”

“알겠습니다. 제일 먼저 데이터 센터부터 건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다음은 이미 서비스한 국가에 지사 설립을 해야 할 거예요. 그래야 이익이 발생할 테니까요.”

“당연합니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지사 설립할 예정입니다. 이미 계획까지 세워놓았습니다. 가실 때 계획서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한동안 업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있을까요?”

“얼추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습니다.”

순간 한국에 가기 전에 투자 회사를 하나 설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투자 회사를 통해 진성 그룹 계열사를 인수할 생각이었고 다른 유망한 기업들에 투자하거나 인수해도 좋고.

“아! 그리고 대표님! 계열사로 투자 회사 하나 설립했으면 해요. 이름은 오션이라고 하지 말고 다른 이름으로 했으면 하고요.”

“네? 투자 회사 말입니까?”

“네.”

“투자 회사는 왜 설립하려는 겁니까?”

“오션 같이 앞으로 IT 벤처 기업들이 계속 많이 생길 텐데 유망한 벤처 회사에 투자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오션에서 직접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투자 회사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설립하더라도 처음부터 크게 할 필요는 없어요, 작게 시작하여 점차 규모를 늘려가면 되니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끝내죠. 제가 없더라도 오션 잘 부탁해요.”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한국에 가서 일 잘 보시길 바랍니다.”

“대표님이 있어서 든든하네요.”

“저야말로 고문님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그전부터 같은 생각이었지만 오션에 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

신문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이 IMF 구제를 받게 되었다는 기사였다.

어제 12월 3일 한국 경제부총리와 미셜 캉드쉬 IMF 총재는 협상 끝에 한국이 55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하여 한국이 IMF 체제에 돌입했다는 내용이었다.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은 외환 위기가 오는구나!

IMF로 고통받을 한국 국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제야 한국에 가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았다.

*

1998년 새해 넷째 날 한국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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