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래리 페이즈와 세르게이, 마크, 스티브 넷이서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래리와 세르게이는 오션에서 다시 뭉치게 되었다.
스티브는 대학원 다닐 때 눈여겨보던 친구라 졸업을 앞두고 내가 스카우트 제의를 하여 합류하게 되었고 마크도 스탠퍼드 대학원을 다닐 정도의 실력자이고 나에게 잘해줘서 고마운 마음도 있고 성격도 좋아 조직 생활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스카우트하였다.
난 석사학위를 받고 대학원을 졸업하여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다.
내가 고문이기는 하지만 에릭이 워낙 일을 잘해서 내가 신경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이제 상장만 하고 나면 한국으로 갈 생각이었다.
“뭘 보십니까?”
어느새 다가왔는지 에릭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저들이요. 잘 어울리지 않아요?”
“스탠퍼드 사총사 말입니까?”
“네?”
“회사에서 저들 넷을 스탠퍼드 사총사라고 부릅니다. 항상 넷이서 몰려다니다 보니 그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모르셨습니까?”
“네. 몰랐어요. 저도 포함하면 스탠퍼드 오총사가 되겠네요.”
“고문이잖습니까? 직원과는 다른 입장이라 포함되기는 힘들 겁니다.”
학교 다닐 때는 다 똑같은 입장이었는데 졸업하고 나니 같이 어울리기 힘든 입장 차가 생겨 왠지 학교 다닐 때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들 사이에 껴서 그전처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기는 하네요.”
“마틴 말로는 세르게이하고 스티브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좋은 인재를 얻었습니다.”
“스탠퍼드 출신이잖아요. 이름값 하는 거죠. 앞으로 저들 넷이 우리 오션의 기둥들이 될 거예요.”
“기대됩니다. 그리고 상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담담하네요. 그러는 대표님은요?”
미소를 지었다.
“저도 담담합니다. 평가가 좋으니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직원들은 자사주 매입은 다 끝난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자세한 것은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그래요.”
에릭 방에 들어와 소파에 앉자 에릭이 자사주 매입 현황 보고서를 건넸다.
다른 것은 보지 않고 맨 처음 아이노의 이름을 찾았다. 아직은 직원이 많지 않아 금세 찾았다.
다행이었다. 할당량만큼 자사주를 전부 매입하였다.
처음에는 여윳돈이 많지 않다며 조금만 사겠다는 것을 100% 대박 맞을 테니까 돈을 최대한 끌어모아 할당량은 전부 사라고 강하게 주장했더니 내 말대로 따랐다.
그 밖에 직원들도 대부분 할당량만큼 자사주를 매입하였다.
“다들 많이 매입했네요.”
“네. 그렇습니다. 언론에서도 오션에 대한 평가가 좋으니 다들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생각들하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상장하고 나면 다들 100만 장자가 될 거예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공모 가격이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어 그게 조금 아쉽습니다.”
오션의 공모가는 최종 30달러로 결정되었다.
원래는 40달러 목표로 진행했는데 공모가가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적자 때문이었다.
그래도 야호보다는 5배 넘게 공모가가 책정되어 오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고 난 만족스러웠다.
이전 생에서 2004년 구골 상장할 때는 85달러 공모가가 책정되었지만 7년이라는 시차도 존재하고 이제 IT가 서서히 일어나는 시기라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공모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어디까지 상승할까가 더 중요하였다.
이전 생과는 다르게 인터넷뿐만 아니라 아이팟도 스마트 폰도 출시할 예정이라 구골과 망고사 주가를 합친 금액까지 오를 가능성이 컸다.
아니 시너지 효과로 인해 더 오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 미국 최대 기업이 탄생하는 건가? 와! 그게 얼마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
아니지. 워런 버킷의 Berkshire hathway의 한 주가 30만 달러가 넘으니까.
“적자만 아니었어도 가능했었는데요.”
“적자가 투자로 인한 적자이기에 더욱 아쉽기는 합니다.”
“이게 끝이 아니잖아요. 이제 출발선에서 막 시작하는 거고 흑자로 돌아서면 주가는 계속 상승할 거예요.”
“그렇기는 합니다. 결론은 제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겁니다.”
잘 아시네. 열심히 해서 내 재산을 불려주세요.
“앞으로 바쁘시겠어요.”
“제 운명인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리고 이번에 상장에 대비해서 사이트 새로 디자인한 거 반응이 좋습니다.
기존보다 사이트가 더 산듯하고 세련되었다는 평입니다. 로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노가 로고도 사이트 디자인도 새로 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하니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았다.
하긴 처음에 디자인한 것은 학생 때 한 거라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직장 경험도 있으니 더 나아졌다.
“다행이네요.”
(그래서 말인데 그 디자이너 본사로 불러들이면 어떻겠습니까? 핀란드 지사에 두기에 아까운 인재 같습니다.
또 일부 국가는 기존 디자인이 아닌 현지에 맞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업 하려면 본사에 있는 게 좋을 겁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미국에 올 사정이 안 돼요. 필요하면 핀란드에서 작업하면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끝내고 내 방으로 돌아와 전화기를 들었다.
어여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이노! 나 진이야.)
(진! 아니 고문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오션에 입사하고부터 진이라고 부르기에 미안했는데.)
(그냥 진이라고 불러.)
(그래도 회사 상사인데.)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해도 돼.)
(알았어.)
(보고서 보니까 아이노 자사주 다 매입했더라.)
(하라며?)
(잘했다고.)
(말도 마. 돈이 없어서 엄마 통장에 있는 돈도 영혼까지 끌어모아 산 거야. 이제 우리 모녀 손가락 빨며 지내야 해.)
(아마 잘했다고 생각할 거야. 나한테 고마워할걸. 그리고 이번에 새로 사이트 디자인한 거 평가가 좋아.)
(정말?)
(응.)
(당연하지. 누가 한 건데.)
(그렇지. 아이노가 한 건데 당연히 평가가 좋아야지.)
(잘 아네.)
(조만간에 새로 디자인 오더가 갈 거야. 준비하고 있어.)
(알았어.)
(그래. 다음에 또 통화하자.)
(응.)
전화를 끊었다.
***
1997년 10월 13일 월요일, 운명의 날이 밝았다.
아침부터 회사에 나와 컴퓨터에 Online Broker(HTS)를 띄워놓고 나스닥 주가를 보고 있었다.
한 시간 전에 뭐 하는지 궁금하여 에릭한테 들렸더니 에릭도 나처럼 Online Broker를 띄워놓고 보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11시 40분이었다.
오션 상장은 12시에 시작된다.
아직 20분이 남아 주문한 피자를 한입 베어먹고 콜라를 마시며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12시가 되자 Online Broker에 OCEAN이 떠오르며 800만 주의 거래가 시작되었다.
시초가는 공모가인 30달러보다 13달러 높은 43달러부터 시작되었다.
상장되자마자 거래가 무섭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10분 만에 70만 주가 거래되었다. 무섭네.
그새 43달러에서 52달러까지 상승하였다.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현재시간 3시 10분 장 마감까지는 50분이 남아 있었다.
이거 은근히 중독성이 있네. 3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고 계속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주가가 상승하면 기분이 좋고 주가가 하락하면 기분이 다운되고 예전에 그날 주가에 따라 직원의 기분이 바뀐 것을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것도 할 짓이 못되네. 이걸 전문적으로 하면 스트레스 많이 받을 것 같았다.
와! 벌써 거래량만 1100만 주가 넘었다.
800만 주를 공개했는데 거래량이 넘었다는 것은 사고팔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인데.
오션은 굳이 단타로 거래할 필요 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면 되는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니 어쩔 수 없지.
혹시 몰라 야호 주가를 확인해보니 어제 종가 20달러에서 3달러가 내린 17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10% 넘게 폭락한 야호는 오션의 상장으로 인한 영향이 클 것이다. 괜히 미안하네.
이번에는 노카아 주가를 확인해보았다.
노카아는 94년 7월 1일에 나스닥에 상장하여 1달러 32센트로 장을 마감하였고 현재 5달러 70센트였다.
3년 전보다 4배가량 상승했고 내가 최초에 매수한 금액보다는 대략 44배가 상승하였다. 거의 6년 만에 70억 원이 3000억 원으로 되었다. 대박!
여기서 노카아가 최고가인 60달러를 기록하면 3조 원이 된다. 특별히 한 거 없이 묻어두기만 한 건데 이게 진짜 대박이네.
장이 끝났다.
공모가 보다 25달러 상승한 55달러로 최종 마감되었다.
장 중 한때 70달러를 넘기도 하였고 최종거래는 1750만 주였다. 장 막판에 거래가 미친 듯이 이루어졌다.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에릭이 흥분한 채 들어왔다.
“고문님! 보셨습니까?”
손으로 컴퓨터를 가리키었다.
“네. 계속 봤어요.”
“거의 두 배까지 상승했습니다. 이 정도면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겠지. 에릭은 스톡옵션을 받았기에 주가가 많이 상승할수록 재산이 늘어날 테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고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시큰둥하게 대답하였다.
“이거 갖고 호들갑이세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 대답에 당황하는 듯하였다.
“네? 고문님은 기쁘지 않습니까?”
“이 정도로 기뻐하기에는 제가 욕심이 많은가 봐요. 전 하나도 양에 차지 않네요.”
“고문님은 어느 정도를 예상하신 겁니까?”
“어느 정도를 예상한 것은 아니고 이제 출발점에서 한발 내디딘 것에 불과해요. 이제 시작인데 지금부터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제가 원하는 주가까지 가려면 아직도 멀었어요. 갈 길이 멀다는 말이에요.”
“그럼 얼마까지 가기를 원하시는 겁니까?”
“40000달러까지 가야 하지 않겠어요? 근데 제가 55달러에 좋아할 수 있겠어요? 어림도 없죠.”
놀라 에릭의 눈이 커졌다.
“네? 4만 달러라고요?”
불가능한 주가는 아니다.
이전 생에서 구골은 두 번 주식 분할을 하였다. 한번은 2:1, 한번은 20:1, 처음부터 한 주를 가지고 있었으면 40주가 된다.
현재 주가가 100달러라면 40주를 곱하면 4000달러가 구골의 정확한 주가이다.
망고는 총 5번의 주식 분할을 하여 원래 한 주를 가지고 있었으면 총 224주로 늘어난다.
망고 주가가 현재 150달러면 34000달러가 망고의 원래 한주의 가격이다.
망고사의 시가 총액이 대한민국 전체 시가 총액과 비슷할 정도니 가능한 가격이다.
이렇듯 구골과 망고 사의 주가를 합치면 거의 4만 달러가 되기에 꼭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망고사는 아이팟과 아이폰 때문에 급속히 성장했기에 내가 아이팟과 스마트 폰을 선점하면 망고처럼 될 수가 있다.
“네. 맞아요.”
“그게 가능한 주가입니까? 4만 달러가 되면 누가 주식을 사겠습니까? 한주도 사지 못합니다.”
“액면 가격이 4만 달러면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겠죠. 주식을 액면분할 하여 주가를 낮추면 가능해요.”
“그럼 액면분할을 얼마나 많이 해야 하는 겁니까?”
“한 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나누어서 해야겠죠.
최종적으로 주가는 100에서 200달러 사이가 되도록 액면분할 하면 매수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요.
MSS도 이런 식으로 현재까지 총 6번의 액면분할을 했잖아요.
우리도 주가 흐름을 보면서 적절하게 액면분할을 해서 주가를 상승시켜야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