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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49화 (49/261)

49화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제가 투자하든 말든 그냥 모른 척해도 상관없는 거 아닙니까?

혹시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지금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법은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 소프트 뱅코와 좋은 인연을 이어갔으면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오션으로 인해 소프트 뱅코가 큰 손해를 본다면 제 마음도 편하지 않고 앞으로 인연을 잇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소프트 뱅코를 알고 있었습니까? 저는 꼭 알고 있었던 것처럼 들립니다. 거절하다가 갑자기 만나자는 것도 이상합니다.”

“몰랐습니다. 갑자기 만나자고 했던 것은 오션이 일본에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앞으로 한국에서도 서비스할 계획이라 일본 기업과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만나자고 한 겁니다.”

“오션에서는 투자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겁니까? 투자받으시면 좀 더 긴밀한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손 회장님이라면 투자받으시겠습니까?”

할 말이 없는지 즉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투자금은 많은 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까? 그래야 사업 규모도 더 늘릴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오션은 올 하반기쯤에 상장할 예정이라 현재 투자금이 급하지가 않습니다.

소프트 뱅코의 투자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도 전부 거부하고 있으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떼를 써서라도 오션에 투자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괜히 구질 하게 굴어봤자 투자도 못 할 거 2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좋습니다. 현재의 인연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미래의 인연을 생각하며 깨끗이 마음을 접겠습니다.

다만 미래에 인연이 이어지지 않고 이대로 끝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결국은 돌아 돌아 다시 인연이 이어질 겁니다.

그러니 아쉬운 마음은 가슴 한구석에 쌓아두고 미래에 이어질 인연만을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내 말이 끝나자 손정우 회장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연락 기다릴 테니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손정우 회장이 갔다.

뜻밖에 인연을 맺게 되었다. 사람 인연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겠지.

손정우 회장을 생각하니 알리바바가 생각나네. 나중에 거기에도 투자해야 하나? 중국하고는 엮이기 싫은데.

생각을 그만하고 일어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고문님! 저 에릭입니다. 수잔이 고문님이 일본에서 온 투자자를 오늘 만난다는 말을 듣고 전화했습니다.

혹시 투자받으시려는 겁니까?)

오해했나 보네.

(아니에요. 투자는 안 받아요.

일본에서 왔다고 해서 인맥을 맺으려고 만난 거예요. 제가 올해 아니면 내년에 한국에 가니까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요.)

(고문님이 투자자를 만날 이유가 없을 텐데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투자자는 만난 겁니까?)

(네. 조금 전에 헤어졌어요.)

(잘 이야기가 된 겁니까?)

(네. 그런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른 것이 참 맑았다.

***

디지털 카스트 황정화 사장과 심용철은 잔뜩 긴장한 채 테이블에 놓여있는 조잡한 작은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용철아! 눌러봐.”

“내가?”

“그래. 난 심장 떨려서 못하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형이 해. 형이 하는 게 맞아.”

“알았어.”

황정화가 손을 뻗어 기계에 있는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칫하였다.

“뭐 해? 남자답게 눌러.”

“알았으니까 재촉하지 마.”

심호흡한 황정화가 버튼을 천천히 눌렀다.

그러자 작은 기계에 연결된 스피커에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잠시 음악을 듣는 두 사람의 얼굴이 기쁨에 찬 얼굴로 변하며 환호성을 지르며 둘이서 부둥켜안았다.

“야호. 만세다. 만세.”

“형 성공이야.”

“드디어 개발했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용철아 고생 많았어.”

“나보다는 형이 더 마음고생 많았잖아. 그동안 고생했던 마음이 싹 날아가네. 이런 맛에 개발하는 가 봐.”

“이 정도면 성공이겠지?”

“당연하지! 음질도 깨끗하여 CD 못지않아. 끊김도 전혀 없고 부드럽게 재생되잖아. 우리가 세계 최초로 MP3를 개발한 거야.”

두 사람은 다시 부둥켜안았다.

“이제 마누라한테 큰소리칠 수 있겠어.”

“형! 미국에 있는 투자자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알려줘야 하지 않아?”

“알려줘야지. 그 투자자 때문에 오늘이 있는 거니까.”

말을 하고서는 시계를 보았다.

“근데 지금 미국은 몇 시지?”

“모르지. 그냥 전화해.”

“새벽이면 어떡해?”

“나 같으면 새벽이라도 이 기쁜 소식을 빨리 듣고 싶을 거야.”

“알았어. 전화할 테니까 너는 다른 문제점이 있는지 제대로 테스트해.”

“내가 꼼꼼히 체크 할 테니까 얼른 가서 전화나 해.”

심용철은 사무실로 들어가는 황정화를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5시 15분이었다. 이 시간에 누가 전화야? 잘못 온 전화 같아 무시하고 자려는데 계속 울려 어쩔 수 없이 받았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디지털 카스트 황정화 사장입니다. 주무시는데 잠을 깨워서 죄송합니다.)

순간 잠이 달아났다. 이 시간에 전화했다는 것은? 설마?

(MP3 개발에 성공한 거예요?)

(네. 맞습니다. 방금 개발에 성공하여 제일 먼저 사장님께 알려드리는 겁니다. 이게 다 사장님이 투자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축하드려요. 황 사장님이 고생한 노력의 대가이죠.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당장 계획은 없고 개발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혹시 모를 문제점이 있는지 한동안은 테스트에 집중할 겁니다.

그 이후에 차차 생각할 겁니다.)

(특허 출원이 시간이 걸리니까 당장 특허 출원부터 신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황 사장님이 한국하고 일본에 신청하시고 미국과 캐나다, 유럽은 제가 특허 출원 신청할 테니 자료를 보내 주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저도 50%의 특허 소유가 있잖아요. 힘들게 고생해서 개발한 기술을 남이 그냥 사용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었다.

내가 제일 먼저 특허 출원부터 신청하려는 이유는 이전 생에서는 MP3 원천 기술 특허권을 전혀 지키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특허권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다른 업체에서 무단으로 기술을 사용했고 나중에 그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했지만 소송 비용조차 부족하여 중도에 소송 포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절대 그렇게 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

보내준 자료가 한글로 되어 있어서 내가 영어로 번역하여 자료를 프린트하여 사무실로 향하였다.

에릭 방에 들어가자 온갖 서류를 소파 테이블에 늘어놓고 정신없이 서류를 보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바쁘신가 봐요.”

“네. 그렇습니다. 앉으십시오.”

“네.”

소파에 앉아 늘어져 있는 서류에 내 시선이 가자 에릭이 설명하였다.

“상장 관련된 서류들입니다. 상장하려니 필요한 서류도 많고 정신이 너무 없습니다.”

오션 나스닥 상장을 10월 13일 월요일에 하기로 잠정 결정하였다.

아직 4개월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상장 주관사도 결정해야 하고 필요한 서류도 많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거다.

“고생하시네요.”

“제 할 일입니다. 고문님은 주관사를 어디로 결정했으면 좋겠습니까?”

“글쎄요? 제가 그쪽에는 아는 것이 없어서요.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테이블에 놓여있던 서류를 들어 나한테 건넸다.

“이게 여러 증권사에서 보내온 자료입니다. 조건들이 적혀 있으니 한번 보시고 말씀해 주십시오.”

자료를 받아 읽어보았다.

조건들은 대부분이 거의 비슷하였고 일부는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 서로 장단점이 있기에 내가 결정하기도 애매하였다.

“많이들 보내 왔네요.”

“그렇습니다. 그만큼 오션의 인기가 많다는 증거일 겁니다. 월가에서 오션이 97년 최고의 히트작이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합니다.”

“그래요? 우린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요?”

“그렇습니다. 비록 적자이기는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미래 전망이 아주 밝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현재 오션의 검색 광고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적자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시행한 이메일 서비스 때문입니다.

이메일 서비스만 하지 않았다면 규모는 크지 않지만, 흑자일 겁니다.

현재 추세로 보면 3분기에는 적자 폭이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또한, 올해 캐나다를 비롯해 독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검색 광고를 시작하였고 곧이어 영국과 프랑스, 핀란드도 현지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 내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 외 다른 유럽국가나 남미, 아시아 국가에서는 현재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높은 관계로 추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 광고 수익이 급증할 것이라 월가에서는 비록 현재 적자이기는 하지만 이 점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즉 지금은 오션이 영업을 못 해서 적자가 아니라 흑자를 이루기 위한 투자 개념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월가에서 오션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겁니다.”

기대를 많이 한다니 기분이 좋았다.

현재 적자이기는 하지만 아직 광고 서비스를 하지 않는 국가들이 많으니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차차 광고를 시작하면 현재보다는 많이 나아질 것이다.

“흥행에 성공한다는 말이네요.”

“그렇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오션의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넷스케이프를 뛰어넘어 최고의 흥행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대박이라는 거네. 틀린 말은 아니지. 오션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대박 주식으로 성장할 테니까.

“당연하죠. 오션은 향후 인터넷 왕국이 될 거니까요.”

자료를 다시 천천히 보았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조건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 좋기는 하겠지만 아주 좋은 조건이 아니라면 믿을 수 있는 곳이 나을 것 같네요.

그런 부분들을 잘 살펴보시고 에릭이 결정하세요. 전 에릭이 결정하는 대로 따를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제가 여러 가지를 보고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내가 가지고 온 자료를 건넸다.

“이거 한번 보세요.”

자료를 받아 읽어보더니 눈이 커졌다.

“이건 고문님이 작년에 투자하신 업체에서 MP3를 개발했다는 것이 아닙니까?”

“맞아요. 며칠 전에 개발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와! 축하드립니다. 역시 고문님은 보는 눈이 탁월하십니다. 이렇게 빨리 개발할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원천기술인 만큼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유럽에 특허 출원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당연합니다. 원천 기술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알겠습니다. MP3 원천 기술 특허 출원을 신청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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