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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48화 (48/261)

48화

손정우 회장은 지금이야 무료 서비스니까 점유율이 밀려도 상관없지만 한두 푼 투자하는 것도 아닌데 오션이 광고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적자를 볼 것이 뻔하였다.

자신은 최대 1억 달러까지 투자할 생각으로 왔는데 이번 투자는 다시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점유율이 아니겠습니까? 오션이 무료라도 점유율에서 밀리면 향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그 점이 걱정됩니다.”

“무슨 걱정을 하는지 저도 잘 압니다.

우리도 위기감을 느끼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여러 대책을 강구 중입니다.

그중의 하나가 올해부터 실력 있는 개발자들을 모아 오션을 대적하기 위한 검색 프로그램을 다시 개발할 계획입니다.

만약에 개발이 완료된다면 오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언제 개발이 된다는 겁니까?”

“1~2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발은 곧 시작할 겁니다.”

자신도 경제학과와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기에 프로그램이 금세 개발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근데 1~2년이라니?

“1~2년밖에 안 걸립니까? 그래서 오션을 따라갈 수가 있겠습니까?”

“처음부터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검색 프로그램을 성능 향상되도록 업데이트하는 형식이라 가능합니다.

그러니 먼저 일본에서 오픈한 이후에 새로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업데이트하면 될 겁니다.”

“업데이트하신다고 하지만 과연 오션의 성능을 따라갈 수가 있겠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단기간에 오션의 성능을 따라가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 됩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격차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럼 어느 정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오션을 따라잡기 위한 프로젝트도 시행할 예정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지금이야 오션에 밀리고 있지만, 야호가 언제까지 밀린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인터넷 시장은 변화가 심해 미래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기가 힘드니까요.”

제리 앙은 투자자가 긍정적인 말을 하자 자신의 설득이 통했다고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투자는 얼마를 예상하고 있습니까?”

“투자 금액이야 조건만 맞는다면 최대 1억 5천만 달러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큰손이었다.

기존 투자자들은 더 이상 투자하기를 꺼리기에 야호의 몸집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필요하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투자를 받아야 하였다.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눌까요?”

“좋습니다.”

***

살다 보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고 게을러질 때가 있었다.

특별히 몸이 피곤한 것도 아니고 무슨 일도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모든 게 귀찮고 하기가 싫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어 학교도 가지 않고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이것도 오후가 되자 허리가 아파지면서 지겨워졌다.

‘뭐 신나는 일은 없을까?’

바닷가에 가서 바다나 볼까? 커피를 마시며 시원하게 몰려와 부딪히는 파도를 보면 가슴이 뻥 하며 뚫릴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다가 커피숍에 들린다는 게 깜빡하여 사무실에서 커피를 가져가려고 사무실에 잠깐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수잔이 목소리를 높이며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몇 번을 말해야 하나요? 대표님은 스케줄이 꽉 차서 만날 시간이 없어요. 나중에 시간 되면 우리가 연락드릴게요.”

“그건 그쪽 사정이고 우리가 그쪽 사정을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요. 우리 오션은 투자를 받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투자자 전화인가 보네. 아직도 투자하겠다고 연락이 오나?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올 거다.

수잔을 지나쳐 탕비실에 가서 커피 한잔을 뽑아 나오니 그새 통화가 끝났는지 나를 보고 인사하였다.

“고문님 오셨어요?”

“네. 근데 투자하겠다는 전화가 지금도 많이 와요?”

“많이는 아니고 가끔가다 오는데.....”

말을 하다가 인상을 쓰며 다시 이었다.

“이번 투자자는 매우 끈질기네요. 투자를 받지 않겠다고 해도 자꾸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 하고 싶다면서 어제 아침부터 계속 전화가 와요.

자기들은 일본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사정을 봐 달라고 하는데 우리가 미국으로 오라고 한 것은 아니잖아요.”

일본에서 투자하겠다고? 확실히 오션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네.

“수잔 말이 맞아요. 우리가 오라고 했으면 책임이 있지만 그런 건 아니니까요. 그들 사정이죠.”

엄지 척을 하며 미소지었다.

“역시 고문님이에요. 다시 한번 전화 오면 따끔하게 말해줘야겠어요.”

“근데 일본 어디에서 전화 온 거예요?”

“무슨 소프트 뱅코라고 했어요. 회장하고 같이 왔다고 하네요.”

뭐? 일본 소프트 뱅코라고? 야호에 투자하려고 왔나?

이전 생에서 소프트 뱅코는 야호와 합작으로 일본에 야호를 설립하였고 한국에도 야호를 설립하였다.

또한, 망고사의 아이폰을 독점으로 수입해 일본에서 아이폰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내가 소프트 뱅코와 합작으로 일본이나 한국에 진출할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스마트 폰을 개발하면 소프트 뱅코를 통하면 훨씬 유리하기도 할 것 같았다.

또한, 앞일은 누구도 모르는 법, 소프트 뱅코 회장 손정우와 알아두면 손해 보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가 한번 만나볼까?

“수잔! 그 소프트 뱅코 연락처 알아요?”

“네. 연락 달라고 알려주었어요.”

“그럼 연락해서 저라도 만나고 싶으면 내일 스탠퍼드 대학에서 만나자고 하세요.”

“투자받지 않는 거 아니었어요?”

“투자받으려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어서 그래요.”

“알았어요. 지금 연락할게요.”

“네. 부탁해요.”

전화기를 들은 수잔이 통화를 하고 끊었다.

“전화하니까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내일 오후 2시에 스탠퍼드 대학 정문에서 보기로 했어요. ”

“고마워요. 저 가볼게요.”

“네? 벌써 가신다고요?”

“네. 할 일이 있거든요. 다음에 봐요.”

***

학교 매점에서 커피 두 잔을 산 후에 정문으로 향하였다.

정문 앞에 손정우 회장과 젊은 남자가 같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내 손에 들린 커피 두 잔을 바라보았다.

한잔 더 샀어야 했나? 아! 몰라.

손정우 회장 앞으로 가서 영어로 물었다.

“일본 소프트 뱅코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네. 맞습니다. 제가 소프트 뱅코 회장 손 마시요시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라고 합니다. 여기까지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여기도 오랜만에 와봅니다. 제가 UC 버클리에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렇군요. 오랜만에 오셨다니 감회가 다르겠습니다. 근데 일본에도 성씨가 손이 있나요?”

“재일교포입니다. 한국 이름은 손정우입니다. 창피하지만 한국말은 할 줄 모릅니다.”

알면서도 모른 척 물어보았다. 알고 있다는 게 더 이상할 테니까.

“아! 그렇군요. 일본에서 성공하셨나 봅니다.”

“나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 그래서 먹거리를 찾아 먼 미국 땅까지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는 진민재 고문도 한국계 미국인인데 성공하신 것 같습니다.”

“저도 나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배가 많이 고픕니다.”

따라 한 내 말에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우린 서로 통하는 가 봅니다.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들고 있던 커피 하나를 건넸다.

“이건 회장님 겁니다. 오다가 샀습니다. 제가 좋은 장소를 알고 있으니 그리로 가시죠.”

“제가 사야 하는데 감사합니다.”

“누가 사는가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서로 만났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시지요.”

내 전용 벤치로 왔다.

“이곳이 이야기 나누기가 좋습니다. 앉으시죠.”

손정우는 조금 황당하였다.

그저께 야호에 가서도 투자자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한다는 것이 피자와 콜라여서 황당했었는데 오늘도 좋은 곳이 있다고 하여 따라왔더니만 교정 벤치에서 커피라니?

미국이라서 그런가? 하지만 자신도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기에 미국 정서에 대해 알지만 이건 아니었다.

일본 같았으면 투자자에게 최고급 술집이나 식당으로 데려가 최상의 접대를 했을 텐데.

그래도 이 청년은 투자를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거절하는 입장이라 야호와는 입장이 정반대이기는 하였다.

야호는 그렇게 하고서 투자받을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어이가 없었다.

벤치에 앉았다.

“좋네요. 여기에 앉아 캠퍼스를 바라보니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뭐가 급했는지 공부밖에 몰라 캠퍼스의 낭만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됩니다.”

나도 그랬는데. 동병상련이네.

“저도 시간이 지나고 뒤를 돌아보면 후회되는 일들이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젊음은 그런 겁니다. 후회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젊음입니다. 후회해도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서글픈 현실이죠.”

뭐가 그리 후회스러운지 후회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마음이 착잡한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손정우였다.

쓸데없는 감상은 인제 그만, 본론으로 넘어가자.

“야호에 투자하시려고 미국에 오신 겁니까?”

모를 거라고 알고 있었는지 놀라는 얼굴이었다.

“알고 있었습니까?”

“여기에 오신 이유가 야호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젊은 분이 통찰력이 대단하십니다.”

그거야 알고 있었던 사실이니까.

“이야기는 잘 된 겁니까?”

“이야기는 잘 되었지만, 최종결정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현재 고민 중입니다.”

“제거 조언 하나 드리면 야호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 투자금 모아두었다가 다른 곳에 투자하시는 것이 훨씬 나을 겁니다.”

손정우 회장은 미국에 올 때 만해도 1억 달러 이상을 야호에 투자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야호에 방문하여 CEO를 만나고부터는 생각이 바뀌어 투자하지 않기로 이미 마음을 정하였다.

“오션 때문입니까?”

“잘 아시니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너무 자신만만 하는 것이 아닙니까? 세상에는 영원한 강자도 없고 화려하게 꽃피웠던 국가나 기업들도 시간이 지나면 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이야 야호가 오션에 밀리고는 있지만, 야호도 현실을 직시하고 나름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자신감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너무 자신하는 것도 사업에서는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미래를 알기에 그만큼 자신하는 거다.

“왜 제가 자신을 할까요? 아무 근거 없이 자신감을 피력했을까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오션을 개발했기에 제일 잘 압니다. 오션은 앞으로 최소 20년간은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만큼 대단한 검색 프로그램입니다.

MSS가 컴퓨터 OS의 강자처럼 오션 또한 그럴 겁니다. 제 말을 믿기 힘들면 믿지 않아도 됩니다.

강요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판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고 판단의 책임 또한 본인에게 있는 겁니다.”

손정우 회장은 점점 오션에 투자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오션은 투자받을 마음이 전혀 없으니 문제였다.

어떡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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