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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47화 (47/261)

47화

내가 내년 6월에 대학원을 졸업하니 하반기쯤에 오션을 상장하고 그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라 내가 한국 가서 시작해도 될 것 같기는 한데.

“아뇨. 계획대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일본에는 야호도 서비스하고 있지 않나요?”

“제가 확인한 바로는 아닙니다.

아직 일본에는 진출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현재 야호가 해외에 진출한 국가는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 독일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도 우리 오션에 밀려 점유율이 15%도 안 되고 있습니다.”

야호가 일본에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고? 이전 생에서는 올해 96년 1월쯤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지금 12월 중순이라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아예 일본 진출을 하지 않는 건가? 나로 인해 미래가 또 바뀐 건가?

이전 생에서 야호가 일본에서는 최고의 점유율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는데 지금은 무주공산이니 오션이 일본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본뿐만 아니라 지금 상황을 보면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지.

일본은 야호가 소프트뱅크와 합작이라 좀 특수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소프트뱅크와 굳이 합작할 필요가 있을까? 없지.

일본 야호는 극우 배타주의자들에 의해서 혐한, 혐중 성향이 짙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일본 오션은 종합 포털 사이트가 아닌 검색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내가 만든 사이트에 그런 놈들의 놀이터가 되는 것은 싫으니까.

한국은 야호가 97년도에 진출했었다.

진출과 동시에 대한민국 1등이었던 한글과 컴퓨터에서 개발한 포털 사이트 심마니를 순식간에 제치고 부동의 1위로 올라선다.

점유율이 거의 80%에 달한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야호가 일본에도 진출하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한국에도 진출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았다.

오션이 한국에 서비스하면 야호처럼 순식간에 심마니를 제칠 테고 내가 내년에 한국 가서 종합 포털 사이트로 개편하면 독보적인 사이트로 등극하겠지.

“야호가 공격적으로 나가지 않네요.”

“야호로서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야호가 공격적으로 나가도 우리 오션과는 결국 겹치게 되어 점유율에서 밀리다 보니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클 겁니다.

그러니 공격적으로 나갈수록 적자만 누적될 테니 현상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들리는 말로는 우리처럼 검색 광고에도 진출하여 매출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많이 향상되었다고 하나요?”

“그런 것 같습니다. 자세한 것은 아니지만 배너 광고보다 매출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성장 속도는 크다고 합니다.

아마도 내년이 되면 배너 광고보다 검색 광고 매출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우리 덕분에 살길이 생겼네. 그렇다 하여도 우리가 먹다 남은 부스러기를 먹는 정도겠지.

“우리는 어떤가요?”

“오션도 검색 광고 매출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년에는 캐나다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도 검색 광고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4개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건가요?”

“검색 광고를 하려면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독일은 점유율이 거의 90%가 되고 캐나다, 영국, 프랑스는 70%가 넘기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도 1년 정도 지나면 충분히 흑자 전환이 가능합니다.”

“그건 알아서 하세요. 일본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할 건가요?”

“일본은 일단 서비스를 시작하고 점유율이 60%를 넘으면 일본도 현지 법인을 설립할 생각입니다.

내년 하반기쯤이면 어떻게 할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내년 하반기면 내가 일본에 가서 법인을 설립해도 될 것 같은데.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

가만! 그러고 보니 핀란드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아이노를 스카우트해야 하는데.

“핀란드에도 현지 법인 설립하죠.”

“네? 핀란드는 점유율이 높지만, 인구가 적어 효율성이 떨어질 겁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핀란드는 오션이 제일 먼저 서비스한 국가라 상징성이 있어요.

핀란드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인 스웨덴이나 노르웨이까지 담당하게 되면 효율성은 있을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핀란드도 진행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래리 페이즈는 잘하고 있나요?”

“네. 열심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마틴이 가르치고 있는데 잘 따라온다고 합니다. 앞으로 유능한 인재가 될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이름값이 있는데. 내가 세르게이 브릭까지 스카우트하면 둘이 오션의 중추가 되겠지.

***

1997년 새해가 또 밝았다.

작년까지는 새해에 전화할 할아버지가 계셨지만, 올해는 새해 인사를 할 곳이 없자 괜히 마음이 심란하였다.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할아버지에게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할아버지 잘 계시죠? 아빠도요? 하늘에서 손자와 아들을 잘 지켜보세요. 제가 어떻게 홀로서기를 하는지를요.

한국은 올해 1997년이 근현대사에서 가장 최악의 시기가 된다.

올 12월 외환 위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일 수도 있겠지만 가진 자들에게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였다.

왜 외환 위기가 터져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1997년 키워드는 올해 오션 상장도 하고 본격적인 사업과 수익을 기대하는 만큼 ‘도약의 스타트’라고 정하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통화버튼을 눌렀다.

(진민재입니다.)

(해피 뉴 이어).

어디서 들은 목소리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해피 뉴 이어).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알고 인사를 하나?)

기억났다. 리암 인베스트 스콧 가르시아 사장이었다.

(가르시아 사장님이잖아요.)

(어떻게 알았어?)

(그걸 왜 몰라요? 제가 먼저 전화 드려야 했는데 먼저 하셨네요.)

(누가 먼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나한테 자네와 오션은 소중한 고객이지. 중요한 고객한테 새해 인사하는 것도 내 일 중의 하나야.)

(소중한 고객이라니 기분이 좋네요.)

(올해는 왠지 오션이 크게 날아오를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어쩌면 내 일생에서 가장 큰 도박이 오션이거든.)

도박을 아주 잘 하시네요.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박 치신 거예요.

(선택을 잘 하셨어요. 제 손에는 아직 히든카드가 남아 있거든요.)

(오! 그래? 그게 뭔가?)

(히든카드인데 벌써 오픈할 수는 없죠. 오션이 날아오르는 것을 지켜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알겠네, 기대하겠네.)

(네.)

그 이후로 에릭 슈밋과 친구들에게 전화가 왔다. 역시 출세하니까 다르네.

***

소프트뱅코 손정우 회장은 호텔 객실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똑똑’

노크 소리에 보던 서류를 내려놓고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수행비서 비서 이시하라 사토미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인데?”

“회장님! 방금 일본에서 온 연락인데 오션에서 오늘부터 일본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손정우 회장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정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서비스 시작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오션에서 전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습니다.”

손정우 회장은 앞으로 인터넷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할 것 같아 작년에 오션에 투자 문의를 했지만 깨끗이 거절당한 적이 있었다.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올해 꿩 대신 닭이라고 야호에 투자 문의했더니 긍정적인 답변을 들어 현재 미국에 와 있었다.

내일 야호 CEO를 만나 이야기를 해보고 투자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기로 했는데 변수가 발생하였다.

오션과 야호 관계를 잘 알기에 오션이 일본에 진출한 이상 야호의 투자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들어와서 이야기하지.”

“네.”

객실 안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내일 제리 앙을 만나기로 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 생각으로는 우리가 야호에 투자하여 일본에서 오픈한다고 해도 오션이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오션에 밀리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더구나 선수를 먼저 뺏긴 상황이라 야호 투자 건은 다시 생각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 만남을 취소해야 하나?”

“굳이 취소까지 할 필요는 없고 한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투자 결정만 하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션이 투자받으면 좋은데 거절하니 답답하네.”

“여기까지 왔는데 직접 찾아 가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작년에 거절했는데 찾아간다고 달라질까?”

“전화로 문의한 거랑 직접 찾아가는 거랑은 다르지 않습니까? 일본에서 직접 왔는데 설마 매정하게 쫓아버리겠습니까?

커피 한잔은 줄 겁니다. 투자를 거절한다고 해도 오션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겁니다.”

말을 하고서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회장님! 들리는 말로는 오션 개발자가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합니다.

경영은 다른 사람이 하지만 현재 고문 자리에 있다고 하니 개발자를 직접 만나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나도 그 이야기는 들었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서 내가 만나서 뭐라고 해? 내가 한국계 일본인이라고 말하면 뭐가 달라지나?

그런다고 투자받지 않을 것을 투자받지는 않아. 나라도 그럴 거야.”

“인맥을 맺는다고 생각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겁니다.”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하긴 만나서 손해 볼 것은 없지. 내일 아침에 오션에 연락해 약속 잡아봐.”

“알겠습니다.”

다음 날 오전 호텔에서 느지막하게 나온 손정우 회장은 비서와 함께 야호로 향하였다.

운전하는 비서에게 물었다.

“오션에는 연락해봤어?”

“네. 아침에 연락했었는데 CEO가 며칠 동안 스케줄이 꽉 차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약속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 말을 믿어? 다시 연락해서 약속 잡아. 돌아가면 언제 올지도 모르는 데 온 김에 만나야지.”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해 보겠습니다.”

야호에 도착한 손정우는 야호의 젊은 CEO인 제리 앙과 마주 보고 앉아 상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표정이 어둡고 지쳐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이 많아서 힘든가? 그렇다 하여도 젊은 친구가 정열과 패기가 있어야지 손님을 앞에 두고 저런 표정을 지으면 누가 믿고 투자하겠어?

아직 젊어서 사업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첫 느낌이 별로였다.

“미국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쉬운 사람이 와야죠. 그런 수고를 하지 않고 어찌 이익을 얻겠습니까?”

“이미 전화로 말씀을 드렸듯이 우리 야호는 작년에 유럽의 영국, 독일, 프랑스에 진출하였고 올해에는 아시아에 진출할 계획이며 그 첫 번째 주자로 일본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소프트 뱅코에서 투자 제의가 와서 이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같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근데 소식 들으셨습니까? 어제 일본에서 오션이 장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리 앙은 오션이 흘러나오자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못 들었습니다. 하지만 법인 설립도 하지 않은 무료 서비스가 아닙니까? 우리 야호는 법인 설립까지 하고 광고 시장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일본 기업인 소프트 뱅코와 합작하여 진출한다면 오션을 경계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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