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44화 (44/261)

44화

에릭이 나가고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오션을 개발하여 래리 페이즈의 미래가 바뀐 것인가? 그럼 세르게이 브릭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똑똑’

노크 소리에 생각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래리 페이즈가 수줍은 얼굴로 머뭇거리며 들어왔다.

“부르셨다고 해서 왔습니다.”

“네. 앉으세요.”

래리 페이즈가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일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래리 페이즈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일까?

이전 생에서는 지금의 위치 반대로 래리 페이즈가 경영자였고 난 직원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바뀐 위치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제가 궁금해서 뭘 좀 물어보려고 불렀어요. 편하게 생각하세요.”

“알겠습니다. 물어보십시오.”

“제가 듣기로 대학원 휴학 중이라고 하는데 학업은 어떻게 하시고 취업을 하신 건가요?”

내 질문에 말 못 할 사정이 많은지 작은 얼굴에 복잡한 표정들이 서려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학업을 지속할 이유를 찾지 못하였고 오션의 알고리즘이 너무 궁금해서 오션에 지원을 한 겁니다.”

“오션에 입사하더라도 궁금증을 해결하기 힘들 텐데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닐까요?

저도 스탠퍼드 대학원 컴퓨터 공학과라 남 일 같지가 않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무슨 말인지 저도 잘 압니다. 제가 95년도에 스텐퍼드 대학원 박사 과정으로 입학을 했습니다.

입학 후 같은 대학원 학우인 세르게이 브릭과 같이 그 당시 월드 와이드 웹의 연결 구조가 거대한 형식의 그래프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웹을 백업하고 인덱싱하는 방법을 개발하다가 학우의 제안으로 웹상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필요로 하는 웹페이지를 찾는 일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BackRub로 불렀고 웹상에 존재하는 문서를 찾아오는 크롤러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에 성공한 이후 우리는 자신감이 붙었고 아울러 웹페이지 랭크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기존에 나와 있는 야호보다 더 나은 검색 엔진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도취하였습니다.

이에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동료와 휴학하고 검색 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세상일을 다 잊고 동료와 오직 검색 엔진 개발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오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고 나름대로 분석도 해보고 테스트도 한 결과 우린 오션 이상의 검색 엔진을 도저히 개발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어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만약 오션을 우연히 알게 되지 않았다면 저와 동료는 지금도 검색 엔진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을 겁니다.

오션을 알고부터는 우리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큰 장벽을 만난 것 같은 좌절감을 느꼈고 오션은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했는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동료는 이번 9월에 대학원에 복학하기로 하였고 전 복학하기보다는 오션에 취업하여 오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었습니다.”

결론은 내가 두 사람의 개발의 꿈을 빼앗아 버린 거네.

야호는 만만하게 보아 휴학까지 하며 자신 있게 검색 엔진 개발을 시작했지만 오션의 높은 장벽을 마주하고 결국은 개발의 꿈을 포기했다는 말인데.

내가 미안해해야 하나? 내가 가진 기술도 두 사람이 개발한 검색 엔진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건데.

“입사한다고 해도 오션은 기밀 사항이라 알 수가 없습니다.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대학원을 마친 후에 입사해도 될 겁니다.”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제가 오션에 몸담고 열심히 일해 회사의 중요한 인물이 된다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가능하지. 근데 이렇게까지 해서 알고 싶은 건가? 조금 늦어도 되지 않나?

“그게 언제가 될까요? 긴 시간이 필요할 텐데 1~2년 늦어도 상관은 없을 겁니다.”

“저에게 대학원이나 학위는 이제 무의미합니다.

앞으로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인생을 살아갈 겁니다. 프로그래머가 박사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석사 학위로도 충분합니다.”

프로그램 개발자는 학위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지.

래리 페이즈라면 증명된 프로그래머라 회사에 도움이 많이 될 거다. 난 할 만큼 했고 선택은 본인이 한 거니까.

래리 페이즈가 상당히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라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보통 사람인 세르게이 브릭은 복학을 선택했으니까.

그게 상식적이고 지극히 당연한 건데.

그나저나 지금도 오션의 알고리즘이 무척 궁금할 텐데 나에게 물어보지는 않네.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내겠다는 의미인가?

하여튼 독특한 성격인 것은 틀림없었다.

근데 세르게이 브릭이 올해 복학하면 나랑 같이 학교 다니겠네. 졸업하면 오션으로 스카우트할까?

그럼 전부 오션에서 모이는 거네. 세상 참 재미있다.

“알겠습니다. 본인이 원하고 선택한 일에 제가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열심히 해서 궁금증을 해결할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션의 개발자가 스탠퍼드 대학원생이라는 것을 알고 교수님께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진짜 천재입니까?”

무슨 대답을 듣기를 원하는 걸까?

내가 천재라서 오션을 개발했기에 거대한 장벽을 느끼고 포기했다는 것을 스스로 위안 삼으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천재가 아닌데도 오션을 개발했기에 자기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픈 건지 모르겠다.

의도에 따라 대답이 달라져야 하는데. 괜히 실망하거나 상처받을 수도 있는데.

“천재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핀란드에서 대학을 3년 만에 졸업했다고 하던데 천재가 맞습니까?”

되게 집요하네.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그건 오션을 개발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천재인지? 아닌지? 저도 잘 모릅니다. 모르기에 대답을 해줄 수가 없습니다.

남들이 저를 보고 천재라고 불러도 저를 잘 알지 못하기에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천재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개발자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표정 변화가 없어서 내가 대답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알겠다고 하니 넘어가자.

근데 에릭은 뭘 하려고 개발자를 채용한 걸까? 그것도 궁금하네. 나중에 말해준다고 하니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야지.

***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손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손을 내리다 책상 위에 있는 코팅된 내 인터뷰 신문 기사가 보이자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에 인터뷰한 내용이 기사로 나왔는데 다이앤 리처즈 기자가 내 부분만 오려서 코팅까지 해서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나의 첫 번째 인터뷰 기사라 기념이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 고마웠다.

선물 받은 날부터 나의 국보 1호가 되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스마트 폰 OS 개발에만 한동안 전념했더니 왠지 몸과 마음이 지쳤다.

내가 지금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 폰 OS는 안드로이드도 아니고 망고사의 iOS도 아닌 중간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왜 이렇게 되었냐면 특허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전 생에서 구골은 안드로이드를 5000만 달러에 인수하고 오픈 소스 정책을 폈지만, 안드로이드 자체가 다른 회사의 특허를 일부 이용하였기에 특허료를 지급해야 하였다.

구골이 핸드폰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서 구골에서 특허료를 지급한 것은 아니고 핸드폰 제조회사에서 특허료를 지급했었다.

특히 MSS에 지급하는 특허료가 컸기에 한국의 사성 전자가 MSS에 최대 특허료 고객일 정도였다.

이런 문제로 구골에서도 특허를 피하기 위해 꾸준히 여러 가지 기술을 개발하여 내가 있을 때 거의 다 특허를 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었다.

난 구골처럼 스마트 폰을 생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망고사처럼 스마트 폰도 생산해 판매할 생각이라 처음부터 특허를 피할 요량으로 개발하고 있어서 좀 복잡하였다.

또 안드로이드와 iOS의 장점을 적용하기에 더 복잡하기도 하였다.

C언어와 C ++, Java, 어셈블리까지 이용한 개발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쉽게 개발할 수 있어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쩔 수 없지.

난 스마트 폰 OS를 개발한 후에 무료로 풀 생각은 없었다.

특허료를 받고 모든 핸드폰 제조사에서 생산할 수 있게 하여 특허료까지 챙길 생각이었다.

내가 오픈하지 않으면 어차피 다른 스마트 폰 OS가 또 개발될 것이기에 차라리 오픈하고 특허료를 받는 게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스마트 폰이 출시되고 다른 OS가 개발되더라도 내가 개발한 스마트 폰 OS가 더 월등하기에 내가 개발한 OS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전 생에서처럼 안드로이드가 개발될 수도 있기에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내가 미리 적용하여 특허 출원을 해놓는다면 안드로이드 개발 후에도 나에게 특허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런 걸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잠시 쉴까? 휴가나 갈까?’

그래 잠시 쉬자. 아직 시간도 많은데 급하게 개발할 이유는 없잖아. 쉴 땐 쉬어야지 일의 능률도 올라가는 거니까.

그럼 뭐 하지? 플로리다 마크네 별장에 놀러 갈까? 핀란드에 갈까?

노카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도 하고 아이노도 만나보고 그 이후에 마크네 별장에 놀러 가자.

*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대를 둘러보다가 젊은 여성이 심사관으로 있는 줄에 섰다.

잠시 기다리자 내 앞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여권을 내밀며 핀란드말로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심사관도 핀란드 말로 인사를 하더니 영어로 물었다.

“안녕하세요? 핀란드에 오신 목적이 무엇인가요?”

핀란드 말로 대답하였다.

“관광으로 왔고 일주일 정도 머물 예정입니다.”

“핀란드 말 잘하시네요.”

“작년에 헬싱키 대학을 졸업했거든요.”

“아! 핀란드에 다시 방문하신 걸 환영합니다.”

더 묻지 않고 바로 스탬프를 찍고 통과시켜 주었다.

“감사합니다.”

공항 밖으로 나와 택시 승차장으로 향하였다.

여기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네. 1년밖에 안 되었으니 달라질 것도 없겠지.

먼저 예약한 숙소로 가서 짐을 내려놓고 노카아로 향하였다.

사장실로 들어가자 비서 안나가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진! 미국에 간 거 아니었어요?”

“맞아요. 여름방학이라 잠시 들렸어요. 잘 지냈어요?”

“그럼요. 저는 잘 지냈어요. 회사도 작년보다 매출이 늘어 바빠졌고요. 언제 미국으로 돌아가세요?”

“일주일 있다가요.”

“조금 더 있다가 가시지요.”

“가더라도 가끔 올게요. 울리라 사장님 계세요?”

“네.”

연락도 하지 않고 온 거라 없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히도 있네.

“저 들어가 볼게요.”

“네. 커피 드릴까요?”

“차 있으면 주세요.”

“네.”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서류를 보고 있던 요로마 울리라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서는 놀란 눈을 하였다.

“진!”

“안녕하셨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오더니 내 손을 잡았다.

“언제 온 거야?”

“오늘이요.”

“오면 온다고 말해주지. 공항에 마중이라도 나갈 텐데.”

“바쁘신 분을 오라고 할 수는 없죠. 잘 지내셨죠?”

“그럼! 앉아서 이야기하지.”

“네.”

소파에 앉았다.

“방학해서 온 거야?”

“네.”

“소식 들었어. 법인 설립 했다고. 축하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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