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집에 갈까? 하다가 학교에 남아 스마트 폰 OS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었다.
스마트 폰 OS는 처음부터 완벽한 프로그램보다는 기본적인 것만 프로그래밍하고 차차 업데이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개발하더라도 당장 스마트 폰을 출시할 것은 아니고 최소 2000년이 지나야 가능할 것 같았다.
“진 뭐해?”
고개를 돌리니 마크가 다가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좀 개발하느라고.”
“또 대단한 것을 개발하는 거야? 보기만 해도 되게 복잡하네.”
“나중에 꼭 필요한 거라서 미리 개발하는 거야. 근데 왜?”
“이제 곧 여름방학인데 뭐할 거야? 특별한 계획이 있어?”
방학 때 난 뭐하지? 프로그래밍하는 거 외에는 특별한 계획은 없는데 핀란드나 잠시 갔다 올까?
“글쎄? 특별한 계획은 없고 핀란드 좀 잠시 갔다 올 거야.”
“그래? 플로리다에 우리 별장이 있거든. 난 여름방학 동안 플로리다에서 지내다 오려고 하는데 시간 되면 놀러 오라고.”
마크 집에 한번 간 적이 있는데 집이 으리으리하였다. 그러니 별장까지 있겠지.
부모님이 뭘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기에 마크네는 미국의 전형적인 상류층이었다.
그런 집의 자제가 나한테 자꾸 접근하는 것을 보며 내 신분이 상승하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실감하였다.
“난 하는 일이 있어서 오래는 안 되고 잠깐 시간 내서 갈 수는 있을 것 같아. 그래도 괜찮다면 갈게.”
“상관없어. 시간 되면 놀러 와. 너 편할 대로 해.”
“고마워.”
“고맙기는 우린 친구잖아.”
한동안 프로그래밍하다가 시계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사무실에서 신문사 인터뷰가 있었다.
이전에도 나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몇 번 있었지만 거절하고 지금까지 에릭이 언론의 인터뷰를 도맡아 했었는데 한 기자가 집요하게 계속 나의 인터뷰를 요구해와 이번에 하기로 하였다.
에릭이 자주는 아니어도 한 번쯤은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무실도 오랜만에 가네. 내가 있어봤자 부담만 될 테고 나도 프로그래밍하느라 바빠 한동안 가지 못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인사하며 내 사무실로 걸어갔다.
“굿 애프터 눈”
“굿 애프터 눈”
일하던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걸어가는데 저 앞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낯익은 얼굴이 보여 그 자리에서 멈췄다.
저자가 왜 여기에 있지?
수잔 앞으로 갔다.
“수잔!”
“네, 고문님!”
“저쪽에 앉아 있는 젊은 친구 누구예요?”
내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고 미소지으며 대답하였다.
“이번 주에 입사한 신입 직원이에요. 대표님이 경력, 신입 프로그래머 3명을 이번 주에 채용했거든요.
그 옆에 있는 친구 두 명은 경력이고요. 현재 마틴이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고 있어요.”
래리 페이즈였다. 나로 인해 과거가 또 바뀐 건가? 그럼 구골은 탄생하지 않는 건가?
구골의 창업자 래리 페이즈와 세르게이 브릭은 나의 스탠퍼드 대학원 1년 선배라 입학하고 나서 학교에서 볼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아 스티브 애스틴 교수에게 두 사람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교수 말로는 두 사람 다 1년을 마치고 휴학했다고 하여 그동안 신경 쓰지 않고 지냈는데 여기서 볼 줄이야? 생각지도 못하였다.
어떻게 된 걸까? 궁금해서 당장 물어보고 싶었으나 곧 인터뷰가 있어서 끝나고 물어봐야겠다.
“고마워요. 수잔!”
“아니에요. 커피 드릴까요?”
“지금 말고 조금 있으면 기자 오니까 그때 부탁할게요.”
“알았어요.”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래리 페이즈에 대해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네.”
수잔이 들어왔다.
“고문님 기자가 왔어요.”
“들어 오시라고 하세요.”
“네.”
수잔이 나가고 곧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먼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네는 기자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워싱턴 포스트 다이앤 리처즈예요.”
손을 맞잡았다. 근데 손이 차가웠다.
“반갑습니다. 진민재입니다.”
“슈밋 대표님에게 몇 번을 부탁했었는데 드디어 만나보네요.”
“죄송해요. 제가 낯을 가리나 봅니다.”
“들어보니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요. 더구나 이렇게 잘 생겼는데 왜 인터뷰를 피했던 거예요?”
“이것도 인터뷰에 포함되는 건가요?”
“호호호. 아니에요. 개인적인 질문이었어요.”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그래요.”
소파에 앉았다.
“혹시 인터뷰를 계속 거절하셨는데 제가 계속 요청해서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 않으신가요?”
“그런 거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사실 제 인터뷰 요청을 고문님이 여러 번 거절하셔서 어디 문제가 있나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슈밋 대표님에게 물어봤더니 전혀 문제가 없고 잘생겼다고 해서 믿지 않았어요.
취재의 목적도 있었지만 어쩌면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인터뷰 요청한 이유도 있어요.”
“확인했으니 이유 중 하나는 해결되었네요.”
“호호호. 맞아요. 인터뷰도 곧 할 거니까 오늘 목적을 전부 달성한 거네요.”
다이앤 리처즈 기자는 꾸밈없이 솔직하고 성격이 활발하며 웃음이 많은 기자였다. 어쩌면 기자가 천성에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거 다 이루어서 좋겠습니다.”
“고문님은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세요? 이건 인터뷰하는 거예요?”
“현재 제가 원하는 것은 단기와 장기 두 가지가 있어요.
단기는 내년에 있을 나스닥 상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고 장기로는 오션이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는 거예요.”
“IT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주나 예비 창업주들 갖는 꿈이네요.
제가 경제 기자로 활동을 5년 동안 해서 보고 들은 것이 있어요.
제가 아는 분들의 말씀을 종합해 판단해보면 오션은 고문님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에요.
고문님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수익 모델도 창조하고 오션의 검색 기능도 뛰어나기에 시장에서 오션의 평가가 아주 좋아요.”
오션의 평가가 좋다는 말은 에릭을 통해 여러 번 들었다.
특히 검색 광고를 시행한 것이 크게 작용하였다.
배너 광고는 광고의 한계가 있지만, 검색 광고는 한계가 없기에 포털 사이트의 가치가 상승했다는 시장의 평가였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동양에서는 겸손이 미덕이라고 하던데 고문님도 겸손하신가 봐요.”
“한국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어요.”
“말의 뜻은 좋네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네요. 오히려 더 들어내어 자랑하는 것이 미국 스타일이잖아요.”
“그렇기는 합니다.”
“오션에 대해서는 여러 번 취재했으니까 이번 인터뷰는 고문님 개인에 관해서만 질문할 거예요.
제가 들은 말로는 고문님이 천재라고 하고 핀란드에서도 대학 과정을 3년 만에 졸업했다고 하는 데 맞나요?”
“천재인 것은 모르겠고 3년 만에 졸업한 것은 사실이에요.”
“이번 대답도 겸손인가요?”
“겸손이기보다는 제가 천재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어서요. 천재가 아니라도 3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는 많잖아요.”
“기자의 판단으로는 천재가 맞아요. 그러니 다음부터는 천재라고 말 하셔도 돼요.”
“알았어요. 어디 가서 워싱턴 포스트 다이앤 리처즈 기자가 천재라고 말해도 된다고 했다고 말할게요.”
“꼭 그러세요. 그다음 질문은 오션을 직접 개발하셨는데 오션 외에 다른 프로그램도 개발하실 계획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할지 말해주세요.”
앞으로 크게 인기 끌 만한 프로그램은 내가 미리 선점할 예정이었다.
근데 혼자서 독식해도 되나?
“지금은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인터넷은 앞으로 우리 생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겁니다.
그렇기에 인터넷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도태되고 말 것이기에 계속적으로 프로그램은 개발할 예정입니다.
무얼 개발할지는 아이디어 유출 관계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분명 이것 또한 오션과 같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답은 겸손이 아닌 자신감의 표현이네요. 보기 좋아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자신감을 표현하세요.”
“참고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는 말로 들리는 데 맞나요?”
“네. 그렇습니다.”
“어떤 획기적인 프로그램일지 기대되네요. 꼭 유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셨으면 해요. 그다음은 질문은?”
한동안 질문과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것으로 인터뷰를 끝낼게요.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아닙니다. 인터뷰할 기회를 주어 저도 감사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해도 되나요?”
“너무 자주 하면 싫증 날 수도 있어요.”
“알았어요. 큰일이 있을 때 요청할게요.”
말을 하고서는 나에게 명함을 건넸다.
“필요하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나도 명함을 건넸다.
“기사는 3일 후에 나갈 거예요.”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에 또 봐요.”
기자가 갔다.
인터뷰하는 동안 대답을 잘못할까 봐 신경 써서 대답하느라 신경을 썼더니만 심신이 지쳤다.
어디는 미리 질문할 내용을 준다고 하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고 즉흥적인 인터뷰였다. 그나마 기자가 편하게 대해주어 잘 끝났다.
난 한번 하는 것으로도 힘든데 에릭은 아무렇지 않게 인터뷰를 즐겨 하니 신기하기도 하였다.
기자가 나가고 잠시 쉬는데 에릭이 들어왔다.
“인터뷰 잘 끝났다고 하던데 어땠습니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힘드네요. 대표님은 인터뷰하는 거 괜찮아요?”
“이것도 하다 보면 적응됩니다. 인터뷰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친구랑 편하게 대화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게 돼요?”
“여러 번 해보시면 알 겁니다.”
“근데 기자가 대표님한테도 갔어요?”
“왔다고 인사하고 갔습니다. 저랑 친한 기자입니다. 친하지 않더라도 기자들하고는 친한 척 잘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리처즈 기자가 고문님을 잘 본 것 같습니다. 유익한 인터뷰였다면 다음에도 또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냥 하는 소리겠죠.”
“아닐 겁니다. 별로였으면 그런 말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아! 그리고 프로그래머 채용하신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한 프로젝트가 있어서 이번 주에 채용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요?”
“구체적인 계획이 서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근데 신입도 한 명 있던데요.”
“네. 맞습니다. 원래는 경력직만을 채용하려고 했는데 신입치고는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나 고 꼭 오션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여 채용한 겁니다.”
“왜 여기서 꼭 일하고 싶다고 하나요?”
“오션 알고리즘을 확인하고 싶다고 합니다.”
오션 직원이라고 알 수 있는 건 아닌데.
“그건 회사 기밀이라 알 수가 없을 텐데요.”
“저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가 오션의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되어 기밀에 접근할 정도의 인재가 되겠다고 합니다.
당돌한 말이지만 기밀을 빼돌리기보다는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버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 고문님과 같은 학교인데 모르십니까?”
“몰라요.”
“휴학해서 모르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그 친구하고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 같은 학교이고 뭘 궁금해하는지 물어보게요.”
“편한 대로 하십시오. 제가 나가서 들어오라고 하겠습니다.”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