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아침에 샌드위치를 먹으며 신문을 보다가 (광고 시장에 새로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오션) 제목이 보여 기사를 읽기 시작하였다.
배너 광고만이 존재하는 인터넷 광고 시장에 검색 광고라는 독특한 광고 방식을 선택하여 획기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하려는 오션의 시도는 기자가 보기에도 참신하고 신선하여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큰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광고 방식인가? 광고 효과가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광고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너 광고처럼 한정된 사이트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무한하게 광고를 받을 수 있기에 수익이 극대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한, 배너 광고에 비교해서 저렴한 광고료도 큰 장점 중이 하나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이트가 이 광고 방식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션이나 야호처럼 포털 사이트에만 적용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그게 더 포털 사이트의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몇 개의 기업과 검색 광고를 계약한 오션은 앞으로 기업뿐만 아니라 식당 등 스몰 비즈니스에까지 그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오션 CEO 에릭 슈밋이 밝혔다.
현재 미국 포털 사이트 점유율이 오션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계속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션의 미래가치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을 비롯해 핀란드에서도 점유율이 70% 이상이며 얼마 전에 새로 서비스를 시작한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과 캐나다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그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오션의 행보에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면 오션 상장 시 넷스케이프에 이어 또 한 번 꿈의 주식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에릭 슈밋이 기자랑 친해서인지? 검색 광고 발상이 신선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기사 내용은 호평 일색이었다.
이 정도면 언론 플레이는 대성공이네.
그렇다고 자만에 빠지면 안 된다.
과거를 돌아보면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라고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투자한 디지털 카스트만 봐도 그렇다. 재주는 디지털 카스트가 부리고 돈은 망고사가 쓸어 담았다.
남 좋은 일만 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했다면 그다음으로 소비자의 성향이나 시장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여 상용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장 상황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거다.
망고사의 태블릿 PC 또한 마찬가지이다.
원래 태블릿 PC는 한국의 사성 전자에서 망고사가 태블릿 PC를 출시하기 몇 년 전부터 개발을 끝낸 제품이었지만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의 출시를 보류했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망고사는 운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만 좋은 게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했고 즉시 실행한 실천력과 결단력도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팟도 내가 선점하고 스마트 폰도 그렇고 태블릿 PC도 선점할 거라 망고사의 운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처럼 기존에 하던 컴퓨터 사업만을 계속 유지할지도 모른다.
강의가 끝나 내 전용 벤치에 앉아 쉬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에릭입니다.)
인사말이지만 에릭의 목소리가 약간 흥분한 것 같이 들렸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어요?)
(네. 있습니다. 고문님! 오션 광고 기사 보셨습니까?)
(네. 봤어요. 기자가 잘 써 주었더라고요.)
(네. 맞습니다. 그 기사 때문에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아침부터 검색 광고를 신청하겠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게 언론의 힘인가? 제대로 광고했네.
(기분 좋은 소식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오션에 투자하겠다는 전화도 많이 옵니다. 투자 문의는 어떻게 합니까?)
더는 투자 받을 필요는 없었다.
(지금 우리가 투자받을 이유는 없잖아요. 투자 제의는 고맙지만 정중하게 거절하세요.)
(알겠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금은 시작이지만 이걸 계기로 검색 광고가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기쁜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전화한 겁니다.)
(고마워요. 바쁠 텐데 이만 끊고 회사에서 이야기해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검색 광고가 자리를 잡을 것 같았다. 그러면 올해 적자 폭이 줄어들 수도 있고 어쩌면 흑자 전환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근데 여러 나라에 오픈하느라 흑자는 힘들 것 같네. 내년에는 모르겠고.
샌드위치를 다 먹고 일어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HK 인베스트먼트 투자 회사 도리프 이사입니다.)
기사 보고 전화했나 보네. 설마 다시 투자하겠다는 거는 아니겠지?
(안녕하세요? 이사님! 어쩐 일이세요?)
(제가 지금 학교로 가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직접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투자하시겠다는 말을 할 거면 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거절만 하시지 마시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지난번과는 다를 겁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말해도 더는 투자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괜히 서로 시간만 낭비하는 겁니다.
나중에 투자받을 일이 있으면 그때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말 안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었다.
버스 떠난 다음에 손 흔들면 가던 버스가 멈추나? 모든 지 다 때가 있기에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지.
***
야호 창업자 제리 앙은 신문을 보면서 미간을 심하게 찌푸렸다.
인터넷은 배너 광고만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검색 광고라니?
자신들이 먼저 광고를 시작했는데 후발 주자인 오션은 기존 수익 모델이 아닌 새로운 수익 아이템을 만들었다.
그걸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질투가 났다.
야호가 먼저 시작했지만 오션에게 항상 뒤를 따라 잡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도 먼저 서비스하여 앞서나가다가 오션에 추월당했고 광고 또한 마찬가지였다.
또 오션이 내년에 나스닥에 상장하면 지금 추세로 보면 분명 야호보다 흥행에 성공할 텐데 그럼 또 뒤지게 되는 거다.
이러다가 오션의 그늘 속에서만 있다가 영영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야호도 전문 CEO를 영입해야 하나? 투자자들은 그전부터 전문 CEO를 영입하자고 주장했지만, 자신이 거부하고 CEO를 하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자신은 사업가로서는 자질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션은 처음부터 전문 CEO를 영입하였다. 그런 걸 보면 여기서도 또 뒤진 것 같아 마음이 참담하였다.
앞으로 투자자들의 간섭이 더 심해질 텐데 그걸 어떻게 견뎌야 하나? 차라니 다 내려놓고 물러나 있는 것이 좋을까?
시선에 신문이 잡히자 짜증이 올라왔다.
오션이 잘나가 호평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야호는 야호이고 오션은 오션인데 툭하면 야호와 오션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비교하여 기분이 더러웠다.
왜 비교를 하는데? 야호로만 봐주면 안 되나?
‘똑똑.’
노크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네.”
문이 열리고 영업이사가 들어왔다.
“시간 되십니까?”
“네. 앉으세요.”
영업이사가 소파에 앉자 자신도 일어나 소파로 가서 앉았다.
“무슨 일인데요?”
“혹시 오션 검색 광고 기사 보셨습니까?”
“네. 봤어요. 창의적이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오션에서 시행하는 검색 광고를 우리 야호에 적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일부 광고주에서 검색 광고에 대한 문의 전화가 옵니다.”
야호도 포털 사이트니 적용해도 된다. 근데 자존심도 없나? 그새 그걸 따라 하겠다고 하니?
영업 이사라면 이런 것을 미리 생각해 시행해야지 따라 하겠다는 소리가 영업이사 입에서 나올 말인가?
또 짜증이 올라왔다.
“이사님이 하시는 일이 뭔가요?”
“광고 영업입니다.”
“너무 안일하게 일하는 것이 아닌가요?
영업 이사면 단순히 광고 영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션처럼 회사에 도움이 될만한 새로운 광고도 개발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남이 기껏 생각해 낸 것을 따라 하겠다고 하는 것이 영업 이사가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오션을 보고 저도 많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영업부 직원들에게 새로운 광고 아이템을 개발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많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업부에 한정하지 말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를 받으세요. 의욕을 북돋아 주기 위해 채택된 아이디어에 상금을 지급한다고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많은 직원들이 참여할 테고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검색 광고 우리도 시행하세요. 수익을 얻는 일인데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나가보세요.”
“네.”
나갔던 영업 이사가 다시 들어왔다.
“대표님! HK 인베스트먼트 도리프 이사가 왔습니다.”
제리 앙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왜 왔어? 또 뭘 갖고 트집 잡으려고.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도리프 이사가 들어오며 밝게 인사하였다.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앉으시죠.”
“네.”
도리프 이사가 소파에 앉았다.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대표님은 제가 오는 게 반갑지 않으신가 봅니다.”
속으로 당신이라면 반갑겠냐? 라고 대답하였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달랐다.
“그걸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오늘은 제가 투자자 대표 자격으로 왔습니다. 대표님도 어제 오션 검색 광고 기사 난 거 보셨을 겁니다.
우리 투자자들은 걱정이 아주 많습니다.”
또 오션! 이제는 오션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뭐가 그리 걱정이 많으십니까? 걱정을 사서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괜히 걱정하겠습니까? 후발 주자인 오션이 무섭게 치고 앞으로 나가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야호는 그 자리에 정체되어있는 것 같아 그렇습니다.
아니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오션처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이에 대표님께서는 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오션은 오션이고 야호는 야호입니다.
그렇듯 야호만의 색깔이 있는 겁니다. 오션과는 색깔이 다른데 자꾸 오션과 비교하면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들이 힘이 되어 주고 도움을 주어야 야호가 앞으로 나갈 수 있지 비교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방해만 됩니다. 믿고 투자하신 만큼 가만히 지켜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우리도 직원 아이디어 공모도 하고 새롭게 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린 결과만을 봅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고 지켜볼 테니 결과물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진짜 사업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제리 앙이었다.
차리리 오션 개발자처럼 CEO에서 물러나 있으면 이런 소리도 듣지 않을 테고 투자자들을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오늘따라 초반에 빠진 동료 데이비드가 보고 싶고 부러웠다. 오늘 만나서 같이 술 한잔하고 싶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