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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40화 (40/261)

40화

원래는 장례가 끝나면 바로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미국 시민권 취득으로 인한 행정 처리도 해야 하고 한국에 온 김에 할 일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좀 더 머물기로 하였다.

원룸을 단기간 렌트하였다.

스마트 폰 OS 개발을 시작한 만큼 이에 대비한 준비도 해야 한다.

내 계획으로는 한국의 톨슨 전자를 인수할 생각인데 지금은 톨슨 전자가 무선 호출기로 인해 잘나가고 있어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톨슨 전자는 회사 사정이 더 어려워질 때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대신 망고사가 2001년 출시하는 아이팟을 내가 먼저 선점할 계획이었다.

아이팟뿐만 아니라 스마트 폰도 내가 선점할 계획이라 이전 생에서처럼 망고사는 큰 기업으로 성장하지는 못할 것이다.

먼저 MP3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지.

현재 MP3 원천 기술이 개발된 것은 아니고 개발 중이며 내년 97년도에 개발이 된다.

내가 알기로 MP3는 디지털 카스트라는 회사에서 두 사람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운영 자금이 부족하여 서한 미디어에서 투자를 받아 공통 특허권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 97년 IMF를 맞이하여 회사가 어렵게 되자 재미 교포 사업가인 미국 기업에 원천 기술을 매각하게 된다.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디지털 카스트로 향하였다.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벤처 기업답게 직원이 몇 명 없는 작은 회사였다.

내가 들어오자 한 직원이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황정화 사장님과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잠시만요.”

직원이 사장실로 들어갔고 곧이어 직원과 황정화 사장이 같이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황정화입니다.”

투자하겠다고 전화할 때도 너무나 공손하게 대해 당황스러웠는데 지금도 너무 반갑게 맞아 얼떨떨하였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겠지.

“안녕하십니까? 진민재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김 대리! 여기 차 좀.”

“네. 사장님!”

사장실 안 소파에 마주 앉았다.

“생각보다 젊으신데 미국에서 기업을 세우시다니 능력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능력이 많다기보다는 사업은 꼭 나이로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기는 합니다. 국내에서도 잘 모르는 데 미국 회사에서 어떻게 우리 회사를 알고 연락하신 겁니까?”

“제가 일이 있어 한국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디지털 카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흥미를 느껴 투자하고자 하는 겁니다.”

“우리가 뭘 개발하는지는 아십니까?”

“디지털 음원을 개발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미국에서 어떤 사업을 하시길래 디지털 음원에 대해 흥미를 느끼신 겁니까?”

“혹시 포털 사이트 오션을 아십니까?”

“네. 압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자료를 찾을 때 사용하기는 합니다. 오션을 운영하시는 겁니까?”

“네. 제가 오션의 개발자입니다.”

꽤 놀라는 표정이었다.

“정말입니까?”

“네.”

“오션의 개발자가 한국 사람이었다니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미국 사람이 개발한 줄 알았습니다.”

“국적은 미국입니다.”

“국적이 미국이라도 피는 한국인 아닙니까? 그게 중요한 겁니다. 정말 대단하신 걸 개발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성격은 시원해서 좋았다. 이러면 꼼수를 부리지 않기에 협상하기가 편하다. 이래서 여기저기에 휘둘렸나?

어떻게 보면 참 운이 없고 불쌍한 사람이었다. 세계 최초로 MP3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서도 얻은 이익이 거의 없을까?

이번 생에서는 내가 보상을 해줄게요. 나도 개발자라 개발자가 보상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잔을 들어 녹차를 한 모금 마신 황정화 사장이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투자하시는 조건이 뭔지 궁금합니다.”

미리 준비한 자료를 건넸다.

“투자 조건입니다.”

자료를 받아 본 황정화 사장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당연하겠지. 새한미디어에서는 적은 투자금에다가 판매권과 공동 특허권을 원했으니 훨씬 조건이 좋으니까.

판매권을 굳이 가질 필요는 없었다. 오션이 판매를 하려면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직원도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일렀다.

또 내년 97년도에 MP3를 개발하고 98년도에 MP3 플레이어를 만들어 하노버 정보통신박람회에 출품하여 관심을 받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이후 국내 브랜드로 국내 시장에 출시했지만, IMF로 인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재미 교포 사업가에게 새한 미디어와 함께 특허권을 매각하게 된다. 그러니 굳이 판매권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었다.

나중에 내가 나머지 특허권을 사면 되는 거다.

“이게 전부입니까?”

“더 필요한 게 있을까요?”

“아닙니다. 없습니다. 다만 공동 특허권을 요구하시는 게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좀 힘든 부분입니다.”

속으로 웃었다. 황정화 사장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겠지만 내가 상대편 패를 다 아는데 어디서 뻥카야?

“그래서 투자를 받지 않겠다는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조건을 조정했으면 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50%는 부담이 되니 특허 지분 25%를 드리겠습니다.”

“아쉽네요. 저는 50%가 아니면 투자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 투자자를 알아보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나자 당황하며 내 팔을 잡았다.

“아니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협상은 당기고 미는 겁니다.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으니 앉으십시오.”

마지못한 척 다시 앉았다.

“저는 협상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제 투자 조건에 오케이 하시면 계약하는 거고 노라면 저는 미련 없이 떠날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뭘 고민해? 서한 미디어보다 조건이 좋으니 무조건 오케이 해야지.

그러다 버스 떠나면 어떻게 하려고?

“제가 오케이하면 계약은 바로 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계약을 마무리하고 갈 겁니다.”

황정화 사장은 속으로 사람은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한미디어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는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지금 절실히 실감하고 있었다.

새한 미디어보다 조건이 훨씬 좋기에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조건으로 투자받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젊지만, 워낙 확고한 모습이라 괜히 들어온 복을 스스로 찰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여러 기업을 다니며 홍보했지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은 없었다. 그래 오케이 하자.

새한 미디어보다는 조건이 좋잖아.

“알겠습니다. 오션의 투자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진작 그렇게 나오지. 잘 선택한 거예요.

됐다. 이로써 아이팟은 내가 선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언제 출시를 할까? 망고사에서 2001년에 출시했으니 난 1999년도나 2000년도에 출시하면 되려나?

준비 기간도 필요하니까.

“현명한 선택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계약은 언제 할까요?”

“제가 15일 후에 미국으로 돌아가니 그전에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최대한 빨리 계약서 준비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악수하고 나왔다.

심용철은 오늘 새로운 투자자가 온다고 하여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자신은 서한 미디어의 투자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친형처럼 생각하는 사장님이 회사 사정으로 인해 투자를 받아들이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러다 새로운 투자자의 연락이 왔다고 하여 혹시나 했는데 웬 새파란 젊은 청년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투자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여 기대를 버렸고 역시나 들어간 지 30분도 안 되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완전 포기를 하였다.

결국, 서한 미디어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구나! 체념하며 일어나 힘없이 사장실로 들어갔다.

“형 어떻게 됐어?”

“회사에서는 형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둘밖에 없으니까 그러지. 다른 직원들 있으면 깍듯하게 사장님이라고 부르잖아.”

말을 하고 형의 얼굴을 보니 이상하게 밝았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앉아봐.”

얼른 앉았다.

“뭐라고 했는데?”

테이블 위에 있던 자료를 집어 건넸다.

“직접 봐.”

자료를 받아 보는 심용철의 얼굴이 밝아졌다.

“설마 특허권을 50% 이상 가지겠다는 건 아니겠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서한 미디어처럼 50%만 가지겠대.”

“판매권은?”

“거기에 없잖아. 말도 꺼내지 않더라.”

“그럼 서한 미디어보다 더 조건이 훨씬 좋은 거잖아. 무조건 한다고 하지?”

“당연히 그런다고 했지.”

“다행이네. 솔직히 이 조건도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받은 투자 제안보다는 제일 좋네.

난 들어갔다가 금방 나오길래 투자 불발인지 알았지.”

“젊은 사람이 딱 부러지더라.

자기는 협상도 필요 없고 자기가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면 계약하고 아니면 깨끗이 물러나겠다면 나보고 결정하라는데 선택 여부가 없더라고.”

“뭐 하는 사람이야?”

설명을 해주었다.

“그자가 오션의 개발자라고?”

“나도 놀랐다니까. 현재 스탠퍼드 대학원에 다니고 있대.”

“실력이 꽤 있나 보네.”

“그러니까 오션을 개발했겠지. 개발의 고통을 아는 개발자라 그런지 다른 기업보다는 낫네.”

“형 마음 변하기 전에 빨리 계약해.”

“그럴 생각이야. 빨리 계약서 만들어서 할 거야.”

“이제 한숨 돌렸네.”

“그렇지.”

***

디지털 카스트에 갔다 온 지 이틀 만에 연락이 와서 계약서 사본을 받아 국내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오늘 계약하기로 하였다.

계약하는 날이라 오늘은 정장을 입었다. 비록 검은색이기는 하지만 상관은 없지.

거울 비친 모습을 보니 내가 봐도 참 잘생겼다. 거울을 볼 때마다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는 행복하게 잘 지내시나? 당연히 그래야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나갔다.

디지털 카스트에 들어가자 처음 왔을 때보다 투자를 받게 되어서인지 직원들 분위기가 훨씬 밝았다.

황정화 사장이 사무실에서 기다리다가 나를 보고 일어서며 반갑게 인사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오늘은 멋지게 빼입으셨습니다. 모델이나 연예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사장실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서류 같은 것이 놓여있었다.

“계약서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네.”

계약서를 들어 꼼꼼히 읽어보았다. 합의한 내용 그대로였다.

“이상 없으니 서명할게요.”

황정화 사장은 이미 회사 법인 도장을 찍어놓아 나만 계약서 두 부에 서명을 하였다.

계약서 한 부를 건네자 황정화 사장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받았다.

“감사합니다.”

“꼭 개발에 성공했으면 합니다.”

“성공 여부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중요한 부분은 이미 개발이 끝났기에 거의 다 개발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빠르면 올해이고 늦어도 내년 초반기까지는 개발을 완료할 겁니다. 그동안 투자문제로 잠시 지체된 겁니다.

이제 투자문제가 해결되었으니 개발은 시간문제입니다.”

“다행이네요. 투자란 보람이 있네요. 투자금은 일주일 안으로 입금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MP3 개발이 끝나면 그다음은 무엇을 또 개발하실 계획입니까?”

생각지도 않았는지 의아한 얼굴이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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