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36화 (36/261)

36화

애스틴 교수가 불러 교수실로 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쉐리던 이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어떻게 설득하신 겁니까?)

나와 만나고 헤어진 지 일주일 만에 오션 CEO를 수락한다는 연락이 왔었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여 4월 1일 월요일부터 출근하기로 하였다.

어떻게 설득하기는? 성향을 알기에 떡밥을 던졌고 그걸 덥석 물은 거지. 또 스톡옵션도 준다고 하고 그만큼 대우해주었으니까.

(진심이면 다 통하는 법입니다.)

(연락받고 놀랐습니다. 우리가 연락할 때는 강경하게 거부하더니만 진민재 씨는 한번 만나서 설득을 하시다니 그것도 재주인가 봅니다.)

뭘 그거 가지고 놀래? 앞으로 놀란 일이 많을 텐데.

(어떻든 간에 수락했으니 다행이죠.)

(그렇기는 합니다. 알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고 교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수실 안으로 들어가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부르셨어요? 교수님!”

“어서 오게. 앉아.”

“네.”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더 친밀하게 대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래서 사람은 출세하고 봐야 하는 건가 보다.

의자에 앉았다.

“요즘 바쁘지?”

바쁜 것은 이미 다 끝나 한가하다. 그래도 바쁘다고 해야지.

“사업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지. 사업뿐만 그런가? 공부도 그렇고 세상일이 다 마찬가지야. 쉽지 않은 것을 이겨내야 성공하는 법이지.”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CEO는 구했나? 들리는 말로는 아직 못 구했다고 하던데.”

“얼마 전에 구했습니다.”

“잘됐네. 자네 소식 들었나?”

“어떤 소식 말입니까?”

“야호에서 다음 달 4월에 나스닥에 상장한다고 해. 그래서 바쁜가 봐.”

드디어 야호가 상장하는구나. 그런데 이전 생에서처럼 대박을 터트리려나? 글쎄?

이전 생에서는 1주당 13달러에 발행된 주식이 폭발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24달러에 시초가를 이루고 장중에 43달러까지 치솟다가 급등에 다른 매물로 인해 33달러에 장을 마쳤다.

종가로 시가 총액을 따지면 8억 5천만 달러가 되어 넷스케이프에 이어 또 한 번 꿈의 주식이 탄생하였었다.

아마도 이번에는 오션으로 인해 인기가 많이 떨어져 쉽지는 않을 거다.

“좋은 결과를 얻었으며 좋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비록 과는 틀리지만 같은 대학 출신이고 야호가 성공해야 자네 오션도 성공할 테니까.

야호가 오션 때문에 고전을 하기는 하지만 요즘 IT 열풍이 서서히 불기 시작해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은가 봐.

아마도 성적이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

“다행이네요.”

“그렇지. 내가 칠십 평생을 넘게 살면서 보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기업도 시대의 운이 따라야 하는 것 같더라고.

그런 면에서 야호나 오션이나 운이 참 좋아.”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시대에 편승한 결과이기도 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이야 내가 조언 하나 해주자면 ..........”

한동안 교수님의 인생 조언을 들었다.

강의실에서 듣는 학문의 지식이 아닌 한 인간의 삶에서 우러나온 알찬 경험과 그 속에서 깨달았던 진솔한 조언이라 깊이 마음에 새겼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전 생에서는 이런 것을 겪지 못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교수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겉에서만 빙빙 돌았던 내 잘못이 컸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

오늘 에릭 수밋이 첫 출근하는 날이라 나도 사무실에 일찍 도착하였다.

한동안 닫혀 있던 사무실이라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커피머신에 커피를 내리고 잔에 따른 후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음미하고 있었다.

15분 정도 있자 에릭 슈밋이 들어왔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오션의 첫 출근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일찍 나오셨네요?”

“제가 나와야 문을 열어 드리죠.”

“아! 그렇군요.”

“커피 드실래요?”

“좋습니다.”

“앉아 계세요. 제가 갖다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이제 일 이야기를 해야겠지.

“보시다시피 사무실만 있어 앞으로 하실 일이 많을 겁니다. 제일 먼저 직원부터 채용해야 할 겁니다.

제가 미리 채용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같이 일할 사람이 채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미뤘습니다.”

“괜찮습니다. 직원은 제가 채용해도 됩니다.

그리고 저번에 말씀하신 Java 문제점에 대해 개발자들에게 이야기해주었더니 다들 놀라면서 어떻게 개발자들보다 더 잘 아는지 신기하다고 합니다.

그 영향인지 몰라도 개발자 중 한 명이 오션에 입사하고 싶다고 합니다. 채용해도 되겠습니까?”

나야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를 채용하면 좋지만, 괜히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미안하네.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렇지. 서로 옮기고 옮기는 거니까.

우리가 프로그래밍언어를 개발할 것은 아니니까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특별히 피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이제 오션의 CEO는 에릭 슈밋입니다. CEO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죠. 전 고문으로 가끔 조언만 할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동안 오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현재 미국과 독일, 핀란드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그동안 혼자서 운영하신 겁니까?”

“그렇죠.”

“서버는 임대하신 겁니까?”

“네. 해당 국가에서 임대하여 사용 중입니다.”

“임대니까 데이터 센터에서 관리, 유지 보수까지 다 해주니까 무리는 없었겠네요. 그리고 핀란드 사이트는 뉴스가 올라오던데 일일이 관리 하신 겁니까?”

“그걸 제가 혼자서 어떻게 관리해요?

언론사마다 뉴스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곳에서 기사를 올리면 자동으로 오션 사이트에 업데이트 되게 했어요.

자기 언론사에 한해 업데이트와 삭제를 할 수 있게 해줘서 언론사들이 책임지고 알아서 잘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리가 없겠습니다. 그리고 리암 인베스트사에서는 내년에 나스닥 상장을 원하는 것 같은데 고문님 의견은 어떤 것입니까?”

“저도 상장하기를 원해요.

현재 오션 자본금이 4000만 달러라 자본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상장하여 자본금을 충당해야지 하고 싶은 사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거 한번 보십시오.”

서류를 들어보았다.

“야호 자료네요.”

“네. 맞습니다. 아호가 이번 달에 상장 준비하면서 발표한 자료입니다.

자료를 보시면 야호는 작년 1995년 결산에서 61만 달러 매출에 29만 2천 달러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1분기는 45만 달러 매출에 3만 8천 달러의 순이익이 예상되어 올해 96년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가 자세히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야호의 매출이 이전 생에서보다 반 이상 떨어진 것 같았다.

나로 인한 거겠지. 그래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해 매출이 증가하고 흑자를 기록하나 보네.

하지만 오션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면 타격을 많이 받을지도 모른다.

“1년 정도 된 회사치고는 선방했네요.”

“그렇습니다. 이걸 근거로 하여 이번 나스닥 상장에서 발행가를 주당 5.5달러로 정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야후의 총 자본금 2천 5백만 달러의 10%인 2백 60만 달러인 473000주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내가 알고 있던 발행가 13달러보다 반 이상이 낮아졌네. 규모가 줄었으니 당연한 결과겠지.

“10%만 공개하기로 한 건가요? 너무 적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47만 주 물량이며 사실 매우 적은 편입니다.

제 추측이지만 10%만 공개하기로 한 것은 투자자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 같습니다.

비공식적인 루트로 입수한 정보로는 투자자들은 야호의 미래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합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오션 때문이라는 겁니다.

오션이 법인 설립을 하였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면 야호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개 물량을 적게 하여 주식 가격을 상승하게 하려는 의도이며 적정선까지 상승하면 가지고 있던 주식을 전량 매도하여 빠져나오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투자사 지분 40%의 물량이 쏟아질 테고 물량 폭탄으로 가격 하락이 될 테고 야호 주식을 매수한 개미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게 되네.

이래서 개미 투자자들이 이익을 얻기가 힘든 건가?

야호에 투자한 회사들은 손해 보지 않고 잘도 빠져나오네. 어쩌면 야호 주가 상승으로 인해 이익을 볼 수도 있었다.

괜히 투자 회사가 아니었다.

“이런 정보들은 개미 투자자들은 모르겠죠.”

“그렇습니다. 정보를 입수한다고 해도 IT 기업이라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개미 투자자들이 많아 정보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일시적인 하락은 있겠지만 IT 성장 가능성이 크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상향한다고 믿기에 오히려 하락할 때가 저점매수 기회라고 판단할 겁니다.”

하긴 조금 있으면 IT 열풍이 불어 묻지마 투자로 인해 거품이 잔뜩 낄 텐데. 그 와중에 이익을 얻든 개미 투자자도 있을 테고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도 있겠지.

우리 오션도 상장하면 거품으로 인해 많이 상승할 테고.

“마음이 착잡하네요. 그래서 이걸 보여주는 이유가 뭔가요?”

“오션 상장 준비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야호는 오션과 거의 비슷한 포털 사이트이기에 야호를 기준으로 삼으려는 겁니다.

곧 야호가 상장하면 성적표가 나올 테니 그걸 보고 상장 전략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벌써부터 상장 준비를 하고 사업가들은 역시 다르구나.

“야호 보다 상장에 흥행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전 세계 포털 사이트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럼 야호 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 더 흥행에 성공할 수도 있어요.”

“물론입니다. 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캐나다를 비롯해 유럽, 아시아, 남미의 주요 국가에 최우선으로 오션을 오픈할 생각입니다.”

“서버는 임대부터 시작해야겠죠?”

“그렇습니다. 현재 자본금이 4000만 달러라 데이터 센터를 확보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일단은 임대로 시작한 후에 상장하여 자본금이 확보되면 그때 자체 데이터 센터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서버를 임대하면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서비스하기에는 자본금은 충분합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COM에서는 이메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미국부터 이메일 서비스를 시작하고 점차 해당 국가를 늘리는 전략을 사용할 겁니다.”

“유럽은 어디부터 서비스 시작할 생각인가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오션 서비스 계획서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1차, 2차 3차, 4차로 나누어 차례대로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1차로는 제일 먼저 캐나다를 시작으로 하여 유럽은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그리스 순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 이후에 남미 국가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이며 아시아는 일본과 홍콩, 한국, 대만, 호주, 싱가포르 순으로 진행할 겁니다.”

준비 많이 해왔네. 갑자기 에릭 슈밋이 믿음직스러웠다. 잘 선택했어.

한국은 그래도 1차에 포함되어 있네.

“알았어요. 그 다음은..........”

그날 하루종일 둘이서 앞으로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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