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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35화 (35/261)

35화

시기가 몇 년 빨라서 그런가? 하마터면 에릭 슈밋이 빠질 뻔했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여 에릭 슈밋을 선택했습니다. 에릭 슈밋과 이야기는 된 겁니까?)

(아직입니다. 이제 제안을 할 겁니다. 에릭 슈밋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기에 다음 후보도 미리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저한테는 꼭 필요한 사람이니 잘 설득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만 에릭 슈밋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있다가 얼마 전에 노벨 CEO로 이직하여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른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

(네. 없어요.)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동산 브로커와 함께 미국 첨단 산업 특히 IT 산업과 벤체 기업들의 요람인 실리콘 밸리에 왔다.

실리콘 밸리는 샌프란시스코 남쪽부터 시작해 북쪽에 있는 레드우드 시티 까지를 말한다.

그 안에 여러 도시들이 있으며 꽤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1939년 HP가 이곳에 터를 잡은 이후로 수많은 벤처 기업들이 저마다 성공을 꿈꾸며 이곳에 터를 잡아 성공한 기업들도 많지만 실패해 사라진 기업들이 더 많았다.

한마디로 꿈과 희망과 좌절과 실패가 공존하는 지역이었다.

난 지금 팔로 알토 도시에 와 있었다.

이곳이 바닷가에 인접하여 경치도 좋고 향후 이곳이 미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으로 유명하게 된다.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라서 지금 자리 잡기에는 좋았다.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더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차가 멈추고 브로커가 뒤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다 왔습니다. 이곳입니다.”

“네.”

차에서 내려 앞에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ㄷ자로 이루어진 2층짜리 건물이었다. 건물은 깨끗하고 마음에 들었다.

“좀 전에 봤던 것보다 괜찮네요.”

“이 건물이 지은 지 5년밖에 안 되어 다른 곳보다 깨끗한 편입니다. 이 건물에 입주한 기업들 대부분이 벤처 기업이라 이만한 곳이 없을 겁니다.”

“들어가 보죠.”

“알겠습니다.”

2층에 있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사무실로 올라왔다. 사이즈도 적당하였다.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당분간은 세계 여러 국가에 오션을 오픈만 할 계획이라 많은 직원이 필요하지 않기에 넓은 사무실은 당장 필요 없었다.

나중에 상장하여 거액의 자본금이 생기면 그때 건물을 사서 회사를 이전할 생각이었다.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건물 뒤쪽으로는 공원같이 것이 있어서 나무와 잔디가 보였다. 풍경도 이 정도며 괜찮고 일하다가 밖의 풍경을 보면서 쉬기에 좋을 것 같았다.

다른 곳을 더 둘러봐도 이만한 곳을 찾기가 힘들 것 같았다.

“이곳으로 할게요.”

내 말에 브로커의 얼굴이 환하게 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계약은 언제 가능하십니까?”

“건물주와 연락되면 바로 하죠.”

“알겠습니다. 오늘 연락하겠습니다.”

***

사무실 임대 계약을 하고 법인 설립도 하고 간단한 사무실 인테리어와 집기 구매 등을 하며 바쁜 날을 보냈다.

다행히도 학교에서 나의 사정을 이해해 주어 편하게 시간 내어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다 준비가 되어 직원만 모집하면 되는데 에릭 슈밋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직 연락이 없었다.

내가 먼저 전화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연락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2월의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한국의 초봄 날씨처럼 약간 쌀쌀하였다. 바닷가 근처라 그런지 바람이 부는 날이 많았다.

오늘은 날도 화창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매점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전용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며 먹고 있었다.

핸드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쉐리던 이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그렇지 않아도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에릭 슈밋은 어떻게 되었나요?)

(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전화 통화도 여러 번 했고 우리 회사 직원이 직접 가서 만나보기까지 했지만, 노벨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이직하기가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다음 후보자로 결정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포기해야 하나? 다른 후보자들도 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구골이 성공하기까지는 에릭 슈밋의 역할이 컸는데.

다른 길로 가야 하나?

이전에도 에릭 슈밋은 구골에 이직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다가 구골 창업자들을 만나고 통찰력과 기상천외한 사고에 마음이 바뀌어 합류했다고 하였다.

혹시 나도 모르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한번 만나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고.

그냥 포기하지 말고 하는 데까지는 해보자.

(이사님! 제가 한번 만나볼까요?)

(직접 말입니까?)

(네. 혹시 알아요? 저랑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해볼게요.)

(만나는 것은 상관없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알았어요.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들끼리 친분 쌓는다고 생각할게요. 이사님이 마지막으로 약속이나 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약속 잡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부탁해요.)

마침 에릭 슈밋도 오션의 개발자를 만나고 싶었다고 하여 약속은 쉽게 잡혔다.

실리콘 밸리에 일이 있어 온 김에 오션에 방문하겠다고 하여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이전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에릭 슈밋이 CEO로 있는 노벨은 1979년도에 설립하였고 90년대 들어 여러 기업을 인수 하는 등 공격적으로 덩치를 키웠지만, 손해를 많이 보게 된다.

그래서 기존 CEO가 사임하여 에릭 슈밋이 CEO가 된 것이었다.

‘똑똑.’

노크 소리에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왔나 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문이 열리고 에릭 슈밋이 들어왔다.

사무실에 나만 서 있고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잘못 들어왔나? 어리둥절 거리는 에릭 슈밋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제가 오션의 개발자 진민재입니다.”

그제야 굳어있던 얼굴이 부드럽게 변하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에릭 슈밋입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에릭 슈밋이 소파로 가서 앉았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오늘 많이 마셨더니 괜찮습니다.”

“그런 녹차 드릴까요?”

“네. 감사합니다.”

녹차 두 잔을 들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드십시오.”

“네.”

찻잔을 들어 마시는 에릭 슈밋을 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어차피 실리콘 밸리에 일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근데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 겁니까?”

“네. 아직 CEO를 영입하지 못해 그렇습니다.”

“괜히 제가 미안해집니다.”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예전부터 오션의 개발자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가 봐도 오션은 대단한 프로그램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Java 언어를 개발하신 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민망한지 헛웃음을 지었다.

“제가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는 했지만 직접 개발에 참여한 것은 아닙니다. Java를 사용해보셨습니까?”

이전 생에서 많이 사용했지.

“물론입니다. 정말 대단한 것을 개발하셨습니다.

지금은 개발된 지 1년 정도 된 초창기라 아직 사용자가 적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여러 분야에 많이 사용될 겁니다.”

“말만 들어도 기분 좋습니다.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사용하다 보니 이런 점이 좀 아쉬웠던 부분이 있고 이런 기능을 추가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궁금한지 몸을 앞으로 세웠다.

“어떤 부분이 그렇습니까?”

미끼를 물었다. 통찰력을 어필할 기회이다.

“먼저 Java의 큰 장점은 플랫폼에 독립적인 언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Java Runtime Environment만 설치되어 있다면 어떤 플랫폼에서도 문제없이 동작한다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을 말하자면.......”

이전 생에서 Java의 드러난 문제점이나 업데이트 한 내역들을 설명하였다. 설명하는 동안 에릭 슈밋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하였다.

때로는 놀라는 표정, 감탄한 표정, 심각한 표정, 또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멍한 표정 등으로 변하기도 하였다.

“이런 점들을 개선하고 기능을 추가하면 사용하기에 더 편하고 프로그래머들이 많이 사용하게 될 겁니다.”

설명이 끝나자 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에릭 슈밋이었다.

당연하지.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자신보다 Java에 더 정확히 자세히 알고 있고 개발자들도 파악하지 못한 점들을 알고 있으니까 놀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대단하십니다. Java를 사용하시면서 그런 문제점들을 파악하시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생각하시다니 개발자들보다 더 실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역시 오션이 그냥 개발된 것이 아닌가 봅니다. 지금 들은 것들을 당장 Java 개발자들에게 알려 주고 싶습니다.”

날 보는 눈빛이 변한 것을 보니 미끼를 잘 물은 것 같았다. 이번에는 기상천외한 사고를 어필하자.

“오션을 사용해보셨습니까?”

“물론입니다. 사용해봤기에 오션의 개발자를 만나고 싶어했던 겁니다. 제가 보기에 오션은 다른 검색 엔진들과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했는지 사용하면서 무척 궁금했습니다.”

“제가 자세히는 설명해 드릴 수는 없지만 여기까지 찾아오셨는데 작게나마 궁금증은 풀어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오션은 어떤 구조냐면 크게 3가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오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이 정도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벌어진 입이 다물지를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방식을 이용할 생각을 하신 겁니까?

생각한다는 자체도 힘들고 생각을 했다 해도 그걸 구현해 내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 같은데 진짜 천재인가 봅니다.

진짜 놀랍습니다. 오늘 여길 오기를 무척 잘한 것 같습니다.”

됐다. 컴퓨터를 전공한 자라 오션의 구조를 설명하니 단번에 이해하였다.

이 정도 했으면 구골의 개발자들을 만나 느꼈던 통찰력과 기상천외한 사고는 충분히 어필했으니 이번에는 욕망과 희망을 주어 쐐기를 박아야지.

“이제 오션의 진정한 가치를 아셨을 겁니다. 오션과 함께 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습니까? 함께 하시죠.”

바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들으셨겠지만 오션의 CEO 영입을 거절했었습니다. 하지만 진민재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생각 좀 하고 결정하면 안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바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다만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지금 전 세계 포털 사이트는 주인 없는 땅이라는 겁니다.

오션이라면 그 땅에 제국의 깃발을 꽂을 자격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욕망이 생기지 않습니까?

전 세계 각국에 오션의 깃발이 꽂혀 휘날리는 광경을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벅차고 감동이 휘몰아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이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인터넷 제국을 건설했으면 합니다.”

순간 에릭 슈밋의 눈에서 강한 욕망의 빛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눈빛을 보니 마음이 돌아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 작전이 맞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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