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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30화 (30/261)

30화

일어서다가 다시 주저앉는 레베카였다.

“팀장님! 차라리 진민재를 미국 시민으로 만드는 것은 어떤가요?

오션의 가치도 크다고 하고 나중에라도 진민재가 아빠의 연구 자료를 확보하게 된다면 결국 미국 소유가 되는 거니까요.”

“미국 시민이라? 진민재의 사상은 어떤데?”

“특이하다고 할 만한 것은 없어요.

제가 한번 미국에 대해 슬쩍 물어본 적이 있는데 반미 감정 같은 것도 전혀 없었고 오히려 미국에 대해 잘 아는 눈치였어요.

미국이 싫었으면 유학을 오겠어요?”

“해볼 가치는 있겠는데. 진행해봐.”

“알았어요. 가볼게요.”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HK 인베스트먼트 투자 회사 사장 에단 홀든 사장은 얼굴을 구긴 채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다 본 보고서를 휙 탁자에 던졌다.

“이거 아무래도 투자 잘못한 것 같은데. 계속 가야 하나?”

앞에 앉아 있던 도리프 이사가 안경을 매만지며 대답하였다.

“아직 사업 초기라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른다고 봅니다.”

“창업자인 세르비아가 그만두고 나갔다며? 사업 초기부터 창업자들끼리 분열이 생긴다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야.

더구나 페이지뷰 수도 점차 떨어지고 있잖아. 이러다가 곤두박질할 것 같은데.”

“갑자기 떠오르는 오션에 밀려 페이지뷰 수도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오션이 점차 성장하더라도 인터넷 시장을 전부 선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발을 빼게 된다면 손해만 보고 나와야 합니다.

제가 제리를 며칠 전에 만나보았는데 내년에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지켜보다가 정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주식을 던지고 나오면 투자한 그 이상의 이익을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흥행에 성공할까?”

“요즘 IT 산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언론에서도 다가오는 2000년대는 IT 산업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찬양들 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년 상장하기 전까지 투자금으로 몸집을 불려 상장한다면 수많은 개미들이 IT 산업이라며 묻지마 투자가 이루어질 겁니다.”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현재 실적이 안 좋다고 해도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들을 할 거야.”

“다른 투자사들 반응은 어때?”

“염려하는 반응도 있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입니다. 다른 투자사들도 우리같이 나스닥에 상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하긴 지금 포기하면 손해를 볼 테니까. 좋아. 그럼 내년 나스닥에 상장할 때까지 지켜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근데 말이야! 그 오션 말이야! 자꾸 구미가 당기는데 우리가 투자할 수 없을까?”

“저도 오션이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해 흥미를 느껴 알아봤습니다. 오션의 주인은 핀란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좋다가 말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림의 피자이네.”

“그렇습니다. 아마도 핀란드 내 투자 회사나 유럽 투자 회사에서 이미 접촉을 했을 겁니다.”

맛있는 것을 못 먹어서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내가 보기에 야호보다 오션이 수십 배 더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아. 자꾸 잡아야 한다는 촉이 와. 아쉽게 됐네.”

“이제부터 본격적인 IT 산업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수많은 인재들이 오션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겁니다.

우린 그중에서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투자하면 됩니다. 기회는 앞으로 많을 겁니다.”

“알았어. 야호 창업자가 대학원생이라 사회 경험이나 사업 경험이 없기에 삽질을 할 수 있으니 자네가 잘 지켜봐.”

“알겠습니다.”

***

아직 학기 시작 전이지만 매일 학교에 나와 컴퓨터 실에 들려 오션 현황을 매일 체크하고 있었다.

COM이나 FI, DE 모두 순조롭게 쾌속 순항 중이었고 COM과 DE의 성장세가 무섭게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성공이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정을 걷다가 날씨가 좋고 집에 가도 할 일도 없고 벤치에 앉아 가방에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꺼내 보기 시작하였다.

집중해서 보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내가 조언한 대로 벨 소리를 신모델에서 바꾸었는데 듣기 좋았다. 진작 그러지.

(여보세요.)

(진민재 군! 나 매키넨 교수야!)

(안녕하세요?)

(통화해도 돼?)

(네. 괜찮아요.)

(자네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 전화했어.

오션 말이야! 지금처럼 계속 무료로 서비스할 생각인가? 사업할 계획이 있는 건가?)

(무료로 계속 서비스하기에는 재정적인 부담이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사업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서버 임대 비용이 꽤 부담되겠지.

자네가 사업할 생각이 있다니 말하는 건데 며칠 전에 독일 뒤체 텔레콤이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오션에 투자하고 싶다며 오션 개발자를 소개해 달라고 해서 자네 의향을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야.

그전에도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자네가 부담될까 봐 무시하고 있었는데 독일 뒤체 텔레콤은 무시하기가 아까워서 전화한 거야.)

독일에서도 오션이 급격히 성장하니 슬슬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네. 근데 텔레콤이면 핸드폰 회사인가?

(교수님! 뒤체 텔레콤은 어떤 회사예요?)

(통신회사로서 독일에서 기업 순위 10위 안에 드는 큰 회사야. 믿을 만한 회사지. 생각 있어?)

투자는 받긴 받아야 하지만 이왕이면 미국에서 받는 것이 좋지.

(저도 요즘 투자 건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제가 사업을 할 생각이라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투자받을 거면 미국에서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긴 내 생각에도 미래를 생각하면 미국에서 투자받는 것이 좋을 거야. 그래 알았어. 뒤체 텔레콤에다가는 내가 잘 이야기할게.)

(고맙습니다.)

(알아서 잘하겠지만 투자를 받더라도 거액의 투자금에 혹하지 말고 투자 조건 같은 거 꼼꼼히 신중히 확인해.)

(네. 그럴게요.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잘 지내고 다음에 또 통화하자.)

전화를 끊고 다시 책을 보기 시작하였다.

“진!”

고개를 들어보니 에밀리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는 발랄한 여대생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긴 머리에 완숙한 향기를 풍기는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얼굴도 더 예뻐졌다.

다시 만날 거라더니 진짜 내 앞에 나타났다.

내가 미국에 온 지 이제 한 달 되었는데 벌써 알고 나타난 거야? 정체가 뭐냐?

“오! 에밀리! 오랜만이네.”

“와우! 진은 더 멋있어졌네. 그때는 애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남자다운 풍모도 느껴지고.”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까.

“에밀리도 많이 변했네. 성숙한 여인의 매력이 넘치네.”

입을 삐죽 내밀었다.

“뭐야? 나 나이 먹었다고 놀리는 거야?”

“아니. 예전보다 더 예뻐졌다는 거야. 진짜 만나서 반가워. 여기서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나도 그래.”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혹시 이 학교 다녀?”

“아니야. 이 학교에 볼일이 있어서 온 거야. 여기서 우연히 만나다니 우리 운명인가?”

우연을 가장한 접근이겠지.

스탠퍼드에 입학하면 혹시나 이전 생에서처럼 샤론을 또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에밀리가 나타난 것을 보니 샤론은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근데 나한테서 알아낼 것이 없어서 떠났는데 왜 또 나타난 거지? 내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나?

진짜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전처럼 내 곁에 맴돌다가 알아낼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또 떠나겠지.

“운명이기는 하지. 서로 만나야 하는 운명. 만나서 풀어야 하는 운명.”

운명이라고 말하자 에밀리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폈다. 아마도 나에게 접근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다만 만들어진 운명이라는 게 아쉽기는 하지. 진짜 우연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무슨 말이야? 우연이 아니라는 말이야?”

“난 에밀리와 함께 핀란드어 공부하며 어울릴 때는 몰랐는데 에밀리가 떠나고 난 후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에밀리는 나보다는 이상하게 아빠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았거든. 아빠에 대해 많이 물어본 거 너도 부정하지는 못할 거야.

그전까지만 해도 심증뿐이었는데 지금 에밀리를 여기서 만나고 보니 확신이 들었어.

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 알아. 에밀리는 아빠에 대해서 뭐가 궁금한 거야? 또 에밀리 정체가 뭐야?

난 확신하니까 아니라고 말하지 마. 그럼 난 이야기할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 알고 그냥 갈 테니까. 솔직히 말해줘.”

에밀리는 진민재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일부러 접근했다는 것을 들켰다.

진민재에게 아빠에 관해 물어보기는 했지만, 자신은 훈련받은 요원이라 눈치채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말로 물었었다.

천재라 그런가? 아니면 자신의 첫 임무라 허술했던 건가?

진민재의 얼굴을 보니 확신하고 있고 부정하면 바로 일어나서 갈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진 잠시 10분만 기다려 줄 수 있어?”

“알았어.”

“고마워.”

말을 하고서는 좀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핸드폰을 들었다.

(팀장님! 레베카예요.)

(무슨 일인데?)

(방금 진민재에게 접근했는데 제 접근을 알아보고 제 정체를 의심하고 있어요.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어떻게 할까요? 철수할까요?)

(어떻게 했길래 의심을 하게 만들어?)

(인사만 했을 뿐이에요. 천재라서 상황판단이 아주 빨라요. 진민재가 말하기를........)

진민재와 나누었던 대화를 그대로 전하였다.

(최후통첩을 통보했는데 제가 임의로 판단하기 힘들어 전화 드렸어요.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어때요?

적대적인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진민재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골치 아프네. 다시 접근하는 것은 힘들 것 같고 자세히는 말고 대략적으로만 말해.)

(알았어요.)

전화를 끊은 에밀리는 벤치로 와서 앉았다.

심호흡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의 말이 맞아. 난 핀란드에서부터 일부러 진에게 접근했어. 하지만 진에게 해를 입히려는 목적은 절대 아니니 그건 믿어줘.”

역시나 그랬네. 막상 대답을 듣자 별 감정이 안 들었다. 이전 생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갔지만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싶었다.

“CIA야?”

“편한 대로 생각해.”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CIA 요원이 맞네.

“뭘 알아내려고 했던 거야?”

“진 아빠의 연구개발자료야. 진 아빠가 돌아가시고서 그 연구 자료가 감쪽같이 사라졌어.”

“누가 가져간 거야?”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 아마도 진의 아빠가 어딘가에 보관했거나 진에게 주었다고 추측할 뿐이야.”

“무슨 연구 자료인데 거의 10년이나 되었는데도 아직도 찾아?”

“그전에는 네가 어려서 지켜보기만 했던 거고 성인이 되어 해외에 나왔기에 접근했던 거야.

무슨 연구 자료인지는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전략적 가치가 있는 꽤 중요한 산업 기술이라고 들었어.”

꽤 중요한 산업 기술이니까 지금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핀란드에서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에밀리가 떠났던 거 아니야?

근데 왜 또 나한테 접근하는 건데.”

“네가 화려하게 미국에 입성했으니까.”

“오션을 말하는 거야?”

고개를 끄덕였다.

“오션의 가치도 있지만, 미국은 천재들을 아주 좋아하거든.

진 같은 천재를 놓치고 싶지도 않고 나중에라도 진이 진 박사님의 연구 자료를 찾을 수도 있는 거잖아.

혹시 미국 시민이 될 생각은 없어?”

이전 생에서처럼 나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생각이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나 가능하여 그때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먼저 제의하면 나야 더 좋지.

“나의 미국 시민권 취득도 접근 목적 중의 하나야?”

“응. 진이 미국 시민이 된다면 진 박사님의 연구 자료를 찾더라도 미국에서 보호해 줄 수가 있어.

앞으로 오션 사업도 할 거잖아. 무엇이 진에게 더 유리한지 잘 생각해봐.”

“내가 결정만 하면 바로 진행되는 거야?”

“천재를 얻는 건데 시간 끌 필요는 없겠지. 급행으로 진행될 거야.”

“알았어. 신중히 고민해볼게.”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결정하면 연락 줘.”

명함 속의 이름은 레베카 메이어였다.

“그게 내 진짜 이름이야. 앞으로 레베카로 불러.”

레베카가 떠났다.

시민권 제안을 한 것을 보니 미국 정부에서는 내가 미국 시민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전 생에서도 샤론이 내 곁을 떠나고 지켜보다가 내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자 접근을 더 이상 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물 안에 든 고기니 나중에 아빠의 연구 자료를 찾아 회사를 설립해도 그건 미국 기업일 테니까.

아빠는 뭘 연구를 했던 걸까? 그 연구 자료는 어디 있을까? 이전 생에서도 난 아빠의 연구 자료를 본 적이 없었으니 찾기 힘들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뜻하지 않은 기회가 왔는데 시민권을 빨리 받아 투자받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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