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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6화 (26/261)

26화

웃으며 대답하였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놀랍기도 하고 믿기 힘드실 겁니다.

우리 MSS는 오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인수하려는 겁니다.”

내 말을 거꾸로 알아들었네.

“1억 달러는 누가 정한 겁니까?”

“그게 중요하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인수가격일 겁니다.”

“제 말을 오해하셨나 본데 저는 오션의 가치가 1억 달러 밖에 안된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둘 중의 하나일 겁니다.

물건을 볼 줄 아는 눈이 없거나 양심이 없거나. 전 100억 달러를 준다고 해도 팔지 않을 겁니다.

제 대답입니다. 이곳까지 찾아 주셨는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전혀 예상 밖의 반응인지 당황하며 말을 버벅거렸다.

“네? 매~ 매각하지 않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지사장님도 자신에게 소중한 물건을 헐값에 팔고 싶겠습니까?”

“1억 달러가 왜 헐값입니까? 정말 많이 생각해준 파격적인 금액입니다. 혹시 1억 달러가 얼마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누굴 어린아이로 아나?

“1억 달러의 가치도 잘 알고 오션의 가치도 잘 압니다. 그래서 팔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럼 정말 100억 달러를 제시한다고 해도 팔지 않을 겁니까?”

야호가 구골에 밀려 추락하고 있을 때 MSS에서 야호에게 446억 달러에 인수 합병을 제의했지만 야호가 거절한 적이 있었다.

물론 2008년 당시 야호의 덩치가 크기는 했지만 오션이 야호의 가치보다 난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근데 100억 달러에 판다고? 미쳤냐?

“그렇습니다.”

“얼마를 제시하면 팔겠다는 겁니까?”

“1000억 달러를 준다면 생각해 볼 의향은 있습니다.”

입을 벌린 채 어이없다는 듯 날 바라보고 있었다.

“현실을 너무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지나간 기회는 결코 다시 오지 않는 법입니다.

좋은 기회를 놓친 오늘을 두고두고 후회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1억 달러에 파실 의향이 있습니까?”

“좋은 기회를 주셨는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지사장님도 오늘 저와의 만남이 추억으로 평생 깊게 남으실 겁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제가 좋은 기회를 놓친 건지? 아니면 잘 선택한 건지는 몇 년 후에 저절로 아시게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본인이 싫다는 것을 제가 억지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굳은 얼굴을 한 채 지사장이 갔다.

누가 인수 제안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션의 가치를 제대로 봤다면 다시 지사장이 새로운 인수가격을 가지고 방문할 것 같았다.

차라리 몰라서 그냥 포기했으면 좋겠다. 거절하는 것도 귀찮으니까.

***

MSS 대니 멀로니 비서 실장은 방금 핀란드 지사장의 보고를 받고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직 가치가 인정되지 않은 검색 프로그램을 거액 1억 달러를 주겠다면 사람이기에 욕심에 흔들릴 만도 하지만 그자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거부하였다고 하였다.

진짜 괴짜라서 돈 욕심이 없는 건가? 어이가 없었다.

뭐 1000억 달러를 주면 팔 의향이 있다고? 자신의 검색 프로그램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을 넘어 망상에 빠진 것 같았다.

이런 자 하고는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였다.

사장실 문을 바라보았다.

사장은 그 검색 프로그램을 인수하여 내년에 발표하는 새로운 윈도우 프로그램과 동시에 MSN을 선보이려고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를 할지 망설여졌다.

그래도 보고는 해야지. 사장실 문 앞으로 가 노크를 하였다.

‘똑똑’

안으로 들어가자 아무것도 모른 채 컴퓨터에 푹 빠져 있는 볼 게이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그제 서야 시선을 돌렸다.

“왔어? 왜?”

“방금 핀란드 지사장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오! 그래? 성사된 거야?”

역시나 사장은 당연히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고 어린아이처럼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자신은 애초부터 그런 프로그램을 거액을 주고 인수한다는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장은 아쉽겠지만 어쩌면 잘 된 것일 수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그자가 팔지 않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충격을 받은 건지 꽤 놀라는 볼 게이트이었다.

“뭐? 정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이유가 뭐래?”

“오션의 가치가 너무 높아 100억 달러에도 팔지 않겠다고 하며 1000억 달러를 준다면 생각할 의향이 있다고 했답니다.”

자신의 대답에 볼 게이트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자 어안이 벙벙하였다.

“하하하.”

잠시 실컷 웃다가 입을 열었다.

“재미있어. 내가 너무 쉽게 봤나 봐.”

“현실을 모르고 상상 속에 빠져 있는 괴짜일 뿐입니다.”

“아니야.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어. 10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 있단 말이야.”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 회사처럼 컴퓨터 OS도 아니고 검색 프로그램 하나로 무슨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합니까?”

“그게 단순하지가 않아. 컴퓨터도 마찬가지이지만 인터넷 세계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거든.

지금이야 초창기라 사람들이 그 가치를 몰라보고 있을 뿐이야. 컴퓨터도 초창기에는 그랬거든.”

“하지만 너무 모험이 아닙니까? 초창기이기에 앞으로 성능이 좋은 검색 엔진 프로그램은 계속 나올 겁니다.

꼭 오션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본 오션은 진짜 물건이야.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오션을 능가할 검색 엔진이 나오기가 힘들 거야.

장인은 장인을 알아보는 법, 오션의 알고리즘이 보통이 아니야. 어떤 알고리즘을 이용하였는지 참 궁금하단 말이야.

지금 당장은 100억 달러의 가치가 아니겠지만 10년 후가 되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어.”

“그 정도입니까?”

“그러니까 내가 탐을 내는 거지. 가치가 없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어.”

“상대는 팔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다른 말은 없었대?”

한 가지 더 있긴 했지만, 입에 담기 민망하여 차마 말할 수가 없어 망설였다.

“있나 보네. 뭔데 그래?”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알았으니까 말해봐.”

“그자가 말하기를 1억 달러를 제시한 자는 물건을 볼 줄 아는 눈이 없거나 양심이 없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했답니다.”

볼 게이트가 다시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 진짜 재밌어. 나보고 한 소리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내가 실리콘밸리의 악동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가치를 알아보고서도 1억 달러에 인수하려는 내가 양심이 없기는 해. 제대로 값어치를 쳐줘야 하나?”

“네? 100억 달러를 준다고 해도 팔지 않겠다고 하는데 얼마를 제시할 겁니까?”

“진짜 100억 달러를 제시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 말을 했을까?”

“아니란 말입니까?”

“가치가 있어도 100억 달러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그자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만큼 오션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일종의 표현이야.

10억 달러면 어떨까? 그 정도라면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

“저라면 당장 팔겠으나 그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자가 누군지 한번 만나보고 싶어. 미국에 있다면 보겠는데 아쉽네. 지사장에게 10억 달러를 제시하라고 해.”

“만약에 또 거부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난 충분히 기회를 주었는데 손을 잡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않겠어? 그렇다고 더 금액을 높일 수는 없어. 아쉽지만 포기해야지.”

“알겠습니다.”

***

인터넷으로 찾은 미국과 독일의 데이터 센터 목록을 보고 있었다.

독일은 상관없지만,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커서 동부나 서부 쪽을 선택하면 서로 거리가 멀어지니까 중부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보다는 중간이 낫겠지.

이곳이 괜찮겠다. 캔자스주라 미국의 딱 중간 위치였다.

핸드폰을 들어 전화하였다.

(포리티어 데이터 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녕하세요? 제가 핀란드에 있는데 서버를 임대하려면 방문을 꼭 해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서버를 임대하시려면 우리가 계약서와 안내서를 팩스로 보내 드리면 안내서를 보시고 계약서에 서명하여 팩스로 보내주시고 임대료 결제만 하면 됩니다.

자세한 상담이 필요하시면 전문가와 전화 상담도 가능합니다.)

가지 않아도 된다니 다행이네.

(알겠습니다. 계약서 보내주시겠습니까?)

(팩스 번호 알려 주십시오.)

집에는 팩스가 없으니 과 사무실 팩스로 이용하면 되겠다.

(팩스 번호가 358........입니다.)

(오늘 중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독일 데이터 센터에 전화하려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MSS 핀란드 지사장 에밀 비르타넨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나요?)

(원래 협상이라는 게 밀고 당기는 것이 아닙니까? 제가 지난번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되십니까?)

뻔하지. 1억 달러에서 조금 더 올린 금액을 제시하겠지. 또 찾아올까 봐 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어차피 팔지 않을 텐데 만날 필요는 없겠지.

(저는 팔 생각이 없어요. 지사장님도 바쁘실 텐데 괜히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이번에는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한번 듣는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것은 없지 않습니까?

바쁘시면 제가 학교로 찾아가겠습니다.)

(오시지 마시고 전화로 말씀하시지요.)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 직접 얼굴 보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팔 생각이 없기에 직접 만날 생각은 없습니다. 전화로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잠시만요.)

(전화로 하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진작 그러지. 왜 힘을 빼?

(말씀하시지요.)

(지난 협상이 실패로 끝나 우리 사장님께서 무척 실망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협상을 이루고자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하였습니다.

10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진짜 파격적인 금액입니다.)

10배나 올랐네. 하지만 앞으로 구골의 시가총액이 2조 달러가 넘는데 겨우 10억 달러라니? 언감생심이지.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1000억 달러면 그때 팔 의향이 있다고요. 그러니까 1000억 달러를 부르지 않을 거면 다시는 연락 하지 마십시오.)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한 목소리가 사라지고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10억 달러를 제안하면 내가 흔쾌히 오케이 할 줄 알았나 보네.

(10억 달러가 부족하시다는 말입니까?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혹시 오션의 가격을 더 올리기 위해 그러시는 거라면 잘못 생각하신 겁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한 것이고 더는 그 이상을 제안하지 않을 겁니다.)

(뭔가 오해하시나 본데 저는 오션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하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진짜 제 마음입니다.)

(정말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오션을 헐값에 파는 것이야말로 정말 후회하는 행동일 겁니다. 제 마음을 충분히 전해다고 생각합니다.)

(여지가 없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더 하실 마음이 없다면 전화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이 정도 했으면 포기하겠지.

볼 게이트가 오션의 진가를 제대로 봤나 보네. 그러니 10억 달러를 제시하지. 내가 구골의 성장을 몰랐다면 10억 달러를 제시할 때 팔았을 것이다.

10억 달러가 엄청난 거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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