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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5화 (25/261)

25화

“농담이시죠?”

민망한지 헛기침을 하였다.

“40%는 어때?”

“회장님! 오션 사이트는 공장이 아니에요. 투자 설비할 것도 없어요. 서버만 임대하면 끝이거든요.

웹사이트 개발이야 제가 개발한 것이 있으니 갖다 쓰면 되고요. 투자비가 크게 들어갈 만한 구석이 없는데 40%라니요? 너무하세요.”

“그럼 진이 원하는 지분을 말하든가.”

“제가 원하는 것은 투자받을 생각이 없어요. 회장님은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말고 핸드폰에만 신경 쓰시는 것이 좋아요.

회사를 빨리 일으켜 세워야 하잖아요.”

“말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차린 꼴이네. 내가 아니어도 오션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이 투자 제안을 많이 해 올 거야.

그때도 지금처럼 해.”

“제가 어린아이인가요? 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자네가 천재이긴 하지만 천재라고 모든 방면에서 다 뛰어난 것은 아니거든. 생각외로 사업적인 부분에서 허술한 면도 있어.

물론 진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뛰어나 잘 알아서 하겠지만 혹시나 염려돼서 하는 말이야.”

“말씀 고마워요. 다음 모델 개발은 어느 정도 진척된 거예요?”

“진이 말한 부분을 개발하고 있고 잘 진행되고 있어. 머지않아 결과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해.”

“다행이네요. 그리고 핸드폰 벨 소리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음악 작곡가에게 의뢰해서 들으면 상쾌하면서 기분 좋은 멜로디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나도 벨 소리는 바꿀 생각인데 작곡가에게 의뢰까지 하라고?”

“사소한 한가지만으로도 이미지가 확 바뀔 수가 있거든요. 핸드폰 잘 개발해놓고 벨 소리 하나 때문에 이미지가 깎이면 억울하잖아요.

작은 것도 신경 쓰는 게 좋아요.”

“알았어. 생각해 볼게.”

회장님은 딴 데 신경 쓰지 마시고 핸드폰 사업에만 열중하셔서 저의 재산을 많이 불려 주셔야죠.

***

비서 실장 대니 멀로니가 들어오자 볼 게이트가 컴퓨터에서 시선을 돌렸다.

“사장님! 지시하신 오션의 주인 알아봤습니다.”

“오! 그래? 누구야?”

“핀란드 헬싱키 대학 컴퓨터 공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진민재라는 학생입니다.”

“진민재? 이름이 핀란드 사람 같지 않은데?”

“네. 맞습니다.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이라고 합니다.”

전혀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하였다.

“한국에서 핀란드로 유학 온 학생이라고?

내가 한국을 조금 아는데 한국 학생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많이 오고 유럽은 영국, 독일, 프랑스로 많이들 가는데 특이하네.”

“특이하기에 오션을 개발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괴짜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긍정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 원래 창작을 하는 예술인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보다는 상상력이 훨씬 풍부하거든.

프로그래머도 마찬가지야. 그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가 있거든. 나도 어렸을 때 괴짜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

근데 고민이네. 괴짜를 상대하기에는 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장님! 혹시 오션을 인수해 지금 개발 중인 MSN을 대신하려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보기에 MSN을 개발한다고 해도 오션을 따라가지 못할 거야. 그럴 바에는 인수하는 게 더 좋지.”

“거의 개발이 끝나가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개발자들이 고생했는데.....”

비서 실장이 말끝을 흐리자 볼 게이트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자네는 다 좋은데 마음 약한 게 흠이야. 세상은 약육강식의 세상이야. 약하면 상대방에게 잡아먹히는 거야.

능력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게 싫으면 오션보다 더 뛰어난 검색 엔진을 개발하면 되는 거야.”

“알겠습니다.”

“인수가를 얼마를 주어야 할까?”

“괴짜이기에 돈에 연연하지 않아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일 수도 있어.”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일단 부딪혀 봐야지. 생각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으니까. 핀란드 지사장에게 말해 접촉하라고 해.”

“인수가는 얼마로 합니까?”

“1억 달러.”

“네? 아직 가치가 증명되지 않았는데 1억 달러는 너무 많습니다. 5천만 달러만 준다고 해도 젊은 친구에게는 평생 들어보지 못할 큰 금액입니다.”

“5천만 달러가 그렇다면 1억 달러는 더하겠지. 아예 다른 생각하지 못하게 처음부터 크게 부르는 게 좋아.

상대가 괴짜면 이게 좋아.

아직 가치가 증명되지 않은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거액을 주고 사겠다고 하면 자신의 진가를 알아준다고 감동받을 수 있거든.”

“저는 오히려 눈만 높아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걱정됩니다.”

고개를 저었다.

“예술가나 프로그래머가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 줄 알아? 남들이 자신의 작품을 인정해줄 때야.

검색 엔진을 인정하여 1억 달러를 제시한다고 하면 태도가 달라질 거야. 그만한 가치도 있어. 일단 접촉하여 반응보고 다시 이야기하지.”

“일겠습니다.”

***

맥주를 마시며 인터넷을 보고 있었다.

오픈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OCEAN.COM 방문 수는 여전히 5자리에서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이었다.

아무리 여유 잡고 기다린다고 하지만 지금쯤이면 최소 6자리 초반대라도 나와야 정상인데.

왜 그럴까? 뭐가 문제일까? 생각지도 않았던 OCEAN.FI가 오히려 방문자 수가 월등히 앞서는 상황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맥주 캔을 집어 한입 마셨다.

식도를 타고 쭉 내려가는 시원한 맥주처럼 방문 수가 폭포수처럼 시원하게 쭉 올라갔으면 하는 것은 나만의 바람일까?

야호는 지금쯤 방문 수가 얼마나 될까? 느낌상으로는 훨씬 많은 것 같았다. 이러면 곤란한데.

지금까지는 나의 예상대로 모든 일들이 흘러가고 있었지만, 하늘이 내가 잘 나가는 것을 시기하는 것처럼 길 앞에 커다란 벽을 세워 놓은 것 같았다.

벽이야 부수거나 넘어가면 되지. 문제는 어떻게 부수고 넘어가냐는 것인데........

맥주 캔을 내려놓고 검색 창에 오션을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자 수많은 검색 자료들이 올라왔다.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았다.

‘문제가 이거였어?’

하!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나나? 차이가 아예 안 날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감수할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

오션에 관한 글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 있고 하나같이 마음에 든다며 다들 칭찬 일색이었다.

하지만 속도가 느려 사용하기가 꺼려진다는 의견들이 많았고 속도 문제만 해결된다면 야호 보다는 오션만 사용하겠다는 의견들이 대다수였다.

일부는 속도는 상관없다. 난 오션만 사용하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열악한 인터넷 환경 속에서 엄청난 검색량을 자랑하다 보니 로딩되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속도 때문에 사용자가 늘어나지 않은 거였다.

그래서 헬싱키 학생들이 COM에서 대거 FI로 이동한 거였구나. 지금이라도 문제를 알았으니 다행이지.

ADSL이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98년도에 나오니까 3년을 더 기다려야 하네.

해결책은 간단하였다. 속도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결국, OCEAN.COM 서버는 미국에 두어야 한다는 말인데.

두면 된다. 미국 데이터 센터 알아보고 전화해서 임대하면 되고 임대료를 송금하면 된다. 내일 해야겠다.

그럼 독일도 독일에다가 서버를 두어야겠네. 까짓거 두면 되는 거지. 뭐가 문제야?

***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 밖으로 나가자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나오는 학생들을 둘러보다가 내가 나오자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신문사 사람인가? 헬싱긴 사노마트 신문사도 오션에 기사를 제공하자 그 이후에 다른 신문사 한 곳도 연락이 와 협약을 맺었었다.

“진민재 씨 되십니까?”

“네. 누구시죠?”

“반갑습니다. 저는 MSS 핀란드 지사장 에밀 비르타넨입니다.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한가지 신기한 것은 핀란드 사람들 성 끝에 ‘넨’이나 ‘메키’로 끝나는 경우가 꽤 많다.

넨은 핀란드어로 작다는 뜻이기는 하지만 성 끝에 붙을 때는 그냥 접미사로 아무 뜻이 없다.

근데 MSS에서 왜 날? 오션 때문인가? 가만 MSN이 언제 나오지? 윈도우 95 출시되면서 같이 나오나?

“아닙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강의실에서 이야기할까요?”

“그러지요.”

강의실로 들어왔다.

학보사 인터뷰할 때가 생각나네.

의자에 앉은 지사장이 강의실 안을 둘러보며 회상에 잠긴 듯하였다.

“거의 30년 만에 강의실에 들어오니 지난날 대학 다닐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빨리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 내 꿈을 펼치고 싶었는데 강의실 안에 있을 때가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헬싱키 대학 출신입니다.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선배가 될 겁니다.”

학연으로 밀고 들어오겠다는 건가? 요로마 울리라도 그렇고 부담스럽게 내 주변에는 왜 헬싱키 대학 출신들이 많은 거야?

“떠올릴 만한 추억이 있다는 것은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일 겁니다.

또한, 힘들고 어려울 때 그 추억들이 그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위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추억은 과거 완료가 아닌 현재진행형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합니다.”

“좋은 말이네요. 진민재 학생은 나이에 맞지 않게 마치 오래 산 사람처럼 추억에 대한 남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지. 난 추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나이가 많건 적든 간에 추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추억 이야기는 그만하고 하실 말씀을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우리 MSS에서는 진민재 학생의 오션을 인수하고 싶습니다.”

“얼마에 말입니까?”

“1억 달러입니다. 진민재 학생은 평생 만져보지 못할 만큼 큰 금액입니다.”

장난하나? 나에게 1억 달러는 껌값인데. 1000억 달러를 준다고 하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는 있지.

“농담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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