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23화 (23/261)

23화

시간은 흘러 3학년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첫날이라 강의가 일찍 끝나 집으로 가려다가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좋아 교정 벤치에 앉았다.

9월의 햇살을 받으며 지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이제 1년 아니 9개월만 더 다니면 내년 5월에 학기가 다 끝나 대학 생활도 끝이 난다. 스탠퍼드 대학원 입학 준비도 슬슬 해야겠네.

OCEAN.COM은 3월 1일에 오픈하고 OCEAN.FI는 3월 20일에 오픈하여 6개월이 지났다.

OCEAN.COM은 오픈 첫날부터 헬싱키 대학 학생들이 이용하여 세 자릿수의 방문을 기록하면서 출발하였고 지금은 5자리 수의 방문을 하고 있었다.

홍보가 안 되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방문 수가 적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어차피 뜰 것은 자명하기에 실망하지는 않았다.

느긋하게 폭발 임계점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히려 OCEAN.FI가 더 방문자 수가 많았다.

COM을 이용하던 학생들이 검색 엔진이 같고 뉴스 서비스까지 제공하자 FI로 대거 이동한 결과였다.

또 뉴스 제공 협약한 신문사들이 OCEAN.FI를 오픈하자 핀란드 최초로 포털 사이트가 오픈하였다는 기사를 보도하여 핀란드 국민들이 존재를 알게 되어 방문 수가 늘었다.

핀란드 과학부 장관은 헬싱키 대학 재학생이 포털 사이트를 개발했다는 기사를 보고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가 유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같은 북유럽 국가들인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도 방문하는 수가 점차 급증하고 있었다.

원래는 OCEAN.FI에서 이메일 서비스까지 하려고 했지만 개인당 최소 50mb는 제공해야 하기에 서버 임대 비용이 급상승하기에 다음으로 미뤘다.

수익 없이 혼자 개인 경비로 운영하는데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나중에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하면 그때 서비스할 예정이었다.

OCEAN.FI의 첫 화면 구성은 상단에 검색 창이 있고 그 밑에 왼쪽은 최신 뉴스 칸과 오른쪽은 많이 본 뉴스 칸으로 나누었다.

각 신문사에 관리자 아이디를 주어 사이트에 접속하여 로그인하면 기사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기사를 올리고 저장하면 5분 단위로 기사가 최신 뉴스 칸에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게 만들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문 3사들이 많이 본 뉴스에 자기 신문사 기사가 올라가게 하려고 서로 경쟁이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클릭을 그만큼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점차 등장하기 시작하는 부정적인 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세계 언론 지수 1위인 핀란드에 내가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나?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실성한 사람처럼 왜 실실 웃어?”

고개를 들어 보니 아이노였다.

2개월 만에 보는 거라 반가웠다. 여전히 예뻤다. 아니 갈수록 꽃이 만개하는 것처럼 더 예뻐지는 것 같았다.

아이노가 내 옆에 조신하게 앉았다.

“안녕! 반가워.”

“말로만?”

“진짜야.”

“그런 사람이 방학 동안 한 번도 연락 안 해?”

“미안. 내가 사이트 관리하느라 바쁘고 정신이 없었거든.”

사실 바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게으르기도 하여 집에서 뒹굴뒹굴하기도 하였고 자동차를 렌트하여 혼자서 25일 동안 핀란드 여행도 다녔다.

핀란드는 호수의 나라답게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호수가 엄청 많았고 하나같이 경치가 좋아 핀란드를 떠나기 전에 아름다운 핀란드를 구경하고 싶었다.

도시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기보다는 아름다운 호수 근처에서 한가롭고 여유 자작하게 살기에는 최고지만 너무 심심할 것 같았다.

이번 여행에서 진짜 경치가 좋은 호수 하나를 발견했는데 주변에 별장들이 아주 많았다.

나중에 돈을 벌면 그런 곳에 별장 하나 사서 휴가 때 와서 푹 쉬면 좋을 것 같았다.

“내가 아니까 봐준다.”

“아이노 이제 4학년이 됐네.”

입을 삐죽 내밀며 울상을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어제 1학년 입학한 것 같은데 벌써 4학년이라니 너무 슬퍼.”

“흘러가는 시간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어. 지금 시간에 충실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은 거야.”

“그래서 진은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거야? 진을 보면 가끔 숨이 막혀. 사람이 여유도 있고 그래야지.

마치 뭔가에 쫓기는 사람 같아.”

그럴지도 모른다. 시간에 맞게 내가 할 일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 시기를 놓치면 그만큼 손해를 보니까.

“치열하기보다는 내가 하고픈 일을 하는 거야. 아이노는 졸업하면 뭐 할 거야?”

“취직해야지.”

“가고 싶은 회사는 있어?”

“글쎄? 몇 군데 생각한 곳은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몰라. 진도 내년에 졸업하잖아? 졸업하면 뭐 할 거야?”

“미국으로 대학원 갈 거야.”

“대학원 갈 거면 헬싱키 대학원을 가지. 뭐하러 미국까지 가?”

“난 사업을 크게 할 생각이라 큰물로 나가려고. 내 꿈을 펼치기에는 핀란드는 너무 좁아.”

“그렇기는 해. 여기서 대학 졸업하고 유럽이나 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거든. 나도 미국으로 갈까?”

“가고 싶으면 가.”

“아니야. 엄마랑 떨어져 지내야 하잖아. 엄마 혼자 쓸쓸할 것 같아서.”

아이노는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여 엄마랑 같이 살고 있었다.

나중에 내가 스카우트하면 그땐 엄마랑 같이 와. 그럼 되잖아.

‘띠리릭 띠리릭.’

“전화 왔나 보네. 어서 받아.”

이 핸드폰 다 좋은데 벨 소리가 영 아니었다. 다음 모델에서는 벨 소리를 바꾸라고 해야지.

“응.”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았다.

(여보세요.)

(혹시 진민재 씨 되십니까?)

(네. 제가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헬싱긴 사노마트 신문사입니다.)

헬싱긴 사노마트는 핀란드 최고의 신문사다. 찾아가지 않으니 알아서 연락이 오네. 그때 찾아갔으면 면전에서 거절당했을 거다.

(네. 안녕하세요? 근데 저한테 왜?)

(우리 사장님께서 진민재 씨를 한번 만나 뵙고 싶어 하십니다. 언제 시간이 되십니까?)

왜 만나자고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시간이야 당장도 가능하지만 쉽게 보일 수 없으니 한번 튕겨야지.

(무슨 일 때문에 저를 보자고 하시는 겁니까?)

(사장님이 OCEAN.FI 사이트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제가 요즘 바빠서 4일 후에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 주 금요일이네요. 그때 약속 잡아도 되겠습니까?)

(좋습니다.)

약속을 정하고 끊었다.

“누구야?”

“헬싱긴 사노마트 사장이 날 만나고 싶다네.”

“뉴스 게재 때문에?”

“아마도.”

“연락 올 줄 알았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서 진이 이걸 노리고 언론사 몇 곳만 다닌 거였어?”

“응. 언론사 전부 다닌다고 해서 전부 뉴스를 제공해주는 것도 아니야. 3곳도 힘들게 겨우 했는데 괜히 힘만 빼고 시간만 낭비하는 거거든.

그래서 쉽게 협약을 맺을 수 있는 일류 아닌 언론사만 다녔고 3곳과 협약을 맺자마자 더 이상은 가지 않았어.

인터넷 진가를 알게 되면 아쉬운 놈이 연락하게 되어 있거든.”

“협약 맺을 거야?”

“당연하지.”

“다른 언론사에서도 연락이 또 오겠네?”

“아마도. 헬싱긴 사노마트와 협약 맺은 게 알려지면 많이 올 것 같아.”

“이러다가 핀란드 언론사 전부 협약 맺는 거 아니야?”

“가능하지.”

“이 모든 걸 다 예상하였다니 대단해.”

어깨를 자랑스럽게 으쓱거렸다.

“보통이지.”

***

미국 MSS 볼 게이트는 컴퓨터를 보면서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대단해.’

감탄을 내뱉다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인터폰을 눌렀다.

(네. 사장님!)

(비서 실장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잠시 후 비서 실장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대니 자네 OCEAN.COM 들어봤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못 들어봤습니다. 무슨 사이트입니까?”

“야호는 들어봤어?”

“네. 그렇습니다. 요즘 떠오르는 검색 사이트 아닙니까? 저도 종종 이용합니다.”

“오션도 검색 사이트야. 내가 사용해보니 오션 이거 물건이야.”

“그 정도입니까?”

“그래. 야호보다 훨씬 뛰어나. 근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어.

내가 같은 단어를 야호와 오션에서 검색해보았더니 검색량이 거의 5배나 차이가 나. 어떤 단어는 그 이상도 차이가 나고.

오션이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이 뭐냐면 검색 단어 하나만 입력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최대 5개까지 입력할 수 있고 각 단어마다 AND 또는 OR을 선택해 검색할 수 있다는 거야.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찾을 수 있다는 거지. 그만큼 정확성이 뛰어나다는 거야.”

“제가 직접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말로만 들어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지. 지금 우리 회사 프로그래머들이 검색 엔진 개발하고 있잖아? 그래서 잘 알아.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했길래 검색 기능이 뛰어난지 궁금해.

오션이 지금은 수면 속에 조용히 잠겨있지만, 어느 순간에 물을 힘차게 박차고 떠오를 거야. 솔직히 야호는 상대가 안 돼.

그래서 말인데 떠오르기 전에 우리가 오션을 인수했으면 하거든.”

“알아보겠습니다.”

보스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군말 없이 따르는 대니 멀로니 비서 실장이 마음에 들어 곁에 두는 거다.

“OCEAN.COM만 있는 게 아니라 OCEAN.FI도 있는 것으로 보아 핀란드에서 만든 것 같아. 그쪽을 알아봐.”

“핀란드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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