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21화 (21/261)

21화

아이노가 어느새 슬며시 다가왔다.

“뭐해?”

“디자인한 거 보고 있어. 물결 모양이 제일 마음에 들어.”

“처음에는 물결 모양을 로고로 해서 글자 뒤에다 넣었거든.

그러다 문뜩 글자 사이에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 디자인을 해봤는데 이 디자인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

디자인도 좋았지만 아이노도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보면 아이노 입장에서는 작은 일이고 아르바이트하는 거라 대충 할 수도 있었지만, 프로같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결과물을 얻기까지 수십 개의 디자인한 것을 컴퓨터에서 보았다.

노력도 열정도 넘치고 무엇보다 디자인 센스가 뛰어났다. 나중에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하면 디자이너로 꼭 스카우트해야지.

“잘했네.”

“근데 이렇게만 해놓으면 단순해 보이지 않아?”

“검색만 하는 거라 단순한 게 좋아. OCEAN.COM은 이렇게 가고 OCEAN.FI는 다르게 갈 거야.

식탁에서 이야기하자.”

“알았어.”

내가 미리 그려놓은 레이아웃을 건넸다.

“내가 대충 레이아웃을 잡았거든. 일단은 그거대로 하면 될 거야.”

종이를 받아 한참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에는 뭐가 들어가는 거야?”

서비스할 것이 많기는 하지만 나 혼자 그걸 다하기에는 부담이 되어 초창기에는 주로 뉴스만 집중적으로 서비스하고 점차적으로 카페부터 시작해 블로그, 사전, 지도, 게임, 웹툰 등 여러 가지를 추가하여 종합 포털 사이트로 만들 생각이었다.

“뉴스가 들어갈 거야.”

“이메일도 서비스하는 거야? 서버 용량이 장난이 아닐 텐데.”

나도 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이메일 서비스를 해야지 네티즌들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기에 추가하기로 하였다.

핀란드 한 곳만 대상으로 하는 거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아직은 인터넷 인구가 많지 않아 괜찮아. 많아지면 그만큼 우리 사이트가 성장한다는 증거니까 그때는 더 투자하면 돼.”

한동안 사이트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았어. 먼저 내가 디자인부터 할 테니까 그거 보면서 다시 이야기해. 근데 언제 오픈할 거야?”

“시기는 따로 정하지는 않았어. 모든 준비가 다 끝나면 그때 해야지.”

“그럼 디자인을 빨리 끝내야 하는 거야?”

“아니. 급하게 할 필요는 없어. 빠른 것보다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하는 게 더 중요해.”

“알았어.”

***

아이노가 웹 디자인하는 동안 난 바쁘게 움직였다.

제일 먼저 한 것이 도메인 등록이었다.

OCEAN이 널리 쓰이는 단어이기에 혹시나 이미 등록되어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아직은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도메인 등록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아 무사히 등록을 마쳤다.

OCEAN이 들어가는 도메인은 많았지만. 단어 앞뒤로 회사나 단체 이름 등 다른 단어가 들어가 천운이 따랐다.

원래는 세계 70여 개국의 OCEAN 도메인 신청을 했지만 아쉽게도 5개국은 이미 등록되어 65개국만 등록하였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OCEAN.COM 도메인은 확보하였다.

핀란드에는 데이터 센터가 한 곳밖에 없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곳이라 규모가 커서 마음에 들었다.

방문 한 날 바로 서버 임대 계약까지 끝냈다.

신문사와는 처음 방문했던 턴 사노매트를 비롯해 총 3곳과 뉴스 제공 협약 관계를 맺었다.

만나고 나서 일주일 동안 연락이 없어서 거절인가? 했더니만 열흘쯤에 연락이 와서 협약을 맺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얘르비넨 이사는 관심이 없어서 자료를 방치하고 있었는데 사장이 이사실을 방문하여 우연히 그 자료를 보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OCEAN.FI 사이트에서 이들 신문사 사이트로 가는 링크를 제공해 주기로 하여 신문사 3곳 전부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기로 하였다.

서버 임대 비용이 매년 들어가지만, 계약이 1년 단위라 1년 치 임대료만 낼만큼 노카아 주식을 매도하러 오늘은 증권회사에 방문하였다.

92년 2월에 방문했으니 거의 2년 만에 오는 거지만 주식 전광판 앞에 앉아 전광판을 뚫어지게 보는 사람들과 객장 안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굳이 있다면 그때는 핀란드 경제가 안 좋아 전광판이 파란색이 많았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 분도 등이 많았지만 지금은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어 빨간색도 많이 보였고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미소가 보였다.

이곳에 있다 보면 사람들의 솔직한 감정의 표현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인간군상들의 모습 말이다.

혹시나 루페가 있을지 몰라 둘러보니 저쪽 구석에 앉아 손에 든 무언가와 전광판을 번갈아 보며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주식이 떨어졌나?

반가웠다. 거의 1년 6개월 만에 보는 거다. 초반에는 가끔 만나기는 했지만, 몸이 떨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내가 어학원에 다니면서 점차 잊혀 갔다.

그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루페!”

내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올려 날 보더니 입이 벌어졌다.

“진! 이게 얼마 만이야?”

“꽤 됐죠. 안녕하셨어요?”

“늘 그렇지. 여기 앉아.”

“네.”

루페 옆 의자에 앉았다.

“여전하시네요.”

“그렇지. 내가 이곳 아니면 갈 곳이 없잖아. 여기가 내 직장이나 마찬가지니까.”

“취미 생활이라도 하시죠.”

“취미 생활은 장 끝나고 해도 충분해.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주식 매도하려고요.”

“왜 파는데? 장기 보유한다고 하지 않았어?”

“돈이 필요해서 극히 일부만 팔려고요. 나머지는 장기 보유할 거예요.”

“나도 노카아 주식 매수했어.”

“정말요?”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 말도 있고 해서 계속 노카아를 주시하고 있었거든.

가만히 지켜보니까 계열사 전부 매각하고 회생하려는 모습이 보여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지. 그래서 많이 질렀어.

나도 진처럼 장기 보유할 생각이야.”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천운이었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잘 생각했어요. 꼭 장기 보유하세요.”

“그럴 생각이야.”

“근데 조금 전에 보니 인상을 찡그리시던데요.”

“아! 그거 별거 아니야. 내가 어떤 종목을 분석했는데 분석한 것과 반대로 주가 흐름이 이어져서 분석이 잘못되었나 그랬던 거야.

가끔 기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주식이 있거든.”

“저 주식 매도 접수부터 하고 올게요.”

“그래. 오늘 바빠?”

“아뇨.”

“같이 맥주 한잔하자고. 이제 술 마셔도 되잖아?”

“알았어요. 갔다 올게요.”

전표에 매도 수량을 적고 창구를 보니 2년 전에 있던 여직원이 없었다. 친절한 직원이었는데.

‘그만뒀나?’

비어있는 창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어세요.”

“안녕하세요? 매도 좀 하려고요.”

“네. 전표 주시겠어요?”

전표를 건넸다.

“여깄어요.”

전표를 받아 단말기에 입력하면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이런 경험 핀란드에서 많이 겪었다.

이전 생에서 미국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유독 핀란드에서는 많이 경험한다.

내가 잘 생기기는 했지만 내 얼굴이 핀란드에서 먹히는 얼굴인가?

길을 가다 보면 가끔 젊은 여자들이 나를 보고 뷰티플이라고 말하곤 하여 쑥스러울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매도 주문 넣었어요. 필요하신 거 더 없으세요?”

“네. 없어요. 감사합니다.”

“주문 체결되면 알려 드릴까요?”

“제가 갈 때 확인하러 올게요. 그때 알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주문했어?”

“네.”

“어디에다 돈 쓰려고?”

“제가 곧 인터넷 사이트 하나를 오픈해요. 그래서 비용이 필요해요.”

“대단해. 난 진을 볼 때마다 난 지금까지 뭐하면서 살아왔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해.

보통 어린 친구들은 여자 생각, 놀 생각을 많이 하는데 진은 그 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을 계속하는 것 같아.

어린 나이에 먼 이국땅에 공부하러 오고 기업분석을 하여 주식 투자도 하고 대학도 다니고 이번에는 인터넷 사이트도 오픈하고.

난 매일 이곳에 죽치고 있는 게 일인데 좀 창피해.”

“놀러 이곳에 오시는 거는 아니잖아요. 투자하시는 거고 투자 공부도 하시잖아요. 하실 만큼 하시는 거예요.”

“좋게 봐주니 기분이 좋네. 오늘 맥주가 잘 받겠어. 하하하하.”

***

야호가 얼마 전 1994년 1월 27일에 서비스를 시작하였기에 컴퓨터 앞에 앉아 야호 사이트에 들어갔다.

기대한 만큼 실망이 더 컸다. 난 뭘 기대했던 걸까?

그래도 이 시기에 포털 사이트의 지존이라 뭔가 특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이건 뭐 진짜 대학생 수준의 사이트였다.

하긴 야호의 창업자들은 처음부터 사업을 하려고 야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아니고 취미로 시작한 거였다.

그러다 서비스 시작 후 일 년 만에 일일 페이지뷰 1백만 건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자 그제 서야 돈이 되겠다 싶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사이트 디자인도 별로라 솔직히 인기를 누릴만한 구석이 전혀 없었다.

지금 미국에서도 쓸만한 포털 사이트가 없기에 반사이익을 얻은 것뿐이었다.

야호가 이 정도라면 오션을 서비스 시작하면 충분히 야호를 압도하지 않을까?

인터넷은 국경이 없고 OCEAN.COM이고 영문 사이트라 미국에서 야호와 충분히 경쟁할 수도 있었다.

일단 오션의 최신의 검색 엔진을 한 번만이라도 사용해보면 야호를 사용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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