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3화 (13/261)

13화

설마 작은 엄마의 스파이?

아니야. 미국하고 핀란드에까지 스파이를 만들 필요는 없지. 더구나 지금은 작은 엄마하고 거래하고 왔기에 더더욱 필요는 없었다.

만약에 스파이를 쓴다고 해도 한국 사람을 이용하지 외국 사람을 스파이로 쓰지 않을 것이다.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에밀리의 얼굴에서는 전혀 이상한 점을 못 느끼겠는데 왠지 수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일단은 하는 것을 지켜보자.

“오케이.”

함께 학교 근처에 있는 카페로 왔다.

말처럼 연인들끼리 오기에 분위기가 괜찮았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밀리는 몇 살이야?”

“22살이야.”

내가 19살이니 3살 많았다.

예전 미국에 있을 때 96년도에 23살이었고 샤론도 나와 동갑이었고 티나는 샤론 보다 세 살 더 많다고 했으니 26살이었다.

그럼 나이도 맞는 거잖아.

“여동생 있어?”

“아니 없어. 대신 남동생은 있어.”

여동생이 없다니 아닌가?

“진은 핀란드에 왜 유학 온 거야?”

에밀리는 핀란드 사람이 아니니까 입바른 소리 할 이유는 없겠지.

“한국에서 멀리 떠나오고 싶었어.”

“왜? 그런 경우는 개인적이거나 가족 간에 무슨 문제가 있어 도피하는 건데.”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아.”

“진은 가족이 어떻게 돼?”

“아빠는 어렸을 때 돌아가시고 엄마가 계셔. 형제는 없고.”

“미안해.”

에밀리를 가까이서 마주하고 대화를 하다 보니 예전 미국에서 봤던 티나가 맞는 것 같기도 하였다.

수십 년 전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여 확신할 수는 없지만, 머리 스타일은 다른 것 같았지만 말하는 투며 특히 입 옆에 있는 점은 똑같았다.

얼굴이야 닮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점까지 똑같은 우연은 없지 않을까? 뭐지?

“아니야. 괜찮아.”

“아빠 많이 보고 싶겠다.”

“가끔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기는 해.”

“진을 보면 엄마도 아빠도 좋은 분이신 것 같아.”

좋은 분이라?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빠는 나를 방치했고 엄마는 나를 위해 나를 찾지 않았지만,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차라리 엄마가 나를 데려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했었다.

“그렇지.”

“아빠는 뭐하셨던 분이야?”

“과학자였어.”

오바하면서 탄성을 내질렀다.

“와! 멋있다. 과학자라면 막 어떤 것을 개발하고 그러는 거잖아? 진 아빠도 뭔가를 개발하셨을 텐데 그게 뭐야?”

“어렸을 때라 나도 몰라.”

“엄마한테 들은 말도 없어?”

“전혀 없어.”

“아빠가 남기신 유품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아?”

아빠의 흔적은 아빠 방에 있는 쌓여 있는 책들이 전부였고 내가 알기로는 그 외 다른 유품은 전혀 없었다.

혹시나 할아버지가 치웠을까? 해서 대학 다닐 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지갑 등 일반적인 몇 가지 외에는 없었다고 하였다.

상자에 보관해 둔 것을 주었는데 진짜 별거 없었다.

“유품이 없어.”

“그게 말이 돼? 하나도 없다는 게.”

“없었어.”

“있는데 네가 모르는 것은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지. 난 아빠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근데 입 옆에 있는 점 빼는 게 더 낫지 않아?”

피식 웃었다.

“나도 어렸을 때 엄마한테 빼달라고 했었는데 엄마가 아는 분이 말하기를 매력점이라고 빼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서 안 빼줬어.

나도 크니까 빼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

와! 혹시나 해서 점에 대해 말했더니 대답이 똑같았다. 그럼 티나랑 에밀리가 같은 인물일 가능성이 큰 거잖아?

근데 왜 이름을 속였을까?

에밀리와 대화를 나눌수록 점점 기시감 같은 것을 느꼈다.

이상하게도 에밀리는 나보다는 아빠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고 유품에 유독 관심을 가졌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예전에도 샤론도 에밀리처럼 그랬던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넘겼는데 같은 것을 두 번 경험하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샤론이 나에게 먼저 다가왔을 때 유아영처럼 잘생긴 내 외모에 반해 다가온 줄 알았는데 오늘 에밀리를 겪고 나니 나만의 착각인 것 같았다.

나에게 일부러 접근한 것인가? 에밀리도 샤론도? 그 당시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밀리의 정체가 뭘까? 샤론 정체도 뭘까? 자매라고 했으니 같은 편은 확실한데.

나에게 접근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내가 수재이기는 하지만 천재도 아니고 탐을 낼 만한 인재는 결코 아니었다.

아빠 때문인가? 자꾸 아빠에 관해서 묻고 유품이 있냐는 것을 묻는 것을 보면 아빠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아빠는 7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왜 지금에서야? 아빠에 대해 자세히 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해?”

“아니야. 옛날 일이 생각나서.”

“아빠하고 있었던 일?”

“아니. 내가 아는 친구랑 에밀리가 많이 닮았거든. 혹시 티나나 샤론이라고 알아?”

“모르겠는데. 누가 나하고 닮은 거야?”

“티나인데 신경 쓰지 마. 에밀리는 왜 핀란드어를 배우려고 하는 거야?”

에밀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에 대해 알려면 할아버지한테 물어봐야 하나?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라 주무실 것 같았다.

다음에 전화해야겠다.

냉장고를 열고 맥주 캔 하나를 꺼내 마시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영광인데. 전화 설치하고 처음 울리는 전화였다.

(여보세요.)

(진이야? 나 루페야.)

(안녕하세요? 웬일이세요?)

(어학원은 잘 다녀?)

(네. 잘 다니고 있어요.)

(열심히 배워서 얼른 나랑 핀란드어로 대화해야지.)

(저도 하루빨리 그랬으면 좋겠어요.)

(혹시 신문 봤어?)

핀란드 문자를 모르니 신문 볼일이 없었다.

(아뇨. 신문에 뭐 났어요?)

(오늘 신문에 노카아 관련 기사가 하나 떴는데 은행채권단에서 노카아를 분할하여 스웨덴 기업에 매각하겠다고 하나 봐.)

내 기억에는 그런 일은 없었다. 그랬다면 노카아가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요? 결론이 난 거예요?)

(아직이야. 노카아는 우리 핀란드의 자존심이거든. 국내 기업에 매각한다면 몰라도 외국에 매각하는 것은 절대 안 되지.

여론도 좋지 않아서 내가 보기에는 매각할 가능성은 낮아.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가뜩이나 경제 불황으로 정부의 지지율도 안 좋은데 자폭하는 거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테니 그런 악수는 두지 않을 거야. 그래도 모르니 알고 있으라고 전화 한 거야.)

(고맙습니다.)

(그래! 다음에 또 통화하자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할 때는 몰랐지만 혹시 나로 인해 과거가 바뀌어 분할 매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되었다.

노카아는 고무, 제지, 목재, 가전제품, 전선, 케이블, 통신 장비, 모바일 등 문어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각 사업별로 분사하여 주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주식으로 되어 있었다.

근데 이걸 분할하여 매각하면 주식 배분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산 주식은 어떻게 되는 거야?

설마 날리는 것은 아니겠지. 진짜 그러면 안 되는데. 이거 하나 믿고 먼 핀란드까지 왔는데 전 재산을 날리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아닐 거야? 여론도 좋지 않다고 하니 핀란드 정부에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다. 과거에도 이런 과정을 겪었을 수도 있었다.

마음 편하게 갖자.

***

요로마 울리라는 자구책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펜을 내려놓았다.

이대로 해도 되나? 분명 이사회에서 반발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노카아의 앞날은 없었다.

소련은 이제 역사에서 사라졌다. 소련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릴 때다.

소련과의 교역에 주로 의존하던 사업은 바뀐 현실에 따라 이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판단이 들자 다시 펜을 들어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사장님! 주주 명부 확보했습니다.”

“어 그래? 줘봐.”

“네. 여기 있습니다.”

주주 명부를 받아보는 요로마 울리라였다.

“소액 주주까지 포함하면 그 인원이 너무 많아 일정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로마 울리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알던 주주현황과 매우 달랐다.

“주주들의 손바뀜이 많이 이루어졌네.”

“네. 그렇습니다. 노카아가 위기를 맞자 실망한 많은 주주들이 매도를 했습니다. 이상한 것은 주주들이 던진 매물을 한 사람이 거의 받았다는 겁니다.

특이한 상황이라 맨 뒷장에 그 주주에 대한 자료가 있습니다.”

요로마 울리라가 맨 뒷장을 보았다.

“진민재라! 이름을 보니 핀란드 사람은 아닌 것 같네.”

“네. 맞습니다. 확인한 바로는 한국 사람이며 핀란드에 유학 온 19살 학생이라고 합니다.”

“뭐? 19살 유학생이 67,058,820주를 매수 해다고?”

“네. 그렇습니다.”

“6천7백만 주나 매수할 동안 회사에서는 몰랐던 거야?”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고 요즘 회사 사정 잘 아시지 않습니까? 주가 관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긴 언제 파산할지도 모르는데 주가 관리는 의미가 없긴 했다.

“재벌 집 자식인가?”

“재벌 집 자식이라도 이건 무모한 도박입니다.”

“미친놈인가?”

“제가 생각해도 확실히 정상은 아닙니다. 제가 그만한 자본이 있다고 해도 우리 노카아 주식을 6천7백만 주나 매수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신이 노카아에 다니고 있지만, 자신도 비서실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이는 확률이 지극히 낮은 도박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들었다.

유학생이라 노카아에 대한 상황을 몰라서 매수한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그 주주에 호기심이 생겼다.

“진민재 주주는 내가 만나 탄원서 받을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언론에는 나간 거지?”

“네. 그렇습니다. 오늘 조간신문부터 노카아 분할 매각 소식이 나갔고 석간신문에도 나갈 예정입니다.

아울러 저녁 뉴스에도 보도될 겁니다.”

“여론은 어때?”

“조간신문에만 기사가 나가 아직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국민들은 노카아 매각에 부정적인 반응입니다.

일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뉴스에 이런 반응도 방송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네.”

“네. 그렇습니다. 잘하면 매각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