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93화 (193/199)

193화 음악회 (3)

(193)

강시혁은 저녁을 먹고 나서 땀을 흘리도록 바벨 연습을 했다.

운동을 하고 나서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

이전에 없던 근육들이 툭툭 불거져 나왔다.

[보디빌더 대회나 한번 나가볼까?]

그러다가 음지에서 일하는 비선 경호원이 그런 대회에 나가고 매스컴을 탄다면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샤워를 하고 회화연습을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책을 펼치다가 교바시(京橋) 보디가드 사장이 온다는 것을 이영진 상무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일본에서 이영진 상무도 교바시 보디가드사의 사장 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상무님! 아직 안 주무시죠?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내일 일본의 교바시 보디가드사의 사장인 이이다 유키 씨가 한국에 오신답니다.]

이영진 상무는 잠을 안 자는지 바로 답신이 왔다.

[아, 일본 경시청 경시 출신이라는 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한일 범죄예방 심포지움이 있어서 온답니다. 일본에서 신세진 것도 있어서 한번 제가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만나보세요. 저녁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카모토 쯔요시 씨와 함께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법인 카드 가지고 계시죠?]

[전에 상무님이 제게 맡겼던 카드가 있습니다. 어제 피아노 운반비용과 조율사 일당도 거기서 지불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다음 달 골프 레슨비도 그 카드로 지불하세요. 복리후생비로 정리가 가능하니까요.]

[고맙습니다. 상무님. 언제나 상무님의 분에 넘치는 배려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천만에요. 오히려 강 대리님 같은 분이 제 곁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답니다.]

[아, 별말씀을요.]

[그런데 강 대리님이 가지고 계산 법인카드 비용청구를 보면 언제나 청구 금액이 없습니다. 업무 추진을 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써도 됩니다.]

{그, 그렇지만 공금인데.....]

[돈을 너무 안 쓰는 것도 일을 안 한다는 증거예요. 과감히 쓰세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골프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 이야기 하세요. 머리 얹어드리는 것은 제가 하지요.]

[헉! 고맙습니다. 상무님 같은 싱글 플레이어에게 머리를 얹는다면 영광입니다.]

[저도 잘 치진 못해요. 그리고 남에게 한 번도 머리를 올려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강 대리님 머리는 제가 꼭 얹어주고 싶군요. 강 대리님은 저의 일급 호위무사이니까요.]

[상무님은 제가 모셔야할 프린세스입니다. 저는 나이트이고요.]

[호호. 그럼 나이트 작위를 받은 나이트 컴멘더인가요? 아니면 태권도 실력이 좋으니 그랜드 마스터인가요?]

[상무님을 옆에서 모실 수 있다면 작위는 없어도 됩니다.]

[호호. 고마워요. 오늘 모처럼 유쾌하게 웃었네요. 그럼 편안한 밤 되세요]

[넵. 상무님도 편안한 밤 되세요.]

이영진 상무는 곰이 콜콜 잠을 자는 이모티콘을 보내주었다.

강시혁 역시 토끼가 콜콜 잠을 자는 이모티콘을 보내주었다.

이영진 상무는 확실히 강시혁에게 호감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었다.

대 그룹의 쉽지 않은 기업경영과 이혼 등 시련을 겪으면서 외로웠지만 완벽에 가까운 일급 경호원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은 공채직원은 아니다.

하지만 건장한 체격과 준수한 외모, 그리고 어학능력과 자기를 낮추는 예절바른 모습은 이영진 상무의 마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그는 대단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 비록 그가 비공채 직원이고 한미한 가정의 흙수저 출신이지만 옆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여자들은 배우자가 될 사람의 경제력을 가장 중시하지만 이영진 상무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영진 상무는 벌써 조 단위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재벌의 딸이기 때문이다.

삼방그룹 내에는 SKY대학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많았다. 나중에 CEO로 키워줄 선발된 패스트 트랙커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과는 업무상 이야기는 오고갈 수 있지만 강시혁처럼 카톡을 주고받는다거나 골프채를 선사할 수도 없었다.

이렇게 되면 당장 소문이 날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끼칠 수가 있었다.

또 이영진 상무 자체도 목적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남자들은 싫었다.

그렇지만 강시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비선 조직에 있는 사람이라 소문이 날 염려도 없다. 또 업무능력도 탁월한 것 같고 희생적 충성심은 가끔 이영진 상무를 감동시켰다.

또 그는 손가락 열 개가 잘린다고 해도 자기를 지켜주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런 남자이기 때문에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다음날 날이 밝았다.

강시혁은 골프 연습장엘 갔다 와서 아침을 먹고 주식거래를 위해 책상에 앉았다.

주식 거래창을 띄웠다.

장명건설 주가는 오늘도 13,600원에서 13,800원을 오르내렸다. 조금씩 주워 담았다. 그러다가 오전 10시가 넘자 갑자기 주식이 폭락했다.

[이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강시혁은 깜짝 놀랐다.

차트는 긴 음봉을 그리면서 12,500원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자 실망매물이 계속 나왔다. 강시혁은 겁이 더럭 났다.

그래서 얼른 펀드담당 김진석에게 전화를 해봤다.

“진석 씨! 장명건설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데 무슨 악재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없습니다. 트릭 같습니다.”

“트릭이라니?”

“개미 털기 같습니다. 이럴 땐 흔들리지 말고 꽉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아마 이렇게 되면 연초에 많이 오르겠네요.”

“그런가?“

“심약한 개미들은 오늘 폭락하는걸 보고 놀라서 막 던질 겁니다. 손절 물량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개미들만 죽어나네.”

“이걸 오늘 슬슬 주워 담는 세력이 있을 겁니다.”

“승자는 그놈들이군.“

“저도 좀 기다렸다가 오늘 담을 걸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귀신이 아닌 다음에야 그렇게 할 수는 없겠죠. 다시 반등할 것 같습니다. 연초에 많이 올라간다면 우리도 좀 먹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

“사장님, 아니 형님. 형님 예견이 맞을 것 같습니다. 연초에 기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나.“

강시혁은 김진석 말을 들으니 좀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투매 물량을 슬슬 담기 시작했다.

파는 놈도 많고 사는 놈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거래량이 급격히 늘었다. 매도가 강세이다 보니 주식 토론방은 삼방그룹 이건용 회장을 욕하는 글들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

이건용 회장과 장명건설은 아무 상관이 없지만 개미들은 이건용 회장 욕을 했다. 장명건설 대 주주가 삼방건설이고 삼방건설 대주주는 이건용 회장이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은 픽 웃었다.

[이건용 회장이 이런 글들을 평생 가도 볼 일이 없겠지.]

강시혁은 장명건설 주식을 정신없이 주워 담았다. 운 좋게 13,000원 이하에서 많이 담았다. 하지만 오후에 들어서는 바로 주가가 회복이 되고 다시 13,500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주주 토론방이 조용해졌다.

주가가 13,700원이 되면서 양봉차트가 나오자 이제는 비난 대신에 찬티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개미들은 조그만 충격에도 변덕이 심했다.

점심도 먹지 않고 거래를 했다.

오후 2시가 되어 주식 거래를 그만두었다. 오후 3시가 넘어서는 여의도 콘래드 호텔을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이 지금까지의 거래금액을 살펴보았다. 15억이나 되었다. 이제 5억만 거래하면 되었다. 평균 매입단가는 13,300원이었다. K&B파트너스의 매입 평균단가보다는 약간 적었다.

라면을 끓여서 먹고 있는데 사카모토 쯔요시 씨의 전화가 왔다.

“사카모토입니다. 이제 슬슬 여의도 호텔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사무실로 가죠.”

“사무실은 주차하기가 힘드니까 제가 바로 영빈관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미안한데요?”

“미안하긴요. 제가 미안하지요.”

강시혁이 라면을 다 먹고 설거지 후 커피를 마시는데 사카모토 씨가 왔다.

그래서 벤츠를 끌고 둘이 여의도로 갔다.

사카모토 씨가 알려준 호텔 방으로 바로 올라갔다.

문을 노크하고 들어가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와이셔츠 차림의 교바시 보디가드 사장인 이이다 유키 씨가 나타났다.

이이다 유키 사장은 여전히 얼굴이 동안이었다. 머리만 하얗고 가슴도 나와 아주 단단해 보였다. 이이다 유키 사장은 경시청을 은퇴 후 지금 60대이지만 머리 염색만 하면 40대로 봐도 곧이들을 것 같았다. 젊었을 때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았다.

하긴 경찰에 있을 때 표창장도 많이 받았다고 하니까 유단자임에는 틀림이 없어보였다.

강시혁이 두 손을 들고 소리쳤다.

“이이다 유키 사장님!“

“오, 강시혁 씨!“

둘은 서로 포옹을 하였다.

사카모토 씨는 이이다 유키 사장과 웃으며 악수를 하였다.

강시혁이 말했다.

“이렇게 한국에서 보게 되는군요.“

“강시혁 씨는 지난번 일본에 왔을 때보다도 얼굴이 더 좋아졌네.”

“그래요? 사장님도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이제 내가 강시혁 씨를 교바시 보디가드에 다시 스카웃 제의해도 안 올 것 같은데? 삼방그룹의 물이 좋은 모양이야.”

“하하. 한국 사람이 한국에 있어야죠.”

“삼방그룹의 히메사마께서도 잘 계시죠?”

사카모토 씨가 이영진 상무를 두고 히메사마(공주님)라고 부르는데 이이다 유키 사장도 그렇게 불렀다.

“예, 잘 계십니다.”

“내 친구 삼방전자 사장은 잘 있는 것 같더군. 조금 전에 통화를 했는데 그 친구도 아직도 목소리가 팔팔하데.”

“하하. 그렇습니까?“

강시혁도 이이다 유키 사장이 삼방전자 사장과 친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실은 그 인연으로 이이다 유키 사장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삼방전자 사장이 여기 호텔로 오겠다는걸 내가 오지 못하게 했네. 대기업의 사장이 퇴직 경찰관이나 만나러 오면 되나? 바쁜 사람일 텐데.”

“삼방전자 사장님이 서운하게 생각하시겠네요.”

“아니오. 우린 자주 통화하니까. 더구나 이번 일정은 내가 2박3일로 출장을 왔기 때문에 시간도 빠듯해요.”

“아직 식사를 안 하셨으면 나가시죠. 여기까지 오셨으니 제가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

“아니, 오늘은 안 되겠어. 초청을 한 학회 사람들과 같이 식사하기로 했어요. 우리 내일 만납시다. 내일은 시간이 있어요.”

“그럼 내일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

이이다 유키 사장은 이번엔 사카모토 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째? 한국에 와서 할만 해?“

“여기 계신 강 대리님 외에 여러분들이 잘 대해줘서 아주 편하게 있습니다.”

“자네 혈색이 좋은걸 보니 그런 것 같군. 더구나 전에는 수염이 꺼칠했는데 오늘 보니 반질반질 윤이 나네.”

“헤헤. 그렇습니까?“

그러면서 사카모토 씨는 자기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이다 유키 사장이 계속 생글거리며 말했다.

“자네는 이제 약물도 손 안대는 것 같네.”

“한국에 와서 다 끊었습니다.“

“암. 그래야지. 10년 전에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약물 복용 혐의로 자네를 체포했던 기억이 나네.”

“헤헤. 그런 건 기억하지 마세요.”

“그때는 약에 중독이 되어 몰골이 아주 흉악했는데 지금은 아주 좋아. 그러니 내 맘도 좋네.”

“하하. 그래요?”

“자, 그럼 내일만나. 바쁜데 어서 가봐.”

강시혁이 꾸벅 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럼 내일 오후 6시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강시혁과 사카모토는 다시 벤츠를 타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강시혁이 사카모토 씨에게 말했다.

“내일 저녁 6시면 연주하는데 지장 없겠어요?”

“주중이라 업주한테 양해 좀 구하면 됩니다. 2부 공연에서 좀 길게 연주해 주면 됩니다. 더구나 내일은 홍대 클럽이 아니고 이태원 클럽의 연주가 있습니다.”

“이이다 유키 사장님은 아직도 건강해 보이네요.”

“범죄예방 심포지움에 참석한다고 하니까 한국의 전직 경찰 간부들도 많이 만날 것 같네요.”

“그래서 오늘 저녁 식사는 그 사람들하고 같이 하는 모양이죠?”

강시혁은 사카모토 씨를 이태원 클럽 앞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자기는 영빈관으로 돌아왔다.

강시혁은 내일 이이다 유키 사장을 만나면 어디로 갈까 하면서 여의도 맛집을 검색했다.

콘래드 호텔 주변에도 좋은 집이 있지만 좀 근사한집이 없을까 하고 검색했다. 이영진 상무가 맡긴 법인카드도 있으니까 돈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또, 법인카드가 없더라도 지금의 강시혁은 음식 값 정도로 고민하는 처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강시혁은 마음 놓고 맛집 검색을 했다.

그러다가 63빌딩 일식집 슈치쿠가 생각났다.

이 일식집은 강시혁이 가보지는 못했지만 대학 다닐 때 63빌딩 지하식당에서 설거지 알바를 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주방 아줌마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58층에 있는 일식집은 경치가 끝내준다며?”

“58층이면 한강과 여의도 일대가 다 보이겠지. 여기 지하실과는 다르겠지. 그런데 거긴 음식 값이 어마어마해서 일반 서민들은 가기 힘들다고 하던데?”

그래서 강시혁은 그런 좋은 식당엔 어떤 사람들이 가나 하였었다.

그래서 내일은 이이다 유키 사장을 모시고 거길 한번 가야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더구나 일식집이면 이이다 유키 사장이나 사카모토 씨의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아 거부감도 없을 듯하였다.

강시혁은 여기서 식사를 하며 현재 일본에 있는 홍 사장의 근황도 이이다 유키 사장에게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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