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91화 (191/199)

191화 음악회 (1)

(191)

김진석은 접견실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영빈관의 이것저것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김진석이 접견실에서 바라다 보이는 정원을 보고 감탄을 했다.

“와, 좋네. 여기서 밖을 보니 정말 좋네. 강 사장님은 그럼 낮 시간엔 여기에 쭉 계시는 겁니까?”

김진석은 어느 때 부터인가 강시혁을 강 사장님이라고 불렀고 배동수를 배 사장님으로 불렀다. 좁은 사무실에 사장이 두 명이라 사장 앞에 성씨를 붙이는 것이 구분하기 좋아서 그런 것 같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보통 여기에 있어요.”

“와, 여기에 앉아서 책을 보면 힐링이 그냥 되겠는데요?”

강시혁은 픽 웃었다.

[힐링은 무슨 힐링? 지하실에서 근무하는데.]

그렇지만 지하실에서 근무한다는 소리를 하긴 싫었다. 쪽팔릴 것 같았다. 더구나 지하실에 내려와 자기의 사는 모습을 보면 눈살을 찌푸릴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홀아비살림이라 구질구질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얼른 둘러댔다.

“힐링은 무슨 힐링. 일하느라고 바쁜데.”

“그럼 삼방그룹 회장님이나 그 따님이신 이영진 상무님도 여기에 오시나요?”

“자주는 안 오고 가끔 와요.”

“와, 강 사장님은 그럼 상방그룹 회장님과 이영진 상무도 잘 알겠네요.”

변상철이 대신 말했다.

“잘 알다 뿐인가? 일급 비밀 경호원이기도 한데.”

“그렇군요.“

그러면서 김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진석은 강시혁이 펀드사 차려놓고 사기나 치는 사람으로는 이제 보지 않았다.

강시혁이 말했다.

“자, 그럼 2층으로 갑시다.

2층에 있는 피아노를 보고 김진석이 멈칫했다.

“어? 업라이트용 피아노가 아니네요?”

“그 말이 무슨 말이요?”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네요. 정말 이걸 우리가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습니까?”

“그렇다니까. 문자까지 왔다니까.”

“그건 아닐 겁니다. 옮기라는 지시를 했어도 전문 운반업체에 의뢰해서 옮기라는 뜻일 겁니다.”

옆에 있던 배동수도 말했다.

“전문 업체에 의뢰하시고 피아노 조율도 받아야 합니다. 옮겨놓고 음 높이와 음색 같은걸 조절해야 합니다.”

“그럼 조율사를 따로 불러야하나?”

“운반업체에서 조율사도 소개해 줍니다.”

옆에서 변상철이 킥킥대고 웃었다.

“킥킥! 형하고 나하고는 무식해서 탈이야.”

김진석이 말했다.

“우리가 옮기는데 힘이 들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피아노를 쳐봤기 때문에 잘 압니다. 운반은 전문 업체에 맡기세요.”

“그럼, 그럴까?“

“이 건물은 가정집 같기도 한데 회장님이 여기서 사셨습니까?”

“회장님이 아니고 창업회장님이 사셨던 집이요.”

“어쩐지. 마당 입구에 돌탑 같은 것도 있고 오래된 소나무가 멋있어 고풍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창업회장님이 사시던 집이었군요. 저는 재벌이 살던 집은 처음 와봅니다.“

강시혁은 미술품이 보관된 방도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그건 그만두었다.

김진석은 2층에서 마당을 내려다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어휴, 이 땅값만 해도 얼마야. 300평도 넘어갈 것 같으니 땅값만 해도 300억이 넘어가겠는데?”

강시혁이 말했다.

“자, 이제 내려갑시다. 피아노는 내일 내가 전문 운반업체를 부르도록 하지.”

모두 2층에서 내려왔다.

김진석이 가겠다고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영빈관까지 왔는데 그냥 보내면 서운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저녁이나 먹고 갑시다. 모두 다른 약속이 없으면 여기 청화아파트 입구에 있는 식당으로 갑시다.”

원미정 이라는 간판이 붙은 식당으로 갔다.

강시혁은 식당 주인 아줌마에게 삼겹살과 소주를 시켰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가고 술잔이 돌았다.

강시혁은 흡족했다. 전 같으면 혼자 외로웠는데 이제는 식구가 세 사람이나 불어 이렇게 같이 소주잔을 기울이니 행복한 생각이 들었다.

강시혁이 김진석의 잔에 술을 채워주며 말했다.

“사무실에서 일 할만 해요?”

“예, 좋습니다. 변상철 부사장님이나 배동수 사장님도 모두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강 사장님을 모두 형이라고 부르는데 저도 형이라고 부르면 안 되겠습니까?”

“사석에선 모르지만 공석에서는 좀......”

“저는 변상철 부사장님에게 형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배동수 사장님은 나이도 비슷해 말 트기로 했습니다.”

“형이라는 소리가 편하면 그렇게 해요.”

“그러면 제가 술 한 잔 따라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말 내리세요.”

변상철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해, 형. 나도 형한테 사장님이라는 소리가 입에서 잘 안 나와. 형이 편해.“

“야, 그런데 우리 조직이 커지면 그때도 형이라고 할래? 삼방그룹 회장님과 삼방전자 사장님은 친구라고 해도 말도 올리고 서로 직함 부르더라.“

“우리도 그렇게 되면 그때는 그렇게 하지. 그렇지만 지금은 창업 단계니까 형이 편해.”

배동수도 말했다.

“저도 그게 좋습니다.”

변상철이 술잔을 들고 말했다.

“자, 그럼 우리 당산대형을 위해 건배합시다.”

“건배!”

배동수가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리틀 브라운이 하루 종일 안보이네요.”

“그런 일이 좀 있어. 내일 나올 거야.”

김진석이 강시혁의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장명건설 주식은 오늘 현재 4억 정도 매집했습니다. 내일이면 모두 매집이 끝날 것 같습니다.”

“매입 평단가가 14,000원은 안 넘겠지?”

“그렇게는 안 되고 13,600원에서 13,700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내일 장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현재 추세라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액면 분할하면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한 30%는 먹을 수 있을까?”

“액분(액면분할) 정보가 확실하다면 그렇게 되겠죠. 그러면 우리가 7억 투자해서 2억 1천만 원 버는 겁니다. K&B파트너스의 내년 운영비는 거뜬하게 버는 겁니다.”

강시혁은 30%면 자기 개인투자는 얼마나 벌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20억을 투자하기로 했으니 30% 먹으면 6억을 버는 건가? 수수료가 조금 빠지겠지만 어쨌든 내년 1월이면 6억을 벌게 되겠군.]

변상철이 말했다.

"형! 술 안마시고 뭘 그렇게 생각해? 애인 생각하나?“

“애인은 무슨!”

“삼방그룹 비서실엔 예쁜 여자들 많다며?”

이 말에 갑자기 삼방전자의 최하나가 생각났다.

그런데 최하나는 자기보다는 변상철이에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때 보면 변상철은 화려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김진석은 음악을 좀 아는 것 같으니 음악대학을 나왔다는 삼방그룹 홍보실의 송혜영 같은 여자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혜영이 음악회 표를 보내준다고 하니 표가 오면 김진석에게나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자기만 애인이 없는 것이 한심했다.

배동수도 신종화와 장래까지 약속한 사람이니 부럽기만 했다.

[어디 이영진 상무같이 지적이고 아름다움을 갖춘 여성이 없을까]

하면서 강시혁은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지금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 중에서 애인이 있는 사람은 배동수 뿐이었다.

배동수가 약간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형님! 방송국 일은 잘될 것 같습니다. 내일 출연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잘 됐네.”

“방송을 타면 사카모토 쯔요시 씨의 주가는 올라갑니다. 방송을 타야 이름이 알려지니까요.”

“그런데 현재 사카모토 씨의 클럽 활동이나 방송 출연으로 YN엔터테인먼트가 유지가 되겠나?”

“이익발생은 없더라도 일본의 아이돌 가수들이 오기 전까지 유지는 될 겁니다. 지금은 투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벌써 일본 가수 팬클럽에서는 사카모토 씨의 제자들이 언제 오냐고 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건 좋은 현상이네.“

”그래서 제가 팬클럽 게시판에 답을 달아주기도 합니다. 일본 아이돌 가수의 스케줄이 꽉 밀려 금년엔 어렵고 내년 구정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건 잘했군.”

변상철이 말했다.

“사카모토 쯔요시 씨가 어제 나한테 이런 말을 했었어. 해밀톤 호텔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오피스텔을 얻어달라고 하던데?”

“사카모토 씨도 경비 때문에 그런 것 같네.”

배동수가 말했다.

“사카모토 씨가 오피스텔로 방을 옮기고 한두 군데 더 일을 맡으면 YN엔터테인먼트는 돌아갑니다. 제 급여까지도 충당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힘을 기르면 승산은 있습니다.“

“역시 우리가 YN엔터테인먼트 사장에 배동수 씨를 추천한건 잘한 일이야. 안 그런가? 변상철 감사!”

변상철은 K&B파트너스의 부사장이지만 YN엔터테인먼트의 감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강시혁이 이렇게 부른 것이다.

“내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해서 뭘 아나? 배동수 씨가 있으니까 돌아가는 거지.”

이 말에 배동수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혼자는 엔터테인먼트 일을 못합니다. 영어 잘하는 상철이 형이 있어서 그나마 이렇게 끌고 가고 있습니다. 사카모토 씨의 오피스텔 이야기도 아마 상철이 형이 바람을 잡아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으래?”

“상철이 형이 호텔보다는 오피스텔에 있어야 안정감이 들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카모토씨는 상철이 형이랑 언어 소통이 되니까 한국생활에 대해서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래?”

“상철이 형이 가끔 사카모토 씨에게 시내 구경도 시켜주고 그럽니다.”

변상철은 자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쑥스러운지 말을 돌렸다.

“사카모토 씨는 고등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줄 알았더니 아직도 미혼이라고 하네.”

“예술 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구나.”

“왜 결혼을 안 하냐고 하니까 자기는 음악 하고 결혼을 했다고 했어.”

“한국에 올 때 동거하든 여자 문제로 늦게 여기 온 거 아니었어?”

“동거는 하되 결혼은 안한다는 주의야.”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네.”

“요즘 들어선 나한테 한국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하데. 여기서 눌러 살겠다고.”

“하하. 그래?”

말이 잠시 끊어지고 술잔에 다시 술이 채워졌다.

이때 건달 같은 놈 세 명이 밥을 먹으러 들어왔다. 체격이 좋아서 혹시 김재두의 친구인가 했더니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변상철이 건달들을 힐긋 쳐다보고 말했다.

“형. 조태춘은 사진보면 체격은 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 직접 만나보니 어땠어?”

“부하들은 모두 키들이 185센티가 넘는 덩치들인데 조태춘은 아니었어. 앞에 있는 김진석 씨 체구밖에 안 돼 보였어. 그래도 눈매가 보통이 아니야. 살기가 도는 것 같았어.”

“그러니까 그 방대한 조폭 조직인 태춘이 파의 보스가 되었겠지.”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 내가 형님이라고 불러주니까 조태춘이도 좋아하더라.”

배동수가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지금 말씀하시는 분이 조태춘이라면 그 유명한 칼잡이 아닙니까? 형님이 그 사람을 직접 만났다는 말입니까?”

변상철이 웃으며 말했다.

“방금 못 들었나? 조태춘이 하고 시혁이 형하고 형님 동생 하는 사이라고 하잖아.”

“그, 그래요?”

배동수와 김진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시혁을 쳐다보았다.

“저, 정말 전국적으로 유명한 조폭 두목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입니까?”

그러면서 배동수와 김진석은 경외심 어린 표정으로 강시혁을 쳐다보았다.

특히 배동수는 강시혁이 강한 남자인줄은 이미 알았지만 거대 조직인 태춘이파 두목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인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강시혁을 함부로 볼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계에 기생하는 폭력배들이 가끔 있었는데 강시혁이라면 감히 이놈들이 얼씬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시혁은 역시 강한 남자야. 나는 신종화가 강시혁이 경비반장으로 들어와서 출세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의외로 힘도 있고 돈도 있는 사람 같아. 내가 강시혁 사단으로 들어온 건 잘한 일이야.]

배동수가 눈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형님 잔 비우시죠. 제가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

“흠, 그래? 그럼 따라봐.”

김진석 역시 강시혁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시혁이 돈도 많은 것 같고 대 재벌그룹인 삼방그룹의 회장과 그의 딸을 경호하는 사람이고 또 전국적 규모의 조폭 두목과 어울릴 정도라면 이 그늘에 있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시혁은 머지않아 삼방그룹에서 많이 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진석도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형님! 제 술도 한잔 받으시죠.“

“아니, 내가 자작으로 마실게.”

김진석이 술병의 모가지를 꽉 잡고 말했다.

“형님! 병권(甁權)은 현재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어서 한잔 받으세요."

김진석도 제법 아부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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