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89화 (189/199)

189화 조폭과의 만남 (3)

(189)

김재두는 앞에 있는 강시혁이 조폭인가 하였다.

분명히 조직원이 많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방에서 올라온 조폭 세력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체격도 좋고 앞가슴도 벌어졌고 깍두기 머리를 한 것도 조폭으로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조폭 건달치고는 얼굴이 먹물깨나 들어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형사들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방범위원이라고 한 것은 편의상 그렇게 말한 것이고 분명히 짭새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또 어떻게 보면 짭새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이영남이 부자니까 이영남 집안의 사설 경호요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거리를 자주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붙어볼까?]

김재두는 앞에 놈을 그대로 발차기로 걷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바로 태클로 들어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놈들은 두 놈이나 왔기 때문에 바로 등 뒤에서 주먹이 날아올 것 같았다. 조폭이라면 회칼이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친구들 하고 같이 내려왔어야 했는데!]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를 한 명이라도 데려왔으면 좋았을 걸 하였다. 그려면 일대일 격투였다. 격투를 하다보면 싸우는 소리를 듣고 루프트 바에서 술 마시던 친구들이 모두 내려올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면 다구리(몰매)를 놓을 수 있는데 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이 김재두의 뒷덜미를 잡아?]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자기를 공격하지 않았다.

큰형님이 차를 가져갔다니 순순히 물러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놈들이 조태춘 형님은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텐데 그런 기색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 두 놈은 수상 데가 있다고 생각했다.

강시혁이 뒷짐을 진채 김재두를 보며 말했다.

“자네들은 영남이 친구라며? 그럼 잘 지내야지 차를 뺏어가? 건방진 놈들.”

“차 주인의 허락을 받고 빌린 거라니까요.”

“야, 상철아 가자. 내일 영광 파이낸셜인가 어딘가를 가보자.”

그러면서 강시혁과 변상철은 큰길가로 내려가 버렸다.

김재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루푸트 바로 올라갔다.

사무실 쪽으로 가면서 변상철이 말했다.

“방금 만난 김재두도 상대하기가 벅찬데 내일 조태춘을 만나면 어떻게 할 거야? 진짜 조직 폭력배의 보수인데.”

“그래도 만나야지.”

“더구나 그놈은 부하들도 많고 회칼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놈인데.“

“그래도 만나야지. 난 삼방 가문의 경호요원이니까.“

“그런데 조폭들이 무슨 파이낸셜이라는 사무실을 갖고 있나?”

“파이낸셜이라는 글자가 붙은걸 보니 대부업체인 것 같아.”

“조폭들이 대부업체라도 운영하는 것 같군. 그럼 그 사무실엔 돈 빌리러오는 영세 상인들이 드나든다는 이야기인데.....”

“아니, 기업만 상대할 수가 있어. 일반 영세 상인들은 복잡하니까 돈이 아쉬운 업체에 고리로 빌려주고 고액의 이자를 챙기는 놈들이 틀림없어.”

“조태춘이 그 일을 한다는 말이지?”

“조테춘이 부하들이 하겠지.”

“그렇게 돈 빌려가는 기업들이 있나?”

“거의 망해가는 좃소기업들은 조폭들에게 손을 내미는 경우도 있어. 제1금융권은 물로 제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 조폭들에게도 손을 내밀어야지. 당장 종업원 급여와 원재료를 사와야 하는데.”

“그런가?“

“난 아영테크라는 코딱지 만한 회사에 다닐 때 그런 것을 보았어. 젊은 조폭들이 보스의 심부름으로 고급 외제차를 타고 와서 우리 사장님에게 이자를 받아가는 걸 보았어.”

“그런 게 있었구나. 그런데 내일 괜히 찾아갔다가 옆구리에 칼침 맞는 건 아니겠지?”

“거긴 나 혼자 가야겠어.”

“뭐라고? 혼자? 그러다가 정말 그놈들에게 다구리로 깨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혼자 갈 때보다 둘이가면 싸우러 온줄 알고 그놈들이 우릴 공격할 가능성이 많아. 점잖게 차 돌려달라고 하고 안돌려주면 법에 호소한다고 하고 돌려주면 고맙다고 하고 와야지.”

“법으로 한다고? 김재두는 법으로 안하고 조태춘은 법으로 한다고?”

“김재두는 이태원에서 노는 놈이라 법에 고발하면 영남이가 괴롭힘을 당할 수 있어. 하지만 김태춘은 이태원에서 노는 사람도 아니라서 법에 호소해도 영남이를 괴롭힐 확률은 적지.”

“그런데 나는 아까 웃음을 참느라고 혼났어.”

“왜?“

“형이 우리도 조직원도 많다는 소리에 빵 터질 뻔했어. 우리가 무슨 조직원이 있어? 지금 달랑 펀드매니저 한사람 채용한 것 밖에 없는데.”

“많잖아. 5만 명이나 있잖아? 삼방의 깃발 아래에 말이야.”

“킥킥 삼방그룹에 5만 명의 종업원이 있다고 해도 형이 움직일 사람이 있나?”

“최악의 경우에 영남이가 회장에게 말하면 움직일 수 있겠지. 대신 영남이는 완전히 회장의 눈 밖에 나겠지.”

“난 또 뭐라고! 어? 지하철역 다 왔네.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나 그냥 퇴근할게.”

“그래, 오늘 수고했다.”

변상철은 그대로 지하철역 입구 계단으로 내려갔다.

강시혁이 영빈관에 돌아와 영광 파이낸셜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충무로역과 명동역 사이의 골목에 있었다. 기업대부 문의 환영이라고 쓴걸 보니까 개인보다는 기업을 상대로 고리로 이자 받는 놈들이 분명했다.

인터넷에 있는 사무실 전화로 조태춘을 찾으면 전화를 바꾸어 주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일 무작정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조태춘이 해외 출장이나 지방엘 갔다면 만나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부하들이 젊은 놈이 함부로 큰형님을 찾는다고 주먹다짐을 한다면 그것도 문제였다.

조태춘이 정도 되면 그의 세계에서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일 테니 말이다.

조태춘이 옛날 호텔에 난입하여 회칼로 상대 조직원의 린치를 가했던 기사도 찾아보았다.

조태춘의 얼굴도 나왔는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사람으로 보였다. 이런 사람들은 남을 린치하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으로 보였다.

양심이나 도덕심 같은 것은 던져버리고 오로지 회칼이나 휘두르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일본 최대 야쿠자인 야마구치구미도 상대했던 난데 조태춘 하나 상대하지 못할까.]

하면서 스스로 자위를 했다.

강시혁이 이영남에게 전화를 했다.

김재두 만난 것을 궁금해 할 테니 전화는 해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리틀 브라운! 아직 안 자지?”

“어, 형! 어떻게 됐어? 김재두는 만났어?”

“만났어.”

“다치진 않았지?”

“싸우진 않았어. 조용히 불러내어 차를 돌려주라고 했지. 안 그러면 잡아넣겠다고 했지.”

“그랬더니? 그놈이 순순히 대답할 놈이 아닌데?”

“지금 돌려줄 수 없데.”

"돌려줄 수 없다니?“

“자기도 조폭 보스에게 빌려 줘 받지 못한다고 하네.”

“뭐라고? 조, 조폭?”

“동네 건달이 아니라 진짜 조폭 보스에게 빌려줬다고 하니 골치는 아프게 생겼네. 더구나 그 조폭 보스가 유명한 조태춘이라고 하니 나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야.”

“조, 조태춘이? 언젠가 호텔에서 회칼로 조직원들에게 상해를 입혔던 사람이잖아? 그, 그렇다면 큰일 났네.”

“조직원 숫자가 100명도 넘을 테니 나하고 상철이하고 둘만 가면 안 되겠지. 법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겠는데?”

“그, 그럼 나 신문에 나는 것 아냐? 삼방그룹 아들이 조폭에게 차를 빼앗겼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아냐? 아버지가 알면 날벼락 나겠는데?”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

“아버지가 나보고 호적 파가라고 하겠는데? 조폭들하고 어울려 다니는 놈이라고 할 것이 아닌가! 형! 어떻게 조용하게 해결할 수 없을까?”

“방법을 찾아보자. 찾다보면 있겠지.”

“잠도 안 오게 생겼네.”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잠이나 잘 자둬.

“차동차 찾는 걸 포기할까?”

[뭐? 4억짜리 차를 포기해? 역시 재벌 집 도련님이라 의식세계가 나와 같은 중생들과는 다르군.]

“바보 같은 소리! 4억짜리 차면 지방 같으면 아파트 한 채 값이야. 반드시 찾아야 돼. 안 찾으면 그놈들이 또 다른 걸 요구할 수 있어.”

“형이 찾으러 갔다가 진짜 조폭들 회칼에 찔리면 어떡해?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렇게 안 되도록 해야지! 시간도 늦었으니 어서 자. 형이 알아서 다 처리할게.”

“고마워. 형. 흑흑.”

이영남은 울기까지 했다.

강시혁도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였다. 잠이나 자자고 이불을 끌어당겼다.

다음날 새벽 강시혁은 골프연습장에 가서도 조태춘을 어떻게 요리할까 하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공도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골프공을 조태춘으로 생각하고 쳤다.

골프채에 얻어맞은 공은 연습장 그물사이로 기분 좋게 날아갔다.

“잘 될 것 같은데?”

예감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사무실에 돌아와 아침을 먹은 후 영광 피이낸셜에 전화를 해보았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사무실 전화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신호는 가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

[이상한데? 이놈의 회사가 유령회사인가?]

조금 후에 다시 전화를 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오늘이 토요일인줄 알았다.

“아하, 오늘이 토요일이라 전화를 안 받는구나!

이영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폭 조태춘이 사무실엔 전화를 안 받네. 내가 월요일에 직접 찾아갈게.”

“형! 밤새도록 생각했는데 안 되겠어. 형이 다치면 안 돼. 나 그냥 차 포기할게.”

“그런 소리 마. 나는 삼방그룹 VIP경호원이야. VIP의 신변보호를 해야 하지만 재산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어.”

“그래도 너무 무서워.”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가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차를 뺏어올게.”

“흑흑.”

강시혁은 마음 같아서는 울지 마! 이 병신아!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렇지만 웃는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리틀 브라운! 내게도 아이디어가 있으니까 걱정 마. 그럼 월요일 내가 조태춘이 만나고 다시 전화해 줄게.”

그러면서 전화를 끊었다.

강시혁은 불안했다.

아이디어가 있다고 이영남에게 말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이었다.

서초동의 박 변호사를 찾아가 상의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오너 가족의 일을 자꾸 외부에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박 변호사는 이영진 상무의 이혼 일로 일본에 같이 갔던 사람이었다. 이번 일을 노출시키면 박 변호사가 삼방그룹 오너의 집구석이 돈은 많지만 콩가루 집안이라고 할 것이 틀림없었다.

누나는 뽕쟁이와 결혼하여 이혼하고 동생은 양아치들과 어울리더니 4억이나 되는 외제차를 조폭들에게 뺏기고 다닌다고 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박 변호사를 찾아가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월요일이 되었다.

조태춘의 사무실이라는 영광 파이낸셜에 전화를 걸었다.

“영광 파이낸셜입니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시혁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흠. 회사는 돌아가는 것 같군.]

“대부업체죠? 거기 찾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개인이세요? 저희는 기업거래만 합니다.”

“기업입니다. 작은 기업입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아니죠?”

“아닙니다.”

“그럼 충무로 역에서 내리셔서 영락교회가 있는 길로 들어오셔서......”

여직원이 상냥한 목소리로 길 안내를 해주었다.

목소리만 들어서는 조폭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놈들이 말로만 듣던 그 악랄한 대부업자가 아닌 가 했다.

돈을 못 갚으면 신체 포기각서를 쓰게 하고 장기를 해외에 팔아먹는 놈들이 아닌 가 했다.

강시혁은 영광 파이낸셜을 찾아가는 것은 오후에 가기로 했다, 오전엔 주식거래를 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은 계속 장명건설의 주식을 사들였다.

기초체력이 좋아진 장명건설은 13,000원 이하로 떨어지기는커녕 13,500원을 돌파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차곡차곡 매집을 했다.

[김진석도 지금쯤 분할매수를 하겠지. 그런데 그놈은 총알이 7억 밖에 없지만 나는 20억을 쏴대야 하니 이번 주는 꼬박 여기에 매달려야겠네.]

한참 거래 후 장명건설 주주 토론방엘 들어가 보았다.

이런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지금은 들어갈 때가 아니야. 거래량이 좀 더 나와야 해.”

“이건용! 장명건설 인수했으면 뭔가 큰 공사 하나 밀어줘라.”

“씨팔, 오늘 같은 날은 계열사인 삼방 로지스틱스도 올라가는데 음봉 차트가 뭐냐?”

강시혁은 삼방 로지스틱스라는 글을 보고 퍼뜩 김종래 사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종래 사장이 행정고시 출신이지? 그렇다면 행정고시 동기 중에서 경찰로 간 사람이 없을까? 만약에 있다면 나이로 보아 지금쯤 청장 정도 되는 인사도 있을 것 같은데?]

김종래 사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차관까지 지내고 삼방그룹에 영입된 사람이었다.

삼방 공채로 들어왔다가 올라간 사람은 아니고 특채인 사람이었다. 직원들은 강시혁 외에는 특채가 거의 없지만 사장 급 중에서는 가끔 특채가 있었다.

전직 장관이나 군 장성들 같은 분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기업운영상 이런 분들을 모셔오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강시혁이 김종래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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