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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86화 (186/199)

186화 일본 재즈 음악가 (6)

(186)

다음날 아침 강시혁은 새벽같이 일어나 골프 연습장으로 갔다.

이영진 상무는 강시혁에게 골프 잘 배우라고 골프채 세트까지 선물을 했었다. 그러니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에서 땀이 나도록 연습을 했다.

코치가 이제는 7번 아이언도 좋지만 드라이버도 한번 쳐보라고 하였다.

드라이버는 골프채 중에서 가장 긴 채였다. 그래서 가장 멀리 나가는 채였다.

코치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강시혁은 언젠가 코치에게 용돈을 쥐어준적 이 있었다. 그래서 젊은 코치는 강시혁을 만나면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눈웃음을 살살 쳤다.

“사장님. 임팩트 하는 순간 턱을 더 당기셔야 합니다. 그리고 오른쪽 무릎은 안쪽으로 더 향하게 하셔야 합니다.”

“이렇게요?”

“그 자세로 한번 쳐보세요.”

“딱!”

“나이스, 나이스. 피니시 자세도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운동을 하고 돌아와 영빈관에서 밥을 먹으면 아주 식욕이 왕성했다.

그래서 오늘도 밥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

같은 시각 시내의 H호텔에서 삼방그룹 임원 조찬회가 있었다.

조찬회는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일찍 호텔에 나와 저명 교수나 고위관리들의 강의를 듣고 같이 조찬을 하는 행사였다.

이 날은 금융당국의 높은 사람이 나와서 미국의 금리정책 전망에 대한 강의를 했다. 금융당국의 현직 높은 사람이라 정보가 풍부했다. 그래서 조찬회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그룹 경영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강의가 끝나고 조찬이 시작되었다.

둥그런 원형 테이블엔 사장은 사장들끼리 앉고 임원은 임원들끼리 앉아 식사를 하였다.

이영진 상무는 상무이지만 부회장급 상무이고 실세중의 실세라 사장들이 앉는 테이블에 앉았다. 아버지뻘 되는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영진 상무는 자연히 몸가짐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영진 상무가 평소 행동에 절도가 있는 것은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기 때문인 것 같았다.

회장은 가운데 앉아서 흰죽과 야채샐러드를 먹고 있었다.

회장하고 같이 식사를 해서 그런지 사장들은 모두 조용히 식사를 했다.

이때 로지스틱스 사장이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제 로지스틱스 일은 잘 끝났습니다. H물류와 에리어를 양분해서 쓰기로 했습니다.”

“그놈들이 자기들은 차가 많다고 주장한다더니 쉽게 협의를 해준 모양이요.”

“그렇습니다. 저희도 증차를 하기 때문에 에리어는 양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증차를 정말 빨리 해야 되겠군.”

“그래서 지금 조용히 물류회사 M&A를 추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몸집을 불리는 건 좋겠지.”

“그리고 이번에 분쟁 현장에 지원을 나온 비서실 대리가 활약을 많이 했습니다.”

이 소리에 이영진 상무가 고개를 들고 눈을 반짝거렸다.

회장이 점잖게 말했다.

“어떻게 활약을 했다는 거요?”

“시위를 하는 H물류 간부들 멱살을 바로 잡아버리더군요. 운동신경이 대단히 좋은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웃통까지 벗고 설치니까 그 서슬에 H물류 직원들이 꼼짝 못했습니다.”

“허허. 그래서 그놈이 지금 경호업무를 하고 있잖소.”

그러면서 회장은 전에 강시혁이 장례식 날 호루라기를 불며 차를 정리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지만 가을에 갔을 때 정원의 나무나 꽃을 잘 키워 논 것도 기억을 했다.

로지스틱스 사장이 말했다.

“비서실 대리는 전에 중국에 갔을 때도 보니까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영어도 잘하고 K대학을 나온 사람이니까 행정능력도 있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요?”

이영진 상무는 회장과 로지스틱스 사장의 대화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로지스틱스 사장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제가 공직에 있다가 그룹사에 오니까 그룹사 직원도 공무원 같은 사람이 많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복지부동 자세와 상사에게 면종복배하는 것은 공무원과 똑같았습니다.”

“잘 보았소. 그래서 큰일이요.”

“현장소장 같은 사람은 직원은 물론 거친 운전기사들 통솔도 잘해야 합니다. 그 비서실 대리 같은 사람이 로지스틱스 현장 소장으로 오면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에 이영진 상무는 화들짝 놀라 젓가락을 떨어트릴 뻔하였다.

회장은 이영진 상무의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았다.

회장이 껄껄 대며 말했다.

“껄껄. 잘 있는 사람을 빼 가면 안 되겠지. 그건 비서실장이 싫어하겠지.”

비서실장도 눈치가 10단인 사람이었다.

“영빈관 업무는 그 사람이 하는 게 좋습니다. VIP경호업무로는 아주 제격인 사람입니다.”

회장의 이 말에 이영진 상무는 미소를 지었다.

회장은 이영진 상무의 얼굴에 미소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영진이가 그놈을 아주 신임하는 것 같네.]

회장은 신임으로만 알지 두 사람 사이에 초보적 케미가 싹트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강시혁은 영빈관을 청소 후 주간업무 보고서를 썼다.

이번 주에는 로지스틱스 분쟁 현장에 다녀온 사실이 있어서 쓸 내용도 많았다. 그리고 곧 그룹 홍보팀과 일진홀 연주 협의도 있어 다음주 보고서에도 쓸 것이 많았다. 적어도 최 이사에게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진 않을 것으로 보았다.

“히히. 이렇게 쓰면 적어도 내가 비서실 대리 자리에서 쫓겨나진 않겠지.”

강시혁은 업무일지를 쓰고 나서 장명건설 주식 시세를 보았다.

오늘은 공매도 세력이라도 들어왔는지 차트 일봉이 푸른색 음봉이 나오고 있었다.

주가는 12,800원대에서 놀고 있었다. 거래량도 별로 없었다.

강시혁은 슬슬 주식 매집에 들어갔다. 13,000원대 이하로 내려오면 나오는 즉시 잡아버렸다.

강시혁이 이렇게 장명건설을 사들이자 주가 차트는 양봉으로 전환되었다.

12시까지 매집을 하고보니 2억 정도를 매집한 것 같았다.

강시혁은 아직 K&B파트너스 김진석에게는 주식을 사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 자기 것을 어느 정도 사놓고 본격적 매입에 들어가라고 지시할 생각이었다.

주식 거래창을 끄고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비서실 최 이사였다.

[이크! 이 인간이 또 뭘 시키려고 그러나?]

“강 대리인가?”

“넵. 이사님.”

“로지스틱스에 가서 한건 했다며? 로지스틱스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었다고 오늘 로지스틱스 사장이 회장님께 보고했다네.”

“예, 어제 끝났습니다.”

“자네가 H물류 간부들 멱살을 잡고 그랬다며? 괜히 객기 부리다가 큰 일 날려고 그러는가?”

“객기는 아닙니다. 우리 삼방 로지스틱스 트럭이 들어갈 자리를 H물류 트럭이 들어가 있으니 열불이 나서요.”

“그놈들이 저항하지 않았나?”

“저항했으면 저한테 죽었을 겁니다.”

“하긴 자넨 일본 야쿠자 일곱 명을 떡으로 만든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떠, 떡은 아닙니다.”

“아무튼 수고했네. 그래서 로지스틱스 사장이 자네를 로직스틱스 현장 소장으로 발령 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리도 들리데.”

“예? 뭐, 뭐라고요?”

“현장 소장이면 원래는 차장급이네. 가게 되면 일단은 한 계급 올려서 과장급으로는 가겠지.”

“저, 저는 분명히 로지스틱스 사장님께 안 가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랬나?”

“저는 이영진, 아니 최 이사님을 계속 모시면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최 이사님이 저를 잘 봐주고 있지 않습니까?”

“내가 갈구기만 했지 언제 봐주었나?”

“아닙니다. 저는 최 이사님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번 상사는 영원한 상사입니다.”

“그래서 우리 실장님도 자네의 전출은 반대를 했다네. 그런 줄만 알게.”

“고맙습니다. 이사님!”

[이 사람들은 사람을 한번 슬쩍 떠보는 버릇이 있어. 내가 분명히 안 간다고 했으면 그런 줄 알지 슬쩍슬쩍 건드리는 것은 또 뭐야?]

강시혁은 점심을 간단히 먹고 K&B파트너스 사무실로 갔다.

사카모토 쯔요시 씨가 나오면 영빈관으로 데리고 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카모토 씨는 아직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

변상철과 김진석이 점심을 먹고 들어오고 있었다.

“어? 형! 밥 먹었어? 우리는 지금 막 먹고 들어오는데.”

“응, 나도 먹었어. 사카모토 씨를 여기서 만나야 하는데 안 나왔네.”

“나오겠지. 그 사람 원래 늦게나와. 야간에 일하는 사람이 아닌가!”

이영남은 자기 방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강시혁이 자기 방에 들어온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강시혁은 그대로 문을 닫고 이영남 방을 나왔다. 그리고 자기 방으로 왔다.

[내일이 금요일인데.....]

내일이면 건달들이 자주 온다는 그 루푸트 바를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이놈들이 이영남의 람보르기니를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선수 출신의 건달들을 상대로 몸싸움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도박이다. 이것은 피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스트레스를 받았다.

변상철이 하고 상의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변상철을 자기 방으로 불렀다.

변상철이 강시혁의 방으로 들어왔다.

“문 닫고 거기 좀 앉아봐라.”

강시혁이 변상철에게 이영남이 차를 빼앗긴 사실을 말해 주었다.

변상철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지 팔짱을 끼고 고민만 했다.

“일단은 이영남이 앞에서 큰소리쳤으니 그놈들을 만나긴 만나야겠지.”

“만나서 어떻게 하려고? 우리보다 젊은 칠팔 명의 건달인데.”

“달라고 해서 안주면 한번 걔들하고 붙어볼까?”

“어리석은 짓이야. 잘못하면 망신당하는 수가 있어. 그놈들한테 얻어맞고 루푸트 클럽 앞에서 대자로 뻗으면 그 후부터 이영남이 형을 신뢰하겠어?”

“흠.“

“그 뿐인줄 알아? 잘못하면 다치는 게 아니라 아예 죽는 수가 있어.“

“죽다니?“

“인터넷 기사 못 봤어? 의정부에서 고교생 6명이 30대 가장을 폭행해 죽였다는 기사가 나왔잖아.”

“그렇다면 이놈들을 어떻게 하지? 한 놈씩 불러내 작살을 내버릴까?”

“그놈들이 되었던 형이 되었던 둘 중에 누구 한사람이 다치면 복잡한 형사문제로 번져. 그러지 말고 차라리 경찰에 신고해.”

“그러면 저놈들이 원래 보름 쓰기로 하고 정상적으로 빌려갔다고 할 것 아닌가? 그리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나중에 이영남에게 보복을 하면 어쩌지.”

“거참, 골치 아프게 되었네.”

“일단 내일 저녁때 너하고 나하고 그 루프트 바 라는 데를 한번 가보자. 처음엔 점잖게 돌려달라고 해야겠지.”

“가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 건달 놈들이 과연 순순히 돌려줄까? 그러기에 이영남은 왜 그런 차를 타고 다니나? 난 그런 차 공짜로 줘도 싫어. 어디 긁히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놈들이 거칠게 나오면 경찰에 신고하는 방향으로 하긴 해야겠지. 그런데 정말 이영남이 걱정이 되네.”

말을 하고 있는데 사카모토 쯔요시 씨가 왔다.

그런데 사카모토는 오늘 재벌 집 딸을 만난다고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옷을 멋있게 입고 나왔다. 흰색 모자까지 쓰고나왔다.

수염도 잘 다듬은 것 같았다. 몸에서 향수 냄새가 나는 걸 보니 향수도 뿌리고 온 것 같았다.

강시혁은 변상철에게 삼방그룹 홍보실에서 연주회를 가질 것 같아 사카모토 씨와 함께 영빈관으로 간다고 하였다.

이영남은 그때까지도 귀에 헤드폰을 끼고 음악만 듣고 있었다.

“리틀 브라운”

“어? 형!”

“그룹 홍보실 직원이 온다고 하는데 영빈관 같이 안 갈래?”

“난, 여기에 있을게.”

“가족 음악회도 한다고 하잖아.”

“결과나 알려줘.”

그래서 강시혁은 혼자서 사카모토 씨만 데리고 영빈관엘 갔다.

사카모토 씨는 영빈관을 보고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오, 복잡한 이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궁전 같은 곳이 있었군요. 정원이 아름답습니다. 새소리까지 들리는군요.”

강시혁은 사카모토 씨를 1층 접견실로 안내했다.

사카모토는 접견실을 보고 또 놀라는 것 같았다.

“오, 훌륭한 서양의 궁전 같네요. 샹들리에 등이 무척 호화스럽군요.”

강시혁은 사카모토 씨를 접견실에 앉혀놓고 대추차를 타주었다.

“이런 곳에서 연주를 한다면 좋겠죠?”

“좋네요. 일본의 재벌들도 음악 애호가들은 대도시 외곽에 별장을 크게 지어놓고 음악가를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양에서도 귀족들이 음악가를 불러 연주를 하게 하는 경우도 있죠.”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강시혁이 얼른 뛰어나갔다.

이영진 상무와 홍보실 직원인 듯한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홍보실 직원은 젊은 여자였다. 강시혁이 정중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

“사카모토 씨는 안에서 기다립니다.”

이영진 상무가 홍보실 직원에게 말했다.

“이 분이 비서실 강 대리님이셔. 인사 해.”

비서실 여직원은 강 대리를 보자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경호요원이라고 해서 마초같이 생긴 사람인줄 알았는데 건장한 체격의 미남이라 얼굴이 빨개진 것 같았다.

이영진 상무가 접견실에 들어서자 차를 마시던 사카모토 씨가 벌떡 일어났다.

“이 분이 삼방그룹의 따님이신 이영진 상무님입니다.”

이영진 상무가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공손히 인사를 해주었다.

“이영진입니다.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카모또 쯔요시입니다. 오, 상무님을 뵈니 마치 에도시대의 히메고생(공주)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감탄스런 표정으로 이영진 상무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아마 이영진 상무의 아름다운 얼굴과 절도있는 태도를 보고 그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분은 홍보실 직원입니다.”

“반갑습니다.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사카모토 씨는 홍보실 직원과 악수를 하였다.

홍보실 직원은 이번엔 사카모토의 수염을 보고 감탄 하는 것 같았다.

말할 때마다 수염이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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