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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83화 (183/199)

183화 일본 재즈 음악가 (3)

(183)

강시혁은 이영남이 어린애 같다고 느껴졌다.

꼭 시장가는 엄마에게 어디 가냐고 묻는 초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를 그렇게 따른다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 녀석이 재벌가의 혼외자식이 되어 외로워서 그럴 거야. 내가 잘해 줘야겠지.]

모두 현장 사무실로 갔다. 여기도 직원들이 많이 있는지 책상도 제법 있었다.

벽에 운전기사들 이름이 적인 현황판 같은 것도 있고 배차 현황판도 있었다. 트럭기사들 휴게실도 있었고 커피 자판기도 있었다.

김종래 사장이 로지스틱스 간부들 앞에서 강시혁을 소개했다.

“오늘 지원 나온 비서실 강 대리는 다들 처음보지?”

“예, 처음 봅니다.”

“강 대리는 아마 처음 볼 거야. 본사에서 근무하지 않고 영빈관에서 근무하는 VIP경호요원이니까.”

경호요원이란 말에 간부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강시혁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체격이 좋고 운동을 한 사람처럼 보이더라니 하는 표정들이었다. 더군다나 머리 스타일도 그렇고 몸에 문신도 그렇고 건달 물을 많이 먹은 사람으로 인식했다.

김종래 사장이 목에 힘을 주고 다시 말했다.

“강 대리는 비선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네. 이번에 여러분들이 H물류 횡포에 대응하는 자세가 마음에 안 들어 내가 특별히 초청 했지. 여러분들도 오늘 봤지만 일하는 자세가 벌써 틀리잖아.”

강시혁이 옆에서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가 오늘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요?”

“아냐, 깐죽거리는 그 상무라는 녀석의 기세를 팍 꺾어놓은 것은 아주 잘한 일이야.”

강시혁은 여기서 더 한번 자기를 과시하고 싶었다.

그래야 로지스틱스 간부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리라고 보았다.

“오늘 저한테 멱살을 잡힌 H물류 상무가 거칠게 나왔다면 제가 아마 그 자리에서 밟아버렸을 겁니다.”

김종래 사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그럼 큰 싸움 나게? H물류 간부들보니까 모두 한가락씩 하게 생겼던데. 상무를 그렇게 밟아버리면 가만히 있겠어?”

“그놈들은 똥배만 나왔지 운동 제대로 한 사람은 없어보였습니다. 그런 놈들은 그 자리에서 제가 서너 명은 걷어버립니다.”

“뭐라고? 혼자 서너 명을? 그, 그렇지. 자네는 일본 야쿠자 일곱 명을 혼자서 박살을 낸 사람이니까!”

이 말에 로지스틱스 간부들은 기운이 났다.

내일 싸움에도 비서실에서 나온 이 VIP경호요원만 있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생각들을 하였다.

김종래 사장도 강시혁의 이 자신만만한 소리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김종래 사장은 로지스틱스 간부들을 한 사람씩 소개해 주었다.

모두 부장, 차장, 과장 같은 중간 관리자들이었다. 40대가 주로 많았다.

부장이나 차장들은 강시혁이 직급도 낮은 대리이고 나이도 10년 정도 아래지만 함부로 하지 않았다. 비선 조직에서 일하는 VIP경호요원이라니 함부로 할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부장 한 사람이 강시혁한테 물었다.

“VIP경호를 하시면 주로 회장님이나 이영진 상무님을 경호하십니까?”

“그렇습니다.”

“혹시 용인 체육대를 나오셨습니까? 미아리에서 체육관 관장을 하고 있는 내 동생도 용인 체대를 나왔습니다.”

“저는 K대 영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어, 그렇습니까?”

간부들은 강시혁이 운동만 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K대를 나왔다니 달리 보았다.

김종래 사장이 내일 대책회의를 하자고 하였다.

그래서 전부 사무실 의자에 앉아 대책회의를 했다. 김종래 사장이 먼저 말했다.

“저놈들도 이제는 영업을 못하니 내일은 틀림없이 사장이 나올 거네.”

부장 한사람이 말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내일 H물류 사장이 나오면 사장님께서 강하게 밀어붙이셔야 합니다.”

차장이라는 사람도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장님께서 강하게 나가셔야 저놈들도 꼬리를 내릴 것입니다.”

강시혁은 속으로 웃었다.

자기들은 강하게 나가지도 못했으면서 사장한테만 강하게 나가야된다고 하니 웃기는 놈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의 처음 직장이었던 아영테크에 있던 중간관리자들하고 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들은 항상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들은 뒤로 빠지고 남들보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떠드는 놈들이었다.

이런 놈들을 데리고 일을 하니 김종래가 개종래 노릇을 하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김종래 사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일 저쪽 사장이 나온다면 나도 강하게 나가야 되겠지.”

“그렇습니다. 강하게 나가셔야합니다.”

“그런데 오늘도 일단은 여기서 기사 몇 사람 하고 관리직 몇 사람은 대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놈들이 대형 견인차 불러 지금이라도 우리 트럭들을 견인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김 부장이 좀 대기를 해주겠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기하는 기사들한테는 밤참으로 통닭이라도 사줘. 술도 마시고 싶겠지만 트럭을 운전해야 될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그건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건 제가 통제하겠습니다.”

“나도 오늘은 서울에 올라가지 않고 여기서 자고 가지. 의왕역 부근 모텔에서 자고 가지.”

차장 한 사람이 말했다.

“의왕역이나 당정역 근방에는 마땅한 모텔이 없습니다. 군포역으로 가셔야 모텔이 있습니다.”

“그럼 나하고 부, 차장 급 몇 명은 군포로 가지. 참, 강 대리는 서울에 올라가시지. 오늘 수고 했어요.”

“저도 오늘은 여기 모텔에서 자고 가겠습니다. 저놈들이 차를 끌어내는 건 야밤이나 새벽에 할지 모르니까요. 당직자가 연락만 하면 바로 제가 달려와 몇 놈은 걷어 버리겠습니다.”

“그, 그러면 미안한데? 우리야 좋지만 이영진 상무 경호는 어떻게 하고?”

“여기 일을 끝내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하하, 그래? 자네가 있으면 나야 든든하지.”

그래서 모텔로 갈 사람들은 군포역 앞에 있는 공영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김종래 사장이 강시혁에게 물었다.

“강 대리도 차 가지고 왔지?”

“가져왔습니다.”

“군포역 앞 공영주차장이 어디 있는 줄 알지?”

“압니다.“

[내가 대리운전을 몇 년 한사람인데 군포역 앞 주차장을 모르겠나!]

“하지만 자네가 끌고 온 차는 여기다 두고 가세. 내 차를 타고 같이 가세. 두 대가 같이 움직일 필요가 뭐 있나?”

“알겠습니다.”

김종래 사장 차는 제너시스 G90 리무진이었다. 사장이라 그런지 기사도 있었다.

김종래 사장은 뒤에 타고 강시혁은 앞에 탔다.

차를 타고가면서 김종래 사장이 말했다.

“강 대리!”

“예?”

“우리 직원들이 모두 자네 같았으면 좋겠네.”

“별말씀을요.”

“나는 공무원들보다 민간기업체 직원들이 더 적극적이고 빠릿빠릿한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네. 모두 월급쟁이들이라 그런지 복지부동만 하고 있어!”

“제가 보기엔 다들 잘하고 계시는 것 같던데요?”

“아니네. 이놈들은 면전복배만 하는 놈들이네. 자네 로지스틱스로 올 생각 없나?”

강시혁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틀림없이 대리보다 한 계급 위인 과장 자리로 자기를 유혹할 것으로 보았다.

전 같으면 삼방그룹 과장 자리면 감지덕지 할 텐데 지금은 아니었다.

K&B파트너스 판을 벌려 논 것도 있었다. 또, 이영진 상무 곁을 떠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영진 상무 역시 이제는 자기를 놔주지 않으리라고 보았다.

“저는 운송에 대하여 아는 것도 없습니다. 또 VIP경호를 해야죠.”

“그렇겠지. 이영진 상무가 자네를 놔주지 않겠지. 자네야 태권도와 유도 유단자에 인물도 좋고 영어도 잘하는 사람이니 안 놔주겠지. 로지스틱스에 오라는 것은 그냥 해본 소리네.”

군포역 주차장엔 로지스틱스 간부 몇 사람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제너시스 G90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모텔은 이미 예약하고 숙박료도 지불했습니다.”

“그래? 그럼 밥이나 먹으러가지.”

일행들은 소주를 곁들인 저녁을 잘 먹었다. 그리고 모텔로 왔다.

김종래 사장이 말했다.

“모두들 수고 했네. 내일 아침 7시에 여기서 모여 같이 해장국이라도 먹세.”

“편히 쉬십시오.”

간부들은 김종래 사장이 자기들 사장이라 그런지 90도 각도로 인사들은 잘했다.

강시혁도 모텔 키를 받고 자기 방으로 왔다.

강시혁은 잠자리가 달라져서 그런지 잠도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몰래 모텔을 빠져나와 편의점에 가서 맥주와 마른안주를 샀다.

모텔 방에 앉아 맥주를 자작으로 마시고 있는데 변상철의 카톡이 왔다.

[형, 아직 안 자지?]

강시혁은 답신을 줄까하다가 아예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디냐? 집이냐?”

“응, 집이야. 형도 영빈관 숙소로 들어왔지?”

“아냐. 지금 난 군포역 앞에 있는 모텔에 있어.”

“오, 그래? 비상 대기하는 모양이네. 오늘 무슨 일 없었어? 몸싸움 같은 것 없었어?”

“작은 충돌은 한번 있었지만 별일은 없었어. 내일이 중요한 날이 될 것 같아.”

“크게 몸싸움 하지는 마. 괜히 다치기라도 하면 나만 손해니까.”

“충돌 보다는 협상 쪽으로 가야되겠지.”

“그런데 거긴 왜 다투는 거야?”

“H물류하고 서로 상하차장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하는 거지.”

“H물류도 대재벌이라 만만치 않을 텐데? 거기 종업원들 작년에 임금투쟁 하는걸 보니까 노조 간부들 떡대도 좋던데 조심해.”

“운동 살도 아니고 똥배 나온 아재들이라 무서울 것도 없어. 그것보다도 사무실엔 아무 일 없지? 오늘 낮에 사카모토 쯔요시 씨하고 윤진형이 호흡은 맞춰 보았나?”

“맞춰 봤어. 역시 잘하던데? 그리고 저녁 첫 연주도 아주 대 성공이야.”

“그래?”

“오늘 저녁 연주는 나하고 배동수도 가보았어. 사람도 많고 호응도 아주 좋았어. 배동수는 클럽 사장에게 계약금까지 받고 입이 벌어졌어.”

“수익이 생기니까 사무실 경비는 나오겠네.”

“아, 그리고 홍대 앞 클럽도 계약을 했는데 사카모토 씨를 수송하는 문제가 있어 고민이야.”

“그게 왜 고민이야?”

“해밀톤 호텔에서 홍대 앞까지 지하철 타고 가라고 할 수는 없잖아. 택시는 잡기가 어렵고. 형이 있으면 딱 좋은데.”

“내가 있으면 왜?”

“형은 일찍이 어르신을 태우고 주간보호센터로 운송하는 송영 업무를 했잖아. 그런 것은 형의 주특기 아니야?”

“야! K&B파트너스 대표이사가 운송업무나 하란 말이냐? 미친 자식 같으니!”

“헤헤. 하는 소리야.”

“혹시 홍대 클럽에서 차를 제공해주지는 않을까?“

“그건 안 되는 모양이야.”

“그럼 렌트카를 써야 되겠네. 기사가 딸려오는 렌트카는 비용이 많이 나갈 텐데.“

“그래서 배동수가 나한테 이런 제의를 하더군.”

“무슨 제의?”

“자기 애인 신종화가 신종화 차로 수송하면 어떻겠냐고 하던데? 기사 비용은 제외하고 렌트카 빌리는 값 정도만 주면 신종화가 해주겠다고 했나봐.”

“흠. 그러면 좋지. 신종화도 용돈 생기고 YN엔터테인먼트도 렌트카 비용만 나가고 따로 기사 비용은 안 나가도 되니까”

“그럼 형도 승인했다고 내일 배동수 나오면 말해줄게.”

“내가 승인했다고 하지는 마. YN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어디까지나 배동수니까 배동수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해. 그래야 그놈도 소신을 갖고 일하지.”

“좋은 말이야. 우리가 엔터테인먼트 일은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는 게 좋겠지.”

“이영남은 사카모토 연주를 보고 뭐라고 그래?”

‘참, 이영남은 오늘 사카모토 씨 연주하는데 안 갔어.“

“뭐라고? 사카모토 쯔요시 씨는 자기가 불러놓고 안가면 되나?”

“이영남은 오늘 일찍 나갔어. 그런데 걔는 요즘 뭔가 안절부절 못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자꾸 형이 언제 오느냐 하는 것만 묻던데?”

“뭐라고? 나를?”

[정말 이 녀석이 무슨 일이 있나?]

강시혁은 지난번에 본 이영남의 얼굴 상처가 생각났다.

[이놈이 누구하고 싸웠나?]

삼방 로지스틱스 일이 끝나면 이영남을 불러 자세한 것을 물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를 형이라고 하면서 많이 따르고 의지하고 있으니 도와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잠을 잘까 하는데 이영진 상무의 카톡이 왔다.

[로지스틱스 김종래 사장님이 회장님께 보고하기를 오늘 작은 충돌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강 대리님 다친 곳은 없죠?]

[예, 없습니다. 지속적인 관심 고맙습니다.]

[지금 영빈관에 계신가요?]

[아닙니다. 김종래 사장님을 비롯한 로지스틱스 간부사원들과 함께 군포역 모텔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렇군요. 내일도 충돌이 있다면 다치시면 안 됩니다. 저는 강 대리님께 빚을 많이 진 사람인데 또 다친다면 강 대리님 보기가 어려워집니다. 몸조심 잘하시고 빨리 복귀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상무님. 최고 경영자께서 저에게 까지 이렇게 걱정을 해주셔서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원만히 해결하고 상무님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강 대리님. 그럼 편히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상무님도 편히 주무세요.]

둘은 서로 또 아기 곰과 토끼가 잠을 자는 이모티콘을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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